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유니콘(The Last Unicorn, 1982) 2022년 영화 (미정리)




1968년에 ‘피터 S 비글’이 집필한 동명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1982년에 미국, 일본 합작으로 ‘줄스 배스’, ‘아더 랜킨 주니어’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내용은 사계절이 없이 오직 봄만 있는 숲속에 평화롭게 살고 있던 ‘유니콘’이 지나가던 인간 사냥꾼과 나비로부터 자신이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유니콘이란 사실을 듣고서, 또 다른 동족 유니콘이 없나 찾아보겠다며 정처없이 여행길에 나섰다가, 마녀 ‘마미 포투나’한테 붙잡혀 구경거리 신세가 됐는데. 마미 포투나의 부하였던 어설픈 마법사 ‘슈멘드릭’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 후. 그와 함께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소설 원작이지만 원작 내용을 애니메이션에 전부 담을 수 없었던 건지, 아니면 80년대 초에 나온 애니메이션이라서 제작 노하우가 없어서 그런 건지. 미국 개봉 당시 65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히트를 친 것과 무관하게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어설픈 점이 너무 많다.

일단, 이야기의 시작은 세상에 딱 한 마리 남은 마지막 ‘유니콘’이 동족 유니콘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것인데. 이게 전혀 일관적이지 못하고 요즘 용어로 치면 의식의 흐름 수준으로 막 나간다.

그게 마지막 남은 유니콘이 동족 유니콘을 찾아야 한다는 메인 퀘스트가 존재하는데, 이게 사실 구체적으로 어디에 가서 뭘 해야하는지 모른 상태에, 무작정 여행길에 나서는 것부터 시작해 모종의 사고로 인해 인간으로 변신한 후. 유니콘의 기억을 잊어 가면서 인간의 감정을 깨우치고. 인간 왕자의 고백을 받아들여 연인 관계로 발전해 주인공인데도 불구하고 메인 퀘스트를 방치하고 있고 서브 퀘스트에 몰두하며, 오히려 유니콘의 동료인 ‘슈멘드릭’과 ‘몰리’가 유니콘도 방치하고 있던 메인 퀘스트를 수행하고 있어서 뭔가 좀 주객이 전도됐다.

분명 유니콘이 사건의 중심에 있긴 한데 주인공으로서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휘말리기만 해서 스토리 전개를 위한 극적인 장치로 사용되기만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후반부에 팍팍 밀어주는 ‘아말띠아(유니콘의 인간 이름)’와 리어 왕자의 로맨스를 제대로 부각시켰다면 비록 메인 퀘스트를 방치한다고 해도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로서 몰입해서 볼 수 있었을 텐데.. 아말띠아가 작중에 내내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리어 왕자가 혼자 연심을 품고 있다가, 사랑 고백 노래 한 방에 넘어와서 단 몇 분 만에 연인 관계가 되더니. 영화 전체의 약 2/3 동안 동족 유니콘을 찾아야 된다면서 여행하던 주인공이 단 몇 분만에 ‘유니콘이 되기 싫어. 인간 모습으로 그냥 살래!’ 이러고 앉아 있으니 이게 되겠나, 이거.

아말띠아가 본래 모습을 되찾고 동족 유니콘을 찾는 목적을 이루는 건, 자신의 선택이나 의지가 아니라. 동료의 도움과 리어 왕자의 영웅적인 결단 때문에 그런 것이라 인간들이 더 눈에 띈다.

근데 사실 여기서도 좀 허점이라고 할 만한 게, 리어 왕자의 영웅적 결단이라는 게. 아말띠아와의 사랑을 이루는 것보다 그녀가 본래 모습을 되찾고 목적을 완수하게 돕는 게 영웅으로서 올바른 판단이라는 대사를 날리는데, 이건 대사만 보면 존나 멋지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단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저런 결정을 내려서 얘네 진짜 연인 관계 맞나? 싶을 정도로 감정이 고조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에 감정 묘사를 충분히 넣지 않아서 드라마틱함의 빌드 업을 충분히 거치지 않아서 감정 몰입이 안 되는 것이다.

슈멘드릭과 몰리도 조연 캐릭터 이상의 비중이 있고 활약상이 커서 스토리 기여도가 크긴 하나, 단순히 유니콘의 본 모습을 알아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유니콘의 동족 찾기 여행에 동행해 끝까지 헌신한다는 게 좀 개연성이 떨어진다. 파티 합류 레퍼토리가 ‘너 유니콘이구나. 어디 여행가니? 나도 같이 가자!’ 이걸 반복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소설이었다면 작중 인물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심리 묘사를 해서 개연성을 챙겼을 텐데. 표현 수단이 눈에 보이는 비주얼에 한정되어 있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작중 인물의 심리 묘사를 스킵하고 넘어가니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거다.

옛날 애니메이션이라서 제작 노하우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비주얼적인 건 둘째치고 이런 스토리적인 부분의 디테일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음악적인 부분은 보컬 가사가 들어간 삽입곡이 시도 때도 없이 나와서 스토리의 맥을 뚝뚝 끊어먹는 경향이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뮤지컬풍 노래와는 또 다른 게, 길게는 3분 정도, 짧게는 1~2분이라서 노래가 끝까지 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OST의 관점에서 보면 감질맛만 난다.

그래도 오프닝 곡인 ‘더 라스트 유니콘’은 상당히 좋은 곡이라서 작품 자체를 멱살 잡고 하드 캐리하고 있다. 어느 정도냐면 더 라스트 유니콘을 배경 음악으로 틀어놓고 본편 요약본 영상을 집어넣으면 감성 판타지 명작으로 탈바꿈할 정도다.

그밖에 판타지물로서 몇몇 묘사가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마녀 마미 포투나에게 붙잡혀 있던 진짜 환상종인 ‘셀라에노’는 불멸의 하피 종족이라고 나오는데, 이게 흔히 알려진 인간의 상체와 독수리의 날개, 하체를 가진 반인반수의 환상종이 아니라, 인간 여자의 가슴 3개와 늙은 남자의 하얀 턱수염이 달린 대머리 독수리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절반도 아니고 전체의 일부분만 인간인 게 디자인이 좀 기괴해서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리어 왕자가 아말띠아의 환심을 사기 위해 드래곤을 사냥하는 씬에서 묘사된 드래곤이 서양의 날개 달린 공룡 모습의 용이 아니라. 동양의 용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짧게 스쳐 지나가는 역할이지만 유난히 인상적이다.

본작의 씬 스틸러는 유니콘을 사냥하는 ‘붉은 황소(작중에 불리는 영문 명칭도 레드 불)’인데. 붉은 가죽에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황소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유니콘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준다. 유니콘이야 일반적인 판타지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환상종이지만, 이 불타는 붉은 황소는 본작에서만 볼 수 있는 환상종이라 유니크한 구석이 있다.

하이라이트씬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콘의 파도 씬도. 해거드 왕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붉은 황소를 시켜서 세상의 모든 유니콘을 바다에 쳐 넣어 그걸 보고 만족감을 얻는데. 마지막 유니콘의 활약으로 동족 유니콘이 풀려나 문자 그대로 유니콘의 파도를 이루는 장면이라서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봐도 꽤 장관이다.

마법사인 슈멘드릭의 묘사도 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어설픈 마법사로 마법을 자주 실패하지만 마법에 대한 재능이 있어 포텐셜이 터지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급 활약을 선보이는데. 그 마법이 주로 환영을 보여주거나, 타겟의 모습을 바꾸는 폴리모프 주문이고. 마법 사용하는 것 말고 평소의 모습은 눈속임 트릭과 묘기를 시전하는 광대 컨셉을 가지고 있어서 완전 힘순찐 트릭스터가 따로 없다.

헌데, 작중 슈멘드릭의 마법에 의해 자의식을 갖고 살아 움직이는 나무 씬은 매우 안 좋았다. 제작진은 그걸 나름대로 개그 씬이라고 집어 넣은 것 같은데 천박함의 정도가 좀 지나친 느낌이었다.

그게 마법에 걸린 나무가 여성형이라서 거대한 나무에 눈 코 입과 거대한 가슴이 달려 있어, 슈멘 드릭을 나무 가슴에 파묻어 추파를 던지는 장면이라서 끔찍하다.

원작에서도 그런 장면이 나오는 건지, 아니면 애니메이션에판에만 나오는 건지 알 수는 없는데 분명한 건 아동용 작품에는 어울리지 않는 맛이 간 장면이란 점이다.

결론은 평작. 작중 인물의 심리 묘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극 전개가 다소 즉홍적이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아 전반적인 스토리의 디테일이 떨어지고. 잊을만 하면 길지도 않는 보컬 삽입곡이 나와서 스토리의 맥을 뚝뚝 끊어 먹지만, 판타지물로서 인상적인 장면도 꽤 있고, 주제가 하나만큼은 이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괜찮았던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여주인공 ‘유니콘/아말띠아’의 목소리 더빙을 맡은 배우는 ‘악마의 씨(1968)’에서 ‘로즈 마리’ 배역을 맡았던 ‘미아 패로’이고, 작중 악역인 ‘해거드 왕’의 목소리 더빙을 맡은 배우는 ‘드라큘라’와 ‘사루만(반지의 제왕)’ 배역으로 잘 알려진 ‘크리스토퍼 리’다. 클래식 공포 영화의 아이콘들이 아동용 판타지 애니메이션 더빙에 참여한 게 꽤 놀랍다.

덧붙여 본작은 미국 판타지 소설이 원작인데, 애니메이션 자체는 미국, 일본 합작이며, 일본쪽은 ‘トップクラフト(톱 크래프트)’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톱 크래프트는 1971년에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제작자 ‘하라 토오루’가 설립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제작사로 유명하다. 나우시카 이후에 ‘천공의 성 라퓨타’를 제작할 때 ‘스튜디오 지브리’로 재창업된다.


덧글

  • hansang 2021/04/16 22:16 #

    마지막 유니콘 웨이브는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 잠뿌리 2021/04/17 20:59 #

    그 장면이 본작의 하이라이트 씬이죠.
  • 포스21 2021/04/16 23:01 #

    80 년대 쯤에 tv 애니로 본거 같네요
  • 잠뿌리 2021/04/17 21:00 #

    공중파에서 방영했었던 것 같습니다.
  • 블랙하트 2021/04/18 20:32 #

    SBS에서 1995년에 방영했었고 80년대에 KBS에서도 방영했다고도 하는데 그건 정확한 기록을 못찾겠네요.

    원작은 2011년에 후속편과 합본으로 번역본이 나온적 있습니다.

  • 잠뿌리 2021/04/20 21:32 #

    그 2011년판 출간본 표지에 이 80년대판 라스트 유니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나왔었죠.
  • CARPEDIEM 2021/04/20 21:27 #

    어릴적 TV에서 틀어주는 걸 보고 한국어 더빙판 정발을 기다리다 지쳐 결국 원어판 블루레이를 지르고 정발된 합본판 소설도 질렀지요.
    스토리는 특출한 게 없지만 영상미와 분위기, 주제가만으로도 본전 이상은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잠뿌리 2021/04/20 21:32 #

    주제가가 진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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