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Cats.2019) 2019년 개봉 영화




1982년부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된 뮤지컬 ‘캣츠’를 원작으로 삼아, 2019년에 ‘톰 후퍼’ 감독이 영화로 만든 작품.

내용은 1년에 단 하루 현재의 삶을 버리고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젤리클 고양이의 리더를 선택하는 운명의 밤을 맞이하여 고양이들의 축제가 열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은 1982년부터 1997년까지 10년 가까이 공연을 해서 최장기 공연 기록을 이어갔던 유명 뮤지컬로, 2012년에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로 잘 알려진 톰 후퍼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실사 영화로 만든 것인데. 약 95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다가 전 세계 흥행 수익 7500만 달러로 흥행 참패를 당하고. 비평쪽에서도 혹평을 받아 2019년에 개봉한 영화 중 최악 중에 최악으로 기록되고 있다.

본작의 문제점은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혐오스러운 비주얼, 두 번째는 스토리의 부실함이다.

일단, 분장 쪽이 실사 배우에게 CG를 입혔는데. 실사 배우의 실제 얼굴과 맨몸의 형태를 그대로 둔 채 디지털 모피로 렌더링되어 있다.

원작 뮤지컬 캣츠의 분장도 동물 탈을 쓰고 나오는 게 아니라, 동물 화장을 하고 털옷을 입고 나오는 것이라 인간의 형태가 많이 남아 있기는 하는데. 화장과 털옷을 입은 것과 사람 몸에 동물 털이 달린 비주얼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분장이라는 인식이 드는 것과 효과라는 인식이 드는 것의 차이랄까)

디지털 모피 렌더링은 현대의 CG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첨단 기술이지만, 그게 온전히 동물 묘사에 적용된 게 아니고. 사람 몸에 동물 털을 입힌 최악의 방식으로 적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눈, 코, 입은 사람인데 피부에 동물 털이 돋아나 있는 것으로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괜찮은데. 실사로 보니 그 위화감이 장난이 아닌 것이다.

캐릭터 디자인만 괴기한 게 아니라 연출도 괴기스럽다.

콕 집어서 말하자면 스토리 초반부의 ‘검비’ 고양이 노래 파트가 진짜 악몽 수준이다.

고양이 분장의 인간 배우가 다리를 쩍 벌리고 가랑이를 벅벅 긁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이크로 사이즈의 바퀴벌레 분장의 인간 배우를 우적우적 씹어먹고, 미니 사이즈의 쥐 분장의 인간 배우가 코러스를 넣어주는 것 등등. 비주얼 테러의 끝판왕급으로 묘사된다.

제작진은 개그 씬이라고 넣은 것 같은데, 그 개그의 원천이 뚱뚱함과 추함으로 웃기려는 외모 비하 개그에 가까운데. 그 센스와 유머의 전달 방식이 최악 중의 최악이라 비주얼 테러로 연성된 것이라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트라우마를 심어줄 만큼 끔찍한 시퀀스다.

검비 고양이 파트가 나빠도 너무 나빠서 이후에 다른 고양이의 노래 파트가 이어져도 흥이 나지 않고 몰입도 안 된다.

스토리의 문제는 이야기 자체가 없는 수준이란 점에 있다.

아무리 뮤지컬 영화라고 해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야기가 있고. 그 안에서 춤과 노래가 나와야 되는데 본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춤과 노래만 나오고, 그 사이 사이를 연결하는 이야기가 없다.

그게 작중 고양이들이 젤리클 고양이로 선택받기 위해 춤과 노래로 자신이 어떤 고양이인지 어필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라서 그런 것이다.

스토리의 구조적으로 춤과 노래를 빼면 이야기 자체가 성립되지 않게 되어 있다.

고양이 캐릭터들이 자기 노래 끝나기 무섭게 퇴장을 해서 너나 할 것 없이 변변한 대사 하나 없이 배경 인물 신세로 전락해 조연 이하 단역 수준으로 비중이 내려가는데. 그 패턴이 계속 반복되면서 캐릭터 낭비가 심해진다.

비중이 높은 주연 캐릭터들도 문제가 있는 건 마찬가지다.

악당 ‘맥캐버티’도 첫 등장 때는 최종 보스 분위기 팍팍 풍기면서 중간중간에 고양이들 납치할 때까지만 해도 뭔가 좀 있어 보이게 나오지만.. 극 후반부에 자기 노래 파트 끝낸 뒤에는 야망만 크지 실력은 알고 보니 허접해서 끝내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징징거리는 3류 악당처럼 묘사돼서 캐릭터 이미지가 망가진다.

원작 뮤지컬의 진 주인공이자 ‘메모리’ 노래로 유명한 ‘그리자벨라’ 같은 경우도. 노래 자체는 괜찮은데. 캐릭터의 행적이 첫 등장부터 노래 파트 끝내기 전까지 전체 출연 분량의 3/4 이상 내내 울고불고 그걸 클로즈업하기 바빠서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캐릭터란 건 알겠는데, 슬픈 감정의 과잉과 그걸 관객들도 느껴 보라는 감정의 강요가 심하다.

영화 끝나기 직전에 ‘올드 듀터러노미’가 제 4의 벽을 넘어 관객들을 향해 고양이를 대하는 법을 설파할 때의 꼰대 대사는 가히 불쾌함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올드 듀터러노미 역의 ‘쥬디 덴치’가 제 40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게 괜히 그런 게 아니다. (배우의 연기가 문제인 게 아니라 각본의 문제가 크다)

결론은 미묘. 최신 CG 기술의 잘못된 적용으로 인한 끔찍한 분장과 보는 눈이 썩어버릴 것만 같은 악몽스러운 연출이 빚어낸 비주얼 테러, 춤과 노래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텅 빈 스토리가 조화를 이룬 최악의 영화. 못 만들고 재미없는 수준을 넘어서 이상하게 만들어 놓고 유명 원작 IP를 썼다고 멀쩡한 척해서 위화감이 쩌는 작품으로 영화 역사에 기록으로 남길 만한 괴작이다.

일반 상식적으로는 비추천해야 할 영화인데, 영화의 만듦새가 이상함의 정도를 지나도 한참 지나서 1세기에 나올까 말까한 경지에 이르른 정신 나간 영화라서 오히려 현 인류의 센스가 어느 정도까지 바닥을 칠 수 있는지 탐구할 목적으로 한 번쯤 볼만 하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제 40회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각본상, 최악의 감독상, 최악의 남우 조연상, 최악의 여우조연상(쥬디 덴치와 레벨 윌슨이 동시에 후보에 올랐는데 레벨 윌슨이 수상), 최악의 작품상, 최악의 콤보상 등등 6개 부분을 수상했다.


덧글

  • 시몬벨 2020/04/06 20:54 # 삭제 답글

    허...잠뿌리님이 이 정도로 혹평하는 것도 드문데...리뷰에서 깊은 분노가 느껴집니다.
  • 잠뿌리 2020/04/07 18:31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과 동급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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