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마안봉인 (魔眼封印.1994) 2023년 가정용 컴퓨터 386 게임




1994년에 대만의 게임 회사 ‘SOFT WORLD=智冠科技(지관과기)’에서 MS-DOS용으로 만든 롤플레잉 게임.

내용은 늙지 않고 영원히 살아가는 ‘마안유족’의 우두머리 ‘마안왕’이 바위 속에 갇힌 후 500년의 시간이 지난 뒤. 마안유족의 ‘미스’는 마안왕이 부활하여 자신을 제물로 삼는 꿈을 꾸고 300년 만에 잠에서 깨어나,. 마안예언사로부터 인간 ‘주인공(디폴트 네임 없음)’의 도움을 받아 마안왕의 봉인을 지키라는 계시를 받고서 지상으로 내려갔는데.. 거기서 주인공을 만나 도움을 받은 뒤. 자신이 인간이 되어 악마들을 물리치기 위해 마안유족을 인간으로 변화시키는 ‘인화법술’을 찾아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뭔가 줄거리의 앞뒤 내용이 맞지 않는 것 같은데 설명을 잘못한 게 아니라 실제 내용이 저렇다. 3D 영상으로 만든 오프닝에서는 수호신의 계시를 받고 마안왕의 봉인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으로 나오는데, 정작 본편 스토리에선 마안왕의 봉인은 언급도 없이 인간이 되고 싶다며 인간이 되기 위한 여행을 떠난 것으로 나온다.

마안족, 마안왕 설정과 메인 스토리를 보면 데자뷰가 느껴질 사람이 많을 텐데. 본작의 스토리는 ‘타카다 유조’의 3x3 아이즈(サザンアイズ)‘를 완전히 표절했다.

스토리는 일본 만화 표절인데 게임 그래픽과 인터페이스는 ’오리진‘의 ’울티마 7(UltimaVII,1992)‘을 모방했다.

게임 조작 키는 키보드와 마우스 겸용이다.

겉으로 보면 완전 울티마 시리즈 같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다. 이게 정확히, 울티마랑 비교하기에는 자유도가 너무 떨어져서 그렇다.

상호 작용이 가능한 오브젝트가 단순히 잠긴 문과 상자 열기 정도밖에 없다.

아이템은 스토리 전용 아이템 정도만 NPC와의 대화나 보스급 몹 격파 후 드랍되고. 그 이외에는 상자에서 드랍되거나 상점에서 구입하는 것 뿐이라서 상호 작용 가능한 오브젝트가 적을 수 밖에 없다.

아이템 드랍도 적의 죽은 시체를 더블 클릭해서 자동 입수하는 방식이라서, 화면에 아이템 자체가 따로 표시되지는 않는다.

캐릭터에 마우스 커서를 대고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여러 가지 아이콘이 뜬다.

물약 아이콘(약품란=소비형 약물 아이템 인벤토리), 갑옷 아이콘(무기란=무기/방어구 인벤토리), 가방 아이콘(스토리 진행 및 열쇠 아이템), 두루마리 아이콘(마법란=캐릭터 마법창), 지도 아이콘(월드맵 지도), 눈알 아이콘(상태란=캐릭터 스테이터스창), 책 아이콘(기록란=게임 저장/불러오기), 계산기 아이콘(금전란=소지금), 시간란(시계 아이콘=플레이 시간 확인창) 등이 있다.

소비형 아이템은 약물 종류만 있고. 장비 슬롯은 투구, 갑옷, 무기, 방패, 신발 등의 다섯 개가 있는데 전사, 마법사의 스타일은 딱 나뉘어져 있지만 클래스가 정의되어 있지는 않아서 장비의 제한이 없다. 즉, 마법사 계열 캐릭터도 검, 방패, 갑옷 등을 장비할 수 있다는 말이다.

캐릭터 스테이터스 수치는 EXP(경험치), LV(레벨), HP(생명력), MP(마력), ATT(공격력), DEF(방어력)으로 간략화 되어 있다.

전사 계열도 MP가 올라가서 레벨 최대치인 12 정도 되면 HP는 천단위, MP는 수백 단위를 넘어가지만.. 사용 가능한 주문이 2개 정도밖에 안 돼서 마법사 계열과의 차이를 좁힐 수 없다.

낮과 밤 및 비가 오는 날씨 등의 시간 개념이 있지만, 시간과 날씨가 게임 진행에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라서 별로 중요하지는 않다.

NPC가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않고 자동 이동을 하는 유동 NPC로 시간 경과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긴 하나, 그 이동 범위가 엄청 좁고 같은 자리를 빙빙 도는 수준이라서 별 의미가 없다.

NPC와의 대화는 가까이 접근해 NPC를 마우스로 두 번 클릭하면 가능하지만.. 대화 내용은 게임 진행에 관한 직접적인 이야기를 제외하면 전부 다 쓸데없는 내용인 데다가, 대화 로그가 제대로 갱신되지 않아서 캐릭터의 반응에 일관성이 없고, 내용 자체도 전반적으로 유치하면서 무성의하다.

뭔가 게임 진행과 전혀 상관없는 말을 하거나, 또는 뭘 물어보면 모른다거나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라고 하는 대사가 밥 먹듯이 나온다. 게임 개발자가 게임 내 캐릭터 대사 스크립트를 존나 쓰기 싫은데 억지로 쓴 느낌마저 들 정도다.

플레이어 캐릭터인 주인공은 대사가 많긴 하나, 캐릭터 설정이 아무런 능력도 없는데 세계정복을 꿈꾸는 젊은이라서 허세를 부리는데 그런 것 치고 입담이 좋은 것도 아니다.

밑도 끝도 없이 ’내가 ㅇㅇㅇ이다!‘ ’당신은 ㅇㅇㅇ를 아는가?‘ 이딴 식으로 자기 이름을 어필하고. 세계 정복 드립을 치는데. NPC와의 상호 대사가 주인공의 드립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고 냉대해서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뚝 끊기는 게 일상다반사다.

동료들은 합류 전후로 몇 마디씩 하는 게 전부라서 실제 스토리 내에서는 자기 대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냥 주인공을 자동으로 따라다니면서 같이 싸워주는 게 끝이다.

심지어 스토리상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조차도 텍스트적인 부분에서는 히로인 보정을 전혀 받지 못했다. (3x3 아이즈로 치면 파이를 베낀 캐릭터인데)

스토리 자체도 앞서 언급했듯 3x3 아이즈를 대놓고 베껴서 독창성이 떨어진다. 안 그래도 게임 그래픽은 울티마 7을 모방하고 있는데 스토리는 3x3 아이즈를 베끼니 총체적 난국이다.

메인 히로인인 미스가 늙지 않고 영원히 사는 마안족이란 설정부터 시작해 인간이 되기 위해 인화법술을 찾아 여행을 떠나서 마안족의 성지에 가서 마안왕과 싸우는 것은, 3x3 아이즈에서 삼지안 운가라족인 파이가 인간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나 삼지안의 성지에 가서 귀안왕과 싸우는 것과 동일하다.

3x3 아이즈에서 파이와 야쿠모가 처음 만났을 때 지팡이에 봉인된 괴조 ’타크히‘에 대한 설정과 내용도 표절해서 작중 미스와 처음 만났을 때 받는 퀘스트도 지팡이를 찾아 ’이상한 새‘를 봉인하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이 죽어서 미스가 되살려준 것 역시 똑같다. (이상한 새가 단순 비유가 아니라 캐릭터 이름이 이상한 새다)

다만, 롤플레잉 게임이라서 부활술이 마법으로 나와서 미스가 죽은 주인공을 되살릴 때 3x3 아이즈처럼 불사신 우로 살린 게 아니라 그냥 마법으로 되살린 것이고. 주인공이 세계정복을 꿈꾸는 청년이라서 순수하게 미스를 돕기 위해 마안왕 타도를 외친 게 아니라. 세계정복이 꿈이라고 하니 돈과 권력, 미인을 손에 넣으려 하는 거 아니냐. 내가 너랑 결혼해주면 미녀를 손에 넣는 거니 세계정복 야망의 1/3을 이룬 게 아니냐는 말에 홀라당 넘어가 모험이 시작된 것으로 나와 원작을 100% 다 베낀 건 아니고 어느 정도 각색이 들어갔다.

캐릭터, 스토리를 떠나서 봐도 영 시원치 않은 게 전투 시스템을 비롯해서 게임 구성이 매우 안 좋다.

전투는 키보드 TAB키를 누르면 마우스 커서가 분홍색에서 노란색 화살표로 바뀌는데 이때 전투 모드가 켜진 것으로, 캐릭터 상태창에선 해골 깃발로 표기된다. (전투 모드 켜기는 TAB키, 끄기는 CAPS LOCK키다)

전투는 전투 모드를 켠 시점에서 자동으로 진행되며, 수동으로 할 수 있는 조작은 이동과 마법, 아이템 사용 정도 밖에 없다. 물리 공격은 타깃 지정조차 못한다.

전투 모드를 켠 상태에서 NPC를 클릭하면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공격을 하게 되고, 스토리 진행상 중요 NPC를 공격해 죽이면 게임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몹은 플레이어 캐릭터를 보자마자 쫓아오는 추적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하고 있는데, 스크롤을 넘어가도 집요하게 쫓아오고. 심지어 마을 구간까지 쫓아오는데. 주변에 NPC가 몹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몹한테 두드려 맞고 죽는다.

게임 플레이는 던전 공략을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라서 사실상 대화의 필요성이 스토리 진행상 필요한 아이템을 얻는 것 이외에는 달리 없다.

NPC와 대화를 하고, NPC가 거주하는 마을 근처의 동굴(던전)을 공략하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 NPC와 대화를 하고, 던전을 공략하고. 이걸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동료들은 개별적으로 조종할 수 없고, 계란 깨기 아이콘(가장 약한 적을 공격)/수박 아이콘(함께 적을 공격)/깃발 아이콘(도주) 등의 행동 방침을 지정해줘서 자동으로 싸우게 하는데. 동료로 합류하면 무조건 레벨 1에 아무 장비도 없는 맨몸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스토리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동료 육성에 애로사항이 꽃핀다. (쉽게 말하자면 극 후반부에 평균 레벨 만랩에 근접한 구역에서 동료로 들어온 애가 1레벨이란 거다)

맵이 지역 단위로 구분되어 있고, 지역 내에 마을이 1~3개 정도 있어서 스토리 진행을 위한 길 찾기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지역과 지역 사이를 오갈 때 육로를 이용하면 항상 던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 템포가 늘어지는 것도 짜증나는 점이다.

나중에 가면 괴물알식으로 비행을 하거나, 얼음 지팡이로 바다를 얼려 이동할 수도 있지만 그건 극 후반부에 나오는 것이라서 늘어지는 플레이 템포를 해결할 수 없다.

괴물알식은 일반 마법하고는 다른 것으로 갖가지 효과를 가진 소환술에 가까운데 3x3 아이즈의 수마술을 표절한 거다. 실제 3x3 아이즈의 하즈라트 한을 모방한 ’모한‘이란 캐릭터가 나오며, 첫 등장 때 불학알이라는 괴물의 알을 넘기기도 한다.

그밖에 스토리 진행 중에 보스로 나온 적들이 해당 스토리가 끝나기 무섭게 잡몹으로 나와서 몹 디자인을 재탕하는 것도 좀 너무한다.

그나마 좀 나은 게 있다면, 게임 내 3D 영상이 나올 때 비록 짧은 대사긴 하지만 한글판에서는 한글 더빙을 했다는 것 정도다.

데모 컷씬 때 음성이 들어가면 꼬박꼬박 한글 더빙을 하는 건 소프트 월드표 게임의 전통이다. (동방불패, 의천도룡기에서도 데모 컷씬 때 한글 더빙을 했었다)

결론은 비추천. 발매 당시에는 국내 게임 잡지에서 대만 RPG 게임이 많이 발전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실제로 그래픽은 울티마 7을 모방하고 스토리는 3x3 아이즈를 베껴서 게임 자체의 독창성이 떨어지고. 표절 여부 이전에 게임 플레이의 자유도가 매우 떨어지는 것부터 시작해 불편한 자동 전투, 문 열기/상자 열기 이외에 상호 작용이 전혀 없는 오브젝트, 유치하고 부실한 내용의 텍스트, 던전 공략의 잦은 반복 등등. 게임 인터페이스와 구성도 좋지 않아 전반적인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덧글

  • 먹통XKim 2020/12/28 18:03 #

    헌데 더빙한 성우 목소리가 성우같지 않은 게 문제...
  • 잠뿌리 2020/12/28 20:16 #

    대사량이 적어서 전문 성우를 기용하지 않고 개발진이 자체 더빙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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