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비욘드 더 그레이브 (From Beyond the Grave.1974) 2020년 영화 (미정리)




1974년에 영국의 ‘아미커스 프로덕션’에서 ‘케빈 코너’ 감독이 만든 앤솔로지 호러 영화. 아미커스 앤솔로지 영화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며, 미국 배급은 ‘워너 브라더스’에서 맡았다.

내용은 골동품 가게 ‘템프테이션즈’에서 가게 주인을 속여서 골동품을 매매하는 고객들이 잇따라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다.

‘The Gatecrasher(게이트크래셔)’, ‘An Act of Kindness(안 액트 오브 카인드니스), ’The Elemental(더 엘레멘탈)‘, ’The Door(더 도어)‘ 등의 4가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특별한 접점이 없는 독립적인 이야기라서 옴니버스 방식이지만, 골동품 가게에서 주인에게 사기를 친 고객에게 불행이 찾아온다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가 있어서 앤솔로지로 분류된다.

’게이트크래셔‘는 ’에드워드 찰튼‘이 골동품 가게에서 앤티크 거울을 눈여겨 보고 가게 주인에게 정품이 아닌 복제품이라고 속여서 싼 가격에 사온 뒤. 친구들을 초대했다가 심심풀이로 교령회를 벌였다가,. 거울 너머에서 지하 세계의 혼령이 출몰하여 찰튼을 홀려서 살인을 지시하는 이야기다.

보통, 서양에서 ’거울 귀신‘하면 그 이름을 3번 부르면 거울 속에서 나타나 자신의 이름을 부른 사람을 해치는 ’블러디 메리‘ 괴담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본작의 거울 귀신은 교령을 통해 현세에 불려 나와서, 본인이 거울 밖으로 나가기 위해 거울의 주인이 살인을 저지르게 하며, 앤틱 거울이란 컨셉에 맞춰 중세 시대 귀족 차림을 하고 있어 차이가 있다.

거울 귀신 자체보다는, 거울 귀신에게 홀린 주인공이 여자를 꼬셔서 집에 데리고 와 연쇄 살인을 저지르면서 피폐해지는 게 공포 포인트다.

연쇄 살인 끝에 거울 귀신은 결국 현실 밖으로 나오고, 거울의 주인인 찰튼은 새로운 거울 귀신이 되어 또 다른 희생자를 기다린다는 결말로 끝나서, 본편에 수록된 4가지 단편 중에 공포물로서의 기승전결이 가장 뚜렷한 작품이다. (역설적으로 다른 작품들은 기승전결이 애매한 게 있다는 말이다)

’안 액트 오브 카인드니스‘는 군인 출신인 ’크리스토퍼 로위‘가 아내 ’메이블‘한테 바가지를 긁히고 어린 아들한테는 존경 받지 못해 집안에서 겉돌고 있던 중, 퇴역 군인인 ’짐 언더우드‘와 친구가 됐는데. 짐에게 자신이 군인 출신이란 거짓말을 해서 그걸 증명하기 위해 골동품 가게에서 무공 훈장을 구입하려고 했다가, 가게 주인한테 무공 훈장 인증서를 가져다 달라고 한 뒤 그가 자리를 비우자 돈을 안 내고 무공 훈장을 훔쳐간 이후, 짐의 가족과 얽히면서 파멸하는 이야기다.

본작은 로위가 짐의 여동생 ’에밀리‘를 소개 받고 그녀와 바람이 나면서, 에밀리가 로위의 아내인 메이블을 저주해 죽이는 주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사람의 머리카락을 뽑아다가 인형을 만들어 칼로 찔러 저주해 죽이는 게 아프리카 부두교나 아시아권의 저주 인형 주술이 생각나게 하는데. 배경이 현대 영국이라서 당시 기준으로 보면 이색적인 느낌이 있다.

다만, 주살을 소재로 하고 있기는 하나. 저주하는 과정이나 결과적인 부분에서 오컬트적인 묘사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내용은 분명 주술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묘사가 주술 느낌이 잘 안 든다. 그게 작중에 나오는 주술의 작동 원리가 주살을 실행하겠냐고 요청자한테 묻는 것이라서 그렇다.

메이블이 죽은 뒤, 로위가 에밀리와 재혼을 하고. 결혼식 때 웨딩 케이크 위의 부부 인형 장식물 중 로위 인형을 자르자 로위가 주살 당해 죽더니, 대뜸 짐과 에밀리고 로위&메이블의 어린 아들에게 부모 살해의 사주를 받았다는 대사를 날려서 결말이 좀 황당하다.

작중 로위 부부의 아들은 이름조차 없어서 캐스팅 네임이 그냥 ’아들‘이라고만 나오는 단역 캐릭터로서, 출연 분량도 짧고 나와서 하는 일도 식사 시간에 테이블에 앉아 노트를 끄적이며 공부하는 게 전부라 변변한 떡밥 하나 던지지 않았는데 대뜸 사건의 흑막 반전을 넣으니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기-승-전-어어?‘ 이렇게 되는 느낌이다.

’더 엘레멘탈‘은 사업가인 ’레지 워렌‘이 골동품 가게에서 자신이 눈여겨본 스너프 상자의 가격표를 다른 스너프 상자의 저렴한 가격표로 바꿔치기해서 구입했다가,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맞은 편 자리에서 ’마담 올로프‘를 만나서 자신에게 ’엘레멘탈(정령)‘이 붙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집에 도착한 이후 애완견이 사라지고, 아내 ’수잔‘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에게 공격을 당해 마담 올로프를 초빙해 정령 퇴치를 시도하는 이야기다.

엘레멘탈은 보통, 4대 원소의 정령을 뜻으로 자주 써서, 그걸 공포물에 등장시킨 게 이색적이긴 하지만.. 실제로 작중에서는 말이 좋아 정령이지.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악령 정도로 묘사된다.

마담 올로프가 정령 퇴치 시도를 할 때 집안에 바람이 불면서 집안 가구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TV가 폭발하는 것 등등.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발생했다가, 집안이 잠잠해져서 사건이 해결되는 듯 싶었다가 막판에 뜬금없이 엘레멘탈이 수잔에게 빙의해 워렌을 살해하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결말로 끝나서 기승전결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본편에 수록된 4가지 이야기 중 가장 재미가 없고, 스토리적인 완성도도 떨어진다.

’더 도어‘는 작가인 ’윌리엄 시튼‘이 에이션트 오르네이트 도어(고대의 화려한 문)를 할인받아서 구입하여 집안 창고 문에 덮어씌워 달았는데. 낮에는 고대의 문 안이 창고지만 밤에 문이 저절로 열리면 중세 시대의 푸른 방으로 이어지고. 그곳에 사악한 신비주의자 ’마이클 싱클레어 경‘이 나타나 위협을 가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야기 4개 중에 3개가 골동품 가게 주인한테 사기 치다가 죽는 이야기인데. 본작은 유일하게 주인공이 가게 주인한테 사기 치지 않고 협상한 가격 그대로 깔끔하게 지불해서 주인공이 무서운 일을 겪어도 죽지 않고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아내 ’로즈마리‘가 마이클 싱클레어 경에게 잡혀가 시튼이 아내를 구하러 가서 도끼로 문의 장식을 내리찍으니 피가 나오면서 마이클 싱클레어 경의 본채에 데미지가 가해지는데. 그 극 전개가 꽤 긴박감이 넘치고, 데미지 누적으로 푸른 방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연출도 괜찮았다.

문의 장식이 마이클 싱클레어 경의 약점인 걸 알고 공격하는 게 약간 뜬금없기는 한데, 그 뒤에 이어지는 전개가 볼만해서 개연성이 약간 부족한 걸 커버할 만하다. 최소한 두 번째 이야기처럼 기승전’어어?‘ 수준은 아니다.

공포물보다는, 현대판 괴기 동화 같은 느낌이고. 또 유일하게 해피 엔딩으로 끝나서 앞의 이야기와 차별화돼서 본편에 수록된 4가지 이야기 중에 가장 볼만하다.

4가지 이야기가 다 끝나고 이어지는 엔딩 세그먼트도 단편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이야깃거리 하나 정도는 되는데. 이름 모를 좀도둑이 골동품 가게에 들어와 강도질을 하려다가, 도리어 가게 주인한테 역습을 당해 해골에 부딪치고 아이언 메이든 관속에 갇혀 죽는 내용이다.

이 좀도둑이 앞의 4가지 이야기 도입부에서 가게 주위를 서성거리면서 각 이야기의 주인공과 스처 지나가거나 마주치는 장면을 넣어서 출연 밑밥을 깔아 놓고 막판에 회수한 것이라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건 아니었다.

골동품 가게 주인이 가장 부각되는 게 엔딩 세그먼트인데. 작중에서는 이름도 딱히 정해지지 않고 그냥 골동품 가게 주인이라고만 나올 뿐이지만, 해당 배역을 맡은 게 무려 ’피터 쿠싱‘이다. 해머 필름의 드라큐라 시리즈에서 ’반 헬싱‘ 교수 역으로 유명한 배우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월허프 타킨‘ 총독으로 출연했다)

결론은 평작. 본편에 수록된 4가지 이야기의 재미, 공포, 완성도가 균일하지 않고 편차치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재밌는 이야기와 재미없는 이야기의 존재가 플러스마이너스 제로가 되어 최소한 평타는 치는 수준이고. 본편에 수록된 니야기 자체보다는, 현대 배경의 골동품 가게에서 가게 주인한테 사기 친 손님들이 안 좋은 일을 겪다가 죽는다는 앤솔로지의 주제 자체가 흥미를 돋우는 작품이다. (후대에 나온 ’펫숍 오브 호러스‘ 같은 스타일의 작품들의 조상님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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