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불 속의 검은 고양이 (藪の中の黒猫.1968) 2020년 영화 (미정리)



1968년에 일본의 ‘신도 가네토’ 감독이 만든 흑백 호러 영화. 원제는 ‘藪の中の黒猫(덤불 속의 검은 고양이)’. 영제는 ‘Kuroneko(쿠로네코)’다. ‘토호’에서 배급을 맡았다.

내용은 일본 헤이안 시대 때, 한 모녀가 살던 농가에 사무라이 집단이 들이닥쳐 모녀를 겁탈하고 방화까지 저지르고 떠난 뒤. 잿더미가 된 집에 남아 있던 모녀의 시체 앞에 검은 고양이가 나타나 시체에서 흘러나온 피를 핥았는데. 그로부터 수년의 시간이 흘러 수도의 라쇼몽(나생문) 근처에서 사무라이들이 지나갈 때마다 바케네코 모녀가 나타나 대나무 숲에 있는 집으로 유인하여 살인을 저지르자, 천황의 질책을 받은 ‘미나모토노 요리미쓰’가 부하 ‘긴토키’에게 요괴 퇴치를 지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의 내용은 일본 민속 설화인 ‘바케네코’ 이야기와 헤이안 시대의 라이코우(미나모토노 요리미쓰) 전설에 나오는 ‘이바라기 도지’ 이야기를 결합시켜 각색했다.

본래 바케네코 이야기는 나베시마 가문의 2대 당주가 바둑에서 패배한 앙갚음으로 바둑 상대를 살해했는데, 바둑 상대가 기르던 고양이가 바케네코(괴물 고양이)로 변해서 복수한다는 이야기이고. 이바라기 도지 이야기는 헤이안 시대 때 교토에 출현한 오니 ‘이바라기 도지’가 여자로 둔갑해 있다가 ‘와타나베노 츠나’에게 정체를 들키고 칼에 베여 한쪽 팔이 잘린 채 도망쳤는데. 이후 츠나가 이바라기 도지의 잘린 팔을 보관하지만, 이바라기 도지가 츠나의 의붓어머니로 둔갑해 자신의 팔을 되찾고 도망쳤다는 이야기다.

본작은 고양이가 억울한 죽음을 당한 주인 모녀의 피를 핥아 바케네코가 되어, 여자로 둔갑해 라쇼몽 근처에 나타나 지나가던 사무라이들을 유혹해 죽이는 이야기라서 바케네코와 이바라기 도지가 합쳐졌다. (근데 사실 고양이가 요괴로 변한 게 아니라, 모녀가 고양이 요괴로 변한 것이다)

요괴 묘사 자체는 다소 밀도가 떨어지는 편으로 요괴 모습은 물에 비쳐 정체가 드러날 때만 짧게 나오는데. 사실 그것도 인간의 형상에 더 가까워서 요괴로서의 특징이 살아나지 못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백덤블링을 하는 등 재주를 부리긴 하는데 그게 전부다.

사람을 습격해 피를 빨아먹는다는 설정이 있긴 한데, 그것도 사실 흡혈하는 장면은 축약하고 넘어가 목에 피가 흐르는 희생자의 모습만 보여줘서 흡혈귀물로 보기도 좀 애매한 수준이다.

근데 사실 본편 스토리가 단순히 요괴의 이야기인 게 아니라. 그 요괴와 얽힌 인간의 이야기라서 관점을 다르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본작의 진 주인공은 이야기 처음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중간부터 나오는 ‘긴토키’다.

본래는 농가 출신의 병졸로 ‘하치’란 이름을 갖고 있는데. 전장에서 홀로 살아남아 우연히 적장의 목을 치고 돌아가서 미나모토노 요리미쓰에게 ‘긴토키(본래 라이코우=요리미쓰의 사천왕 중 한 명)’라는 이름을 하사받고 요괴 퇴치의 명을 받아 출정에 나서지만, 사무라이를 유혹해 죽이는 바케네코가 실은 긴토키가 고향집에 두고 왔던 아내와 어머니로. 일찍이 억울한 죽음을 당해 바케네코가 된 것이라서 파극을 맞이하는 것이다. (즉, 처음에 나온 모녀가 본래 하치의 아내, 어머니라는 설정이다)

아내 시게는 남편 긴토키와 재회하여 7일 동안 사랑을 나누지만, 사무라이들을 죽이는 대신 현세에 머무른다는 명계의 규칙을 어겨 지옥으로 끌려가고. 어머니인 요네는 현세에 남는데 요리미쓰가 요괴 퇴치를 재촉해서 결국 긴토키가 요네를 사냥하다가 저주받고 죽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다.

주요 인물인 하치, 시게, 요네의 인간관계를 처음부터 밝히지 않고. 떡밥도 던지지 않았다가 나중에 갑자기 새로운 설정으로 추가됐고. 등장인물의 이후 행보도 좀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있어서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지만.. 작품 자체가 스토리적인 완성보다는 감성 호소에 치중하고 있어서 그쪽으로 보면 몰입도가 꽤 있다.

줄거리와 장르를 보면 공포 영화지만, 실제 내용은 서정적인 내용의 판타지에 가깝다.

공포의 핵심이 되어야 할 바케네코 요괴 모녀가 피해자고, 인간 사무라이가 가해자로 묘사돼서 그렇다. 요즘 용어로 치면 ‘X간이 미안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구도인 거다.

시게가 명계의 규칙을 어기고 지옥으로 끌려간 게, 시게가 사라진 후에 요네의 입을 통해 전하는 내용이라서 비주얼적인 부분은 좀 밋밋한 반면. 요네와 긴토키가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대치하는 하이라이트 씬 때는, 자신의 괴물 고양이 팔을 입에 문 요네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아들 긴토키와 대치된 씬이 임펙트가 크다.

그게 확실히 본작의 명장면으로 손에 꼽을 만해서 그런지 블루 레이/DVD판 표지 중에 그 장면이 단독으로 들어간 게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로 치면 공포보다 비극적인 내용이 부각된 ‘전설의 고향’ 에피소드 같은 느낌이다.

결론은 추천작. 요괴물의 관점에서 보면 분장과 연출적인 부분에서 요괴 묘사의 밀도가 낮아서 기대에 못 미치고, 스토리의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구석이 있기는 하나, 인간 중심의 드라마로 보자면 고전 요괴 소재를 비극적이고 서정적인 내용으로 재구성하여 보는 이의 심금을 울려 감성에 호소하는 게 충분히 와 닿을 정도라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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