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The Conjuring: The Devil Made Me Do It.2021) 2021년 개봉 영화




2021년에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만든 컨저링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정식 넘버링 중에는 3탄이고, ‘컨저링 유니버스’ 전체를 통틀어 보면 8번째 작품이다. 컨저링 유니버스에 속한 작품 중 2019년에 나온 ‘요로나의 저주(The Curse of La Llorona)’를 만든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본작의 메가폰을 잡았다.

내용은 1981년에 퇴마사 ‘워렌 부부(에드, 로레인)’가 미국 코네티켓주 브룩필드 마을에서 8살짜리 남자 아이 ‘데이비드 클래첼’이 악령에 씌여서 구마 의식을 진행했는데. 이때 악령이 데이비드의 누나 ‘데비’의 남자 친구인 ‘어니’의 몸으로 옮겨가고. 그 직전 에드가 악령에게 공격당해 심장마비를 일으켜 병원에 실려고 혼수 상태에 빠진 후, 사건이 종결된 줄 알고 어니가 데비와 함께 집을 나와 따로 살다가, 악령 들림 현상이 발생해 어니가 독립해서 살게 된 집의 집주인을 살해해 살인죄로 잡혀 들어가고. 그때쯤 의식을 되찾은 에드가 어니를 돕기 위해 아내인 로레인과 함께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실화 드립을 치고 있는데, 실제로 실화를 각색한 것이 맞긴 하다. 정확히는, 1981년에 있었던 ‘어니 샤이엔 존슨 재판(Trial of Arne Cheyenne Johnson)’이라고 해서 피고인이 살인을 저질러 법정에 섰는데. 악마에 씌여 살인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해서 무죄 입증을 시도한 미국 최초의 법정 사건이다.

실제 워렌 부부가 11살짜리 남자 아이 데이비드 글래첼의 구마 의식을 진행하다가, 데이비드에게 씌인 악마가 어니에게 옮겨가고. 어니가 악마에 씌여 집주인을 살해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20년을 구형 받지만 5년을 살고 모범수로 풀려났다.

NBC에서 TV 시리즈 및 장편영화로 만들려고 했다가 내부적인 문제로 무산되고, 관련 책이 출판되고 방송 미디어에서 다뤘는데, 해당 사건을 메인 소재로 삼은 영화 자체가 만들어진 건 본작이 처음이다. 실제 사건이 벌어진지 무려 40년 만에 영화가 나온 것이다.

본작은 실화를 각색한 것이지만, 사실 실화를 구현한 건 전체의 일부분 밖에 되지 않고 많은 부분을 오리지날로 만들어 넣었다.

그게 애초에 실존 인물이었던 어니가 데이비드의 구마 의식에 참가했다가 악령에 씌이고. 살인을 저질러 감옥에 갇혀 법정에 서는 것까지가 실화의 내용이라서 그렇다.

어니가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주인공인 워렌 부부가 법정 밖에서 사건을 조사해 어니의 무죄를 입중하는 게 메인 스토리이기 때문에, 어니는 사실 부제대로 악마가 시켜서 살인을 저질렀다가 감옥에 갇힌 뒤로는 스토리의 중심에서 완전하게 벗어났다.

어니의 존재 의의는 단지, 워렌 부부에게 주어진 제한 시간 역할 밖에 없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악마에 씌인 어니가 악마에 의해 죽임을 당하기 전까지 워렌 부부가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라는 것이다.

오리지날 스토리로 각색해 넣은 건 데이비드에게 씌웠다가 어니한테 옮겨간 악마가, 일반적인 엑소시즘 영화와 같은 독립적인 개체로서의 이름을 가진 악마가 아니고. 악마 숭배자들이 저주를 걸어 산 사람에 악령을 씌우게 만든 것으로 나온다.

그 때문에 작중에 구마 의식을 치르는 장면이 전반부에 한 번, 극 후반부에 한 번. 무려 두 번이나 나오지만.. 구마 의식이 제대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성공하는 것도 아니며, 단순히 위기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장치로만 쓰여서 엑소시즘물로서의 묘사 밀도가 다소 떨어진다.

엑소시즘 장면인데, 엑소시즘에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니고. 창문이 와장창 깨지고, 지진에 가까운 진동이 발생해 집안이고 방안이고 마구 흔들리고. 부마자의 몸이 기괴하게 꺾이는 것 등 비주얼만 요란 뻑적지근해서 빛 좋은 개살구가 따로 없다.

애초에 워렌 부부가 구마 의식의 기본은 알지만, 구마 의식을 진행할 만한 역량 자체는 없고. 그것을 대신할 신부 캐릭터도 작중에선 거의 배경 인물 수준에 가까운 단역으로만 나와서 엑소시즘을 대신 해줄 캐릭터의 부재가 치명적인 문제점이 됐다.

데모니즘물의 관점에서 보자면 악마숭배자가 토템을 사용해 저주를 걸고 악마를 소환해 사람에 씌이게 한다는 설정은 나름대로 정석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 악마숭배자가 집단이 아니라 개인으로 달랑 한 명 밖에 안 나와서 스케일이 한없이 작은 데다가. 악마숭배자에 의한 저주라는 게 현재 진행형인 게 아니라. 이미 벌어진 사건의 종적을 쫓으면서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는 것이라서 몰입도가 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악마숭배자를 쫓는 과정에서 심령 현상을 목격해 피해자의 유령한테 공격을 당하는 장면에 점프 스케어 씬으로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악마숭배자와 제대로 된 갈등을 빚는 것도 아니라서 사실 VS 악마숭배자로 보기에도 민망한 구석이 있다.

악마숭배자의 본거지를 찾아내 제단을 파괴하여 저주를 파괴하는 최후의 미션 같은 경우도, 악마숭배자의 본거지를 찾은 것 자체가 작중 주인공의 활약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주요 NPC가 갑자기 뜬금없이 ‘실은 여기가 님들 최종 목적지에요!’라고 알려준 거라서 존나 작위적이다.

그나마 본작에서 나은 점이 몇 가지 있다면, 오프닝 때 데이비드의 구마 의식 때 나온 전신 관절 꺾기 장면이 비주얼 쇼크라고 할 만큼 강렬한 인상을 주었고. 로레인이 시체에게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사용해서 희생자의 종적이나 악마숭배자의 흔적을 쫓을 때. 능력이 구현된 순간 즉석에서 배경이 바뀌면서 로레인 본인이 잔존 사념 안에 들어간 듯한 연출이 꽤 괜찮았다.

결론은 비추천. 초반부 엑소시즘 씬의 일부 장면과 중후반부에 나오는 사이코메트리 능력 연출은 괜찮지만... 작중 악마숭배자 관련 설정의 배경 스케일이 너무 작고. 또 악마숭배자와의 대결 자체가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 과거의 행적을 쫓는 것이라서 제대로 된 대립각을 세우지 못해 스토리의 몰입도가 다소 떨어지며, 줄거리대로라면 악령 들린 어니 이야기가 핵심적인 내용이 되어야 하는데. 감옥에 갇혀 법적 심판을 기다린다는 극히 제한적인 상황 때문에 스토리의 중심에서 벗어난 데다가 엑소시즘 묘사의 밀도가 떨어져서 메인 소재를 잘 활용하지 못한 느낌을 주는 관계로 여러 가지 부분에서 디테일이 떨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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