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야가: 숲의 악령 (Baba Yaga: Terror of the Dark Forest.2020) 2021년 개봉 영화




2020년에 ‘스트야토슬라브 포그가에브스키’ 감독이 만든 러시아산 판타지 호러 영화. 한국에서는 2021년 2월에 개봉했다.

내용은 아버지와 새어머니 ‘쥴리아’, 이복 여동생 ‘바랴’와 함께 대도시 외곽에 있는 새 아파트로 이사한 ‘이고르’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혼자 겉돌아 가족들과 갈등을 빚고 있던 중. 어느날 부모님이 새로 고용한 베이비 시터 ‘타티아나’가 조우했는데. 그녀가 실은 어린 아기를 유괴하여 영혼을 흡수하는 고대 슬라브의 악령 ‘바바야가’의 하수인인 반인반조 ‘나브스’라서. 아직 갓난아기인 바랴가 납치당하고, 부모님이 바랴의 존재를 잊어 버리는 기억 조작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해, 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여자 아이 ‘다샤’와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 ‘안톤’과 함께 동생을 찾아 숲으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마녀의 하수인에게 납치 당한 여동생을 구하러 가는 소년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라서 어린 시절의 모험담을 그린 쥬브나일 어드벤처 느낌이 살짝 드는데. 사람을 해치는 마녀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고 호러 색체가 짙어서 다크 판타지도 가미되어 있다.

스티븐 킹의 ‘그것’과 같은 스타일인데 스케일은 그보다 한참 작고 배경도 집과 숲으로 한정되어 있어 극히 좁긴 하지만, 주인공이 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던 히로인과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과 파티를 맺어 사건을 해결하러 나서고, 그 과정에서 가족 간의 갈등 관계를 해결하며 정신적으로 성장을 하기 때문에 성장 드라마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은 갖췄다.

악당들이 사람의 기억을 냄새로 맡아 추적을 하고, 붙잡아간 사람의 가족이, 잡혀간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면 그 사람이 소멸하게 되는데. 그 때문에 잡혀간 사람과의 가장 밝은 기억을 유지해야 한다는 설정이 있어서 뭔가 좀 오글거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애틋한 느낌을 주어 이야기에 몰입하게 해준다.

숲속에 있는 초가집 안 화로를 경계로 하여 현실 세계와 현실의 이면 세계(마녀의 세계)로 나뉘어진 설정도 흥미롭다. 비록 주인공 일행의 행동 반경이 워낙 좁아서 이면 세계를 디테일하게 묘사하지는 못했지만, 거기서 주인공 일행이 무서운 체험을 하는 전개는 나름 괜찮았다.

주인공 일행이 어린아이들이고, 무슨 특수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사실 말이 좋아 모험이지, 실제로는 마녀의 하수인한테 쫓기고. 마녀를 피해 숨고. 여동생을 힘들게 구출해 탈출했는데 뭔가 중간에 일이 틀어져 다시 돌아가는 삽질을 하는 것 등등. 극 전개가 좀 답답한 구석이 있긴 하나, 호러물로서의 정체성이 강해서 충분히 납득하고 넘어갈 만하다.

본작에서 아쉬운 점은 메인 빌런인 ‘바바야가(Baba Yaga)’에 대한 묘사 밀도가 생각보다 좀 낮은 편이란 점이다.

실제로 ‘바바야가’는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마귀할멈으로 사람을 잡아먹고. 긴 절구통을 타고 이동하며 빗자루로 자신이 이동한 흔적을 쓸어서 지우는 존재다.

헌데, 본작에서는 원작 전승에 나오는 그 모습을 구현하지 않고 거의 이름만 따와서 오리지날 설정으로 각색했다.

붉은색의 실을 수백 가닥 이어 붙여서 만든 거대한 실 인형 같은 느낌을 주고. 본거지는 수백 개의 전선이 뒤엉킨 곳에 있어서 전기불이 나가는 것을 등장의 전조로 삼지만, 저승과 현세의 경계에 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소년에 의해 저승 세계에 갇혔기 때문에 본인은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나브스’라는 하수인을 보내 현세의 어린아이를 납치해 오게 만든 뒤. 그 영혼을 빨아먹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어서, 설정만 거창하지 실제로 최종 보스로서의 존재감은 좀 옅은 편이다.

오히려 나브스의 출현 비중이 바바야가보다 훨씬 커서 영화 제목을 ‘바바야가’가 아니라 ‘나브스’라고 지었어야 할 정도다.

나브스는 반은 새, 반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사람의 기억을 냄새로 맡아서 쫓으며, 평소 때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투명한 상태지만 물리력을 행사할 때 새와 인간의 얼굴이 반반씩 섞인 머리에 한쪽 다리가 끝이 뾰족한 철제 의족이 달린 기괴한 모습을 드러낸다.

보통, 반인반조하면 상체는 인간, 하체는 새, 혹은 새의 몸에 인간의 머리가 달린 인두조수로 그려지는데. 본작에서는 인간의 얼굴에 코 대신 새의 부리가 달려 있고. 그 부리를 중심으로 좌측 눈 부위까지 새의 얼굴이 박혀 있어서 되게 특이했다.

새와 인간의 모습을 섞은 외모를 생각해 보면 슬라브 신화에 나오는 집안의 정령 ‘키키모라(Kikimora)’를 각색한 게 아닐까 싶다.

키키모라는 정령 ‘도모보이’와 결혼한 집안의 정령으로 집안이 잘 유지되면 닭들과 집안인을 돌보고. 집안이 잘 유지되지 않으면 밤 중에 아이들을 간지럽히거나, 아이들 곁에서 우는 소리를 내며, 한밤 중에 실을 잣는다고도 하는데 이때 그것을 본 사람은 죽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작중 나브스의 인간 이름은 ‘타티아나(Tatyana)’인데, 19세기 러시아의 화가 ‘타티아나 니콜라예브나 히피우스(tatiana nikolayevna hippius)’가 그린 키키모라 그림이 잘 알려진 걸 생각해 보면 빼박 캔트다.

작중 바랴를 납치하고, 이고르 일행을 위협하고 추격하며, 이고르 주변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해서 온갖 나쁜 일은 다 하는데. 왜 그런 짓을 했는지에 대한 사연까지 가지고 있어서 바바야가보다 더 존재감이 있다.

엔딩은 주인공 일행이 사건을 무사히 해결해서 깔끔하게 끝나는가 싶다가, 마녀는 아직 죽지 않았고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대놓고 후속작 떡밥을 던져서 그게 오히려 옥의 티가 됐다.

스티븐 킹의 그것은 애초에 2부작 구성이라서 1부는 주인공 일행의 어린 시절을 그리고. 2부는 어른이 된 이후의 이야기로 어린 시절의 약속을 지켜 고향 마을로 돌아온 주인공 일행이 ‘페니 와이즈’와 맞서는 이야기로 1부, 2부 연결이 자연스러웠는데. 본작은 그런 후속작에 대한 떡밥 빌드업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다!’라고 툭 던지는 것이라서 좋지 않다.

결론은 평작. 소년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로서 기본을 갖추었고, 마녀에게 잡혀간 여동생을 구하러 가는 명확한 목표가 있어서 이야기에 몰입이 잘 됐으며, 슬라브 신화를 소재로 삼은 게 유니크한 구석이 있어서 괜찮았는데.. 메인 빌런인 바바야가의 묘사 밀도가 다소 떨어지고 오히려 그 하수인인 나브스가 너무 눈에 띄어서 주객전도됐고. 본편 스토리를 깔끔하게 끝내는가 싶다가 대놓고 후속작 떡밥을 던져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고 사족을 만든 게 좀 아쉬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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