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 (The Grudge.2020) 2020년 전격 Z급 영화




2004년에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만든 ‘그루지’를, 2020년에 ‘니콜라스 페스케’ 감독이 리부트한 작품. 그루지 시리즈의 정식 넘버링으로는 네 번째 작품으로 메인 타이틀이 ‘더 그루지’인데 엔딩 스텝롤 끝에 ‘그루지 리부트’란 표기가 정확히 뜬다. 그루지(2004)의 기획에 참여 했던 '샘 레이미' 감독이 본작에서는 제작에 참여했다.

내용은 2004년에 일본 도쿄의 ‘사에키 카야코’의 집에서 ‘요코’와 함께 간병인으로 근무했던 미국인 ‘피오나 랜더스’가 카야코의 집에서 도망쳐 나와 미국 플로리다주 레이번가 44번지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는데. 카야코의 저주가 옮겨붙어 피오나가 자기 손으로 가족들을 죽이고, 본인도 스스로 목숨을 끊어 가족 전부 원귀가 되었다가 피오나의 집 자체가 새로운 저주의 집이 되어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 차례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다.

본작은 본편 스토리의 타임 라인이 미친 듯이 꼬여 있어서 스토리 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일단. 현재의 타임 라인은 2006년에 ‘멀둔’ 형사가 과거의 사건을 조사하다가 랜더스 집에 발을 들여놓아 저주의 타겟이 되는데. 그 상태에서 멀둔 형사 이야기를 쭉 하는 게 아니고 그녀가 조사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2004년 랜더스 가족 이야기, 같은 해의 스펜서 부부 이야기, 2006년 메디슨 부부 이야기 등 3개의 타임 라인을 더해 총 4개의 타임 라인을 번갈아가면서 진행하고 있다.

스토리 전개가 직선적이지 않고 비선형적인 에피소드가 나열된다고 해도, 그게 곧 하나의 스토리로 제대로 이어진다면 괜찮은데. 문제는 이 작품의 과거 회상은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구난방식으로 이 이야기 하고. 저 이야기하면서 판만 거창하게 벌려 놓는다는 거다.

각각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와 상호작용을 전혀 이루지 못하고 완전 따로 놀고 있어서 짜임새가 부족하다.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수준으로 이야기를 쑤셔 넣은 수준이라서 정신산만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그 이야기들이 저주의 공포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고. 주살의 타겟이 되어 죽어 나가는 희생자들의 불행한 사연을 늘어 놓아서 ‘얘네들 속사정 알고 보면 존나 불쌍한 가족인데 저주 걸려서 죽기까지 해요!’ 이걸 너무 강조하고 있어서 감성팔이의 끝을 보여주고 있어서 호러 영화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했다.

다른 건 다 떠나서 오로지 공포 씬 하나만 놓고 봐도 그루지 시리즈로 보기에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원귀가 선사하는 공포 씬 중 기억에 남는 건 영화 포스터 디자인에도 들어간, 머리 감는데 귀신 손이 뒷머리 감겨주는 것 밖에 없다.

그루지(주온) 시리즈 특유의 J호러 귀신 느낌은 많이 옅어지고. 귀신의 씌인 희생자들이 미쳐서 자기 가족 죽이는 것만 줄창 보여주고 있어서 주온보다는 아미티빌 하우스 느낌 난다.

작품 전반부 내내 이야기를 하다가 끊고 하다가 끊고를 반복하더니 영화 끝나기 약 30여분 전에는 무슨 소드 마스터 야마토마냥 이전에 하던 4개의 타임 라인 마무리를 한번에 몰아서 하는 바람에 급조된 티가 팍팍 난다.

과거 타임 라인이 관련된 사람이 전부 죽었다는 걸 미리 알려준 상태로 이야기가 진행되니 사건의 진상에 대한 흥미가 짜게 식어 버리고. 현재 타임 라인 담당이자 주인공 포지션인 ‘멀룬’ 형사 쪽 이야기는 사건 조사를 하면서 과거 회상 플레그만 계속 열어보다가 더 이상 볼 이야기가 없을 때쯤에 모든 것을 끝내야할 시간이라고 외치듯 마무리에 나섰다가 존나 식상한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배드 엔딩 보여주고 끝나서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이 없다.

주인공 이외에 다른 캐릭터들도 존재감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과거 타임 라인의 희생자 배역을 맡은 배우들이 한국계 미국인 배우로 ‘서치(2017)’로 잘 알려진 ‘존 조’, 제임스 완 감독의 인시디어스 시리즈에서 퇴마사 ‘엘리스 레이니어’ 역으로 친숙한 ‘린 사예’인데. 그 배우들이 아까울 정도로 캐스팅 낭비가 심하다.

그루지 시리즈 메인 빌런인 ‘사에키 가야코’, ‘사에키 토시오’ 모자 대신 등장한 랜더스 가족은 가야코 모자보다 임팩트가 부족할 뿐만이 아니라 캐릭터성 자체도 애매하다.

그게 랜더스 가족은 엄밀히 말하자면 저주의 타겟이 되어 죽었다가 본인들이 저주 귀신이 된 것이라서, 가야코처럼 살아있는 자들을 증오하여 저주해 죽인다는 것이 별로 와닿지 않고. 출현 분량 자체도 가족 중 딸인 ‘멜라니’만 인간 폼으로 지겹게 많이 나오고. 피오나와 샘은 상대적으로 화면에 적게 나오기 때문에 임팩트가 떨어진다.

주살이 발생하는 문제의 저주의 집도 배경 자체에 대한 불온한 기운에 대한 묘사의 밀도가 낮아서 전혀 안 무섭다.

과거 회상쪽 타임 라인 3개 내내 주살의 타겟이 된 사람들이 집안이 환하게 불 다 켜놓고 평소처럼 지내서 그렇다. 귀신의 집 같은 느낌이 안 드는 게 치명적인 문제다.

저주의 집 재수 없다고 불 태웠는데 저주가 끝나지 않았다! 라는 전개는 이전 시리즈에 나온 엔딩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거라서 리부트만의 새로움이 없다.

결론은 비추천. 4개의 타임 라인을 쑤셔 넣고 제대로 정리를 하지 않아 본편 스토리가 정신산만하고, 주요 배경인 집이 귀신의 집 같은 느낌이 안 들고, 새로운 원귀 가족인 랜더스 일가는 출현 분량도 짧고 임팩트도 약해서 기존의 빌런 주역인 가야코/토시오 모자를 대처할 수 없어 무섭지도 않으며, 리부트판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정도로 식상한 엔딩 등등. 안 무섭고 재미 없는 건 물론이고 영화 전반의 완성도도 떨어져 그루지 프렌차이즈의 숨통을 끊어 놓을 듯한 재앙의 흉작이다.


덧글

  • 로그온티어 2020/03/23 02:00 # 답글

    트레일러보고 이번에 분위기 제대로 잡았다고 생각하고 기대했는데... 아아...
  • 잠뿌리 2020/03/23 02:18 #

    본편은 완전 꽝이었습니다. 그루지 역대 시리즈 중 최악이었죠.
  • 뇌빠는사람 2020/03/24 15:06 # 답글

    사실 비디오버전도 시간대는 완전 개판이죠. 그걸 막판에 쾅 하고 튀어나오는 게 다 뒤덮는건데 이건 그런 맛도 없나보네요
  • 잠뿌리 2020/03/24 15:25 #

    비디오 버전은 두편으로 나누어 놓기도 했고, 각각의 타임 라인이 등장 인물 죽기 전까지 나와서 나름대로 쾅쾅 터트리긴 했는데 (비디오 1편의 다락방, 턱 귀신 씬 등등) 이 작품은 그걸 영화 끝나기 전에 한번에 몰아서 보여줘서 별 감흥도 없고. 연출 자체도 별로 안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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