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 지옥의 문 (Gates of Darkness.2019) 2020년 개봉 영화




2019년에 미국, 프랑스 합작으로 ‘돈 E. 폰트르로이’ 감독이 만든 엑소시즘 영화. 한국에서는 2020년에 개봉했다. 본작의 감독인 ‘돈 E. 폰트르로이’는 감독으로선 TV 영화를 주로 만들었는데, 그것보다는 촬영 감독으로서의 커리어가 더 길며, ‘지퍼스 크리퍼스’ 시리즈의 촬영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내용은 6년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가 재혼해서 새로운 가정을 이루었지만, 가족들 사이에서 혼자 겉돌고 학교생활도 적응하지 못해 아웃사이더가 된 ‘스티브’가 연례 행사로 가족들과 함께 외가집에 놀러갔다가 악마 빙의 증상을 보이고 교회에 얽힌 추악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원제는 ‘게이트 오브 다크니스’로 직역하면 어둠의 문으로, 한국에서는 ‘검은 사제들: 지옥의 문’이라는 제목으로 번안됐다.

이게 한국 엑소시즘 영화 ‘검은 사제들’이 히트를 쳐서 거기에 얹혀 가려고 지은 제목인데, 문제는 주인공인 ‘스티브’가 사제가 아니라는 거고. 본편 내용을 완전 왜곡한 수준이란 거다.

본편 스토리의 전반부는 스티브의 아웃사이더 행보를 보여주면서 어떤 환영에 시달려서 사연 있는 캐릭터라는 게 부각되고, 후반부는 외가집에 놀러갔을 때 스티브가 악마 빙의 현상을 보여서 신부가 찾아와 엑소시즘을 하면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진다.

엑소시즘 영화 중에 사제가 악당으로 나오는 작품이 있지만. 악마와 악마에게 빙의된 사람을 완전한 피해자로 묘사한 건 보기 드물어서 신선한 구석이 있다.

문제는 악마 빙의자가 피해자 포지션을 취하고 있어 엑소시즘이 성령의 힘으로 악을 쫓아내는 게 아니고. 진실을 밝히는 수단으로만 나와서 되게 애매해졌다는 점이다.

실제 본편 내용을 보면 엑소시즘보다는 집안에 깃든 지박령 같은 유령들이 더 높은 비중을 가지고 있고.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 역시 산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들이 숨긴 비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엑소시즘 영화가 아니라 고스트 영화에 가깝다.

엑소시즘 요소가 꼭 나올 필요가 없는데 어거지로 끼워 넣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이외의 문제는 캐릭터 운용이 나쁘다는 점이다.

스토리 구성상 복선과 암시는 충분히 깔아 놨지만, 그걸 발견하고 사건의 진상에 접근할 캐릭터가 없다.

본래 그 역할을 주인공인 스티브가 했어야 하지만.. 문제는 스티브가 숨겨진 비밀의 중심에 있고. 또 캐릭터 타입 자체가 아웃사이더라서 가족들 사이에 겉돌고 있어서 스토리를 주도해 나가지 못한다.

그래서 스티브의 쌍둥이 남매인 ‘미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는데. 쌍둥이로서 교감을 한다는 설정만 있지,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뭔가 주도적으로 행동을 할 듯 말 듯 간만 보다가 결국 다른 캐릭터들처럼 배경 인물 신세를 면치 못한다.

집안에 깃든 유령은 미셀은 어렴풋 느끼기만 하고 스티브 혼자만 볼 수 있는데. 애가 그 사실을 아무한테도 말을 안 하고. 또 극 후반부에 엑소시즘을 받기 전까지는 악마 빙의 증상을 전혀 보이지 않아서 가족들이 스티브가 어딘가 이상한 아이란 것만 알지 악마에 씌였다는 건 모르니 무슨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사건에 휘말리기만 한다.

사건의 진상도 작중 인물의 발견, 조사, 추리로 밝혀지는 게 아니고. 스티브가 엑소시즘을 당할 때 누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거 자기 입으로 다 설명하면서 사건의 진범을 지목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

결말은 권선징악이 이루어져 나쁜 놈들 다 벌 받고, 주인공과 주인공 가족이 행복을 되찾는 해피엔딩인 것까지는 좋은데.. 악당들이 벌 받는 장면이 엑소시즘의 유무와 상관없어서 너무 작위적인 게 눈에 걸린다. (과장이 아니고, 아무 이유 없이 하늘에서 번개가 뚝 떨어져 악당을 직격해서 무슨 천벌 내리는 느낌이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건 쏘우 시리즈의 ‘직소/ 존 크래머’ 배역을 맡은 ‘토빈 벨’이 작중 엑소시즘을 하는 ‘카넬 몬시뇰’ 신부로 등장한다는 것 정도다.

결론은 비추천. 엑소시즘 영화로서 선악 구도를 뒤바꾸고 미투 운동을 엑소시즘으로 풀어낸 건 신선했지만, 엑소시즘 그 자체보다 유령 이야기가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엑소시즘 영화로서의 아이덴티티가 흔들리고. 스토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주인공의 부재와 주변 인물들의 병풍화로 인해 캐릭터 운용이 나쁜 데다가, 지나치게 작위적인 연출이 속출해서 재료는 신선한데 조리 방법이 잘못된 음식 같은 영화다. 한국판 한정으로 제목 낚시를 넘어선 작품 왜곡까지 더해져서 나쁘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35696
4811
10002263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

2019 대표이글루_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