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의 환생 (The Outing.1987) 2020년 영화 (미정리)




1987년에 ‘톰 데일리’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영국에서는 ‘더 램프(The Lamp)’라는 제목으로 개봉됐고. 한국에서는 ‘램프의 환생’이란 제목으로 비디오 출시됐다.

내용은 1893년에 젊은 아랍인 여성이 마법의 팔찌를 차고 램프의 ‘지니’를 봉인했는데,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현대 때. 3명의 남녀 범죄자들이 아랍인 여성이 홀로 사는 집에 침입해 도끼로 그녀를 죽이고 집안의 제물을 훔치다가 마법의 램프를 발견해 멋모르고 램프의 봉인을 풀어서 지니한테 떼죽음을 당한 뒤. 사건 현장에 방문한 경찰들이 팔찌와 램프를 포함한 증거물을 박물관에 보내 ‘테오 브레슬링’ 박사와 ‘월리스’ 박사로 하여금 조사를 하게 했다가, 월리스 박사의 딸 ‘알렉스’가 아빠 몰래 팔찌를 꼈다가 뺄 수 없게 되고. 급기야 램프의 봉인까지 풀어서 또 다시 지니가 나타나 사람들을 학살하는 이야기다.

램프의 지니를 소재로 한 호러 영화하면, 나이트메어로 유명한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위시 마스터(1997)’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본작은 위시 마스터보다 10년 먼저 나왔다.

하지만 사실 위시 마스터가 타이틀 그대로 램프의 지니가 사람들의 소원을 안 좋은 쪽으로 들어주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악한 정령으로 묘사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본작의 지니는 램프의 지니로서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건 전혀 없고. 그냥 램프의 봉인이 풀리면 그 즉시 빠져나와 초자연적인 힘으로 사람들을 몰살해서 ‘소원’이란 키워드 자체가 없다.

지니의 디자인은 뾰족 귀에 대머리, 주름이 자글자글한 박쥐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요정이나 정령 같은 느낌은 전혀 안 든다. 엄밀히 말하면 요괴 같은 느낌이다.

후대에 나온 위시 마스터랑 비슷한 게 몇 개 있어서 표절이라기 보다는, 영향 내지는 영감을 준 게 아닌가 싶다.

위시 마스터에서 아후라마즈다 신의 붉은 보석이 지니를 봉인하는 아이템인데. 본작에서는 마법의 램프 주둥이에 빨간 보석을 쥔 손 모양의 장식물이 봉인 아이템으로 나온다. 그리고 위시 마스터의 후반부에 박물관을 무대로 대학살이 벌어졌는데. 본작도 박물관을 배경으로 삼아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근데 위시 마스터에서 붉은 보석이 지니를 봉인하는 열쇠로서 비중이 컸던 것에 비해 본작에서는 봉인이 풀린 이후에는 봉인 아이템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박물관의 대학살도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 의한 학살이 아니라. 지니에게 씌인 알렉스가 같은 반 친구 몇 명을 데리고 박물관에 몰래 들어와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라서 배경 스케일에 큰 차이가 난다.

바디 카운트가 총 17명이나 되기 때문에 등장 인물 수는 많은데.. 데드 씬을 전부 직접 묘사하지 않고. 데드 씬 없이 시체로 발견되거나, 죽는 걸 암시하는 걸로 퉁-치고 넘어가는 게 절반 이상이라서 뭔가 좀 호러 영화로서의 비주얼이 심심한 구석이 있다.

모처럼 박물관을 배경으로 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박물관의 전시품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고대 시대 미라가 대뜸 움직여 남자 주인공 물어죽인 것 이외에는, 창, 탈, 투구, 포르말린에 담긴 뱀 같은 게 저절로 움직여 사람을 해치는 게 전부다.

희생자들도 보통, 호러 영화라면 한 명 한 명 차례대로 죽어 나가면서 긴장감을 끌어내고 공포를 안겨줘야 하는데. 작중 인물 중 누군가 죽어서 시체로 발견되면 발견자가 곧바로 죽어버리는 패턴이 반복되어 캐릭터 자체가 너무 빨리 소진돼서 남는 게 없다.

여주인공 ‘알렉스’가 램프의 봉인을 푸는 바람에 지니에 씌여 작중에 벌어진 소동의 원인을 제공했는데. 작중 인물들이 워낙 빨리 죽어 나가서 당장 더 죽일 인물이 없는 시점에서 대뜸 정신을 차리고 여주인공 보정을 받아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전개도 납득하기 좀 어렵고. 알렉스와 갈등을 빚고 박물관에 몰래 숨어들어 다른 친구들에게 장난을 치고 급기야 강간 시도까지 하려다가 끔살 당하는 양아치 콤비는 대체 왜 나온 건지 모르겠다.

양아치 콤비가 하는 장난이란 게, 알렉스와 친구들이 각자 남녀 짝지어서 박물관 내에 창고방에 들어가 있는걸 선반으로 문을 막거나, 마주 보는 문의 문고리에 줄을 매달이 방에서 못 나오게 하는 건데.. 문제는 방에 있는 사람이 방에 갇힌 걸 자각하기도 전에 싹 다 죽어서 장난에 의미가 없다는 거다.

스토리텔링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런 양아치 캐릭터들이 장난을 친 게 초대형 사고로 이어져 상황을 악화시킨다! 이게 정석인데 본작에선 그 부분을 너무 대충 만들었다. (따지고 보면 오히려 지니한테 씌여 친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여주인공이 트롤링의 정점을 찍는다)

아이러니한 건 그나마 작중에 나온 데드 씬 중에 볼만한 건 양아치 콤비가 죽는 씬이란 점이다. 한 명은 본인이 쓰고 있던 뿔 달린 탈이 슝 날아와 찔려 죽고. 다른 한 명은 중세 시대 철가면을 쓰고 있다가 투구의 이음새 부분의 나사가 바이스처럼 꽉 조여저 머리가 훽 돌아가 죽는다.

그밖에 박물관 안에서 죽을 사람 다 죽어서 더 죽일 사람이 없으니 박물관 밖에 있던 사람까지 끌어다 죽이는 전개와 지니 퇴치 방법에 대한 힌트 같은 거 전혀 안 주다가 대뜸 알렉스가 마법의 램프를 소각로에 넣고 태우자 지니가 아무런 힘도 못 쓰고 퇴치 당하는 전개 등등. 개연성 없는 내용도 많아서 스토리의 완성도가 떨어진다.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알렉스와 친구들, 양아치 콤비 등의 배역을 맡은 배우들은 이 작품이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 출연작이거나, 다른 게 있어도 한 두 작품 더 출현한 수준이라 필모그래피가 짧다.

오히려 테오 브레슬링 박사 배역의 ‘대니 다니엘스’, 월리스 박사 배역의 ‘제임스 휴스턴’, 이브 페렐 선생 역의 ‘데보라 윈터스’ 등등. 작중 어른들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그나마 필모그래피가 길다.

결론은 비추천. 램프의 지니를 호러 영화의 소재로 삼은 것으로 원조라고 할 수 있어서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았지만.. 소원 설정을 빼서 램프의 지니 소재를 잘 활용하지 못헀고, 박물관 배경인 것도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한 데다가, 바디 카운트 수는 높은데 직접적인 데드 씬이 적어서 호러 영화로서의 비주얼이 부실하고. 작중 인물을 죄다 죽이는데 급급해서 캐릭터 운용이 안 좋아서 영화 전반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아이디어가 아까운 영화인데 이 작품에서 빛을 보지 못한 게 위시 마스터(1997)에서 빛을 본 것 같다. (감독의 역량 차이라고 봐야 되나)

여담이지만 작중 이브 페렐 선생 배역을 맡은 배우인 데보라 윈터스는 아랍 여인의 젊은 시절 버전, 노인 버전 배역도 맡아 1인 3역으로 나온다.

덧붙여 당시로선 드물게 쿠키 영상이 나오는데. 작중 박물관 순찰을 돌면서 오페라송을 부르던 경비원 ‘밥’이 본편 스토리에선 끔살 당하지만, 쿠키 영상에서는 오페라송을 마친 후 무대 인사를 하듯 허리를 숙여 인사해 영화를 마무리 짓는다.

추가로 이 작품의 제작비는 약 200만 달러인데, 흥행 수익은 100만 달러로 제작비의 반밖에 못 건져서 흥행 참패를 당했다.


덧글

  • 먹통XKim 2020/08/14 21:13 # 답글

    비디오로 소장중인데 무척 공감입니다...비디오가 잘린 것 같지도 않은데 살인씬이 뭐악 심심해서
    나중에 무자막으로 보고 원래 이런 거냐 , , ㅡ. ㅡ


    드루 스트루잔이 그린 저 포스터만 그럴싸하죠...포스터 낭비

  • 잠뿌리 2020/08/15 11:51 #

    이상할 정도로 데드 씬을 과정 없이 시체만 보여줘서 제작비가 200만 달러라는데 그 돈 다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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