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베이비 (Manhattan Baby.1982) 2020년 영화 (미정리)




1982년에 이탈리아에서 ‘루시오 풀치’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고고학자 ‘조지 핵커’가 이집트 유물을 연구하던 중, 아내 ‘에밀리’와 딸 ‘수지’가 이집트로 휴가를 와서 셋이 함께 지내게 됐는데, 어느날 조지가 현지에서 저주가 깃들어 있다던 ‘해브뉴메너’의 무덤을 조사하다가 푸른 보석이 박힌 신비한 탈리스만 문양을 발견했는데. 같은 시각 수지가 눈이 먼 노파에게 조지가 발견한 탈리스만 목걸이를 받은 이후로. 조지는 사고를 당해 일시적으로 시력을 상실하고, 수지는 탈리스만의 영향을 받아 초자연적인 힘을 발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중에 나오는 탈리스만은 가상의 종교 ‘그랜드 섀도우’의 종교적 상징으로, 고대 이집트의 잔인하고 사악한 신인 ‘해브뉴메너’의 힘이 깃들어 있는 매직 아티팩트다. 설정상 시공간의 지옥의 관문을 열고 모든 불가사의한 차원을 지나 악의 기적을 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설정이 되게 거창한데, 실제 작중에서 묘사되는 것은 수지네 가족의 집안에서 탈리스만의 힘이 발동했을 때. 문이 번쩍이는 순간 문고리를 열면 이집트로 뿅하고 공간 이동을 하는 것이 전부다.

작중 인물의 대사로 언급된 설정대로라면 미국과 이집트의 시공을 넘나들어야 하는데. 예산 문제로 공간 이동 씬은 전부 스킵하고 넘어가고. 문이 번쩍이는 묘사 이후에 방바닥에 모래가 깔리거나. 혹은 이집트 사막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걸로 퉁치고 넘아간다.

거기다 본편 스토리가 사실 시공 이동을 다룬 게 아니고, 그냥 악의 힘이란 부연 설명만 나올 뿐이다.

핵심적인 내용은 시공 이동의 힘이 있는 악의 탈리스만을 소유한 주인공의 딸이, 그 힘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자, 부모인 주인공들이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시공 이동 설정은 쓸데없이 거창하기만 할 뿐. 본편 스토리 내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실제 시공 이동의 힘에 의해 죽은 사람은 두어 명 정도 밖에 없고. 나머지는 함정에 빠져 죽고, 뱀에게 물려 죽고, 새에게 먹혀 죽는 것이라서 탈리스만의 능력을 묘사하는 것과 직관되어 있지 않다.

탈리스만의 힘이 발동할 때 푸른 빛이 화면을 가득 채우거나, 파란색 레이져가 뿅뿅 쏘아지는 게 대단히 유치하다.

탈리스만이 악의 상징 어쩌고 악의 힘이 저쩌고 그래도. 책상 서랍 속에 보관되어 있어서 거창한 설정에 비해 취급이 좋지 않은 상황에, 악령, 악마, 괴물 같은 건 일절 나오지 않고 심령사진도 뜬금없이 탈리스만 하나만 달랑 찍히는 것으로 묘사해서 뭔가 좀 되게 허접하다. (고대 이집트, 무덤 유적, 저주, 탈리스만. 여기까지 나왔는데 미이라의 ‘미’자도 찾아볼 수 없다니 이 무슨 단팥 안 들어간 붕어빵이란 말인가)

작중 인물이 뭔가를 보고 놀라 비명을 지르는 씬도. 고작 탈리스만(보석 목걸이) 하나 보고 그러는 걸 보면 공감이 전혀 안 된다.

비디오 커버 일러스트에는 악령에 씌인 수지의 모습을 으스스하게 그려 넣었는데. 정작 영화 본편에서는 수지가 탈리스만에 씌이긴 했지만 ‘엑소시스트’의 부마자처럼 악령 들린 모습은 거의 나오지 않고. 후반부로 넘어가면 수지가 병원 침대에 누워서 앓다가, 비명을 지르는 게 행적의 전부라서 비디오 커버 일러스트는 완전 낚시가 따로 없다.

오히려 수지보다 수지에 의해 신비한 일을 체험한 뒤로 이상해지는 남동생 ‘토미’ 쪽이 잊을 만하면 불길한 대사를 툭툭 던지는 게 더 부마자스러운 느낌을 준다.

주인공 ‘조지’와 아내인 ‘에밀리’는 부부가 남녀 주인공 캐릭터 포지션을 잡고 있지만, 딸의 신상에 이변이 생겨 우왕좌왕하기만 할 뿐. 사건 해결에 기여를 하지 못해서 페이크 주인공에 가깝다.

진 주인공은 조지 부부의 조력자인 골동품 가게 주인 ‘아드리안 마르카토’다.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생면부지였던 조지 부부와 면담을 갖고 수지를 구하는데 목숨을 바쳐서 조조 부부보다 더 큰 활약을 펼친다.

마르카토의 최후는, 사건이 해결된 줄 알았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다의 클리셰적인 엔딩의 제물로 바쳐진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사실 그의 최후가 본작에서 유일하게 잔인한 장면이자 루시오 풀치 감독 작품다운 씬으로 나온다.

본작은 루시오 풀치 감독의 작품 중에서 잔인한 장면이 상대적으로 적게 나오는 작품으로 손에 꼽히는데. 그 적게 나오는 장면 중에서 마르카토의 최후가 들어가 있다.

수지에게 깃든 저주를 자신의 몸으로 전이시킨 마르카토가 자기 가게에 전시하고 있던 박제된 새들에게 뜯어 먹히는 내용으로. 뭔가 이게 엑소시스트+오멘 2 같은 느낌을 줘서 오묘하면서도, 새가 사람 뜯어먹는 잔인한 장면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게 루시오 풀치 감독 다운 연출이라서 호러 영화의 관점에서 보면 유일하게 볼만한 씬이다.

결론은 비추천. 고대 이집트의 악령이 어쩌니, 시공간의 힘이 저쩌니 설정은 되게 거창하지만 본편 스토리 내에선 거의 반영되지 않고. 연출이 조잡하고 유치해서 하나도 무섭지 않으며, 주인공이 사건 해결에 아무런 기여 없이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기만 하는 데다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도 설정상의 중요도에 비해서 취급이 좋지 않아서 영화 자체의 만듦새가 엉성하다 못해 허접한 졸작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루시오 풀치 감독의 영화 중에서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손에 꼽히고 있고, 이 작품을 끝으로 루시오 풀치 감독이 페브리지오 드 안젤리스와의 파트너쉽을 끝냈으며, 루시오 풀치 감독 본인조차도 끔찍한 영화였다고 회고하고 있다. (페브리지오 드 안젤리스는 루시오 풀치 감독의 영화 ‘좀비 2(1979)’, ‘더 비욘드(1981)’, ‘더 하우스 바이 더 세미터리(1981)’, ‘뉴욕 리퍼(1981)’ 등의 작품에 프로듀서로 참여했었다)

루시오 풀치 감독의 말에 의하면 제작자들이 영화 제작비의 3/4를 삭감해서 영화 촬영 환경이 매우 열악했다고 전해진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144788
2912
9702586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