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 스케어 제시카 투 데스 (Let's Scare Jessica to Death.1971) 2020년 영화 (미정리)




1971년에 ‘존 D. 핸콕’ 감독이 만든 뱀파이어 영화. 존 D. 핸콕 감독은 본래 브로드웨이 감독 출신으로, 영화 감독이 된 이후에는 단편 영화를 만들다가 본작을 통해 장편 영화 데뷔를 했다. 영화 감독으로서는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야구 영화 ‘대야망(Bang The Drum Slowly.1973), 환상특급(The Twilight Zone, 1985) 시리즈로 유명하다.

내용은 정신병을 앓고 있어서 뉴욕 필하모닉의 베이시스트 역할도 포기한 ’제시카‘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직후, 남편 ’던컨‘과 그의 히피 친구 ’우디‘와 함께 시골로 낙향해 살고자 해서 외딴 솜의 시골 집을 구입해 배를 타고 그곳으로 향했는데. 집안에 숨어 살던 가출 소녀 ’에밀리‘를 만나서 우여곡절 끝에 친구가 되어 섬마을 생활을 즐기게 됐다가, 신비로운 금발 여인이 눈앞에 나타나 무언의 경고를 받고. 에밀리와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이상한 일을 겪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제목을 한역하면 ’제시카 죽도록 겁주기‘란 뜻이 된다.

작중 제시카는 정신병원에서 퇴원을 한 상태로 정신병을 앓은 이력이 있고. 평소 생활을 할 때는 잘 웃고, 밝은 표정을 지으며 괜찮은 척을 하는데. 실제론 환청, 환각 등에 시달리면서 이상한 일을 겪으면 자신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면서 넘어가는 인물이다.

그래서 작중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현실의 일인지. 제시카의 망상인지 모호하게 만든 부분이 있다.

실제 이 작품은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선의 회전(The Turn of the Screw.1896)‘과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영화 ’헌팅(The Haunting.1963)’의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어떤 장소에 갇혀 현실과 환상(혹은 망상)의 경계를 오가면서 점점 미쳐 가는 여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이야기 자체가 어려운 건 또 아니다.

제시카의 정신이 온전하지 못하다는 설정을 밑밥으로 깔아 놔서 제시카의 1인칭 시점으로 보는 현실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호한 것에 비해,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보면 제시카가 경험하는 것들이 현실의 일. 정확히는, 뱀파이어의 소행이라는 것이 확정지어진 상태다.

제시카 부부가 구입한 집은 1880년에 ’아비게일‘이란 여자가 살다가 물에 빠져 익사한 자리 위에 지어진 건물로. 섬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아비게일이 뱀파이어가 되어 되살아나 섬을 돌아다닌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실은 제시카 부부 앞에 나타난 가출 소녀 ’에밀리‘였고. 그녀가 제시카의 남편 던컨, 히피 친구 우디를 비롯해 마을 남자들 전원의 피를 빨아 부하로 만든 것도 모자라, 제시카까지 노리면서 벌어지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다.

작중 에밀리는 뱀파이어지만, 벌건 대낮에도 멀쩡히 돌아다니고. 또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승을 가지고 있어서 물속에 들어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움직이는 건 물론이고. 수영복 입고 물속에 들어갔다가 드레스로 복장 변경까지 할 정도로 뱀파이어로서의 약점이 없다.

송곳니가 없어서 칼로 사람의 뺨이나 목에 상처를 내고 피를 빨아먹은 후 부하로 만드는 것도 뱀파이어물로선 꽤 특이했다.

배경이 되는 섬마을에 에밀리를 제외하면 여자는 ’제시카‘ 밖에 없어서. 마을 남자들 전원을 흡혈귀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역하렘을 구성하는데. 남녀 캐릭터로서 썸타는 인물은 없고 오히려 동성인 제시카에게 접근해 추파를 던져서 레즈비언 뱀파이어물 같은 느낌마저 준다.

실제로 이 작품은 개봉 당시 문학, 영화 관련 학자들이 1872년에 조셉 토마스 셰리던 르 파뉴가 집필한 고딕 소설 ’카밀라‘와 이 작품을 비교해서 언급했다고 한다. (현재 카밀라는 국내에서 ’카밀라: 레즈비언 뱀파이어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번안되어 전자책 출간됐다)

하지만 제시카와 카밀라의 묘한 관계에서 ‘묘하다’는 건 카밀라 혼자 일방적인 것에 가깝고, 제시카는 섬마을에 보통 인간으로서 혼자 남아 패닉 상태에 빠진 채,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데. 가는 곳마다 에밀리에게 흡혈 당한 하수인 남자들이 툭툭 튀어나오고. 심지어 남편과 남편의 친구마저 에밀리에게 흡혈 NTR을 당해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내용이 쭉 이어져서 레즈비언적인 요소가 있지만 그걸 심화시키지는 않았다.

에밀리가 제시카의 적으로서 서로 대치점을 이룬 게 아니고. 무슨 추임새를 넣듯이 간간히 나오는 수준이라서 캐릭터 비중이 높은 것에 비해서 화면에 많이 나오지 않아서 뭔가 좀 캐릭터 설정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 든다.

엔딩도 작중의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도, 확실하게 끝난 것도 아닌데. 뭔가 작중 인물들이 텐션 내려간 상태라서 오늘 촬영은 여기서 끝!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되게 허무하다.

그래도 영화 자체가 못 봐줄 만한 건 또 아닌 게. 제시카가 스포라이트를 독점하는 게 문제긴 하나, 제시카 배역을 맡은 ‘조라 램퍼트’의 연기력이 워낙 좋아서 진짜 혼자서 작품을 하드캐리하고 있어서 그렇다.

이게 아예 미친 캐릭터가 아니라, 정신이 불안정하고. 본인 스스로가 그걸 잘 알고 있어서 자신은 괜찮다고. 정상과 평범을 가장하고 자기 암시를 걸며 어떻게든 정신줄을 부여잡으려고 하는 게 확 눈에 들어와서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결론은 미묘. 여주인공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와 점점 미쳐 가는 심리를 묘사해서 극의 긴장감을 끌어 올리는 것은 괜찮았는데. 본편 스토리 자체는 뱀파이어물로 확정되어 있어서 앞선 심리 묘사와 겉돌고 있고, 여주인공과 뱀파이어의 갈등을 심화시키지 않고. 여주인공 혼자만 스포라이트를 독점하고 있어서 캐릭터 운용이 좋지 못하며, 엔딩도 사건이 확실하게 끝난 게 아닌 상태에서 마무리가 되어 작품 전반적인 부분의 디테일이 떨어지지만.. 햇빛 면역에 물속에서 옷 갈아입고 걸어나오는 것, 송곳니가 없어 몸에 상처내서 흡혈을 하는 것 등등. 뱀파이어 설정 자체는 기존의 것과 달라서 신선하게 다가오고, 여주인공 제시카 배역을 맡은 ‘조라 램퍼트’가 열연을 펼쳐 작품을 하드 캐리하고 있어서, 분명 만듦새가 엉성하긴 한데 컬트적인 맛이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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