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삼국지연의 98 (1998) 2021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8년에 ‘연합시스템(주)’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만든 국산 삼국지 게임.

내용은 중국 전한-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해서 군웅들이 전쟁을 하는 이야기다.

제목만 보면 대만의 소프트월드에서 나온 ‘삼국연의’ 시리즈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것과 상관이 없는 국산 삼국지 게임이다. 그쪽은 ‘삼국연의’고 이쪽은 ‘삼국지연의’다.

본래 삼국지 전략 게임은 일본, 대만에서 주로 만들고, 한국에서는 고구려, 신라, 백제 등 삼국사기를 소재로 한 전략 게임을 만들어서, 한국에서 만든 중국 삼국지 전략 게임이란 게 의외로 보기 드문 케이스다. (삼국지 천명 시리즈 같은 건 SF 배경의 RTS 게임이라서 역사 시뮬레이션하고는 거리가 멀어서 논외다)

타이틀 화면에서 ‘이 게임은..’ 항목은 게임 스텝을 소개하는 내용인데. 구성이 되게 독특하다. 그게 게임 내 장수 일기토 연전이 나오는데. 하후연, 하후돈, 서황, 장합, 방덕, 허저, 마초, 조운, 관우, 장비 등등. 삼국지의 네임드 용장들과 게임 스텝 이름과 포트레이트를 사용한 가상의 장수들이 일기토를 벌이고, 여기서 가상의 장수들이 패배하면 자신이 게임의 어느 부분을 담당했다고 밝히고, 썰렁한 개그를 하거나, 게임 회사로서의 광고를 하는 방식이다.

게임 시나리오는 ‘동탁 낙양에 입성하다’, ‘유비 서주를 얻다’, ‘관도대전’, ‘조조 북방을 평정하다’, ‘적벽대전’, ‘한중공방전’의 6개가 있다. 한중공방전의 승리로 유비가 한중왕으로 즉위하면서 위, 촉, 오 삼국이 정립된 직후까지만 다루고 있다.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가 게임 패키지 타이틀 일러스트를 장식하고. 오프닝 영상에서도 주인공처럼 등장하는데. 그래서 삼형제 모두 살아 있고, 인생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한중공방전까지만 나오는 것 같다.

반대로 삼국지 후기 시나리오는 전혀 다루지 않아서 제갈량, 사마의 등은 좀 묻힌 느낌이다.

시나리오별 선태 군주 중에 좀 특이할 만한 건 시나리오 1에서는 ‘장막’, ‘장초’, 시나리오 2에서는 ‘화흠’, ‘황조’ 등. 기존의 삼국지에서 장수로만 등장했던 인물들이 군주로 나오는 것이고. 적벽대전과 한중공방전 시나리오에서 남만왕 ‘맹획’이 독립 세력으로 나온다는 거다.

장막, 장초는 형제라서 엄밀히 말하자면 같은 세력에 소속시켜 등장해야 하는데. 본작에선 장막은 진류, 장초는 광릉에서 군주로 나온다.

황조는 삼국지 정사에서 유표의 밑에서 강하 태수를 지냈지만, 영향력과 세력이 막강해 독립 군벌로 보는 시각이 있어서 군주로 나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 건 아닌데. ‘화흠’은 도대체 왜 군주로 나온 건지 알 수가 없다.

맹획은 보통, 유선이 즉위한 후 삼국 시대에 독립 세력으로 나오는데. 본작에서는 등장 시기가 한참 앞당겨져서 유비 입촉은커녕 유장이 성도를 다스리고 있을 때 나온다.

시나리오를 골라서 게임을 시작하면, 군주를 고르는데. 군주 선택의 제한이 없어서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모든 군주를 다 선택해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도 있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 같은 턴제라서 플레이어가 돌아가면서 플레이하면 된다.

게임 메인 화면에서 좌측 상단에 플레이어 세력의 정보와 커맨드가 뜨는데. ‘예산’, ‘옵션’, ‘휴양’, ‘보고’, ‘외교’, ‘수도’, ‘지도’, ‘성’, ‘군단’, ‘장군’을 선택할 수 있고, ‘병사’, ‘금’, ‘쌀’ 등이 상시 표시된다.

‘예산’은 성 이름, 군단 명칭, 세금 수입, 쌀 수확량, 군 유지비, 장수 급료, 쌀 소비량, 현재자금, 현재식량의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표다.

‘옵션’은 ‘애니메이션’, ‘메시지 속도’, ‘음악/효과음 볼륨’ 등을 조정하고 게임 세이브, 게임 종료를 할 수 있는데. 무슨 이유인지 게임 로드는 지원하지 않는다. 게임을 로드하려면 게임을 종료한 뒤, 게임을 다시 켠 다음 타이틀 화면에서 로드해야 한다.
‘보고’는 군사로 임명한 장수의 조언을 듣는 것인데 별 효과도 없고. 한 턴에 한 번 밖에 사용할 수 없다.

‘외교’는 ‘동맹맺기’, ‘동맹파기’, ‘불가침맺기’, ‘불가침파기’, ‘포로교환’, ‘항복권고’, ‘전쟁선언’, ‘휴전요청’, ‘외교관계보기’, ‘파병강요’, ‘파병요청’, ‘취소’ 커맨드를 지원한다.

외교 커맨드를 실행할 수 있는 장수는 군주 이외에 모사 계열의 캐릭터 뿐이고. 한 턴에 한 번 밖에 못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실행해야 한다.

외교 커맨드 중 다른 건 둘째치고 ‘전쟁선언’이 있는 게 좀 특이하긴 한데, 이건 사실 선전 포고의 의미만 있다. 굳이 전쟁선언을 하지 않아도 전략 맵에서 장수가 이동을 할 때 다른 나라와 가까워지거나, 혹은 그 나라를 거쳐서 목표 지점으로 이동할 때, 상대국의 진로를 막느냐 마느냐 선택지가 떠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수도’는 현재 플레이어 세력에서 군주가 위치한 땅을 확인. ‘지도’는 게임 내 전체 맵 활성화. 성, 군단, 장군은 각각의 정보 확인 및 내정, 군사 커맨드를 실행할 수 있다.

‘성’은 민충, 상업, 공업, 농업, 치수의 5가지 수치에, 인구가 따로 표시되어 있고. 군사는 예비군으로 기본 편성되어 훈련, 사기 수치를 가지고 있다.

성을 클릭 후, ‘내정’을 클릭하면 10일 간의 내정 활동을 정할 수 있는데. ‘금’, ‘상업’, ‘공업’, ‘홍수(치수)’, ‘농업’, ‘군대(병력)’, ‘활’, ‘화살’, ‘말’ 등의 수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내정 활동 화면 밑에 ‘물자교환’은 금, 쌀, 병사의 3가지 수치를 성과 군단 사이에서 교환하는 것으로. 쉽게 말하자면 성에 남겨둘 물자와 군대로 편성해서 나눠줄 물자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군단(군대) 편성은 기본적으로 ‘병사’를 편성하고, ‘금’, ‘쌀’의 보유량만 결정한 뒤. ‘활’, ‘화살’, ‘말’의 소지 수에 따라 전투 때 궁시, 급습을 사용할 수 있다.

부대를 이끄는 ‘대장’을 1명 고르고, 그 대장의 부대에 속하게 될 ‘모사(최대 4명)’, ‘장수(최대 10명)’, ‘군사’, ‘호위’, ‘보급’ 각각 1명씩 총 3명을 넣을 수 있는데. 이렇게 하면 하나의 부대에 무려 18명의 장수를 넣을 수 있으며, 편성 가능한 병력의 최대치는 10만 단위가 가뿐히 넘어서 한중공방전 시나리오 시작 때 조조군 부대 1개만 해도 30만명이나 해서 병력의 단순 수치상으로는 백만 대군의 전투가 가능하다.

장수 등용은 좀 번거롭다. 각 세력이 자기 턴이 돌아왔을 때 소속 장수 중 한 명이 ‘아군 부근에 인재가 있습니다’라는 대사를 날리는데. 이때 그 장수가 소속된 성 근처에 재야 장수가 있다는 말이며, 운이 좋으면 장수가 직접 재야 장수를 발견해 등용을 시도하거나, 그 장수가 자발적으로 아군에 임관할 때도 있다.

근데 보통은, 성 근처에 장수를 파견해 직접 장수 등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장수 수색 및 등용을 커맨드 몇 개 눌러서 간단히 할 수 없으며, 장수를 찾아내고 등용하는 것도 다 랜덤으로 결정이 되니 장수 확보에 애로사항이 꽃핀다.

장수의 능력치는 ‘통솔’, ‘성실’, ‘무력’, ‘기마’, ‘매력’, ‘자비’, ‘검술’, ‘궁술’, ‘정치’, ‘용맹’, ‘창술’, ‘병법’, ‘지식’, ‘모략’, ‘결단’, ‘독심’, ‘들전’, ‘산전’, ‘수전’, ‘성전’ 등등. 무려 20가지나 있다.

특이하게 각각의 수치가 숫자로 표기되는 게 아니라 ‘수우미양가’로 표기되고 네임드급 장수들은 여기에 +, -가 붙는 것 정도다.

삼국지연의에 이름을 남긴 장수들은 능력치의 편차치가 크지 않아서, 유명한 일기토에서 네임드 장수한테 썰려 나간 B급 이하 장수들도 무력이 ‘수’를 찍는다. 네임드 장수의 무력이 ‘수+’인 걸 생각해 보면 수치 차이가 크지는 않다.

하지만 반대로 삼국지연의에 나오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이름없는 잡무장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능력치가 바닥을 기어서 사용하기 좀 어려운 감이 있다.

장수와 부대의 이동은 이동 커맨드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자기 턴이 돌아왔을 때 성을 중심으로 해서 6방향의 노란색 화살표가 표시되는데. 이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클릭하면 빨간색의 화살표가 뜨고, 그게 곧 장수/부대의 이동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자면 장수/부대를 성 밖으로 끄집어낸 다음에 재야 장수를 등용하든, 성과 성 사이를 이동하든, 전투를 하든 다 된다는 거다.

코에이의 ‘겐페이 전쟁(1994)’ 스타일인데. 거기선 그래도 전략 맵으로 끄집어낸 부대가 거점과 거점 사이를 이동할 때 이동 구간을 점으로 표시해서 알아보기 편한 반면. 본작에는 그런 표시가 일절 없어서 전략 맵에서 눈 짐작으로 부대를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전투 화면은 탑 뷰 시점의 사각진 맵 디자인이 코에이의 ‘삼국지 영걸전(1995)’ 같은 느낌인데, 전투 시스템 자체는 오히려 ‘삼국지 4(1994)’에 가깝다. (예를 들어 낙석 같이 돌 굴리는 공격)

기본은 턴제 전투로 전투 시작 때 부대 배치를 수동으로 할 수 없고, 부대 이동은 전략 맵에서의 이동처럼 6방향의 화살표 방향키에 따라서 이동 방향을 2번 지정해서 ‘명령끝(턴 종료)’를 눌러서 실행하는 방식이다.

부대에 직접 명령을 내리는 건 마우스 커서를 부대에 가져다 대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군단명령’ 메뉴가 활성화되는데. 여기서 ‘공격’, ‘병법’, ‘군대분리’, ‘취침’, ‘보기’, ‘계략’, ‘이동취소’, ‘취소’를 선택할 수 있다. (부대 이동 및 행동을 취소할 때도 일일이 취소 메뉴를 클릭해줘야 한다. 보통은 마우스 오른쪽 버튼이나 ESC키를 누르면 취소 시킬 수 있는데...)

공격은 ‘보통(일반 공격)’, ‘일제(동시 공격)’, ‘돌격’, ‘궁시(활/화살 보유시)’, ‘급습(말 보유시)’을 실행할 수 있는데. 장수 간의 일기토는 ‘돌격’을 실행했을 때 랜덤의 확률로 발생한다.

일기토 출전 장수는 절대 수동 설정할 수 없고, 일기토 성사율이 100%라서 거절하는 선택지 자체도 없다. 그래서 쓰러지면 게임 끝인 군주가 직접 일기토에 나서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예를 들어 맹획 같은 경우)

일기토 연출은 고정된 화면 안에서 두 명의 장수들이 말을 몰아 나선을 그리며 한 바퀴 빙빙 돌면서 싸운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에 나온 일기토가 보통 사이드 뷰, 또는 쿼터 뷰 시점에 정면 직선 방향으로 딱 고정되어 있던 걸 생각해 보면 꽤 신선한 부분이다.

공격을 할 때 각 부대의 장수들이 전장을 휘젓는 애니메이션이 나오는데. 이때 장수 이름 아래 뜬 숫자가 전투 경험치다.

병법은 ‘낙석’, ‘화계’, ‘요새화’, ‘혼란’, ‘도발’, ‘매복’, ‘격려’, ‘결사’. 계략은 ‘함정’, ‘수공’, ‘짚단’, ‘위병’, ‘허보’, ‘설득’, 보급차단‘, 퇴로차단’을 실행할 수 있다.

전투의 문제는 병력 상한치가 10만 단위를 넘는데, 훈련과 사기를 최대치까지 끌어 올려도 한 번의 공방에서 벌어지는 평균 피해 수치가 100단위라서 평균 10만 단위의 전투가 벌어지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성이 있고, 성벽 안쪽으로 성채가 있는데 성채를 점령해도 전투가 끝나지 않고. 적 부대의 대장을 사로잡거나, 적 부대를 전멸시켜야 전투가 끝나는 관계로 전투 템포가 밑도 끝도 없이 늘어진다.

그리고 성의 성벽/축성의 개념이 없어서 그런지 성벽 자체도 존재하지 않아서, 공성병기도 안 나오고. 공격 측이든, 수비 측이든 간에 아무런 조건 없이 성벽을 일반 필드처럼 한 번에 넘어갈 수 있어서 성시의 의미가 없어진다. 버그인지, 아니면 성 방어 개념을 구현하지 않은 건지 당최 모르겠다.

결론은 미묘. 장수 등용, 장수 이동, 전투 등등. 게임 내 주요 행동 커맨드와 관련된 게임 인터페이스가 너무 불편하고, 병사 상한치의 제한이 거의 없는 것에 비해 병력 줄어드는 속도가 느려서 전투 플레이가 늘어져서 게임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장수 능력치를 수우미양가로 표기한 것부터 시작해 일기토 때 나선을 그리며 부딪치는 연출과 전투 때 공격을 하면 부대에 속한 장수 하나하나를 보여주면서 전장을 휘젓는 애니메이션 컷 등이 인상적이고. 하나의 군단에 최대 18명의 장수를 집어넣어 문자 그대로 부대를 넘어선 군단을 만들 수 있는 게 기억에 남아 신선한 구석도 있으며, 무엇보다 한국에서 만든 중국 삼국지 전략 게임은 보기 드물어서 유니크한 점도 있어 컬트적인 구석이 있는 게임이다.


덧글

  • RNarsis 2021/05/06 21:17 # 답글

    화흠도 정사에선 강동의 예장태수로, 나름 손책 강동평정 마지막 상대에 해당하는 위치였습니다. 별 저항없이 항복해서 나름 손님 취급을 받다가 조조가 부르자, 손책이 헌납했죠.
  • 잠뿌리 2021/05/08 11:22 #

    예장 태수 시절에 손책하고 싸우지 않고 항복해서 태수 시절이 부각되지 않았는데 동탁의 난 시나리오에서 군주로 등장한 건 삼국지 관련 게임 중에 처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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