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地獄.1960) 2021년 영화 (미정리)




1960년에 ‘나카가와 노부오’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불교계의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시미즈 시로’는 은사인 ‘야지마’ 교수의 외동딸 ‘유키코’와 약혼식을 올렸는데. 불량한 동창생 ‘타무라’한테 휘둘리다가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던 중 술에 취한 야쿠자 ‘쿄이치’를 치고 달아나, 이후 죄책감을 느낀 시로가 자수를 결심했지만.. 유키코와 택시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유키코를 잃고 술에 쩔어 살던 중. 어머니가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내려가 아버지가 운영하는 양로원 ‘천상원’의 10주년 기념 행사에 참석했는데. 거기서 늙은 화가의 딸 ‘사치코’가 죽은 약혼녀 유키코와 닮아서 호감을 가졌으나, 쿄이치의 어머니와 연인이 몰래 뒤쫓아와 아들의 복수를 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불교의 ‘팔대지옥’과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파우스트’, 단테의 ‘신곡’을 믹스한 괴기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정확히는, 작중 주인공 ‘시미즈 시로’의 불량한 동창생인 ‘타무라’가 파우스트의 ‘메피스토펠레스’ 포지션으로, 시로가 타무라에게 휘둘려 죄를 범하면서 파극에 치닫고. 죽은 약혼녀 ‘유키코’를 찾아서 연옥과 지옥을 떠도는 건 단테의 신곡. 작중 인물들이 죽어서 지옥에 가 생전의 죄에 따라 팔대지옥의 형벌을 받는 건 불교의 팔대지옥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크게 나뉘는데. 전반부는 시로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여러 죄를 짓고 있어서 뗴몰살 당하는 이야기고, 후반부는 작중에 죽은 사람들이 팔대지옥에서 형벌을 받는 사후 세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옥을 테마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 보니 주인공을 포함해 등장 인물 전원이 죽어서 지옥에 떨어져 각각의 죄목에 따라 팔대지옥의 형벌을 받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라서, 어떻게든 사람들이 죄를 짓고 죽는 것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서 다소 지나치게 막장 드라마의 색체가 가능하다.

캐릭터 간의 갈등 관계 설정이 막장 드라마 끝판왕이라서 한국 막장 드라마와 견줄만 해 어떻게 보면 시대를 앞서 간 경향이 있을 정도다.

시로의 어머니는 중병에 걸려 죽는데 아버지란 사람은 아픈 아내를 옆에 놓고 첩에 미쳐 있고, 첩은 첩대로 시로에게 눈독을 들여 도쿄로 상경할 때 데리고 가 달라며 매달리고, 시로가 자신의 죽은 약혼자 ‘유키코’와 닮아서 호감을 가진 늙은 화가의 딸 ‘사치코’는 실은 병에 걸려 죽은 어머니가 생전에 화가와 바람이 나서 낳은 배다른 남매이며, 유키코를 잃고 술에 쩔어 살던 시로가 술김에 하룻밤을 같이 보낸 술집 작부 ‘요코’는 실은 시로와 타무라가 뺑소니 쳤을 때 죽은 야쿠자 ‘쿄이치’의 연인이라서 시로의 고향까지 복수하러 찾아왔으며, 쿄이치의 어머니는 아예 요양원 사람들을 죄다 독살시켜 대학살을 벌이고. 그 이외에 시로의 주변 사람들은 살인, 뺑소니, 의료 사고, 뇌물, 불륜 등등. 갖가지 죄를 범해서 정상인 사람들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교통사고로 죽은 유키코조차도 임신한 상태에서 죽어 배 속 아이가 부모보다 먼저 죽은 자식으로서의 죄를 범해 지옥을 떠돌게 되어 죄인으로 묘사하고 있다.

후반부는 시로가 지옥에 떨어진 뒤, 유키코의 뱃속에서 죽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한 딸 ‘하루미’를 찾아 팔대지옥을 돌아다니면서 생전의 주변 인물들이 각각의 죄를 물어 지옥의 형벌을 받는 걸 목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의 목과 몸을 분리시키고, 손발을 자르고, 칼과 몽둥이 따위로 내리찍어 피투성이로 만들었다가 다시 부활시킨 뒤 또 피투성이로 만드는가 하면, 뜨거운 물이 풀펄 끊는 솥에 빠트리고. 바늘산에서 걷게 만드는 것 등. 팔대지옥의 형벌을 잔인하고 무섭게 묘사하고 있다.

워낙 옛날 영화라서 CG 하나 없이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하고 있어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유치하고 조잡한 구석이 있기는 하나, 단색의 강렬한 색채를 사용한 것부터 시작해 지옥의 풍경과 형벌이 집행되는 셋트장의 미술, 효과, 연출 등이 인상적으로 다가와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게 등장 인물들의 생전에는 화면이 풀 컬러인데, 사후에 지옥에서는 화면 색깔이 회색이나 녹색 등의 어두운 단색으로 나오는 점이다(옛날 컴퓨터 화면으로 비유하면 VGA 컬러 화면으로 보다가, 허큘리스 흑백 화면으로 바뀌는 느낌이랄까)

이 작품이 나온 해가 1960년으로, 1950년대 말에 일본 영화 산업이 침체화되면서, 60년대로 넘어갈 무렵 신진 감독들이 등판해 활약해서 일본 영화의 뉴 웨이브 1기가 시작된 때라서 확실히 기존에 나온 일본 영화와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본작을 만든 나카가와 노부오 감독은 1905년 출생으로 영화 감독 데뷔는 1934년에 했지만, 감독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망령의 괴묘저택(1958), 여흡혈귀(1959), 토카이도 요츠야 괴담(1959) 등의 괴기 영화를 만들면서부터였다.

본론으로 넘어와 당시 기준으로 보면 비주얼은 인상적이지만 스토리는 깊이가 좀 떨어지는 구석이 있다. 그게 죄를 저지르고, 벌을 받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 반성, 깨달음, 깨우침 같은 건 중생구제적인 요소는 일절 나오지 않아서 그렇다.

작중 염라대왕의 대사를 통해 현생에서 악행을 저지른 인간은 영원히 지옥에서 도망칠 수 없고, 언제까지가 계속 고통을 받아야 한다고 결말을 내서 현시창(현실은 시궁창)의 끝을 보여준다.

불교의 지옥관에서 지옥에 떨어진 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이 존재한다는 걸 생각해 보면 중생구제의 자비를 엿볼 수 있는데. 본작은 그런 요소가 일절 없다.

결론은 미묘. 연출, 컬러 사용, 배경 세트 등 영화의 비주얼적인 부분은 당시 기준으로 보면 인상적이긴 하나, 본편 스토리가 인간의 죄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면서 막장 드라마화됐고. 불교의 지옥을 테마로 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훈이나 구제 요소 하나 없이 지옥 형벌의 무서움만 부각시키고 있어서 맛이 자극적인데 깊이는 없어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 이후로 ‘지옥’ 제목을 달고 지옥을 소재로 한 일본 영화는 1979년, 1999년에 각각 한편씩 나왔다.

1979년판 ‘지옥’은 ‘쿠마시로 타츠미’ 감독이 만들었는데 간통과 근친상간의 죄를 짓고 2대에 걸쳐 지옥에서 벌을 받는 모녀의 이야기, 1999년판 ‘지옥’은 지옥에 죄인들이 득실거리자 보다 못한 염라대왕이 인간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지상의 인간을 선택하여 지옥의 형벌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덧글

  • rumic71 2020/12/26 21:54 # 답글

    어떤 의미로 신토호의 영화 색채를 아주 잘 상징하는 작품이죠.
  • 잠뿌리 2020/12/28 20:15 #

    신토호다운 작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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