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북명 (1997) 2020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7년에 FEW(퓨처 엔터테인먼트 월드)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만든 무협 RPG 게임. (FEW는 장군, 야화, 천상소마영웅전의 제작사로 잘 알려진 곳이다)

내용은 중원 무림에서 천하 10대 고수 중 '우내사기'라 불리는 절정 고수인 ‘추풍검 장천도’, ‘사갈미희 능운소’ 부부가 신진고수 7명에게 급습 당한 뒤 도망쳐서, 그 7명의 고수가 7대 강성이라 불리게 됐으나 7대 강성 중 동이 출신인 맏이 '일협'이 천하제일인의 칭호를 얻은 걸 시기한 나머지 6명의 고수들이 일협을 공격하기에 이르고. 그들의 협공을 피해 달아나던 일협이 갓난아기인 아들을 자신의 도에 실어 날려 보낸 이후.. 협곡에서 은거하던 장천도, 능운소 부부가 우연히 일협의 아들을 주워다 ‘장하’란 이름을 짓고 기른지 약 20여년의 세월이 지난 뒤.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장하가 강호로 출두해 친아버지인 일협을 찾아다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발매 당시 기준으로 정말 보기 드문 국산 무협 RPG 게임이었다. 90년대 초중반에 킹포메이션의 '협객영웅전(1991)', 소프트월드의 '의천도룡기(1994)' 등등. 대만산 무협 RPG 게임은 국내에도 정식 수입된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만든 무협 RPG 게임으로선 본작이 정말 초창기 작품이다. (발매 시기적으로 보면 풍류협객(1989)이 국산 무협 RPG 게임 원조지만 그쪽은 RPG 게임이라고 하기 좀 애매한 구석이 있어서 논외다)

게임 사용키는 키보드/마우스 겸용으로 키보드는 화살표 방향키로 상하좌우 이동, SPACE BAR로 선택, 마우스는 왼쪽 버튼 클릭으로 이동. 오른쪽 버튼 클릭으로 커맨드창 열기다.

커맨드창은 ‘상태’, ‘물품’, ‘무공’, ‘체질’, ‘배치’, ‘장비’, ‘기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태’는 캐릭터의 스테이터스 수치로 무공경지(갑자=레벨), 경험치, 체력(HP), 내공(MP), 상태, 내공=체력/공력(공격력)/방탄강기(방어력)/지력(마력)/경공술(민첩성)/의술, 외공(도/검/권/장 등의 4가지 스킬 숙련도)로 나뉘어져 있다. (무공경지의 체력과 내공의 체력 수치는 똑같은 능력이라서 표시가 겹친다)

‘물품’은 인벤토리로 ‘필수품(이벤트 아이템)’, ‘소모품(소비형 아이템)’이 있으며, 무기와 방어구 같은 장비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캐릭터의 순수 능력치를 올리려면 레벨 노가다를 하는 방법 밖에 없다.

소비형 아이템은 명칭은 다양하지만 효과는 체력, 내공 회복과 상태 이상 회복뿐이라서, 버프/디버프 같은 보조 효과의 개념도 없다.

‘무공’은 내공을 소모하는 스킬 개념이다. 도, 검/권(권법)/장(장법)/내공심법 등의 4종류가 있는데 갑자(레벨)이 올랐을 때 새로운 기술을 자동으로 익히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무공을 새로 배워 목록에 추가시키는 것이라서 레벨 노가다와 직관되지 않는다. 레벨 노가다를 하면 그냥 기본 능력치만 오를 뿐이다.

그래서 무공을 새로 배우기 전까지는 계속 기본 공격만 난사해야 하기 때문에 전투가 엄청나게 늘어지고, 전투의 재미 자체도 뚝뚝 떨어진다.

‘체질’은 ‘소양’, 소음‘, ’태양‘, ’태음‘ 등의 4가지 타입이 있으나. 각각의 체질이 가진 고유한 특징이나 스킬 같은 건 전혀 없다. 단순히 체질에 따라서 체질변환 물품을 사용할 때 어떤 능력치가 얼마큼 상승하는지만 다를 뿐이다.

배, 곶감, 귤, 무, 밤, 대추, 모밀, 메조, 가지, 오이 등의 음식 10종류가 전부다. 마을 상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데 구입 가격이 1원으로 고정되어 있는 대신. 능력치 상승폭도 엄청나게 낮아서 체질 시스템에 대한 체감이 전혀 안 든다.

발매 당시 관련 기사에서는 무슨 사상의학에 기반을 둔 고유 캐릭터가 어쩌고저쩌고하는데. 그게 게임 패키지에 적힌 설명을 그대로 옮겨 적은 거라서 게임을 직접 해보지 않고 쓴 기사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인게임에서는 구현된 게 아무 것도 없다.

’배치‘는 플레이어 파티 멤버들이 전투에 돌입했을 때의 위치를 설정하는 것인데. 전후좌우의 개념이 없어서 어느 위치에 있던 간에 적에게 쳐맞는 건 다 똑같아서 배치의 의미가 없다.

’기타‘는 세이브/로드 및 환경 설정창인데. 그나마 세이브/로드를 언제 어느 때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던전 안에서도 가능하다.

일단은 3D 게임이지만 풀 3D는 아니고, 3D 랜더링 그래픽이라서 캐릭터 모델링만 3D지, 게임 플레이 감각은 2D 게임에 가깝다.

1997년이 한국 3D 게임 초창기 시절이라서 캐릭터 3D 모델링은 안 좋은 편인데. 작중 캐릭터가 대화를 할 때 뜨는 2D 일러스트는 그보다 더 안 좋다.

3D 캐릭터랑 2D 캐릭터의 디자인이 전혀 다른데. 가장 이질감을 주는 게 히로인 ’송비연‘이다. 아무리 3D 캐릭터 모델링이 구려도 2D 일러스트보다 낫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외모지상주의는 피해야 하지만 2D 일러스트 히로인 외모가 너무 좀..)

기본적인 이동 속도가 느릿느릿한데 대쉬 기능을 전혀 지원하지 않은 상황에, 전투 인카운터율이 높아서 게임 플레이 환경이 매우 나쁘다.

전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불편하다.

일단, 쿼터뷰 시점에 스퀘어의 ‘파이날 판타지’ 시리즈의 ATB(액티브 타임 배틀)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어서 실시간으로 전투 게이지가 차오르르는데. 그게 꽉 찼을 때 행동을 할 수 있다.

헌데, 그게 파이날 판타지처럼 게이지가 꽉 찬 순간 커맨드 선택창이 뜨는 게 아니라.. 마우스 커서를 화면 아래로 내려서 행동 커맨드를 선택한 뒤 타겟을 지정해서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서 행동이 늦어지면 적이 움직인다는 거다.

상태 이상에 걸렸을 때는 상태 이상 회복 아이템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절대 자연 회복되지 않고 체력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체력/내공은 마을에서 ‘여관’에 들어가 쉬면 최대치로 회복되는데, 상태 이상은 여관에 숙박을 해도 회복되지 않는다.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상태 이상을 달고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전투 인카운터가 발생하는 던전 구간에서, 이벤트가 끝나면 던전을 자동으로 빠져나오는 게 아니고. 수동으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것도 존나 짜증난다. (하다 못해 던전 탈출 아이템이나 스킬이라도 지원하지 좀..)

본편 스토리는 주인공 ‘장하’가 양부모님에게 출생의 비밀을 듣고 강호로 출두해 자신의 검에 숨겨진 비밀을 풀고, 친부모님을 찾는 이야기인데. 여기에 무슨 극적인 설정이 있거나, 복잡한 인간 관계가 얽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게 주된 내용이라서 되게 밋밋하다.

뭔가 이야기에 몰입하는 게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관성으로 마우스를 클릭하면서 이동하고. 이벤트 보고. 전투하고. 이걸 계속 반복하는 느낌이다.

거기다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이나 가문이 멸문 당할 뻔 한 히로인 등등. 주요 캐릭터의 배경 스토리는 비장한 반면. 본편 스토리에서는 쓸데없는 개그 욕심에 주화입마에 걸려서 분위기를 깨는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마을에서 지나가는 개한테 대화를 걸고, 주인공 장하는 자기 이름 가지고 ‘내 이름은 장하. 장하다 장해’라고 셀프 개그를 하는가 하면, 히로인 ‘송비연’은 잡졸을 상대로 ‘송비연: 하나, 둘, 셋을 셀 때까지 뭘 하지 않으면.. 악당: 어쩔 건데? 송비연: 넷을 세겠다.’ 이러질 않나. 소림사는 문파의 보물이 발모제라는 것 등등. 쌍팔년도 개그 투성이라서 너무 낯뜨겁다.

멀티 엔딩을 채택하고 있어서 스토리 중반부에 나오는 공동산의 공동파에서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서 3가지 멀티 시나리오로 나뉘는데 버그 때문에 엔딩을 보지 못한 플레이어가 수두룩하다.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흥미로운 건 주인공 장하의 친아버지 ‘일협’이 고구려 출신 무림인이란 점인데. FEW의 업계 데뷔작인 ‘장군’이나 대표작인 ‘야화’를 생각해 보면 우리 민족색이 짙은 설정을 써서 중원 무림 배경의 무협 RPG 게임에서도 FEW의 고유한 색채가 느껴진다.

결론은 비추천. 발매 당시 기준으로 한국선 무협 RPG 게임은 장르적으로 신선한 구석이 있었지만, 레벨업과 스킬업의 개념이 별개의 것이고 장비의 개념이 없어서 캐릭터 육성에 애로사항이 꽃피며, 느린 이동 속도에 잦은 전투 인카운터율과 불편한 전투 시스템이 더해진 환장의 콤비네이션, 비장한 배경 설정에 비해 개그 욕심이 지나쳐 분위기 깨는 병맛 스토리. 안 좋은 3D 그래픽과 그보다 더 질 떨어지는 2D 일러스트, 사상의학 드립치면서 넣은 체질 시스템의 무늬만 구현 등등. 전반적인 게임의 완성도가 매우 떨어지는 졸작이다.


덧글

  • 바탕소리 2020/05/24 13:17 # 답글

    장쑤 성(江蘇省)이 왜 둥베이(東北) 지방에 가 있을까요 ㅋㅋㅋ
  • 잠뿌리 2020/05/25 00:14 #

    무협 게임인데 무협 고증은 전혀 맞지 않는 게임입니다 ㅎㅎ 1레벨 주인공이 뜬금없이 기본 내공 스킬이라고 건곤대나이를 쓰죠.
  • 손님 2020/05/26 23:02 # 삭제 답글

    FEW게임들은 정말.. 그래픽은 당시 기준으로 평균 이상이었는데 게임플레이는 하나같이 나사가 10개쯤은 빠져있었죠 ㅋㅋ
  • 잠뿌리 2020/05/27 00:27 #

    사실 FEW 게임은 그래픽도 대부분 좋지 않았습니다. 만드는 게임마다 한국적 색체가 강한 건 괜찮았지만 완성도가 다 떨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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