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우먼 1984 (Wonder Woman 1984.2020) 2020년 개봉 영화




2020년에 ‘패티 젠킨스’ 감독이 만든 DC 슈퍼 히어로 영화. 원더우먼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1984년에 ‘원더 우먼’은 ‘다이애나 프린스’ 이름으로 고고학자가 되어 현실을 살아가면서 슈퍼 히어로 활동을 하고 있던 중, 어느날 갑자기 과거에 죽은 ‘스티브 트레버’가 부활해 뜻밖의 재회를 하게 됐는데. 그게 실은 소원을 들어주는 돌 ‘드림스톤’ 의한 마법의 힘이었고. 실패한 사실을 숨기고 허세를 부리는 사업가 ‘맥스웰 로드’가 드림스톤의 진작 알고 그걸 훔쳐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작은 1차 세계 대전이 배경이라서 특공대, 첩보물 느낌이 났지만, 이번 작은 80년대 중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전작과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근데 스토리상 전작에서 죽은 ‘스티브 트레버’가 부활하고. 원더 우먼과 스티브의 러브 스토리가 다시 부각돼서 그 부분은 전작과 동일하다.

전작에서는 메인 빌런인 ‘아레스’가 아무런 복선도, 암시도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당혹스러웠는데. 본작은 ‘맥스웰 로드’, ‘치타’ 등의 빌런들의 등장과 흑화 과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나와서 디테일한 구석이 있다.

전작의 원더 우먼은 성장형 주인공이라서 미성숙한 면이 많아 보는 사람을 좀 답답하게 만들었는데. 본작의 원더 우먼은 성장을 마치고 여유가 생긴 베테랑 주인공이 됐고, 팀 활동이 없이 솔로 플레이를 하기 때문에 목 막히는 고구마 같은 전개는 많이 줄었다.

문제는 액션의 밀도가 대단히 떨어진다는 점에 있다. 액션 분량이 상상 이상으로 적고, 액션 연출 자체도 수준 이하다.

배트맨 v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 원더우먼 전작에서 쌓아 올린 원더 우먼의 액션 밀도가 이번 작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고 봐도 될 정도로 액션 퀼리티가 처참하게 떨어졌다.

일단, 주요 액션 씬이 원더 우먼의 장비인 ‘진실의 올가미’를 로프처럼 사용해서 활강 액션을 선보이는 것에 너무 집중해서 밑도 끝도 없이 로프를 잡고 날아다니는데. 상대적으로 육탄전을 잘 하지 않아서 올가미 활강 빼면 정말 남는 게 없다.

심지어 액션 부분에서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치타’와의 맞대결에서조차 밑도 끝도 없이 올가미 활강 액션씬을 넣고 거기에 비중을 많이 두는 것에 비해서, 원더 우먼의 고유 장비인 ‘골든 아머’은 엄청 간지나게 디자인하고 방어력 완전 쩐다는 기원 설정까지 붙었는데. 치타의 격조(손톱)에 종잇장처럼 찢어져 결국 아머 탈의하고 싸우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애초에 극 전개 자체가 원더 우먼이 슈퍼파워로 악당들을 때려 잡는 활극물이 아니다.

원더 우먼과 맥스웰 로드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첨예한 갈등을 빚으며 충돌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모른 채 각자 따로 놀고 있다가, 뒤늦게 서로를 인식하고 대립하는 것이라서 스토리 구조상 활극 요소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원더 우먼이 맥스 로드의 야망을 저지하는 게, 온전히 그녀 혼자의 힘으로 이룬 게 아니고. 세상 사람 모두의 힘을 빌리는. 정확히는, 세상 사람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일깨워 사건을 해결한다.

세상 사람을 향한 일장연설로 캐릭터의 대사만 사건을 해결하는 건 슈퍼 히어로 영화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아닌가 싶다. 학창 시절 조회 시간에 운동장에 집합해 교장 선생님 훈화 말씀 듣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본작의 원더 우먼은 슈퍼 히어로로서 홀로서기를 못해서 전작보다 더 캐릭터 자체의 독립성이 떨어졌다.

원더 우먼이 무력이 아니라 사랑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본작에서 재구성한 원더 우먼이라고 한다면 그건 영화를 만든 감독 고유의 영역이니까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그걸 위한 빌드 업이 지나치게 늘어지면서 액션 요소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는 건 큰 문제다.

거기다 그 과정에서 원더 우먼의 아치 에너미가 되어야 할 치타가 완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된다는 것도 심각하다.

원더 우먼 VS 치타 구도가 아니라, 원더 우먼 VS 맥스웰 로드의 구도인데. 맥스웰 로드가 비전투 캐릭터라서 싸움을 못하니 그 대타로 치타를 쫄따구로 붙여준 느낌이다.

원더 우먼과 치타의 대립은 메인 스토리는커녕 서브 스토리로 쳐주기도 애매한 수준이다.

이게, 치타는 원더 우먼에 대한 동경과 열등감 등을 다 가지고 있어서 빌런으로서 흑화하는 동기를 가진 반면. 원더 우먼은 스티브와 연애하고 맥스웰 로드와 대립하느라 치타는 안중에도 없어서 그녀가 흑화한 걸 보고서 ‘어,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는 느낌으로 갸웃거리는 수준이라 갈등이 심화되지 못해 치타의 캐릭터가 완전 낭비됐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이건 치타 혼자 허공에다 혼자 손바닥 헛스윙하는 거다.

이 작품에서 그나마 나은 게 있다면, ‘린다 카터’가 원더 우먼 역을 맡았던 70년대 원더 우먼 TV판에 대한 리스펙트가 작품 전반에 깔려 있어서 그걸 보고 자란 세대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거다. 특히 쿠키 영상은 구 원더 우먼 리스펙트의 정점을 찍어서 인상적이다. (2013년에 나온 이블데드 리메이크판의 쿠키 영상에서 브루스 캠벨이 등장해 ‘그루비~’라고 18번 대사를 날린 걸 봤을 때의 느낌이랄까)

결론은 비추천. 액션성이 그냥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심각하게 부실한 수준이라 슈퍼 히어로 영화로서의 아이덴티티가 흔들릴 정도고,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 건 알겠지만, 극 전개가 늘어지고 불필요한 장면이 많아서 러닝타임 2시간 30분이 쓸데없이 분량만 긴데다가, 캐릭터 낭비도 심하며, 과거 작품에 대한 오마쥬를 넣은 건 좋지만 그걸 빼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DC 유니버스, 더 나아가 원더 우먼 실사 영화 시리즈에 잿빛 미래를 선사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을 만든 ‘패티 젠킨스’ 감독은 2023년 개봉 예정인 ‘스타워즈: 로그 스쿼드론’의 감독을 맡았는데. 본작을 보면 스타워즈 최신작의 미래가 어떨지 대충 예상이 간다.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를 스타워즈 팬들의 단발마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덧글

  • 무명병사 2021/01/24 15:40 # 답글

    배대슈도 그렇고, 이상하게 DCMU를 보면 MCU보다 심각하게 딸린단 말이죠.
    아니 슈퍼영웅 나오는 영화에 저 스토리라인은 무엇...
  • 잠뿌리 2021/01/26 11:08 #

    DC는 애니메이션은 참 재밌게 만드는데 영화는 좀 꽝인 것 같습니다.
  • 시몬벨 2021/01/24 21:34 # 삭제 답글

    옛날에 유튜브에서 빌런 소개하는 영상 본 기억이 나는데, 원래 치타는 원더우먼의 미모를 질투해서 치타옷입고 난동부리는 1회용 악당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니까 세계정복이라든지 거창한 야망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된장녀였어요. 근데 작가가 배트맨의 조커(+기타등등)나 슈퍼맨의 렉스루터처럼 입체적 매력적인 악역을 만들지 못해서 그나마 여태라서 관심끌기 좋은 치타를 아치에너미로 끌어올린 거라고 합니다.
  • 잠뿌리 2021/01/26 11:08 #

    3대 치타라고 알고 있는데. 1대 치타는 확실히 1회용 악당 느낌이었죠.
  • 시몬벨 2021/01/30 23:42 # 삭제

    아...치타가 한두명이 아닌가요? 사실 이 캐릭터는 잘 몰라서...
  • 잠뿌리 2021/01/31 13:01 #

    치타가 빌런 네임이고 본명은 서로 다른 3명이 있습니다. 1대 치타가 원더우먼을 질투해서 치타 옷 만들어 입고 날뛰던 프리실라 리치, 2대 치타는 1대 치타 프리실라 리치의 조카인 데보라 도메인, 3대 치타가 아프리카에 가서 치타신한테 산제물을 바쳐서 슈퍼 파워를 얻은 바바라 미네르바입니다.
  • 듀얼콜렉터 2021/01/26 07:19 # 답글

    전작은 재밌게 봤는데 이번 작품은 확실히 재미가 확 떨어지더군요, 보면서 몇번은 졸기도 한... 너무 판을 크게 벌리려다가 무리수만 남발한 느낌이었습니다.
  • 잠뿌리 2021/01/26 11:09 #

    전작이 훨씬 나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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