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전 (2018) 2021년 서적




2018년에 ‘더쿠문고’에서 텀블적 프로젝트를 진행해 6956%의 성공을 거두어 책으로 출간된 작품.

내용은 전세계 악마들을 총집합시킨 사전이다.

책 속에 들어간 삽화는 저작권 만료된 고서의 이미지와 자체 제작한 이미지를 사용한다고 했지만, 삽화의 양 자체가 적고. 아예 삽화가 아니라 영화 속 한 장면을 잘라다 붙이거나, 해당 악마와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의 삽화를 넣는 경우가 다수 있다.

물론 영화 이미지나 본편 내용과 관련 없는 삽화 이미지를 쓸 때 그렇게 했다고 본문에 사실대로 밝히긴 하나, 그게 내용의 부실함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자체 제작한 삽화 이미지는 삽화 출처에 검은 사전 표기가 붙는데. 그 양이 상당히 적기도 하고, 삽화 자체의 퀼리티가 너무 낮아서 해외 고서의 삽화 이미지랑 크게 차이가 나서 안 넣은 것만 못하다.

기존의 악마 사전 책들이 악마의 이미지를 자체 제작해서 그려 넣을 때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를 기용해 최소한의 퀼리티를 지킨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은 그런 부분을 좀 소홀히 한 느낌을 준다.

애초에 이 작품의 내용은 관련 서적을 철저히 조사하고 고증을 지켜 기록한 것이 아니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걸 긁어모은 수준인데, 그게 또 지난 수십 년 동안 악마, 타천사, 신화 관련 도해 도감, 사전 등의 책에서 몇 번이나 계속 반복해서 다뤄온 것이라 근본적으로 재탕을 한 것이라서 기존의 관련 서적과 차별화된 게 없다.

들녘, AK 커뮤니케이션즈 등 국내 출판사에서 정식 수입해 발매된 책들인 ‘판타지 라이브러리(마족편, 타천사편)’, ‘도해 악마학’ 등을 보면 이미 알기 쉽고 보기 좋게 정리한 책이 많은데. 굳이 그런 책들을 마다하고 이 작품을 선택하는 메리트가 없다.

근데 진짜 문제는, 기존의 책과 차별화된 게 없는 건 둘째치고. 기존의 책에는 없었던 불순물 같은 정보가 들어가서 사전으로서의 기능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거다.

고증을 지키지 않은 출저불명의 정보를 수록하거나, 자세한 정보가 없으면 없는 데로 ‘이 악마는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다’라는 글을 그대로 실어서 좀 엉성하다.

예를 들어 솔로몬의 72기둥의 악마 중에 ‘아스모데우스’의 설명에 니켈로디언의 아동용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펀지밥’의 캐릭터들이 7대 죄악을 상징하고 있어서 스펀지밥이 아스모데우스의 성욕에 대치된 캐릭터라는 설명을 진지하게 적는 걸 보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텀블벅 프로젝트 설명에는 근거없는 인터넷 출처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크로스 체크를 해서 정확한 정보를 넣으려고 노력하겠다고 적혀 있는데 네모바지 스펀지밥 7대 죄악설은 대체 뭐란 말일까.

애초에 악마를 집대성한 사전이란 컨셉인데, 정작 악마라고 할 만한 존재는 책 전체의 약 1/3 정도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악마는 아닌데 신화 속 악한 존재. 혹은 어둠의 존재니까 악마라고 치고 수록한다고 마구잡이로 채워 넣어서 책 자체의 컨셉이 애매하다.

판타지라이브러리 ‘판타지의 마족편’ 같은 경우로 예를 들면 거기선 중세의 악마 말고 전 세계의 마물을 다루고 있어서 확실히 마물이라고 할만한 존재를 모아 놓았는데. 본작은 그리스 신화의 하데스, 이집트 신화의 오시리스, 이슬람 신화의 지니 같이 명계의 신, 정령도 다 집어넣어서 책 분량 채우기 급급해 무리수를 던졌다.

헌데, 그 무리수에 긍정적인 효과도 있는 게. 기존의 악마 관련 서적에서 잘 다루지 않는 마이너한 악마의 정보도 조금 실려 있다는 거다.

이게 보통, 악마와 타천사를 다룬 오컬트 서적은 7대 죄종, 솔로몬의 72기둥의 마신, 타천사, 대악마 등 메이저한 악마들만 다루고 끝내서 그렇다.

그리고 이집트, 인도, 이슬람, 그리스, 북유럽 신화 쪽 정보는 이미 관련 서적이 많이 나와서 식상하지만, 인도네시아 신화와 아프리카 신화 카테고리는 그나마 좀 보기 드문 내용이라서 괜찮았다.

결론은 평작. 전 세계 악마 총집합이란 말이 무색하게 실제 악마 자체를 다룬 내용은 전체의 약 1/3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그것도 이미 기존의 악마 관련 서적에서 반복해서 다뤄온 것이라 식상하고. 분량을 채우기 위해 무리수를 던져 악마가 아닌 것도 악마로 취급해 넣어서 악마 사전으로서의 컨셉이 모호하며. 출처 불명의 내용이 일부 실려 있어서 정보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구석이 있지만.. 기존의 서적에서 잘 다루지 않은 마이너한 악마와 신화에 대한 내용이 조금 나와서 흥미로운 요소가 아주 없는 건 아니고. 전문서적으로서의 기대치를 낮추고 보면 그냥저냥 볼만하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텀블벅 후원 프로젝트로 출간된 책이라서 정가가 따로 없고. 일반 서점에서도 구입할 수 없다. ‘중고나라’나 ‘당근마켓’에서 중고로 구입할 수밖에 없는데 지나치게 높은 프리미엄 가격이 매겨진 경우가 종종 있어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


덧글

  • hansang 2020/10/11 21:43 # 답글

    저도 텀블벅에서<동이귀괴물집>이라는 책을 구입했다가 큰 실망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대로 된 책일 경우 거의 정식 출간되는만큼, 앞으로는 구태여 펀딩은 하지 않는다는 결심을 굳히게 만들어 주었죠.
  • 잠뿌리 2020/10/12 00:44 #

    동이귀괴물집도 검은 사전을 출간한 더쿠 문고에서 나온 책이죠. 덕후층을 노린 거라고 하기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 레이븐가드 2020/10/13 15:06 # 답글

    백과사전 부류치고 제대로 된 물건이 별로ㅡㅡ; 실제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한 건데 캐릭터랑 설정만 잘라서 놓으니 내용이 미흡해지기 쉽죠
  • 잠뿌리 2020/10/14 12:40 #

    그게 내용을 늘리기보다 캐릭터의 종류를 늘려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야기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서술하는 책에서는 상대적으로 캐릭터의 종류가 적거든요. 예를 들어 그리스 신화의 12주신 모두의 설명을 적어서 1권을 만드는 것과 12주신 중에서 제우스, 아테나, 아폴론의 이야기로 1권을 만든 것의 차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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