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션 나인 (Session 9.2001) 2020년 영화 (미정리)




2001년에 ‘브래드 앤더슨’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빌딩 전문 해체 업자인 ‘고든’과 ‘필’이 어느날 오래된 정신병원 건물을 청소하는 의뢰를 받고 일주일 안에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뒤, ‘행크’, ‘마이크’, ‘제프’ 등의 세 사람을 더 추가해 다섯 명이 건물 청소 작업에 나섰다가 이상한 일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폐쇄된 정신병원에 유령이 출몰해 건물 안에 있는 산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소재는, 미국 하우스 호러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소재지만.. 본작은 흔한 듯하면서도 흔하지 않은 게 묘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그게 일단, 폐쇄된 정신병원과 유령이라는 키워드가 있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폐건물에 출몰하는 유령 이야기가 아니라 폐건물에 있는 산 사람이 점점 미친다는 거다.

본편 스토리 내내 심령 현상 한번 발생하지 않고. 건물 내에 남겨진 테이프를 재생할 때 나오는 소리 정보로만 유령 떡밥을 던지고 회수한 것이라서 미친 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주인공 ‘고든’이 아내와의 불화로 인한 가정 문제부터 시작해 직장 동료와의 불화. 의심암귀 등 온갖 부정적인 요소로 인해 불안정한 심리를 갖고 있고. 주변 상황에 점점 악화되면서 긴장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일반적인 호러물에서 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있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몽환적인 묘사를 넣는 반면. 본작은 그런 것은 거의 없다.

미친 주인공이 보는 왜곡된 현실과 그 주인공에 의해 참사가 벌어진 처참한 현실을 교차해서 보여주고 있다.

즉, 현실과 환상이 아니라 현실과 왜곡된 현실인 것이다.

유령이 정신이 불안정한 사람에 깃든다는 근본 설정이 있지만 이게 영화 마지막에 가서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이라서, 유령 설정은 그냥 왼손은 거들 뿐인 정도로 미비하다.

유령, 폐건물 태그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초자연적인 현상과 그 묘사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좀 심심할 수도 있다.

근데 그 심심한 게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그런 것이고. 내용 자체적으로는 꽤 호러블한 구석이 있어서 공포도가 낮지는 않다.

앞서 말한 듯 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집중하고 있어서. 주인공이 시점에 몰입해서 점점 미쳐가는 걸 쭉 보다 보면 나름대로 오싹하다. 분위기나 감성, 연출 등이 유령이 나오는 하우스 호러물이 아니라 사이코 스릴러에 가깝다.

사실 본작은 하우스 호러물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작품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건물 내부가 상당히 넓은 데다가 사건이 벌어지는 주요 시간대가 낮 시간이라 주변이 환하기 때문인데. 솔직히 영화 시작 전에 폐 정신병원 건물이란 설명 대사가 나오지 않았으면, 정신병원 건물인지도 몰랐을 정도다.

단, 그렇다고 폐쇄 공포 요소가 아예 나오지 않는 건 또 아니다. 나오기는 하는데 포인트가 약간 다르다.

주인공 일행이 하는 일이 폐건물을 재단장하기 전의 청소 작업이라서 방진복을 입고 일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낮이라고 해도 건물 안은 어두워서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지하실은 어둠이 쫙 깔리는 것 등등. 갑갑한 요소가 있다. 극 전개가 갑갑한 게 아니라 주변 상황이 갑갑한 거다.

그 배경과 주변 상황이 주인공의 불안정한 심리를 증폭시켜주기 때문에 본편 내용과 잘 어울린다.

아쉬운 점은 엔딩이 너무 작위적이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메인 스토리가 미친 주인공이 벌인 참극이란 건 잘 알겠는데 굳이 그걸 사람이 그냥 미쳐서 그런 게 아니라 유령에 씌여서 그런 것이라고 사족을 달았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유령 떡밥을 빼도 스토리 진행하는데 아무런 하자가 없을 정도라서 유령 소재를 넣은 게 오히려 옥의 티가 됐다.

영화 포스터 홍보 문구에 9번째 릴 테잎의 비밀, 악마적 공포가 숨쉰다 뭐다, 귀신들림의 공포가 공간을 지배한다! 라고 거창하게 써놨는데. 작중에서 릴 테잎을 찾고 재생하는 인물은 달랑 한 명 뿐이고. 그 인물이 알아낸 정보를 다른 인물과 공유하는 것도 아니며. 다른 사람들은 릴 테잎의 정보를 모르거나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아서, 유령에 대한 정보와 설정이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지 못해서 개연성이 없다. (애초에 영화 결말을 생각해 보면 귀신들림의 공포란 말 자체가 존나 스포일러인데)

결론은 추천작. 유령이 출몰하는 폐 정신병원이라는 하우스 호러물의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하우스 호러물과 궤를 달리해 작품으로, 초자연적인 현상의 묘사가 거의 나오지 않고 그 비중도 낮아서 비주얼적으로 좀 심심하긴 하지만. 점점 미쳐가는 주인공의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그게 갑갑한 배경, 상황과 잘 어우러져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내 사이코 스릴러적인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의 배경인 폐 정신병원은, 실제로 미국 메사추세츠주 북동부에 있는 댄버스에 있는 ‘댄버스 주립 정신병원’인데. 본작이 촬영된 뒤 5년 후에 철거됐다.


덧글

  • 시몬벨 2020/09/11 19:41 # 삭제 답글

    옛날에 무슨 무속인지 심령인지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무당아줌마가 얘기했던건데, 영감이 있다고 전부 무당이나 점쟁이가 되는게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강한 정신력이 없으면 귀신한테 홀리고, 그러면 또 다른 귀신이 와서 달라붙고 하다가 나중엔 몸만 살아있고 알맹이는 귀신의 집처럼 변해서 나중엔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게 된다네요.
    뭐 영감은 1도 없는 저로선 딴세상 이야기지만.
  • 잠뿌리 2020/09/11 23:40 #

    유튜브에 무당 유튜버나 심령 체험담 방송 들어보면 지금도 그런 이야기가 종종 나오고 있죠. 영안 열려서 귀신은 보는데 어떻게 대응을 할 수 없는 보통 사람이 고생이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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