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데드 2020 (Curse of the Blind Dead, 2019) 2020년 개봉 영화




2019년에 ‘라파엘로 피치오’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원제는 ‘커즈 오브 더 블라인드 데드’인데 한국에서는 2020년에 개봉했기 때문에 ‘이블데드 2020’이란 제목으로 번안됐다.

내용은 14세기 때 사탄을 숭배하는 ‘템플 나이트’가 마을 주민들한테 붙잡혀 화형을 당했는데 죽기 직전 반드시 돌아와 복수하겠다고 저주를 내리고. 그로부터 수세기 후 인류가 종말을 맞이해 몇 안 되는 생존자가 남아서 세상이 무법천지가 됐을 때. ‘마이클’이 임신 중인 딸 ‘릴리’를 데리고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났다가, ‘아벨’이 이끄는 종교 집단에 도움을 받아 거기서 잠시 신세를 지게 됐는데. 그곳이 실은 수세기 전 화형 당한 템플 나이트와 사탄을 추종하는 곳이라서 마이클 부녀가 위기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보통, 이블 데드하면 ‘샘 레이미’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를 떠올리기 마련이라서. 본작이 왜 뜬금없이 ‘이블 데드’ 제목이 붙은 건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 여기에는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

본작은 스페인 호러 영화 ‘블라인드 데드’ 시리즈의 신작이고. 블라인드 데드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 ‘리턴 오브 블라인드 데드(Return of the Blind Dead)’의 영제가 ‘리턴 오브 이빌 데드(Return of the Evil Dead)’라서 타이틀에 이블데드를 붙인 게 샘 레이미 감독의 이블 데드제목을 무작정 사용한 건 아니다.

오히려 리턴 오브 블라인드 데드가 1973년에 나왔고 북미 쪽에서는 1975년에 수출됐기 때문에 샘 레이미 감독의 이빌 데드보다 한참 먼저 나왔다.

그래서 한국 배급사에서 이 작품 제목을 이블 데드라 지은 건, 최소한 이 작품이 블라인드 데드 시리즈란 걸 알고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작중에 나오는 템플 나이트는 블라인드 데드 시리즈 원작과 마찬가지로 사탄 숭배를 하다가 붙잡혀 화형을 당했고. 화형 당하기 직전 눈이 멀어서 언데드로 부활한 이후에 사물을 볼 수 없고 소리로 감지하며,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것 등. 시리즈 고유의 설정이 그대로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본편 스토리가 블라인드 데드 시리즈와 1도 상관 없어서 이질적이라는 점이다.

작중 타임라인이 세상이 종말을 맞이한 이후라서 아포칼립스물인데. 뜬금없이 생존자 그룹이 사탄 숭배 집단이고. 개네들이 모시는 게 수세기 전에 악마 숭배하다가 화형당한 템플 나이트라서 뭔가 소재 조합이 하나도 맞지 않는다.

템플 나이트한테 제물을 바쳐서 그들의 보호를 받는다고 하는데, 이게 무엇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건지 정확히 나오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의식이 실패해 템플 나이트가 교인들을 몰살시키는 전개가 이어져서 스토리가 완전 엉망진창이다.

템플 나이트가 벌이는 학살이야 블라인드 데드 시리즈 전통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주요 캐릭터들이 완전 쩌리화돼서 주인공 ‘마이클’이든, 사건의 흑막인 ‘아벨’이든 간에 누구 하나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한 채 끔살 당해서 캐릭터 운용도 나쁘다.

템플 나이트가 원작에 없던 불과 태양빛 약점이 생긴 것도 기가 찬다. 원작 블라인드 데드 시리즈의 공포 포인트는 약점이 없는 해골 기사들이 벌건 대낮에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해치는 것인데. 본작은 원작에 없던 약점을 만들어 파워 다운시켜 놓고선 또 마지막 장면엔 아무렇지도 않게 재등장시켜서 일관성이 없다. (애초에 햇빛이 약점이라 낮에는 밖에도 못 나가는 뼉따구들한테 무슨 보호를 받겠다는 건지..)

템플 나이트들이 그렇게 퇴장한 이후에 영화가 곧바로 끝나는 게 아니고. 생존자들의 여정을 보여주다가 꿈도 희망도 없는 현실을 일깨워준 다음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 의식을 진행하는 결말은 아포칼립스물답긴 한데. 왜 굳이 템플 나이트를 등장시킨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다.

이 작품의 핵심적인 내용은 템플 나이트 부활이 아니라. 종말이 찾아온 시대 때 한 줄기 희망을 갖고 여행을 하다가 시궁창 같은 현실의 벽 앞에 좌절하며 절망하는 것이라서 템플 나이트를 빼거나, 다른 걸로 바꿔도 내용 진행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서 그렇다.

안 넣어도 되는데 어거지로 쑤셔 넣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몇몇 고어 장면인데. 붙잡혀 있던 마이클이 수갑을 풀고 탈출하려고 칼로 자기 엄지 손가락을 자르는데 그걸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줘서 잘린 뼈의 단면도까지 나온 것과 템플 나이트가 사람을 무슨 고등어 생선 가시 발라내듯 척추뼈를 뽑아내는 것, 얼굴 위아래턱을 맨손으로 잡아 뽑는 씬 정도다. (템플 나이트 학살 씬은 무슨 모탈컴뱃 보는 줄 알았다)

결론은 비추천. 블라인드 데드 시리즈의 신작이지만, 정작 그 설정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아포칼립스물 배경에 사탄 숭배자 설정이 전혀 어울리지 않아 이질감을 주며, 캐릭터 운용도 좋지 않아서 블라인드 데드 시리즈를 욕보인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한국판 포스터 디자인은 북미판 표지와 동일하지만, ‘악령 사냥이 시작된다!’는 한국판 홍보 문구다. 본편 스토리는 사람들이 템플 나이트한테 학살당하는 거라서 악령 사냥이 아니라, 악령한테 사냥당하는 내용이라 홍보 문구는 정반대다. (아니, 제목은 원작 시리즈 고증을 하더니 왜 홍보 문구는 왜곡하는 거야?)


덧글

  • rumic71 2021/01/27 04:56 # 답글

    악령'의' 사냥이라고 하면 맞겠네요.
  • 잠뿌리 2021/01/27 14:43 #

    그 '의'만 한글자 더 붙였어도 본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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