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 스쿨 (2017) 2021년 서적




2017년에 ‘소담주니어’에서 ‘한민우’ 작가가 글, ‘양은봉’ 작가가 그림으로 맡아서 나온 아동용 공포 소설. 괴담 스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귀신을 볼 줄 알아서 귀신 상담사 겸 퇴마사인 동시에 중학교 수학 교사인 ‘지중현’이 여러 사건 사고에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괴담 스쿨 시리즈는 귀신, 유령, 악령, 요괴, 좀비 등등. 각각 테마를 하나씩 잡고 학교를 배경으로 한 시리즈 책인데. 본작은 타이틀 그대로 ‘퇴마’를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 ‘지중현’은 책 표지나 삽화에 검은 사제복을 입고 나와서 기독교 계열의 퇴마 신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기 입으로는 퇴마사가 아니고. 귀신 상담사를 자처하는 중학교 교사다.

반 애들이 지중현을 ‘엑소시스트 선생님’을 줄여서 ‘엑소 쌤’이라고 부른다는 설정이 있고. 작중 지중현이 과거 퇴마를 한 경험을 수업 도중에 반 아이들한테 썰을 푸는 게 주된 내용이다.

옛날 만화 ‘지옥선생 누베’처럼 학교 선생님이 교사일과 퇴마일을 겸한다는 설정은 나름대로 매력적인데, 문제는 본작의 주인공 지중현은 포지션이 좀 애매하다는 점에 있다.

지중현의 능력은 단순히 귀신을 볼 줄 아는 것뿐이라서. 귀신의 속사정을 듣고 한을 풀어줘서 귀신 상담사를 자처하고 있지만.. 정작 상담이 안 통하는 악마와 악령과 조우하면 귀신 보는 능력이 전혀 쓸모 없고. 퇴마사로서는 옷은 검은 사제복을 입고 있는데, 퇴마행을 펼칠 때는 은장도와 부적을 즐겨써서 퇴마의 근본이 좀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다.

그게 보통, 퇴마물에서 신부면 신부. 도사면 도사. 무당이면 무당 등. 각자 포지션과 스타일, 능력이 명확히 나뉘어져 있는데 본작에는 검은 사제복 입고 십자가와 부적을 사용하는 귀신 보는 중학교 교사란 설정을 차용하고 있어서 그렇다.

옛날 강시 영화 중에 ‘구마도장’에서 기독교의 신부와 모산술 도사가 공투하여 기독교+도교의 하이브리드 퇴마술을 구사하는 게 신선하게 다가와서 좋았는데. 본작도 설정만 보면 그런 느낌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안타깝게도 퇴마행 묘사의 밀도가 떨어져서 그럴듯한 설정도 잘 활용하지 못한 느낌을 준다.

귀신, 악마, 악령 등이 출몰해 생명의 위협을 가해오는 순간의 무서운 장면만 바짝 묘사하고. 그들을 물리치는 장면은 간략하게 묘사하고 넘어가서 그런 것이다.

예를 들면 보광동 폐가 에피소드 같은 경우만 해도. 심령 사진이 찍혀서 사건 해결 의뢰가 들어와 보광동 폐가를 찾아가서 아이 귀신이 등장하는 것 까지는 그럴 듯하게 묘사를 하는데.. 아이 귀신의 무서운 삽화를 그려 넣은 이후에는, 아이 귀신이 이런저런 사연이 있어도 잘 달래서 보내줬어. 하고 순식간에 이야기를 끝내 버린다.

삽화가 나오는 순간까지는 모든 힘을 다 쏟아붓고 그 뒤에 짜게 식어 버리는 느낌인 것이다.

중학교 교사란 설정 자체도 좀 애매한 게. 작중에 학교를 배경으로 한 퇴마행은 위저보드 에피소드 밖에 안 나오고. 그것 말고는 그냥 반 아이들한테 퇴마행 썰 푸는 게 전부라서 그렇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한국 학교 배경으로 학생들이 분신사바를 하는 게 아니라 위저보드를 하는 게 뭔가 되게 낯설어보인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학교 밖에서 진행되고. 학교 교사 신분은 아예 언급도 안 되는 상황이라서 사실 그와 관련된 설정을 지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괴담 스쿨 시리즈로서 학교 배경, 소재의 구색 맞추기용으로 넣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지중현이 전문 퇴마사도, 신부도 아닌데 굳이 검은 사제복을 입고 나오는 이유는 아마도 한국 호러 영화 ‘검은 사제들’의 오마쥬 같다.

그도 그럴 게 사제복도 사제복이지만 작중 지중현이 엑소시즘을 하러 갈 때 준비하는 퇴마 도구로 ‘바흐의 음악(바흐의 칸타타 제 140번: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도다)’를 녹음한 녹음기를 가지고 가는데. 엑소시즘 영화 중에 엑소시즘 현장에서 바흐의 음악을 보조 도구로서 직접 재생한 건 검은 사제들이라서 그렇다.

기존의 엑소시즘 영화에서는 구마 의식에 음악이나 녹음기를 사용하는 장면이 전혀 없었다.

그밖에 작중에 악마 관련 에피소드에서 악마가 지중현에게 아는 척을 하면서 20년 전의 일을 언급하는 중요 떡밥이 있는데. 정작 지중현 본인은 그걸 전혀 모르는 눈치고 거기에 얽힌 진실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아서 떡밥 회수가 안 된 채 이야기가 끝나 버린다.

결론은 평작. 아동용 공포 소설 중에서 엑소시즘을 소재로 한 건 나름대로 신선했고, 엑소시즘 하는 학교 선생님이란 설정도 왕도적인 매력이 있으며, 엑소시즘과 도술의 하이브리드 퇴마술 발상도 나쁘지는 않지만.. 학교 배경과 교사 설정이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아서 전체의 일부분만 나오는 관계로 그런 설정이 없어도 상관없을 정도라서 모처럼의 소재를 활용하지 못했고. 퇴마를 소재로 했으나 퇴마에 대한 묘사 밀도가 떨어지는 데다가, 주요 떡밥도 회수하지 않은 채 이야기가 끝나서, 재료는 괜찮은데 그걸 가지고 요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느낌이라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덧글

  • 뇌빠는사람 2020/11/16 17:31 # 답글

    아동용 공포소설이란 게 최근까지도 나왔었나보군요.
    90년대 YMCA나 기독교 쪽 등쌀이 심할 때에 이런 책들이 욕을 먹으면서도 꽤 잘 팔렸었는데, 그 때보다도 오히려 검열이나 심의가 심해져 가는 지금에도(게다가 책 자체가 드럽게 안 팔리는데) 저런 물건이 나오다니 의외네요.
  • 잠뿌리 2020/11/16 20:56 #

    찾아보니 생각보다 꽤 많이 나왔습니다. 이 괴담 스쿨만 해도 시리즈화돼서 여러 권이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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