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삼국영웅전 (三国英雄传.1996) 2021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6년에 대만의 게임 회사 ‘SOFT WORLD=智冠科技(지관과기)’에서 MS-DOS용으로 만든 삼국지 게임. 한국에서는 1999년에 수입돼 정식 한글화되어 출시됐다.

내용은 중국 삼국지연의의 유비 시점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다.

게임이 나온 시기와 제목인 ‘삼국영웅전’, 유비를 주인공으로 한 턴제 SRPG 게임이란 것 등을 보면 코에이의 ‘삼국지 영걸전(1995)’의 아류작인데. 영걸전은 전투 때 표시되는 유니트가 SD 캐릭터인 반면. 본작은 리얼 사이즈라서 큼직큼직하고 쿼터뷰 시점이라서 차이가 좀 크다.

스토리도 사실 유비를 주인공으로 한 것까지는 동일하지만, 본작은 캐릭터 간의 상호 대사가 거의 존재하지 않고 유비 역시 주인공인 것 치고는 대사가 거의 없으며, 스토리 자체를 캐릭터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서 풀어낸 게 아니고. 전투(미션)에 관한 설명을 나레이션 스타일의 설명문으로 퉁-치고 넘어가 버렸다.

그래서 조운이나 제갈량 등 촉나라 진영 주요 멤버가 합류하는 것도 이벤트는커녕 관련 대사 한마디 없이 그냥 넘어가서 게임 자체의 캐릭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삼국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면,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뭐 하는 캐릭터인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다.

캐릭터 디자인도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를 제외한 나머지 캐릭터는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든 지경인데,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의 디자인도 오리지날이 아니라 일본 만화 ‘용랑전’에 나온 그림을 복사+붙여넣기 해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제갈량 디자인도 용랑전 제갈량을 표절했다)

매 전투 때마다 출진 가능한 무장(장수)가 딱 정해져 있고, 멤버를 추가하거나 제외할 수 없다. 무조건 정해진 장수만 써야 한다.

유니트 능력치는 ‘등급’, ‘생명력’, ‘공격력’, ‘방어력’, ‘모략’, ‘경험’으로 나뉘어져 있다. 등급은 ‘클래스’, ‘모략은 ’레벨‘의 개념인데. 경험치를 올려 모략이 상승하면 등급이 자동으로 바뀐다.

근데 장수 고유 조형이 존재하지 않아서 어떤 장수든 다 똑같이 생겼다.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도 고유 조형 없이 일반 장수랑 동일해서 클릭해서 유니트를 확인하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애초에 장수 간의 능력치 차이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아서 적과 아군을 막론하고 모든 장수는 유니트 스킨과 능력치가 동일하다.

심지어 주인공인 유비, 관우, 장비 3형제도 능력치가 다 똑같다. 삼국지의 S급 네임드 장수나 일반 잡무장이 생긴 거나 능력치가 다 똑같으니 게임의 메인 소재가 삼국지일 이유조차 없어진다.

전투는 앞서 말했듯 쿼터뷰 시점에 턴제로 진행되는데. 문제는 4방향의 개념이 없다는 거다. 보통, 동서남북 4방향의 개념이 있어서 유니트가 행동을 마칠 때 방향을 지정하고. 이 방향에 따라서 공격과 방어 보정 효과가 있는 게 일반적인데 본작에서는 그런 게 전혀 없다.

아군과 적군 둘 다 정면을 바라보는 시점이 고정된 채 전투가 시작되는데. 이것조차도 제대로 만들지 않아서 전투 시작 직전에 적군과 아군이 정면에서 서로 대치된 상황인데, 아군 유니트가 뜬금없이 적군과 같은 방향으로 내려오는 황당한 일이 생긴다. (예를 들어 박망파 전투에서의 조운 부대)

전투 커맨드는 ’이동‘, ’휴식‘, ’물품‘, ’자동‘이 있는데. 이동 후에는 이동 후에는 ’공격‘ 밖에 못한다.

상점 중 ’병법소‘에서 병법서 아이템을 구입해 장비해야 비로소 전투 때 ’계략‘ 커맨드가 뜨는데.. 이게 소비형 아이템으로 취급돼서 영구적으로 쓸 수 없다.

전투에 참가하는 장수는 ’전군‘, ’좌군‘, ’우군‘, ’후군‘이라는 명칭의 병사을 지휘하는데. 이게 장수가 병사를 지휘해 부대를 이루는 게 아니고. 각각 따로 취급해서 장수 유니트, 병사 유니트로 나뉘는 거다. 이 병사 역시 장수와 마찬가지로 매 전투 때마다 딱 정해진 숫자만 나온다.

장수와 달리 병사는 ’사기‘, ’대형‘ 수치가 따로 있다.

대형은 ’매화진‘, ’공성진‘, ’일자진‘, ’익형진‘, ’기형진‘, ’정자진‘, ’구대진‘, ’월아진‘ 등 총 8개나 있다.

뭔가 이건 국내에선 삼국지 와룡전으로 알려진, 일본의 네오 겐텐에서 만든 ’와룡전: 삼국제폐계략(1995)‘에서 따온 것 같은데. 그 게임에서는 전투가 리얼타임으로 진행이 돼서 한 명의 장수가 여러 개의 부대를 통솔하면서 보병, 궁병, 기병의 3개 병과의 진형을 수시로 바꿔가며 상황에 맞춰 싸우는 게 전투의 기본이라 진형이 가진 매우 의미가 컸지만, 본작은 전투가 턴제라서 부대가 격돌하면 대형에 맞춰 자동으로 싸우는 게 아니고 그냥 자기 턴에 한 번씩 공격하면 끝이라 대형을 바꿈에 따른 공격, 방어의 변화가 없다.

하나의 부대는 5명의 병사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섯 병사가 1칸 단위로 따닥따닥 붙어 있어 어떤 대형을 취하든 다 테트리스 퍼즐 조각 같은 느낌을 주고. 공격을 받아 생명력이 떨어지면 병사의 수가 한 명씩 줄어서 대형의 의미가 전혀 없다.

장수가 쓰러지면, 그 장수에 속해 있던 병사들이 자동으로 전멸하는데. 장수 1명에 소속된 병사는 최대 4개로 적장이 3명만 나와도 적장을 포함한 적 부대가 15개나 되기 때문에 물량공세를 펼치는 게 일상다반사다. 그 적병을 뚫고 적장에게 다가가는 게 좀 빡센 편이다.

근데 기본적으로 적군과 아군 둘 다 기본 이동력이 바닥을 기어서 적 부대 역시 아군 부대에 접근하는데 시간이 걸려 결국 서로 접근해 싸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게임 플레이가 엄청나게 늘어진다.

전투 커맨드 중 ’휴식‘을 취하면 생명력이 소량 회복되는데. 적장이나 적 병사가 생명력이 낮으면 무조건 도망쳐 다니면서 휴식을 취해 생명력을 회복해서 안 그래도 늘어지는 게임 플레이가 더욱더 늘어져 사람 지치게 만든다.

병과는 보병, 궁병, 기병, 책사 계열의 4종류가 있는데. 게임 전체를 통틀어 보병, 기병만 잔뜩 나온다. (보병도 검과 방패를 든 검병과 창을 든 창병이 있지만 공격 범위는 둘 다 똑같다)

책사는 장수 전용 병과라서 그렇다 치고, 궁병이 아예 안 나오는 전투가 많아서 계략을 사용하지 않는 한 모든 전투가 근접 공격 위주로 돌아가는 것도 피곤한 점이다.

전투 때 화면 이동을 마우스 커서로 밖에 못하는 상황에, 마우스 클릭, 드래그도 전혀 지원하지 않고 마우스 커서로 화면 끝을 클릭해야 해당 방향으로 스크롤이 이동해서 컨트롤이 되게 불편하다.

스크롤을 천천히 움직이려면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눌러 ’지도조사‘ 커맨드를 클릭해서 미니맵을 띄워 놓고 거기서 화면 이동을 해야 한다. 그런 상황에 미니맵을 항상 켜둘 수도 없는 게 존나 불편하다.

전투 맵의 크기가 쓸데없이 넓은데, 그에 비해 전투가 벌어지는 지역은 생각보다 좁은 편이라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도 여기저기 갈 필요가 없다.

지형 타일에 따른 공격력, 방어력 보정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숨겨진 요소는커녕 아이템이 드랍되는 상자 하나 없어서 그렇다.

아이템과 장비는 각각의 창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상점에서 구매와 장비를 동시에 해야 한다. 좌측에는 아이템/장비의 모습, 중앙에는 명칭, 우측에는 현재 장비 가능한 장수의 목록이 표시된다.

장비는 무기, 방어구 1(투구), 방어구 2(갑옷) 등의 3가지 밖에 없고. 그 이외에 다른 장비는 전혀 없다.

무기/방어구는 전 장수 공용이고. 장수 전용 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비는 자웅일대의 검, 관우는 청룡언월도, 장비는 장팔사모가 삼국지 국룰일텐데 본작에서는 그게 없다는 말이다. 황충 같은 활 쓰는 캐릭터도 본작에선 그냥 남들하고 똑같은 근접 무기 쓴다.

아이템은 소비용 회복 아이템인 ‘약’ 시리즈와 이동력을 늘려주는 기타 장비 개념의 ‘말’ 시리즈가 있다. 전자는 ‘약방’, 후자는 ‘말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둘 다 장비를 해야 적용된다.

아이템/장비 매각은 해당 물품을 구매한 상점에서 할 수 없고 ‘잡화점’에 가서 팔아야 하는 것도 되게 번거롭다.
물품의 매입과 매각을 상점 한 곳에서 다 할 수 없게 만든 이유를 당최 모르겠다.

더더욱 모르겠는 건, 상점 화면에서는 상점만 이용 가능하고. 게임 세이브/로드를 못하고 캐릭터 스테이터스도 확인할 수 없어서 최소한의 기능도 지원해주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인상적인 건, 일반적으로 삼국지연의 도입부에서 유비 주인공 시점이면 도원결의로 시작해 황건적의 난 때 정원지, 등무를 물리친 내용이 나오는데. 본작에선 그걸 스킵하고 유비 삼형제에게 제물을 바쳐 의용병을 결성하게 해준 ‘장세평’과 ‘소쌍’이 뜬금없이 연습전을 치루자며 1스테이지의 적으로 나오고. 2스테이지는 장비가 독우를 매질하는 걸 아예 게임 내 전투로 넣어 장비 혼자 독우 무리를 상대로 싸우는 미션을 넣었다는 거다. 지금까지 삼국지 관련 게임을 해본 것 중에 장세평, 소쌍, 독우 등을 게임에 등장시켜 싸우게 한 건 또 처음 본다.

결론은 비추천. 유니트의 고유 조형이 없고, 똑같은 조형과 능력치를 공유하고 있어서 유니트 사이의 차이가 없으며, 스토리적인 부분의 텍스트가 거의 없다 싶을 정도로 부실해서 게임 내 캐릭터성이 한없이 떨어져 왜 삼국지를 소재로 삼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이고. 화면 시점 이동을 키보드로 조작할 수 없고, 세이브/로드를 전투 때만 가능하게 한 것, 쿼터뷰 시점인데 4방향 전환의 개념이 없고, 아무 의미 없는 병사 대형 시스템 등등. 전반적인 게임 인터페이스도 매우 안 좋아서 정식 게임인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졸작이다. 삼국지 관련 게임 중에 최악의 순위를 매긴다면 상위 랭크에 올릴 만한 게임이다.

여담이지만 이 게임에는 치트 키가 있다. 전투에서 전멸 당한 뒤, 세이브 데이터를 로드하지 말고 아예 게임을 새로 시작하면 전멸 당했던 전투를 재시작하면서 모든 아군 장수가 레벨업을 한 상태가 된다.


덧글

  • snowy 2021/01/13 02:18 # 삭제 답글

    와. 이 게임 리뷰를 처음 봅니다. 초딩 때 아버지께서 사다 주신 게임인데 시스템의 불합리성은 차치하고라도(당시 게임 중에 명작들 외에는 불친절한 시스템의 게임이 워낙 많으니까요), 난이도가 진짜 개헬이어서 스테이지 3을 못 넘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나마 레벨업 하면 체력 풀로 채워줘서 몸빵한 캐릭 막타 치는 방식을 겨우겨우 하다 결국 때려친 기억이 나네요..
    삼국지 게임 중 최악 순위 매기면 상위에 있을 거라는 내용 격하게 공감됩니다.. -.-
  • 잠뿌리 2021/01/14 22:59 #

    난이도가 어렵긴 하죠. 적장이 문관처럼 생겨도 맷집은 이상할 정도로 좋은데 공격 한 번 맞을 때마다 다음 자기 턴에 바로바로 회복을 해서 공략하기 지독했습니다.
  • ㅇㅇㅇ 2021/04/04 10:55 # 삭제 답글

    이거 위연 조무래기들 나오는판 어케 깨는거임?
    돈은 무기나 말 살때만 쓰고 턴다채워서 렙업 다시키면서 약이나 병법없이 왔는데
    이판은 진심 존나 어렵네;; 팁좀 알려주세요
  • 잠뿌리 2021/04/04 21:57 #

    레벨 에디트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에디트는 게임 위저드 사용하시면 됩니다. 사용법은 검색해서 찾으시는 게 더 빠르고요.
  • 토니 2021/12/11 21:38 # 삭제 답글

    99년쯤에 했던 게임인데 제목이 도저히 생각 안 나서 작년까지 구글에 '삼국지 고전게임 독우'라고 가끔 검색 했었는데 덕분에 찾았네요 진짜 감사합니다ㅎㅎ
  • 잠뿌리 2021/12/12 22:19 #

    역시 독우가 적으로 나온 게 인상적인 게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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