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어리 스토리: 어둠의 속삭임 (Scary Stories to Tell in the Dark.2019) 2020년 개봉 영화




1981년에 故 앨빈 슈워츠가 집필한 아동용 호러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2019년에 ‘안드레 외브레딜’ 감독이 영화로 만든 작품. 헬보이 시리즈, 판의 미로, 퍼시픽 림으로 잘 알려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했다. 미국에서는 2019년에 개봉했는데, 한국에서는 2020년에 개봉했다.

내용은 1968년 미국 펜실베니아 주에 있는 ‘밀 밸리’라는 시골 마을에서 할로윈 데이 때. ‘스텔라’, ‘척’, ‘오기’, ‘라몬’ 등 4명의 친구가 우연히 벨로우즈 가족의 전설이 깃든 유령의 집을 탐험하러 갔다가, 집안에 숨겨진 비밀의 방에서 ‘사라 벨로우즈’가 쓴 무서운 이야기책을 발견해서 집에 가지고 왔는데. 그게 실은 사라의 유령이 책에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가 아이들을 잡아가는 것이라 스텔라 일행 전원이 그 타겟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작 소설은 1981년에 첫 발행해 1991년까지 10년 동안 연결권이 나오면서 2017년 기준으로 총 7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아동용 소설로 영화로 제작된 건 이 작품이 처음이다.

원작 소설은 공포 단편 모음집인데, 이 영화판은 하나의 커다란 스토리 안에 원작의 공포 단편이 구현되는 식으로 풀어나간다.

집안에 유폐된 채 아이들이 찾아오면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던 ‘세라 밸로우즈’가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의혹을 받아 목을 매어 자살한 후. 그 원귀가 무서운 이야기 책에 깃들어 타겟으로 삼은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것을 이야기로 써내려가 실체화시켜 잡아가는 것이다.

귀신이 책에 이야기를 쓰면 그게 현실화되는데 타겟이 된 아이의 무서움이 실체화되어, 그 아이를 잡아간다는 설정 자체는 괜찮은 편인데 문제는 스토리 전개가 되게 답답하다는 점에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인공 일행이 제 발로 유령의 집에 들어가고, 집안의 비밀의 방을 기어이 찾아내 봉인된 금서 같은 무서운 이야기책을 집에 가지고 갔다가 화를 초래해 주변 사람들 죄다 죽어 나가는 상황인데. 여주인공인 ‘스텔라’가 그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보정을 받아서 무사히 살아남고, 남자 주인공 ‘라몬’과 썸까지 타니 주인공에게 몰입하기가 어렵다.

메인 빌런인 무서운 이야기책의 주인 ‘사라 밸로우즈’ 같은 경우도 억울한 누명을 쓰고 마녀 취급당하다가 자살해 원귀가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가졌으니 산 사람들을 주살(저주 살인)하는 게 납득은 가는데.. 저주 해체의 키워드가 사라 밸로우즈의 누명을 벗겨주는 것이라 피해자처럼 묘사한다는 거다.

원수에 해당하는 집안 사람들을 해친 것까지야 복수를 한 것이니 이해는 가는데. 주인공 일행 같은 아이들을 타겟으로 무차별적인 주살을 벌이는데. 실은 사연이 있어서 불쌍하고 달래줘야 할 캐릭터란 식으로 묘사를 하니 감정선 따라가기가 힘들다.

귀신의 집에 제 발로 들어가 귀신의 책을 가지고 와서 친구들을 죽음으로 몰고가 놓고 혼자 멀쩡히 살아남아 남주와 썸까지 타는 여주인공과 아이들을 무차별적으로 주살시키는데 이 녀석도 실은.. 이라면서 불쌍한 피해자로 묘사하는 빌런이 펼치는 환장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영화 보는 내내 발암 유발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란 사실을 새삼스레 느낄 수 있다.

현대 배경에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겪는 무시무시한 모험담이란 게 메인 소재라서 스티븐 킹의 ‘그것’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과 비교하기에는 좀 많이 부족하다.

그것은 아이들이 무서운 경험만 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페니와이즈와 맞서 싸우면서 진짜 모험다운 모험을 하는 반면. 본작은 그런 요소가 전무하다.

사라 밸로우즈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하는 게 없는 데다가, 기본적인 극 전개가 주인공 일행이 힘을 합쳐 뭔가를 하는 게 아니고. 멤버들이 하나 둘씩 주살 당하는 와중에 끝까지 생존한 멤버가 진실에 도달하는 것이라 ‘그것’ 같은 쥬브나일 어드벤처로 볼 수가 없다.

엔딩은 어떻게든 사건 해결은 됐는데 깔끔하게 해피 엔딩으로 끝난 게 아니라. 열린 결말의 탈을 쓴 노멀 엔딩이라서 뒷맛이 찝찝한 건 아닌데 개운하지도 않다.

어떻게 보면 후속작의 여지를 둔 결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주인공의 매력이 떨어져서 후속작이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

본작에서 유일하게 괜찮은 건 몬스터 디자인과 공포 연출이다. 캐릭터가 발암을 유발하고 스토리가 답답해서 그렇지, 몬스터 디자인은 준수한 편이고 연출도 괴기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겨서 좋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각본, 제작에 참여했다는 게 확실히 실감이 난다.

중반부에 나오는 레드 룸의 창백한 여자(the Pale Lady)는 정신병동 복도 배경에 붉은 조명을 깔아 놓고 4 방향에서 크리쳐가 서서히 다가오는 연출이 호러 영화 내성이 약한 사람한테는 PTSD가 될지도 모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고, 후반부에 나오는 쨍그렁 남자(Jangly Man)는 조각난 사지가 합체 분리를 자유롭게 하는 기괴한 디자인과 한 마리 야수 같은 움직임의 조화가 진짜 쩔었다. 과연 기예르모 델 토로 답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결론은 평작. 귀신이 무서운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써서 현실로 구현화하여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발상은 괜찮지만, 발암 유발 여주인공, 사람들 다 죽여놓고 피해자로 묘사돼서 공감 안 가는 빌런, 답답한 스토리 진행, 열린 결말인데 뒷맛이 개운하지 못한 마무리 등등. 캐릭터 및 스토리가 별로라서 소재의 참신함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지만.. 기괴한 크리쳐 디자인과 공포 연출은 괜찮았던 작품이다. 스토리가 아니라 크리쳐 보러 가는 영화다.


덧글

  • 시몬벨 2020/03/28 00:20 # 삭제 답글

    그 뚱녀가 희생자의 코앞까지 다가오면서 너를 손에 넣는게 기대된다는 듯이 몸을 흔들며 웃을때, 그 표정은 정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그건 그렇고 사라 밸로우즈의 행보는 정말 병주고 약준다 는 말밖에 할말이...
  • 잠뿌리 2020/03/28 09:45 #

    사방에서 다가와서 도망칠 수 없고 붉은 조명이 쫙 깔린 연출도 호러블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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