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판타즈마고리아2 퍼즐 오브 플레쉬 (Phantasmagoria: A Puzzle of Flesh.1996) 2021년 공포 게임




1996년에 Sierra On-Line에서 MS-DOS용으로 만든 호러 어드벤처 게임.

내용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병을 앓아서 정신병원에 입원한 26세 남성 ‘커티스 크레이그’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지 1년이 지난 후. 돌아가신 아버지가 근무했던 제약 회사 ‘윈테크 인더스트리’에 취직해서 일하게 됐는데.. 자신의 주변에서 의문의 연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아버지가 실은 회사의 비밀 실험에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1995년에 시에라 온-라인에서 만든 ‘판타즈마고리아’의 후속작이지만, 본편 스토리는 전작과 전혀 무관한 작품이다.

이번 작의 게임 용량은 CD 5장이라서 전작의 CD 7장보다 2장 적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전체 용량이 기가 단위를 넘어가기 때문에 발매 당시 DOS 게임 기준으로는 고용량 게임이었다.

시에라에서 ‘킹스 퀘스트 7’과 ‘태양신의 단도(로라 보우 시리즈)’의 시나리오를 맡았던 ‘로렐리 섀논’이 새로 발탁되어 게임 디자인과 시나리오를 맡았고, 제작비는 전작과 같은 450만 달러를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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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인터페이스는 전작과 같은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이지만, 마우스 커서를 화면 바깥으로 움직여서 좌측 상단은 ‘플레이 백(영상 되감아 보기)’, 좌측 하단은 ‘맵(지도)’, 우측 상단은 ‘컨트롤 패널(세이브/로드/게임 옵션/도움말/크레딧/게임종료)’, 우측 하단은 ‘인벤토리(아이템 안을 확인)’을 열 수 있게 바뀌었다. (게임 플레이 중에 입수한 아이템은 화면 중앙 하단에 상시 표시되어 있고, 인벤토리는 그 아이템의 상태를 확인하는 거다. 예를 들어 지갑을 줍고, 지갑 안을 확인할 때 지갑을 클릭해 인벤토리 아이콘으로 드레그하는 거다)

전작은 FMV(풀 모션 비디오)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어서 3D 랜더링 배경 위에서 실사의 디자타이즈 된 캐릭터가 라이브 액션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라서 포인트를 클릭할 때 상호작용이 발생하면 캐릭터의 풀 모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본작에서는 클릭 가능한 포인트를 클릭하면 캐릭터의 라이브 액션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냥 짧은 동영상 컷신을 집어넣어서 FMW 느낌이 거의 사라지고 인터렉티브 무비 느낌만 강해졌다.

쉽게 말하자면, 이동 가능한 포인트를 클릭하면 전작의 경우. 실사의 디지타이즈 된 주인공이 포인트 지점까지 걸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는데. 이번 작에서는 그걸 보여주지 않고 동영상 컷신으로 퉁-치고 넘어갔다는 거다.

배경도 실사로 촬영을 해서 실제로 미국 워싱턴주의 시애틀에서 디지털 베타캠을 사용해 촬영을 했기 때문에 실사 영화의 느낌과 게임 같은 느낌을 등가교환한 것이다.

작중에 FMW라고 볼 만한 부분은 정지된 배경 화면상에 캐릭터가 등장할 때뿐인데. 이게 보통, 가만히 서서 클릭하기를 기다리는 포인트 같은 느낌에 가까워서 라이브 액션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리액션이 약하다.

본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부제인 ‘살점의 퍼즐’ 그대로 고어한 요소가 좀 있기는 하나, 정신병, 트라우마, 연쇄 살인마 태그로 시작해서 에일리언으로 귀결되는 SF 사이코 호러물이 됐기 때문에 되게 애매하다.

주인공인 커티스 크레이그는 기본적으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정신병을 앓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서, 환각에 시달리고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자신이 저지른 건지, 아닌지 고민하는 캐릭터인데.. 이 부분을 자세히 다루지 않고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이벤트처럼 다루면서 고어하고 선정적인 묘사에만 치중하고 있어서 개발진이 뭐가 중요한지 몰랐던 것 같다.

고어한 묘사는 사실 화면에 피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데드 씬 때 희생자들이 죽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건 최초의 희생자인 ‘밥’의 사망 회상 씬 정도밖에 없고. 나머지는 죽는 걸 암시하면서 피가 흐르는 걸 보여주거나, 아예 그런 장면도 없이 시체로 발견되는 걸 넣어서 오히려 죽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는 전작의 비주얼이 더 잔인하다.

자세히 파고들면 작중에서 누군가 죽는 장면보다는, 살덩이에 사람 얼굴만 남아서 이상하게 죽는 시체와 좀비가 된 회사 동료들, 외계인의 묘사 등등이 나름대로 쇼킹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어서 그쪽이 더 호러블하다.

근데 잔인한 건 둘째치고 선정적인 설정과 장면이 많이 나오는 게 좀 눈에 걸리는데. 이게 스토리 전개상 꼭 필요한 것 같지도 않은데 어거지로 쑤셔넣은 게 아닌가 싶다.

주인공 커티스는 직장 동료인 ‘조실린’과 사귀고 있었는데. 또 다른 직장 동료 여성인 ‘테레스’와 썸을 타고 그녀와 바람을 피워 육체관계를 맺고 SM 플레이를 하는가 하면, 직장 동료 남성이자 동성연애자인 ‘트레버’한테 마음이 끌린다고 해서 남녀 가리지 않고 욕정을 가진 캐릭터로 나온다.

근데 작중에 트레버하고 썸을 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화 이벤트 밖에 없는데 심리 치료사한테 트레버한테 끌린다는 말만 하는 정도이고, 테레스는 클럽과 자택으로 이어지는 섹스 관련 이벤트 서너 번 정도 보면 끝이라서 뭔가 정말 쓸데없다.

섹스 관련 이벤트도 사실 영상 자체만 보면 분량이 극히 짧고 노출도도 낮고 행위 자체를 대놓고 묘사한 것도 아니라 거의 암시하는 수준으로만 묘사해서 가슴 노출조차 안 나오는 관계로 분위기만 요란하지 생각보다 볼 게 없다. (작중에서 웃통 벗고 상위 알몸으로 나오는 건 주인공뿐이다)

고어와 섹스 같은 자극적인 요소들을 떠나서 본편 스토리 자체만 놓고 봐도 영 시원치 않다.

핵심적인 스토리인 외계인 이야기는 복선과 암시를 충분히 주면서 치밀하게 만든 게 아니라,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중후반부에 갑자기 몰아서 나와서 적응이 안 된다.

게임 스토리 전반부는 주인공이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이코 살인마 이야기인데 후반부는 X차원에서 온 외계인의 음모와 복제 인간 이야기가 돼서 그렇다.

사이버 드림즈의 ‘어둠의 씨앗’ 시리즈는 똑같이 외계인의 음모를 다루고 있는 호러 어드벤처 게임인데. 현실과 외계인의 세계를 오가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며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기 때문에 흥미진진하면서도 무서웠던 반면. 본작은 한참 동안 현실 세계 이야기를 하면서 주인공이 환각을 보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이게 다 외계인의 음모였다!’로 귀결시키니 이야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나무위키 게임 소개 보면 '1편보다 꽤 내용에 충실해졌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그건 아마도 이 게임을 해보지 않고 하는 소리가 아닌가 싶다. 게임 직접 해보면 그런 소리 안 나올 텐데. 내용이 충실해지긴 개뿔. 1탄하고 도찐개찐이다)

멀티 엔딩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어 엔딩이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커티스가 외계로 돌아간다는 내용으로 X차원의 게이트로 진입하기 직전에 끝나서 내용을 중간에 끊어먹은 느낌이라 불완전연소된 느낌이고, 다른 하나는 연인인 조슬린과 함께 지구에 남는 것인데 커티스의 손이 외계인 손으로 변하는 불안 요소가 남아 있다는 식으로 찜찜하게 끝나서 엔딩 둘 다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엔딩 스텝롤이 다 올라간 후 시에라 로고가 뜬 다음에 머리만 남은 ‘워렌’이 생체 유지 물질에 매달려 있는 게 쿠키 영상으로 나오는데 이것도 별 감흥이 없다. 그냥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고어한 장면이 나오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퍼즐 요소도 게임 거의 막바지에 나오는 최후의 퍼즐이 아무런 힌트 없이 진행하는 거라 난이도가 지랄맞는데. 그전까지는 사실 퍼즐이라고 하는 게 죄다 컴퓨터 문서, 이메일을 통해 힌트를 얻어서 로그인 암호 입력하는 것들이라서 스토리 이전에 게임 플레이 자체가 너무 재미없다.

암호 찾아서 입력하기 말고 퍼즐 요소라고 할 만한 건 게임 첫 시작 때 소파 밑에 있는 지갑 꺼내기인데. 애완용 쥐인 ‘블랍’을 아이템으로 입수해서 소파 밑에 집어넣고. ‘그레놀라 바’를 사용해 블랍을 소파 밖으로 끄집어내서 지갑을 입수하는 거라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게임 처음 시작해서 이 부분을 진행했을 때는 이게 과연 호러 게임이 맞나 싶었을 정도다)

그리고 게임 용량이 CD 5장인데, 게임 내 이동 반경이 집, 회사, 카페, 심리 치료사의 집 등 4개 밖에 없어서 이 4군데 장소를 지겹게 돌아다녀야 하는 것도 문제다.

게임 플레이 타임이 1시간 미만이라서 용량 대비 게임의 볼륨이 너무 적다.

그나마 좀 나은 게 있다면, 게임 플레이 내에 제한 시간 요소가 거의 없어서 느긋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 게임 오버로 이어지는 사망 포인트가 후반부에 몰려 있는데. 게임 오버 당하면 죽기 직전의 시점부터 바로 재도전할 수 있다는 것, 타이밍을 요구하는 구간에서 생각보다 시간을 넉넉하게 줘서 타이밍 맞추기 어렵지는 않은 점은 게임 레벨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볼 때 괜찮은 편이다.

결론은 비추천. 발매 당시 기준으로 잔인하고 선정적인 내용, 장면이 많이 나와서 비주얼은 자극적이지만 그게 대부분 불필요한 내용들이고, 본편 스토리가 사이코 살인마로 시작해 외계인의 음모로 이어져서 되게 뜬금없으며, 어드벤처 게임으로서의 퍼즐 요소가 부실하고 게임 플레이 자체가 재미없는 데다가, 이동 가능한 장소가 적고 게임 플레이 타임도 짧아서 게임 용량 대비 볼륨까지 작아서 어드벤처 게임의 명가라 불리던 시에라의 이름값을 못하는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전작인 ‘판타즈마고리아 1’은 콘솔 기기인 세가 세턴용으로 이식된 바 있는데, 본작은 PC용으로만 나왔다. 정확히, MS-DOS, WINDOWS 95용으로 나왔고, 지금 현재는 GOG, 스팀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덧붙여 시에라에서 ‘판타즈마고리아 3’를 계획하고 있었지만, 전작이 흥행한 것에 비해 본작은 흥행에 완전히 실패했고 당시 인터렉티브 무비 방식의 어드벤처 게임 자체가 장르적으로 쇠퇴를 해서 결국 후속작 계획은 무산되고 시리즈의 명맥이 끊겼다.

추가로 이 작품은 잔인하고 선정적인 묘사 때문에 영국에서는 검열된 버전이 발매됐고, 싱가폴과 호주에서는 아예 발매 금지 판정을 받았으며, 아시아권에서는 대만에서만 발매됐다. 대만판 제목은 ‘幽魂 2(유혼 2)’로, 전작도 ‘유혼 1’로 번안되어 발매된 바 있다.

마지막으로 1999년에 나온 ‘Phantasmagoria Stagefright’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 아니라 판타즈마고리아 1, 2의 합본인데. 1의 CD 7장, 2의 CD 5장으로 총 CD 13장짜리 게임 박스 팩키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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