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이 (シライサン.2020) 2020년 영화 (미정리)




2020년에 ‘오츠이치’ 감독이 만든 일본산 호러 영화. 오츠이치는 감독의 필명이고 본명은 '아다치 히로타카'인데, 본래 영화 감독 출신이 아니라 라이트 노벨 작가 출신으로 대표작은 제 6회 점프 소설 녹픽션 대상을 수상한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夏と花火と私の死体)’다.

내용은 여대생 ‘야마무라 미즈키’가 절친인 ‘카토 카나’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던 중. 갑자기 카나가 무엇이 보인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다가 두 눈이 터져서 죽었는데. 똑같은 일로 동생 ‘스즈키 카즈토’를 잃은 남자 대학생 ‘스즈키 하루오’가 미즈키와 만나서 사건을 조사하던 중. 카나, 카즈토, ‘토미타 에이코’ 등 세 사람이 온천 여관에 놀러갔다가 주류점에서 일하는 ‘와타나베 히데아키’한테 ‘시라이상’ 괴담을 들은 이후 저주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귀신의 저주를 받아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죽임을 당하고, 주인공 일행도 똑같이 저주를 받았지만 살아있는 동안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저주를 파훼하기 위해 조사에 나서는 저주 귀신물로 이야기 자체는 좀 식상한 편이다.

링, 주온, 착신아리 등등. J호러의 기본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왕도적인 전개고, 안 좋게 말하면 클리셰라고 할 만큼 기존의 방식과 너무 똑같아서 질리는 경향이 있다.

작중 저주를 받고 죽을 때는 희생자의 안구가 터지는 설정이 있는데. 이걸 CG 처리해서 뭔가 좀 임팩트가 굉장히 약한 데다가, 전반적인 데드 씬 자체를 축약하고 넘어가서 호러 영화로서의 비주얼이 약한 편이다.

메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저주 귀신 ‘시라이상’ 같은 경우도. 옛날 복장과 이상하게 큰 눈, 합장한 양손에 구멍이 뚫려 있어 줄로 이어져 있는 것 등등. 디자인은 괴기스러운데 앞서 말한 데드 씬 묘사가 부실해서 결국에 하는 일이 시라이상의 포스도 덩달아 떨어진다.

본편 스토리는 저주를 받아 죽은 사람들의 관계와 과거, 행적을 조사하면서 사건의 진상에 차근차근 접근해서 나름대로 몰입도가 있고. 중후반부에 저주 파훼법에 대한 신선한 아이디어도 등장하지만.. 그게 극 후반부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 뒤로 엔딩까지 이어지는 내용이 이야기를 온전히 마무리 짓지 못한 채, 회수되지 않은 떡밥을 잔뜩 남기고 조기 종결 당하는 작품마냥 중간에 뚝 끊어 버리듯 끝내 버려서 맥빠지게 만든다.

다른 건 둘째치고, 영화가 다 끝날 때까지 시라이상의 정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저주의 근원과 방식, 파훼법은 다 밝혀놓고 시라이상의 정체만 밝히지 않아서 뒷맛이 찝찝하다.

시라이상의 괴담을 들으면 무조건 저주를 받는 건 아니고. 시라이상의 이름을 들으면 저주를 받는데, 그걸 기억하지 못하면 저주를 받지 않는다는 설정도 애매한 구석이 있다.

엔딩의 비극성을 강조하기 위해 넣은 설정으로, 비극적인 드라마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라 왜 그런 설정을 넣었는지 알겠는데. 그게 본편 스토리를 어중간하게 끝낸 것에 대한 면죄부가 되지는 않는다.

근데 스토리가 식상한 건 둘째치고 설정 자체는 꽤 흥미롭다.

기존의 귀신 저주물은 링은 비디오, 주온은 집, 착신아리는 전화기 같이 저주의 매개체가 존재했는데. 본작에서는 그런 매개체는커녕 장소에 구애를 받지도 않고. 구전. 즉,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를 통해 시라이상을 인지하면 곧 저주에 걸린다는 설정이라서 신선하다.

사실 귀신 이야기를 하면 그 귀신이 이야기 들은 사람을 찾아온다는 건 현대 도시괴담에서 꽤 흔한 이야기고. 대표적으로 기차 사고로 허리가 절단되어 몸이 위 아래로 두 동강이 나버려 상체만 가지고 바닥을 기어 오는 ‘카시마 레이코’ 괴담 같은 걸 예로 들 수 있는데. 일본 J호러가 링, 주온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 원한령의 저주 소재가 되면 어김없이 저주의 매개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구전으로 전이되는 설정이 보기 드문 것이라 그렇다.

그리고 저주 귀신 소재의 귀신들이 보통, 저주에 걸리는 이유와 저주의 근원에 대한 건 자세히 다루는 반면. 귀신에게 대응하는 것과 저주의 파훼법은 잘 다루지 않는데. 본작에서는 그걸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시라이상 저주에 걸리면 3일 주기로 시라이상이 찾아오는데. 이때 시라이상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으면 죽지 않아서 시라이상이 사라질 때까지 버티면 되는 걸로 나온다.

다만, 그게 온전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게. 저주에 걸린 사람의 가족이나 친구, 트라우마와 관련된 환청을 들리게 해서 시라이상으로부터 시선을 떼게 만들어 결국 주살 당하게 만들어서 귀신 대응법은 있는데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설정을 넣어 긴장감을 이끌어냈다.

시라이상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지만, 저주의 기원은 비교적 상세히 나오는데. 옛날에 마을 단위로 다툼이 벌어졌을 때, 다른 마을을 저주해서 멸망시키는 저주의 근원으로 근친혼을 반복해 탄생시킨 특별한 인간이란 설정이 나와서 꽤 흥미진진하다.

기존의 J호러의 귀신은 기본적으로 원귀. 문자 그대로 원한을 갖고 죽은 귀신을 베이스로 하고 있는데. 본작은 영적 테러를 일으키기 위해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저주 귀신이라서 차이가 크다.

저주의 파훼법 아이디어도 꽤 신선했다.

시라이상은 3일 주기로 저주 받은 사람 앞에 나타나는데. 저주 받은 사람이 많을수록 그 주기가 길어져서 저주 감염자가 수천 수만명이 되면 시라이상이 찾아오는 빈도가 대폭으로 감소한다는 설정이라서 그렇다.

저주 전이에 의한 저주 해체 설정은 일반적으로 저주에 걸린 사람이 그 저주를 타인에게 옮기면서 자신은 저주가 풀리는 게 보통인데 (예를 들어 행운의 편지 같은 것) 본작은 저주를 옮기면 저주가 풀리지는 않지만, 저주의 발동 속도가 늦어진다는 개념을 도입한 것이라 신선한 것이다.

이 설정을 좀 더 활용해서 갈등을 심화시켰으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뭔가 팍 터트리려고 하기 직전에 끝나 버려서 아쉽다.

결론은 미묘. 저주 귀신물로 J호러의 대표작인 링과 주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메인 소재가 식상하고. 본편 스토리가 좀 어정쩡하게 끝나며, 호러 영화로서의 비주얼이 부실해서 공포도가 좀 떨어지지만.. 저주의 기원, 귀신 대응법, 저주 파훼법 등등. 일부 설정이 신선하고 흥미로운 구석이 있어서 캐릭터, 스토리, 비주얼은 별로인데 설정은 괜찮았던 작품이다.


덧글

  • ㅇㅇ 2020/07/27 14:53 # 삭제 답글

    재밌을수 있었는데 뒷심이 부족했군요 그래도 리뷰만 보면 호평하는 부분들도 꽤있어 보고싮네요
  • 잠뿌리 2020/07/27 23:36 #

    일부 설정은 J호러 기준으로 보면 흥미로웠습니다. 귀신 대처법이 링이나 주온에선 나오지 않았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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