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에 ‘더글라스 칙’ 감독이 만든 SF 호러 영화. 타이틀인 C.H.U.D.는 ‘Cannibalistic Humanoid Underground Dwellers’의 약자다.
내용은 저명한 패션 사진 작가 ‘조지 쿠퍼’가 부와 명성을 버리고 여자 친구 ‘로렌 다니엘스’와 함께 살면서 미국 뉴욕시의 노숙자. 그중에서도 하수구 지하에 사는 ‘지하인’이라는 노숙자를 주제로 삼아 사진 촬영을 하던 중.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실종되고 그게 노숙자와 관련이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아서 노숙자 보호소를 운영하는 AJ ‘목사’와 의기투합하여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본작은 NRC(원자력 규제 위원회)에서 핵 폐기물을 뉴욕 맨하탄 지하 하수구에 버리고 이를 은폐하고 있었는데, 하수구에 숨어 살던 노숙자들이 핵 폐기물에 오염되어 괴물로 변해 지상 위의 사람들을 습격해 잡아먹는 게 메인 설정이다.
지금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별로 특별할 게 없어 보이지만, 그 당시의 관점에서 보면 꽤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은폐와 노숙자 문제 등의 키워드를 보면 사회 비판 메시지가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는 하수도에 사는 괴물들의 위협을 받는 SF 크리쳐물에 더 집중하고 있어서 오락 영화에 충실하다.
크리쳐 디자인도 생각보다 준수하다. 전신에 털이 없고 피부가 녹아내리다가 굳은 듯한 느낌에 뾰족한 귀와 동공 없이 노랗게 빛나는 눈,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게 지성이 없고 본능만 남은 흡혈귀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느낌을 준다. (노스페라투류의 대머리 흡혈귀가 돌연변이화된 느낌이랄까)
그 디자인이 후대에도 인기가 꽤 있는 건지 통칭 ‘C.H.U.D 하수구 몬스터’라고 불리며 라텍스 마스크, 스티커, 일러스트, 팬아트 등이 다양하게 나왔다.
전체 러닝 타임 약 90여분 중에서 60분 동안은 정부의 음모와 사건의 은폐 등을 보여주다가 그 뒤 30분 정도의 분량이 주인공 일행의 모험 아닌 모험을 다루고 있어서 스토리의 본 궤도로 올라간다.
후반부 내용은 조지와 AJ 목사가 하수도 지하로 조사를 하러 갔다가 괴물들과 조우하고. 지상 위에서는 조지의 연인 로렌이 아파트에 혼자 있다가 괴물들의 습격을 받는 내용으로 양분되어 있다.
지하와 지상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오면서 시점이 교차되는데. 돌연변이 괴물들의 위협을 받는 공통점이 있어서 어느 시점이 됐던 간에 극의 긴장감이 쭉 유지된다.
로렌 파트에서는 히로인 혼자 아파트에 있다가 괴물의 습격을 받아서 그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고립된 상황에서, 진열장에 있던 커틀러스를 뽑아 들어 괴물을 썰어 버리며 탈출에 성공해 억척같이 살아남는 게 인상적이다.
보통, 호러 영화에서 히로인이 괴물과 조우하면 비명을 지르는 걸 기본으로 해서 도망치거나, 기절을 하는데. 여기선 비명 한 마디 지르지 않고 냉정침착하게 행동하면서 칼질까지 하니 완전 씬 스틸러가 됐다. (로렌 다니엘스 배역을 맡은 배우인 ‘킴 그리스트’는 테리 길리엄 감독의 SF 영화 ‘브라질(1985)’의 ‘질 레이튼’ 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지와 AJ 파트는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정부의 음모를 세상에 알리며, 괴물을 피해 달아나는 것 등등. 작중에 던진 주요 떡밥을 회수하면서 흥미진진하다.
AJ 목자는 배우가 꽤 낯이 익은데. ‘나홀로 집에’의 도둑 콤비 중 ‘마브 머천트’ 배역을 맡은 ‘다니엘 스턴’이다.
본작에서는 주연으로 등장해서 주인공 ‘조지’와 함께 행동하며, 사건 해결에 큰 기여를 해서 주인공 못지 않은 활약을 한다.
주인공 일행이 전원 무사히 살아남고, 정부의 음모를 세상에 알린 해피 엔딩으로 끝나지만 하수도의 돌연변이 괴물 소동 자체는 확실하게 마무리 짓지 않은 채 결말을 지은 게 약간 아쉬움이 남는다.
좀비물로 치면 좀비 발생 원인을 규명해서 세상에 알리고 주인공 일행은 무사생환했는데. 좀비 사태 자체는 해결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후속작을 위한 떡밥이라기 보다는, 주인공 일행 다 살아남아서 한 자리에 모인 시점에서 기력을 다해서 거기서 딱 영화를 마무리 지은 느낌이다.
그래도 해피 엔딩인 줄 알았더니 실은 배드 엔딩이었다고 뒤통수 치는 반전이 나오지 않는 건 좋았다.
결론은 추천작. 정부의 음모와 현대 도시 전설을 적절히 믹스해 SF 크리쳐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결론은 추천작. 하수구에 노숙자가 산다는 도시 전설과 핵폐기물 무단 투기 은폐에 관한 정부의 음모를 믹스하여 방사능 돌연변이 괴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크리쳐 디자인이 준수하고 하수도 지하와 지상에서 벌어지는 돌연변이 괴물의 습격과 위협이 극의 긴장감을 이끌어낸 걸 끝까지 잘 유지해서 오락 영화로서 꽤 볼만한 영화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약 125만 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전 세계적으로 4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두어 흥행에 성공했고. 1985년 ‘브뤼셀 국제 판타지 영화제’에서 베스트 판타지 필름상을 수상해서 나름대로 좋은 평가도 받았다. 근데 4년 후인 1989년에 나온 후속작 ‘C.H.U.D. II: 버드 더 C.H.UD.’는 전작만큼 성공하지 못했다.
덧붙여 본작의 출현 배우들은 유난히 나홀로 집에 시리즈와 인연이 깊다. 앞서 말한 다니엘 스턴은 좀도둑 콤비 중 한 명인 마브 역, 본작에서 주인공 ‘조지 쿠퍼’ 배역을 맡은 ‘존 허드’는 나홀로 집에 1, 2에서 주인공 ‘캐빈’의 아빠인 ‘피터 맥칼리스터’로 출연했고, 본작에서 N.Y.P.D의 캡틴 보쉬 배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커리’는 ‘나홀로 집에 3(1997)’에서 FBI 요원 ‘스턱키’ 역으로 출연했다.
추가로 작중 저녁 시간에 식당에서 이름없는 경찰 단역으로 나온 배우가 ‘존 굿맨’이다. 지금은 유명한 배우지만 이 작품 출연 당시에는 영화 데뷔한 지 1년밖에 안 된 터라 단역을 주로 맡아 배우로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존 굿맨은 1983년에 액션 영화 ‘에디 마콘(Eddie Macon's Run)’으로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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