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용사제국 (精灵幻界.1995) 2021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5년에 대만의 게임 회사 ‘YOKI’에서 MS-DOS용으로 만든 SRPG 게임. 원제는 ‘精灵幻界(정령환계)’. 한국에서는 ‘용사제국’이란 제목으로 번안됐다.

1999년에 ‘신통교’가 ‘리카신’의 ‘마법라경’의 암흑을 이용하여 신도를 늘리고, 교주인 ‘죤’이 전 세계 80%의 마약 시장을 장악하여 무기로 삼아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자, 이에 위기를 느낀 세계 각국의 정부가 힘을 합쳐 연합군을 결성. 신통교에서 교단의 창단일을 기념해 리카신을 불러내 세계 정복을 꾀하려 할 때. 연합군이 교단을 포위해 국제경찰 기구 인터폴 소속의 형사 ‘아크’가 죤 왕을 붙잡으러 갔다가, 죤 왕이 이계의 문을 열어 ‘정령의 세계(정령환계)’로 차원 이동을 하고. 아크도 멋모르고 그 세계로 넘어갔다가, ‘성나 왕국’의 국방 지휘관 및 총사령관으로 임명되어 군대를 이끌고 리카신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중문 사이트의 게임 소개를 보면, 일본 PC9801용 게임을 대만에서 편집해 만든 게임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원작 일본 게임이 뭔지 명확히 적혀 있지는 않다.

게임의 기본 그래픽과 UI 디자인 등을 보면 일본 ‘TGL’의 ‘파랜드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 했고 주인공 이름이 ‘아크’인데, 파랜드 스토리 주인공도 이름이 ‘아크’란 걸 생각해 보면 충분히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 게임 스타일과 주요 시스템 자체는 오히려 다른 게임을 모방했다.

게임 플레이 중에 턴이 바뀔 때마다 만화풍의 캐릭터가 우르르 달려 나가는 연출과 병과 전직 시스템은 대만의 ‘SOFT STAR’에서 만든 ‘천사제국’ 시리즈와 같고. 포인트를 사용해 이름 없는 병사 유니트를 추가 편성하는 것은 ‘랑그릿사’, 게임 플레이 중 유니트 사망시 다시 부활할 수 없는 것은 ‘파이어 엠블렘’의 특징이다.

천사제국 자체가 랑그릿사의 영향을 많이 받아 유니트의 병과 전직 시스템은 랑그릿사가 원조이긴 하나, 본작에서 미션 시작 전의 유니트 출격/대기 화면 디자인과 공방이 벌어질 때 만화풍의 캐릭터가 치고받는 공방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것 등을 보면 천사제국 쪽에 더 가깝다.

게임 난이도는 ‘초반제성’, ‘신의존재’, ‘생사불명’의 3단계가 있는데. 한문을 그대로 직역한 거라 뭔 소리인지 알 수 없지만, 대충 순서를 생각해 보면 쉬움 < 보통 < 어려움이다.

유니트 능력치는 ‘등급(레벨)’, ‘경험(경험치)’, ‘생명(HP)’, 기술(MP)‘, ’공격(공격력)‘, ’방어(방어력)‘, ’이동(이동력)‘, ’증원(유니트 고용 비용)으로 나뉘어져 있다.

스테이지를 한 번 클리어할 때마다 ‘병사점수’라는 포인트가 5점씩 오르는데. 매 스테이지 시작 전에 이 병사점수를 소비해서 유니트를 고용해 맵에 배치해 운용해야 한다.

이 유니트는 ‘랑그릿사’의 용병 같아서 독립적인 캐릭터가 아닌 이름 없는 병사 유니트다. 랑그릿사에서는 이름 있는 장수가 코스트 비용을 지불해 자기 클래스에 맞는 용병 유니트를 고용하는 반면. 본작에서는 그게 없이 그냥 용병만 나오는 것이다.

게임 내 고유한 이름과 조형을 가지고 독립적인 개체로 나오는 건 오직 주인공밖에 없다.

심지어 게임 플레이 중에 NPC가 잊을 만하면 뜨문뜨문 동료로 들어오는 일이 있는데. 동료로 들어오기 전에는 스토리상 고유한 이름이 있지만, 동료로 들어온 이후에는 이름 없는 유니트로 변하며, 이후에 전개되는 스토리 내에서 그 어떤 대사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파이어 엠블렘’처럼 한 번 죽은 유니트가 사망 처리되어 다시 나올 수 없다고 해도, 용병 유니트는 어차피 이름이 없고 클래스 명칭만 붙어 있기때문에 육성하는 맛이 없다.

근데 그렇다고 유니트를 함부로 굴릴 수는 없는 게, 병사 점수가 남아 있는 한. 유니트는 새로 고용할 수 있지만.. 새로 고용한 유니트는 레벨 1부터 시작해서 능력치가 낮고 또 병과 전직도 되지 않은 상태라서 스테이지가 후반에 가서 상위 직종으로 나오는 적들을 당해낼 수가 없다.

상식적으로 스테이지 난이도에 맞춰 고용할 수 있는 용병의 레벨, 능력치도 상승해야 하는데. 그걸 지원하지 않으니 레벨 디자인이 완전 꽝이다.

유니트 편성 방법은, 병사점수를 사용해 유니트를 고용한 뒤. ‘파견’, ‘수비’를 선택해서 미션에 참가할 유니트를 고르는 거다.

이 파견/수비가 천사제국의 유니트 셀렉트 화면에서 출격/대기를 명칭만 바꿔 놓은 것이다. 스테이지당 파견 가능한 인원 수가 제한되어 있는데 보통, 가장 적은 수는 11명이고 가장 많은 수는 15명이다.

유니트 클래스 종류는 ‘승려’, ‘전사’, ‘궁수’, ‘대활(포병)’, ‘술사’, ‘기병’, ‘비호기사’ 등 기본적으로 7개가 있고. 각각의 클래스가 12승급(12레벨)에 도달하면 병과 전직을 할 수 있다.

승려는 ‘전투 승려<법제사 / 성승<이제사’. 전사는 ‘마검사<성검사 / 장갑전사<무장전사’, 궁수는 ‘신궁수<기마궁수 / 강궁수’, 대활은 ‘투석기<연발투석’, 술사는 ‘마술사<흑마술사<흑마법사 / 백마술사<백마법사’, 기병은 ‘장갑기병<창기병 / 무장기병’, 비호기사는 ‘비마기사<용기사<화룡기사’로 전직 가능하다.

이 병과 전직은 5 스테이지에서 ‘윌리촌’의 장로를 구출해서 스테이지 클리어 직후. 정식으로 주인공의 병과를 선택한 뒤부터 가능하다. 그 전까지는 아무리 레벨을 올려도 병과 전직을 할 수 없다.

5 스테이지 클리어 전까지 아군 유니트 중 단 한 명이라도 12레벨을 넘으면, 그 다음부터 요구되는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량이 2배로 증폭되는데. 이게 버그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5 스테이지 전까지 12레벨을 넘지 않아도. 최종 병과에 도달해 더 이상 전직을 할 수 없을 때는. 12레벨이 넘으면 1레벨부터 다시 시작하면서 다음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량이 몇 배로 불어나는 구조를 띄고 있어서 본래 시스템을 그렇게 만든 것 같다.

문제는 능력치의 최대치는 255이고, 255를 초과하면 리셋되서 0이 된다는 점이다. 만약 능력치가 리셋된 상황에서 레벨업 경험치 2배 증폭까지 되면 답이 안 나오는 것이다.

보통, 일반적인 게임은 레벨과 능력치가 한계치까지 오르면 거기서 딱 멈추고 수치가 바뀌는 일이 없는데 본작은 그걸 리셋시켜 버리니 총체적 난국이다.

전투 때 스테이터스창에 추가 표시되는 ‘포위’, ‘지원’, ‘지형’은 각각 적 유니트에게 둘러싸이거나, 아군 유니트를 밀집시키거나, 지형에 따른 능력치 보정 효과를 받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 SRPG 게임으로서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랑그릿사 같은 병과의 상성이 없어서 병과의 성능 편차치가 커서 특정 병과밖에 사용하지 않으며, 무조건 머릿수로 밀어붙이는 난전만 계속 이어지고. 게임의 특성상 모든 스테이지의 클리어 조건은 적 전멸이라 쓸데없이 넓은 맵을 돌아다니며 적을 찾아 한 마리도 남김없이 다 죽여야 클리어가 되니 게임 플레이 자체가 한없이 늘어진다.

그리고 적들이 사용하는 상태 이상 공격이 불합리한 수준으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해서 게임 난이도를 높이는데 일조한다.

상태 이상 공격은 마비, 석화의 2종류가 있는데. 마비는 3턴 동안 못 움직이는 것. 석화는 4턴 동안 못 움직이는데 3턴이 지나면 그대로 사망하는 즉사 효과를 가지고 있다. (즉, 3턴이 되기 전에 석화를 해제해야 한다)

이 상태 이상 공격은 기술 포인트를 소비하는 범위형 마법이고, 한 번 상태 이상이 걸린 상대에게 또 상태 이상을 걸면 상태 이상 턴 수가 고정되기까지 한다.

아이템의 개념이 없다 보니 상태 이상에 걸리면 오직 회복 마법으로 밖에 해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게 또 광역 회복 마법은 통하지 않고 단일 회복 마법만 통해서, 만약 단일 회복 마법을 가진 유니트가 없으면 어떻게 대응을 할 수가 없다.

상태 이상 기술을 플레이어도 사용할 수 있다면 또 몰라도, 적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놔서 존나 불합리하다는 거다.

돈, 장비, 소비형 아이템의 개념이 전혀 없어서 전투 도중 생명(HP)와 기술(MP)를 회복하려면 전투 맵 어딘가에 있는 ‘마법진’에 올라가 ‘회복’ 커맨드를 사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주인공인 ‘아크’는 병과 전직이 가능해진 이후에는 일반 유니트와 똑같은 병과로 바뀌지만, 그 전까지는 ‘경관’이라는 고유한 클래스로 나온다. 차원이동하기 전의 신분이 국제 경찰 기구 경찰이라서, 차원이동한 후의 클래스가 ‘경관’인 것이다.

이름은 ‘아크’인데 유니트 조형은 검은 빗자루 머리에 서클렛을 낀 게 ‘드래곤 퀘스트 3’의 용사 주인공과 똑 닮아서 파랜드 스토리+드래곤 퀘스트 같은 느낌을 주는데. 정작 스토리 진행 중에 나오는 캐릭터 성격은 되게 까칠하고, 대사가 너무 거칠어서 경관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라서 오히려 존재감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 온 경관이라서 아무런 능력도 검증하지 못했는데 대뜸 이세계 왕국의 사령관으로 임명되어 군을 이끌고 싸우는데, 적들을 향해 폭언을 퍼붓는 건 물론이고. 병사들을 거칠게 다루는가 하면, 마음에 안 들고 의심이 든다며 사람을 함부로 죽이고. 현실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쿠데타에 동참하기까지 해서 진짜 주인공이 주인공 같지가 않다.

주인공인데 막 적을 능지처참하겠다고 협박하는 거 보면 진짜 이거 대사 스크립트를 무슨 생각으로 짠 건지 알 수가 없다. 아니, 그보다 이걸 여과 없이 그대로 번역한 한글판이 더 놀랍다.

스테이지가 무려 29개나 되지만, 스토리가 진짜 별게 없고. 주인공인 아크 이외에 다른 캐릭터는 존재감은 물론이고 스토리상의 비중도, 대사 지분도 거의 없기 때문에 볼거리가 없다.

스토리와 캐릭터 대사 스크립트가 좀 엉망진창이라서 한글로 번역됐음에도 불구하고, 뭔 내용인지 알아먹기 좀 힘든 구석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 주인공 성격까지 더러우니 스토리에 몰입이 안 된다.

거기다 줄거리대로라면 사이버 교단의 교주 ‘존’을 물리치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 되었어야 했는데.. 정작 게임 내에서는 존과의 상호 대화 스크립트 한 줄 나오지 않고. 자신을 사령관으로 임명해 준 ‘시몬’ 국왕과 그의 동생 ‘시가’ 공작의 알력 다툼에 휘말려서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시가 공작이 첫 등장했을 때 자기 친형이자 국왕인 시몬한테 독침을 날려 암살해주면 현실 세계로 돌아가게 해주겠다는 말을,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들어주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이거 진짜 시나리오를 제정신으로 쓴 것 같지 않다.

실제로 시몬 왕이 사건의 흑막인 것도 아니고, 오히려 시가 공작이 주인공이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왕국의 보물을 훔쳐 달아나서 그거 가지고 딜을 거는 상황이고. 그걸 승낙한 주인공이 엔딩에서 시몬 왕 시해 사건에 가담하는 것이라, 주인공을 무조건 믿고 군을 맡긴 시몬 왕은 완전 뒤통수 맞은 격이라서 엔딩이 미처 돌아간다.

엔딩 내용이 워낙 막장스럽다 보니 보통 사람한테는 허무하게 느껴지고, 심지어 숨겨진 엔딩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해서, 게임을 시작할 때 최고 난이도인 ‘생사불명’을 골라서 플레이하면 진 엔딩이 나온다는 루머가 있는데. 실제로는 그런 거 전혀 없다. 그냥 게임 난이도만 존나게 올라갈 뿐. 엔딩은 하나뿐이다.

애초에 주인공이 남은 거칠고 막 대하면서 이세계에 온 뒤 다른 사람한테 이용만 당한다며 징징거리며 자기 연민에 빠진 채. 작중에서 벌인 막장 행동을 정당화하는데. 동료라고 할 만한 캐릭터가 단 한 명도 없어서 옆에서 뜯어말리지도 못하니 숨겨진 엔딩 같은 게 나올 건덕지가 없는 것이다.

대만 RPG 게임 중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뭔지 묻는다면 이 게임을 바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은 비추천. 파랜드 스토리, 천사제국, 랑그릿사, 파이어 엠블렘 등 유명 SRPG 게임의 요소를 짜깁기해서 게임의 독창성이 떨어지고. 병과의 종류가 다양하고 지원, 포위, 지형에 의한 공방 보정 효과 등으로 전략적인 플레이가 요구될 것 같지만 유니트의 성능 편차치가 심한 데다가, 레벨과 능력치에 관한 버그와 거지 같은 레벨 디자인으로 인해 게임 플레이는 늘어지고 게임 난이도는 쓸데 없이 높은 상황에, 동료 캐릭터의 부재와 주인공의 개차반 성격, 막장 스토리가 안 좋은 의미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최악의 시나리오를 자랑하게 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나무 위키에는 GAME BOX(게임박스)에서 만들었다고 잘못된 정보가 적혀 있는데. 게임박스는 국내에서 유통을 맡은 곳이고 본작의 한글화를 한 곳이다. 엔딩 스텝롤 마지막에 게임박스 코리아에서 한글화를 맡았다고 분명히 나오고. 그 뒤 게임 종료 후 DOS로 빠져나간 뒤 1994년에 본작을 만든 곳이‘ YOKI’라는 영문 메시지가 뜬다.


덧글

  • 機動殲滅艦 2021/06/15 12:33 # 답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제 기억이 맞다면 패키지 하나에 4가지 게임을 번들식으로 묶어서 파는 걸 아버지가 사오셨는데, 그 중에 이 용사제국도 들어있었습니다. 저는 좀 어렵게 느껴져서 별로 하지는 않았는데, 아버지랑 동생이 좋아해서 열심히 하더군요... 다만 역시 어려워서 그랬는지, 중도에 그만두기는 했지만.
    저는 같이 샀던 게임 중에 왠 비쥬얼 노블 장르 게임이 있었는데, 그게 꽤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워낙 루트 별 시나리오가 짧은 게임이라서 대충 선택을 해도 금방 그 루트의 엔딩이 나오는 등 볼륨은 작았지만. 다만 어떤 조건을 만족시켰더니 꽤 긴 루트가 나왔던걸로 기억하는데, 게임 오버 되고나서는, 다시는 그 루트를 찾지 못했고, 이제 와서는 게임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입니다...;;
  • 시몬벨 2021/06/16 00:11 # 삭제

    아 그거 짐작가는 게임이 하나 있는데...
    혹시 이거 아닌가요? 잠뿌리님이 리뷰하신 링크 입니다

    http://jampuri.egloos.com/3750427
  • 機動殲滅艦 2021/06/16 08:25 #

    우왓... 네, 이 게임이 맞습니다.
    사실 잠뿌리님 블로그를 방문하면서, 이 게임도 혹시 있나해서 찾아봤지만 찾지못한탓에, 혹시나 앞으로 이 게임에 대해서도 다뤄주시지 않을까 하고 있었는데, 이미 10년전에 다루셨던 게임이었군요...
  • 시몬벨 2021/06/16 23:41 # 삭제

    저도 예전부터 맘에 들었던 게임이라서 언젠가 해봐야할텐데 생각만 하고 아직도 손을 못대고 있네요. 왜 이렇게 바쁜지...
  • 잠뿌리 2021/06/16 23:57 #

    아스는 예전에 리뷰한 게임인데, 10년 전쯤 리뷰도 요즘 양식에 맞춰 다시 쓰고 있어서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리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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