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특공대 로봇 트윈스 (1993) 2020년 애니메이션




1993년에 ‘김청기’ 감독이 만든 애니메이션.

내용은 ‘백발 도사’와 ‘흑발 도사’는 1000년 동안 서로 싸워 온 앙숙이었는데. 너무 오래 싸워서 지쳐 자신들 대신 싸움을 할 대리로 각각 ‘영구’와 ‘맹구’의 그림을 그렸다가, 그림들이 바람에 날려 지상으로 떨어져 초능력을 가진 영구, 맹구로 태어나고. 그 둘이 산에서 싸움을 하다가 우연히 ‘쏘냐’에게 붙잡혀 가던 ‘유’ 박사를 구해주고 거지 로봇 ‘알파’와 ‘오메가’에 탑승하여 ‘존 캐넌’의 악당 군단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김청기 감독의 작품이지만, 실사 파트는 달랑 9분 정도 밖에 안 되고 나머지는 전부 애니메이션이라서 실사와 애니메이션 합성이 아니라. 그냥 애니메이션에 실사 도입부만 조금 넣은 수준의 작품이 됐다.

본작의 애니메이션 감독은 ‘조항리’로 과거 김청기 감독표 애니메이션인 ‘똘이 장군’ 시리즈와 ‘로보트 태권 브이’ 시리즈, ‘혹성로보트 썬더 A’, ‘쏠라 원-투-쓰리’ 등을 만든 바 있다.

위키 백과에는 본작이 ‘심형래’와 ‘이창훈’이 주연으로 출현한다고 적혀 있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본작에서는 심형래와 이창훈이 출현하지 않는다. 다만, 심형래가 배역을 맡았던 ‘영구’와 이창훈이 배역을 맡았던 ‘맹구’가 출현하는 것 뿐이다.

실제 개그맨이 연기한 캐릭터의 IP로 애니메이션을 만든 것이다. 영구와 맹구가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나오는 것인데 각각의 캐릭터 성우는 전문 성우가 더빙을 맡고 있어서 심형래, 이창훈은 성우로서도 참여하지 않았다.

본편 스토리는 요즘 말로 하면 ‘의식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을 만큼 뜬금없는 전개가 속출하고 앞뒤의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다.

본편 스토리의 시작은 분명 백발 도사와 흑발 도사의 싸움이고. 그 싸움의 연장선상으로 영구와 맹구가 만들어진 것인데, 영구와 맹구가 우연히 만나서 싸우다가 갑자기 악당들로부터 유 박사를 구해주고. 유 박사가 발명한 거지 로봇에 탑승하여 로봇 파일럿이 되어 악당 로봇들을 격파한다.

작중 유 박사는 악당 보스 ‘존 캐넌’의 라이벌이자 연적으로 사랑하는 아내인 ‘수지’가 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지자 존 캐넌이 수지를 넘겨 받아 개조 인간으로 만들어 ‘쏘냐’란 이름을 주어 부활시켰는데. 우연히 만난 영구와 맹구에게 도움을 받고 두 사람에게 거지 로봇 ‘알파’와 ‘오메가’를 주어 존 캐넌의 로봇 군단을 격파. 쏘냐의 정신을 되돌려 가족이 무사히 재회하는 진 주인공 포지션이다.

영구와 맹구는 스토리의 중심에 있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를 주도해나가는 것도 아니다. 그냥 바보 캐릭터로서 서로 티격태격하는데, 그 과정에서 우연히 사람을 구하고. 악당을 무찌르는 것이다.

유 박사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는 되게 진지하고 심각한데 비해 영구와 맹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개그 캐릭터라서 그런 진지한 내용과 분위기와 맞지 않아 겉도는 느낌마저 준다.

게다가 보통, 바보 캐릭터가 있으면 옆에서 딴죽거는 정상인 캐릭터가 있어서 일본식 츳코미 개그를 완성시키는 것으로, 실제 개그 프로그램 내에서 영구는 영구네 친가족(주로 영구 부모님). 맹구는 봉숭아 학당 선생님 및 반 친구들이 그런 포지션을 맡고 있었던 반면. 본작에서는 츳코미 캐릭터가 없이 바보들만 나와서 서로 번갈아가보며 바보 짓을 하는데 여념이 없어서 개그의 밸런스가 나쁘다.

영구, 맹구가 동시에 한 작품이 나오는 건 당시 VS 기획으로는 거의 슈퍼맨 VS 배트맨급의 엄청난 콜라보레이션이었지만, 서로 주고받으면서 완성하는 개그의 합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인기 캐릭터만 쑤셔 넣기만 하니 캐릭터 자체가 가진 포텐셜을 제대로 터트리지 못했다.

이야기의 시작은 백발 도사와 흑발 도사의 싸움이었는데. 영화 끝날 때까지 두 도사가 다시는 등장하지 않고. 두 도사의 대리인 영구와 맹구의 싸움도 결착이 나지 않은 채 어영부영 끝난 것도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자세히 파고들어 보면 뭔가 좀 컬트적인 맛이 있긴 하다.

90년대 당시 아동 영화처럼 개그맨이 직접 주연 배우로 출현한 게 아니라. 개그맨의 캐릭터 IP를 가지고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든 게 국내 최초의 시도였고. 작중에서 영구, 맹구의 실사 제스쳐를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장면들이 잊을 만하면 종종 나와서 그 사실을 상기시킨다.

두 바보가 아무런 제약 없이 초능력으로 싸우다가 어영부영 악당을 물리치는 전개가 계속 반복되는 것은 식상하긴 한데, 바보들이 로봇에 탑승해 싸우는 전개는 예상 의외로 볼만한 구석이 있다.

그게 악당 로봇은 리얼 사이즈로 등장하는데, 주인공 콤비 로봇은 짜리몽땅한 사이즈에 개그 만화 느낌으로 디자인되어 있고 주인공 보정을 톡톡히 받아서 무슨 미국의 ‘루니툰’ 보는 느낌으로 악당들을 무찌른다.

무슨 무기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부딪친 것만으로 적 거대 로봇의 팔 다리를 뚝뚝 자른 것도 모자라, 잘린 팔과 발을 집어 들어 그 안으로 들어가. 그 팔과 발로 적 로봇의 뺨을 때리고 배를 차는 등의 초전개가 펼쳐진다.

80~90년대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 중에 가장 독특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로보트 태권브이에서 깡통 로봇이 파워드 슈츠가 아니라 메카닉으로 등장하면 이런 느낌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쉬운 건 로봇이 활약하는 파트는 괜찮은데. 그게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로봇에서 내린 뒤에 클라이막스로 이어지는 상황에, 본편 내용상 유 박사가 주인공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영구와 맹구는 단순히 데우스 엑스 마키나적인 역할만 한다는 점이다.

결론은 평작. 두서 없는 내용, 스토리와 겉도는 주인공 콤비 캐릭터, 개그의 합이 맞지 않은 문제, 바보 짓하다가 어영부영 사건 해결하는 식상한 패턴의 반복 등등. 캐릭터와 스토리적인 부분에서 보면 완전 꽝이지만.. 개그맨이 직접 출현하지 않고 개그맨의 캐릭터 IP를 사용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거지 로봇 알파와 오메가가 활약하는 장면이 볼만해서 로봇 애니메이션 파트는 괜찮았던 작품이다.


덧글

  • 시몬벨 2020/04/17 22:20 # 삭제 답글

    꼬꼬마 시절에 친구집에서 비디오로 본 영화네요. 인트로에서 두 도사가 싸우는 장면이 제일 박진감 넘쳤던것 같습니다. 도사 한명이 벽에 붙어있는 다른 도사한테 황소처럼 머리를 숙이고 전력질주 박치기를 했던(결국 실패했지만) 장면이 기억나네요.
  • 잠뿌리 2020/04/18 18:59 #

    인트로에서 두 도사가 싸우는 장면이 작중에서 유일한 실사 파트였죠. 도술로 대결하는 게 아니라 우뢰매처럼 초능력 광선 쏘면서 싸워서 박진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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