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뒤의 햐쿠타로 ~콧쿠리 살인사건~ (うしろの百太郎 こっくり殺人事件.1991) 2020년 애니메이션




1973년에 ‘츠노다 지로’가 발표한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1991년에 ‘히라 세이타로’ 감독이 오리지날 비디오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정확히, ‘심령 공포 보고서 등 뒤의 햐쿠타로(心霊恐怖レポート うしろの百太郎)’라는 제목으로 전 2권짜리 비디오가 나온 것이고. 그중 1권의 부제가 콧쿠리 살인사건(こっくり殺人事件). 2권의 부제가 유체이탈(幽体離脱)이다.

내용은 심령 과학을 연구하는 우시로 심령 연구소의 소장 ‘우시로 켄타로’의 아들 ‘우시로 이치타로’가 투시 초능력 연구를 하다가 학교에 지각을 했다가, 심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학교 선생님 ‘코바야카’의 강요로 심령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콧쿠리를 했다가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콧쿠리상은 글자가 적힌 종이 위에 10엔짜리 동전을 올려 놓고 귀신을 불러서 대화를 나누는 동전점으로 한국의 볼펜 귀신점인 분신사바의 원조다)

원작인 만화 ‘등 뒤의 햐쿠타로’는 츠노다 지로의 대표작이자 70년대 일본에 심령 붐을 일으킨 작품 중 하나다. (츠노다 지로는 ‘공포신문’, ‘공수도 바보 일대’ 등의 만화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원작 만화가 연재된지 30년 후인 2003년에 ‘등 뒤의 혼령’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발매됐었는데. 주인공의 수호령이 나오는 이야기가 본편 스토리라서 그렇고, 햐쿠타로는 주인공을 지켜주는 수호령의 이름이기도 했다.

본작은 원작 만화 단행본 2권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영상화했다. 본래 원작 만화 자체에 에피소드 제목이 따로 나오지 않아서 OVA인 본작은 ‘콧쿠리 살인사건’, 실사 드라마판에서는 ‘금기의 콧쿠리’라는 제목이 붙었다.

원작은 2권 마지막 에피소드인 만큼 앞에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는데, OVA인 본작은 원작의 에피소드 하나만 다루고 있어서 원작과 다른 점이 은근히 많다.

우선 주인공 ‘이치타로’의 애완견인 ‘제로’는 본래 영능력을 가진 개로 여러 가지 초능력을 가지고 있고, 텔레파시로 사람과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본작에서는 대화 능력이 아예 없고 그냥 영감 좋은 강아지로만 나온다.

이치타로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하러 오는 건 원작과 동일한 전개라서 활약상이 줄어든 건 아니지만. 원작을 모르는 상태에서 보면 처음부터 말을 못하는 개로 보일 수 있다.

반대로 원작에서는 분명 대사가 없었는데 본작에서 대사가 생긴 케이스도 있다. 작중 ‘햐쿠타로’가 콧쿠리 여우 귀신과 대치하면서 이치타로 앞에 본모습을 드러내는 하이라이트씬이 원작과 다르게 음성 대사로 자기 소개를 하고 칼도 휘두른다. (원작에서는 칼을 휘두르지 않고 여우 귀신을 밀쳐내는 듯한 자세로 제령시키고 사라진다)

원작은 출판 만화라 모노 컬러라 햐쿠타로의 컬러가 뭔지 알 수가 없고. 2권의 컬러 표지에 빨간 머리와 초록색 피부 정도로만 그려진 적이 있기 한데, OVA인 본작에서는 금색 오라를 전신에 두른 금빛 몸에 하얀 머리를 가진 모습으로 그려지며, 전격을 두른 회색 털의 여우 귀신과 마주하다가 한 차례 공방을 주고 받고 참격을 날려 제령해서 간지나게 나온다.

악역인 코바야카 선생도 여우령에 씌여 마각을 드러낼 때의 표정이 꽤 호러블하게 묘사된다. 원작 만화에서는 전후사정 모르고 보면 무슨 얼굴 개그로 착각할 수도 있는데. 애니메이션판에선 미쳤다는 느낌이 제대로 들게 그려졌다.

그밖에 이치타로가 사건의 진범인 코바야카 선생의 정체를 밝혀낼 때 아버지인 켄타로의 엑토플라즘으로 희생자의 영혼을 불러내 정보를 얻는 이벤트도 구현됐는데. 이때 희생자의 목소리가 희생자 본인의 것이 아니라. 엑토플라즘을 실행한 켄타로의 목소리라는 게 기억에 남는다.

보통, 엑토플라즘의 묘사가 시전자의 입에서 혼령이 점액질 액체. 또는 연기의 재질로 나타나 사람 모습으로 형상화되는 것인데.. 이때 영체의 메시지가 시전자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걸 보면 엑토플라즘의 메커니즘이 빙의 현상을 따르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은 OVA지만 작화 퀼리티가 별로 높지는 않은 편이고. 러닝 타임이 TV 애니메이션 1화 분량이라 30분 내외로 짧기 때문에 원작의 해당 에피소드 전체를 다 담아내지는 못하고 축약했다는 거다.

그 축약된 부분이 작중에 벌어진 콧쿠리 사건을 분석하는 내용이라서, 코바야카 선생의 빙의 현상 전후에 나온 콧쿠리의 기원 설명과 사건 프로파일링적인 설명, 여우령의 정체가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란 걸 밝혀내는 것 등이라 원작이 가진 심령 과학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있어서 작품의 디테일이 떨어지게 됐다.

등 뒤의 햐쿠타로가 츠노다 지로의 또 다른 공포 만화 대표작인 공포신문과 다른 점이 작중에 벌어진 심령 사건을 심령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는 요소인데 그게 배제되니 작품 자체가 가진 개성이 사라진 느낌이 살짝 든다.

결론은 평작. 90년대 초 OVA인데 작화 퀼리티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고 러닝 타임도 OVA치고 짧은 편이라 TV 애니메이션 1화 느낌 나고. 심령 과학 관련 부분 설명을 축약하고 넘어가서 원작보다 디테일이 떨어지는 구석이 있지만, 악당 비주얼과 연출은 원작보다 더 호러블했고 햐쿠타로와 여우령이 대치되는 하이라이트씬이 나름대로 비주얼적인 볼거리를 제공해서 나쁘지 않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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