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의 드론 (The Drone, 2019) 2020년 영화 (미정리)




2019년에 ‘조던 루빈’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원제는 ‘더 드론’. 한국판 번안 제목은 ‘사탄의 드론’이다.

내용은 2년간 드론을 이용해 젊은 여자의 정보를 얻고 납치해서 강간하고 살해한 연쇄 살인마가 마침내 경찰한테 꼬리를 잡혀 옥상으로 도망을 쳤다가 번개를 맞아 죽고 죽기 직전 손에 들고 있던 드론에 영혼이 옮겨붙게 됐는데, ‘레이첼’, ‘크리스’ 부부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서 신혼 생활을 즐기던 중. 살인마의 영혼이 붙은 드론을 주워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원제가 ‘더 드론’인데 한국판 제목이 ‘사탄의 드론’이라서 뭔가 좀 생뚱맞아 보일 수도 있는데. 실제로는 물건에 사람의 영혼이 옮겨붙어 스스로 움직여 살아있는 사람을 해친다는 내용이 딱 ‘사탄의 인형(원제: 차일드 플레이)'와 같은 스타일이라서 한국 한정으로는 나름대로 적절한 번안 제목이다.

연쇄 살인마의 영혼이 물건에 옮겨붙는 설정은 사탄의 인형과 동일한데. 사탄의 인형에서는 그 설정의 근원이 부두 주술인 반면. 본작에서는 그런 오컬트적인 설정이 없이 번개 맞고 죽어서 드론에 영혼이 옮겨간 설정이 들어가서 뭔가 좀 되게 건성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보통, 물건에 사람의 영혼이 들어가 움직이는 건 기본적으로 사람의 형상을 한 인형이 주로 쓰이는 게 이쪽 장르의 클리셰라고 할 수 있고. 간혹 로봇이나 자동차 같은 것에 사람의 영혼이 들어가는 소재의 작품도 나오긴 했지만, ‘드론’ 같은 비행 물체를 소재로 한 것은 처음 본다.

드론이 스스로 움직여 카메라로 사람을 관찰하고, 휴대폰에 잭을 연결시켜 휴대폰 음성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의 목소리를 내어 의사소통을 하는가 하면, 고장 난 몸을 개조해서 톱날 같은 걸 달아서 사람들을 해치는데 진짜 할 만한 건 다 한 것 같다.

대형견의 줄을 끌어당겨 교살시킨 뒤 매달고. 무슨 ‘벽력일섬’마냥 직선으로 빠르게 날아가 사람 두 명의 모가지를 쳐 날리고. 회로 칩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몸에 영혼을 옮기는 설정 같은 건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좀 너무 말이 안 되는 설정이긴 하나, 애초에 살인마의 영혼이 드론에 씌여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 자체가 호러 코미디의 스탠스에 가깝기 때문에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다. (화장실 환풍구에서 악령 드론이 튀어나와 사람 엉덩이로 돌격해 직장을 뚫어 죽이는 걸 암시하는 씬이 나오는 시점에서 이미...)

이 작품의 문제는 호러 코미디의 스탠스에 가깝긴 해도 완전히 그쪽 장르인 건 또 아니란 점이다. 작중 인물들이 드론한테 우르르 죽어 나가고, 남녀 주인공 커플은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하게 드론과 맞서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라서 그렇다.

드론이 제 아무리 사람들을 죽여대도. 그래봤자 드론이라서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하나도 무섭지가 않다.

사탄의 인형이나 퍼펫 마스터 시리즈 같이 인형을 소재로 한 호러 영화는 흉측한 외모를 가진 인형이 살아움직여 사람을 해친다는 것 자체로 공포감을 선사하고. 자동차, 로봇 같은 이동 기구, 메카닉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는 보통 인간의 힘으로는 맞설 수 없는 기계의 힘에 의한 공포감을 안겨주니 공포의 포인트가 명확한데.. 본작의 소재인 드론은 그런 포인트가 없다.

기껏해야 드론에 달린 감시 카메라로 지켜본다는 게 감시. 혹은 관음에 대한 공포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초반부에 한정되어 있다. 드론에 살인마의 영혼이 씌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이상 주인공 주변을 맴돌지 않고 대놓고 나서서 그렇다.

작중에 한 차례 개조를 해서 외형도 살짝 변하긴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무섭지 않다. 하이라이트 씬에서 주인공 커플이 자기들 드론을 띄워서 드론과 악령 들린 드론의 공중 일기토가 벌어졌을 때는 긴장감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분위기가 짜게 식었다.

결론은 미묘. 드론을 메인 소재로 한 공포 영화는 처음이라서 소재는 참 신선하고. 드론이 대중화 된 현재 시대를 반영하는 점에 있어서 시대적 의의도 조금 있긴 하지만.. 아무리 포장해도 드론의 이미지를 가지고 공포 영화의 비주얼로 연성하는 건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줘서 드론 소재가 양날의 검이 된 작품이다.

그냥 아예 처음부터 호러 코미디 컨셉을 잡아서 엽기발랄하게 나갔다면 더 나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덧글

  • 먹통XKim 2020/08/24 16:05 # 답글

    뭐 냉장고나 세탁기, 에리베이터. 자동차 등등에 악령이 빙의되어 사람죽이는 영화가 수십여년동안 나오던 걸 보면 ...
    심지어 조르주 멜리에스가 1903년인가 만든 흑백 무성영화에서조차 자동차를 악마가 조종한다는 게 나왔죠
  • 잠뿌리 2020/08/24 18:44 #

    자동차에 살인마의 영혼이나 악마가 씌어서 사람들을 죽이는 소재가 물건 공포 영화 중에 은근히 자주 쓰이는 소재였죠. 존 카펜터 감독의 크리스틴(1983)도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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