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프로스트 (Jack Frost.1979) 2020년 애니메이션




1979년에 ‘아서 랭킨 주니어’, ‘줄스 배스’ 감독이 만든 TV용 판타지 애니메이션. 두 감독은 1977년에 만든 ‘더 호빗’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내용은 눈의 정령 ‘잭 프로스트’는 매년 겨울이 되면 세상에 눈을 뿌리고 다니는데 인간이 자신을 볼 수 없어서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없는 것에 화가 났지만, 마을 처녀 ‘엘리사’를 보고 사랑에 빠져서 인간이 되어 엘리사와 맺어지고자 했으나, 엘리사의 소꿉친구이자 늠름한 기사로 성장한 ‘라베넬 라이트펠로우’이라는 연적이 나타나고. 또 외딴 성에 사는 욕심 많은 ‘쿠블라 크라우스’까지 엘리사한테 눈독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만 보면 딱, 인간이 되고 싶어했던 정령의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 이야기가 연상되고. 실제 본편 내용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데.. 메인 스토리가 온전히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약간 좀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게 잭 프로스트가 엘리사한테 반해서 인간이 되긴 했는데, 엘리사는 잭 프로스트한테 친구 이상의 관심은 없고. 오히려 소꿉 친구인 ‘라벤널’과 재회한 이후 그에게 꽂혀서 착실하게 연애 단계를 밟으며 연인 관계가 발전하기 때문에 잭 프로스트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악당 포지션인 ‘코작’이 엘리사한테 반해서 엘리사를 납치하고, 라벤넬이 엘리사를 구하러 가는 씬만 해도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에 제 3자인 잭 프로스트가 끼어드는 구도라서 뭔가 좀 애매하다.

잭 프로스트가 하는 일은 엘리사를 짝사랑하다가 실연 당하고, 결국 정령으로 되돌아가 본업에 복귀하는 것이라 그걸 슬픈 사랑 이야기의 포인트로 삼은 것 같지만.. 앞서 말한 듯 주인공인데 겉도는 느낌 때문에 감정 몰입이 잘 안 된다.

이게 잭 프로스트와 엘리사의 관계를 밀도 있게 묘사한 게 아니라, 정령인 잭 프로스트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것에 대한 동기 부여로만 쓰여서 그런 것 같다.

그 때문에 잭 프로스트가 인간이 된 이후에 재단사가 되어 마을에 정착하지만. 정작 남녀 주인공으로서 엘리사와의 관계를 진전시키지 못했고, 그러는 시도를 하기도 전에 연적인 라벤넬이 등장해서 제대로 된 러브 스토리가 되지 못한 것이다.

안데르센의 ‘인어 공주’ 원작 동화가 생각나는데. 인어 공주가 인간 왕자를 보고 사랑에 빠져서 인간이 됐지만, 왕자와의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비극으로 끝나는 게. 본작과 스토리의 기본 골자는 같다.

다만, 본작은 잭 프로스트가 아무런 패널티 없이 정령의 본 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악당 코작을 제압해서 엘리사와 라베넬이 무사히 맺어지게 해주었으며, 엘리사가 잭 프로스트의 존재를 기억해주며 눈물 흘리는 장면을 넣어서 완전한 해피 엔딩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여운이 남는 굿 엔딩으로 끝났기 때문에 그 부분은 좋았다.

비주얼적인 부분을 보자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작중에 쓰인 캐릭터 모형이 수제 인형인데 표정과 행동이 다양하고. 마을과 성 등의 건물과 물건들은 둘째치고 눈, 얼음, 구름 등의 자연물 같은 것도 전부 모형으로 만들어 넣어서 엄청 디테일하다.

잭 프로스트와 같은 겨울과 눈의 정령들이 구름 위에 모여 사는 ‘윈터 클라우드’, 잭 프로스트가 마법을 사용해 입김을 불 때 눈보라가 치는 것 등등. 판타지적인 묘사도 볼만하다.

악당인 ‘쿠블라 크라우스’도 꽤 기억에 남는다. 외딴 성에서 살면서 기계로 만든 말을 타고 기계 원숭이, 기계 병사들을 수하로 부리는 게 인상적이다. 거기다 잭 프로스트는 잉글랜드의 전승에 나오는 겨울과 서리의 요정인데, 쿠블라 크루우스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소수 민족 코삭이라서 잉글랜드 VS 러시아 대결 구도를 이루는 게 뭔가 노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 재미있는 게 성우 캐스팅인데, 쿠블라 크라우스의 더빙을 맡은 ‘폴 프리즈’가 작중 윈터 클라우드에 사는 겨울 정령들의 아버지적인 존재인 ‘파더 윈터’의 더빙을 맡았다는 거다.

클라이막스 씬에서 쿠블라 크라우스에게 막타를 치는 게 파더 윈터인데 두 캐릭터 다 1명의 성우가 더빙을 했다는 게 재미있으며, 그 폴 프리즈가 본작으로부터 3년 전에 나온 ‘한겨울의 원더랜드(Frosty's Winter Wonderland.1976)’에서는 ‘잭 프로스트’ 성우를 맡았다는 게 흥미롭다.

같은 제작사, 같은 감독들이 만든 작품이라서 캐릭터 복장은 동일한데, 캐릭터 자체의 디자인은 꽤 다르다. 그도 그럴 게 한겨울의 원더랜드에서는 잭 프로스트가 눈사람인 프로스티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걸 보고 질투해서 사고를 치는 악역으로 나와서 그렇다. (국내판에서는 겨울의 동장군으로 변역됐다)

결론은 추천작. 스토리의 기본 골자가 정령 주인공과 인간 히로인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인데, 캐릭터 구도상 진짜 남녀 주인공 커플은 따로 있어서 주인공 혼자 겉도는 느낌이 들어 몰입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지만, 비주얼의 관점에서 보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서 캐릭터, 배경, 소품, 연출 등 여러 가지 부분을 디테일하게 잘 만들어 볼거리는 풍부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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