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에 ‘리틀풋 소프트웨어’에서 개발, ‘코가 유통 주식회사(KOGA)’에서 윈도우 95용으로 발매한 국산 RTS 게임. 원제는 '일몰'인데 인게임 타이틀 화면에는 영제인 'SUNSET'만 적혀 있다.
내용은 북한의 불안정한 정세를 심각하게 판단한 한국 정보의 요청에 따라 한국, 미국, 일본의 3국으로 구성된 해상 합동 훈련이 진행됐는데. 이때 일본 군부 내에서 세력 확장에 나선 군국주의 세력이 한미일 연합 합동 훈련을 이용해 한반도를 침공할 계획을 세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프닝 영상은 해상 합동 훈련 3D 영상이지만 바다 위에서 함선만 보인 채 끝나고 줄거리 설명 한 줄 없어서 무슨 내용인지 당최 알 수가 없고, 엔딩 영상은 타이틀의 ‘일몰’과 함께 엔딩 스텝롤을 보여주면서 끝나기 때문에 더욱 더 알 수가 없다.
그나마 게임 내 미션 시작 전에 미션 내용에 관한 한글 설명이 들어가서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긴 한데, 그게 오프닝과 엔딩과는 또 전혀 다른 것들이라서 게임 줄거리는 게임 안이 아닌 밖에서 확인해야 한다.
게임 패키지에 동봉된 매뉴얼을 읽어야 한다는 거다. (심지어 게임 잡지에 실린 광고에도 게임 줄거리는 나오지 않는다. 단순히 ‘당신의 뛰어난 전략 전술로 첨단 인공지능으로 조종되는 침략자를 응징하라!’라는 문구만 나온다)
본작은 보병 유니트 컨트롤을 기본으로 해서 싸우고 전차 등의 이동 기구를 타면서 적군과 싸우는 게 게임 플레이의 기본이라서 비주얼만 보면 센시블 소프트웨어의 ’캐논 포더(Cannon Fodder.1993)‘를 떠올리는 사람도 많은데 실제로는 전혀 다르다.
조작 방식과 플레이 감각이 RTS 게임이라서 웨스트 우드의 ‘커맨드 앤 컨커(Command & Conquer.1995)의 영향을 받았다.
정확히는, ’커맨드 앤 컨커‘에서 생산 개념을 빼고 육상 유니트의 전투만 남겨 놓은 느낌이다.
플레이어가 조종 가능한 유니트는 ’보병‘, ’포병‘, ’저격병‘, ’수색대‘, ’무전병‘의 다섯 종류가 있고. 이동 기구로는 ’보트‘, ’전차‘, ’장갑차‘, ’트럭‘ 등에 탑승할 수 있다.
유니트 행동 커맨드는 ’공격‘, ’방어‘, ’이동‘의 3가지가 공통적이고. 유니트별 특수 커맨드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보병은 지뢰를 설치할 수 있는 ’지뢰 작업‘, 저격병은 ’폭약 설치‘, 수색대는 설치된 지뢰를 찾아내는 ’지뢰 탐색‘, 무전병은 지정한 위치에 폭격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외부 지원‘ 커맨드를 사용할 수 있다. (포병은 화력이 높은 미사일을 쏠 수 있지만 대신 특수 커맨드가 없다)
보트, 전차, 장갑차 등은 최대 4명의 유니트를 태울 수 있지만 공격 기능이 없고. 전차는 공격 기능이 있는 대신 2명 밖에 못 태운다. 그래서 이동 기구가 나오는 미션에서 이동 기구가 태우지 못하고 남은 유니트는 걸어다녀야 된다.
게임 광고에 적힌 게임 특징 중, ‘고도의 인공지능을 이용한 뛰어난 전략성’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건 사실 난이도가 높다는 걸 포장한 느낌의 말이다.
실제로는 인공지능의 수준 자체가 대단히 높아서 난이도가 올라갔기 보다는, 기본적인 게임 환경이 플레이어보다 CPU가 조종하는 적군이 훨씬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난이도가 어렵다.
게임 내 모든 미션에서 플레이어의 전력은 병력 수가 딱 정해져 있어서 그보다 더 늘어나지 않는다. 기존의 RTS 게임에서 생산 개념을 뺀 것뿐만이 아니라 병력 보급이나 부상병의 치료 요소 같은 것도 전혀 없다.
그런데 적군은 무조건 플레이어의 병력보다 훨씬 많이 나오고. 미션이 넘어갈수록 그 수가 점점 불어나는데 처음에는 2~3배 정도 됐다가, 거의 최종 스테이지에 도달할 때쯤에는 5~6배로 늘어나서 약 20여명의 병력으로 120여명의 적 병사와 싸워야 할 정도다.
미션을 시작했을 때 전장을 가리는 검은 안개인 ‘워포그’가 존재하지 않고 처음부터 맵 전체가 밝혀져 있지만, 그 맵 어디에 적이 있는지는 전혀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맵상에 아무 것도 없는데 막상 병력을 움직여 해당 지역으로 이동하면 ‘적이 나타났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적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다.
적들이 아군 부대와 교전하기 전에는 맵에 절대 표시되지 않아서 암묵적으로 ‘매복’ 상태를 깔고 있고, 출현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 만큼. 맵 안에 있는 엄폐물 뒤에 숨거나, 감시탑에 들어간 상태로 플레이어의 병력이 다가오면 일제 사격을 가하는 상황에 머릿수마저 많은 상황인 거다.
미션의 목적이 적 전멸만 있는 게 아니라 건물 및 교량 파괴, 인질 구출, 적 사령관 사살, 탈출 등이 있긴 하지만, 수많은 적들이 맵 곳곳에 흩어지듯 배치되어 있으니 눈치껏 교전을 피해 다니기 어렵다.
애초에 미션 목표 설명은 나오지만, 현재 맵상에 어디에 뭐가 있고, 어디로 가서 뭘 해야하는지 명확히 알려주지 않아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접근해야 하니 총체적 난국이다.
게다다 아군 유니트는 이동 중에 적의 공격을 받으면 바로 응사하지 않고. 이동을 멈춘 후에 공격하는 습성이 있고. 또 포병이 미사일을 쏘는 건 바로 보이지만, 보병이 총을 쏠 때는 총알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전혀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서 이쪽에서 총을 쏴서 맞춰도 제대로 맞고 있는 건지 확인하기 어려워서 전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그냥 총소리와 함께 생명력이 쭉쭉 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피투성이 시체로 변하더니 ‘아군 병사가 죽었습니다.’ ‘적군 병사를 사살했습니다.’ ‘아군/적군 병력이 몇 명 남았습니다.’ 이런 안내 메시지가 뜰 때 그걸 보고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마우스 커서로 유니트를 꼭 클릭해야, 해당 유니트의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는데. 교전이 벌어진 상황이라면 남은 생명력 확인하기도 전에 죽어 버린다.
유니트를 전체 클릭해서 부대 단위로 움직일 때는 ‘그룹’으로 표기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어서 유니트가 개별적으로 어떤 상태인지 볼 수 없으니 RTS 게임 컨트롤에 자신있는 사람이 플레이해도 뒷목 잡고 쓰러질 것 같다.
게임 그래픽 쪽으로 넘어가자면, 그래픽 해상도는 640x480이라 당시 기준에서는 높은 편이지만, 해상도 높은 것과 별개로 인게임 그래픽 자체는 별로 좋지 못하다.
줄거리에는 해상 합동 훈련이 나오는데 실제 인게임에서는 모든 맵이 정글 같은 지형만 나오고. 병사 유니트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좀 알아보기 힘들다.
실사를 이용한 사실적인 캐릭터 디자인이 어쩌고 하는 게임 특징도 말도 안 되는 게. 게임 내 유니트는 고유한 이름과 설정이 있는 독립적인 캐릭터들이 아니라, 보병, 포병, 저격병 등등의 병종으로 분류된 군인들이라서 캐릭터 디자인이 들어가고 말고 할 것도 없어서 그렇다.
심지어 아군과 적군의 병사 포트레이트(인물 초상)를 다 똑같은 걸 쓰고 있기까지 하다.
그밖에 게임 옵션 기능도 부실하다. 게임 설정에서 변경 가능한 건 ‘음악’, ‘효과음’, ‘속도(게임 플레이 속도)’ 조정밖에 없다.
결론은 비추천. 육상 유니트만 조종하는 RTS 게임이란 게 특공대 게임 같은 느낌을 줘서 컨셉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생산 개념이 없는 거야 그렇다 쳐도. 보급 개념도 없이 미션마다 딱 정해진 수의 병력만 운용해야 하는데. 항상 아군보다 3~6배 많은 적군을 상대해야 하고, 인게임에서 직접 교전하기 전까지 적군이 맵에 표시되지 않는 것과 아군 유니트는 이동 중 응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 적군은 미리 배치된 장소에서 일점사를 가하는 것 등등. 게임 플레이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쓸데없이 높은 난이도 때문에 온전한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에는 치트키가 있다. 각 미션마다 특정 키를 누르면 자동 클리어된 상태에서 다음 미션으로 넘어간다. F9키부터 F12키까지. 총 4개의 키가 각각의 미션에서 치트키로 적용된다. 정확한 키를 모르면 F9키부터 F12까지 하나하나 눌러보면 된다.
덧붙여 이 작품은 리틀풋 스튜디오의 첫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리틀풋 스튜디오는 이 작품 1개 출시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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