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3.1] 더 다크 아이(The Dark Eye.1995) 2020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95년에 ‘Inscape’에서 Windows 3.1, 맥킨토시용으로 만든 1인칭 심리 호러 어드벤처 게임.

내용은 19세기 때 소년 주인공(디폴트 네임 없음)이 큰 삼촌인 ‘에드윈’의 집에 찾아갔다가 3가지 악몽을 꾸면서 작은 삼촌 ‘헨리’와 그의 약혼녀 ‘앨리스’ 사이에 생긴 비극적인 사건을 목격하는 이야기다.

본작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며,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이리저리 클릭하는 것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정확히는, 손 모양의 아이콘이 활성화되어 검지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게임 플레이의 기본은 주요 무대인 에드윈 삼촌의 집을 돌아다니면서 악몽을 유발하는 오브젝트를 찾아내 클릭하여 활성화시켜, 총 3가지 악몽을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점으로 감상하는 것이다.

이때 나오는 3가지 악몽이 19세기 미국의 소설가 ‘에드가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단편 소설인 ’아몬틸라도의 술통(The Cask of Amontillado)‘, ’고자질하는 심장(Tell-Tale Heart)‘, ’베레니스(Berenice)‘ 등의 작품이다.

’아몬틸라도의 술통‘은 주인공이 자신을 우습게 여기고 심한 말을 한 포르투타토를 술로 유인해 토굴에 가둔 후 벽돌을 쌓아 가둬서 생매장시키는 이야기, ’고자질하는 심장‘은 주인공이 노인을 살해한 후 마루에 묻었는데 경관들이 조사하러 왔을 때 노인의 심장 소리가 들린다고 셀프 자백하는 이야기, ’베레니스‘는 편집증을 앓고 있던 주인공이 사촌인 베레니스와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몸이 약한 그녀가 간질병에 걸려 죽자 그녀의 무덤을 파헤쳐 시체에서 이빨을 뽑는다는 이야기다.

본작의 내용은 에드가 앨런 포의 단편 소설을 플레이어가 체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근데 에드가 앨런 포 소설의 등장인물이 되어 소설 내용을 체험하는 발상은 되게 거창한데, 정작 본편 내용은 게임의 관점에서 보면 애매한 구석이 있다.

일단, 이 작품은 현실 모드와 악몽 모드의 2가지로 나뉘어져 있는데. 현실 모드에서 에드윈 삼촌의 저택을 돌아다니면서 스토리 진행 도중 배경이 파란색으로 변하면서 악몽 모드에 돌입하여 특정한 물건을 클릭하면 3가지 악몽에 빠져서 앞서 말한 가해자, 피해자 시점으로 내용 진행이 가능하다.

문제는 현실이 됐든 악몽이 됐든 간에, 대화 선택지나 게임 오버 포인트, 퍼즐 요소 같은 게 전혀 없다. 그냥 이동을 하고 행동을 하는 게 게임 플레이의 전부다.

여기서 행동이란 게 주로 NPC와 대화를 하거나, 문서나 물건을 조사하는 게 전부고. 가끔 아이템을 입수할 수 있지만 한 번에 하나씩 밖에 갖지 못하고. 아이템을 얻기 무섭게 다음 진행 때 곧바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이템을 얻고 말고 하는 것의 의미가 없다.

이동과 행동을 정해진 순서에 딱 맞게 해야 스토리 진행이 가능한데. 게임 진행에 대한 힌트가 아무것도 없어서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유저에게 굉장히 불친절하다.

애초에 스토리 자체가 주인공이 삼촌네 집을 돌아다니며 에드가 엘런 포의 단편 소설 악몽을 꾸는 것 까지는 알겠는데. 그게 메인 스토리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모르겠고. 스토리의 목적성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밑도 끝도 없이 악몽만 꾸다가 끝나는 거라서 심리 호러 어드벤처 어쩌고 하는 게 민망할 정도다.

’공포 소설의 가해자, 피해자가 되어서 체감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라고 하기에는, 기괴한 캐릭터 디자인이 양날의 검이 되어 몰입을 방해한다.

이동 자체도 조작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손 모양의 커서를 움직여 활성화되었을 때 이동 및 행동이 가능한 것 까지는 평균적이지만.. 이동할 때 움직이는 과정이 영상으로 나오는 게 아니고. 한 컷 한 컷 씩 배경이 바뀌는 것으로 뚝뚝 끊어먹는 상황에서, 하나의 장소에서 보는 각도가 여러 군데라서 가고자 하는 장소에 한 번에 갈 수 없는 번거로움이 있다.

쉽게 말하자면, 방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때. 돌아서서 왔던 길로 다시 나가는 걸 한 번의 동작으로 할 수 없고. 우측이든, 좌측이든 옆으로 2번 시점 이동한 뒤에 방금 들어왔던 문 입구를 정면으로 보는 시점을 맞춰서 이동해야 한다는 거다.

작중 인물의 음성 대사를 지원하지만 자막을 지원하지 않아서 문자 그대로 음성만 나오는데. 음성 분량 자체가 짧아서 더빙의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사실 이 작품은 스토리보다 비주얼 쪽에 더 눈길이 간다.

게임 내 캐릭터가 폴리곤이 아니라 클레이(점토)로 디자인되어 있는데 이게 꽤나 기괴한 느낌을 주는데, 움직이는 장면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서 독특한 느낌을 준다.

만화나 애니메이션풍의 2D인 것도, 실사 베이스의 디지타이즈 그래픽인 것도, 3D 폴리곤 그래픽인 것도 아니라서 기존의 어드벤처 게임과 궤를 달리하고 있다.

그밖에 ESC키를 누르면 얼굴 그림이 뜨는데. 세이브 자체는 자동 지원이고, 로드는 수동인데, 로드 방법이 얼굴 그림의 눈 위쪽에 활성화된 작은 그림을 클릭하는 거다. (얼굴 그림의 눈을 클릭하면 초기 화면으로 돌아간다)

결론은 미묘. 1인칭 어드벤처 게임인데 3D 폴리곤이 아니라 클레이(점토)로 만든 캐릭터 디자인이 괴기스러운데 그걸 또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움직이게 만든 게 독특한 느낌을 주고, 에드가 앨론 포의 단편 소설의 가해자, 피해자가 되어 해당 이야기를 체험하는 발상은 꽤 그럴 듯 하지만.. 본편 스토리가 일직선 진행에 행동의 자유도가 떨어지며, 퍼즐 요소도 전혀 없어서 게임성이 부족하고. 자막 지원을 안 하고 음성만 나오는데 그 분량도 적은 상황에 게임 진행에 대한 힌트를 전혀 주지 않는 데다가, 기본적인 이동 조작까지 거지 같아서 게임 인터페이스까지 불편해 게임 전반의 완성도가 떨어져 독특한 비주얼만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게임성만 놓고 보자면 거의 쿳소 게임에 가까운데 독특한 비주얼 덕분에 턱걸이로 컬트 게임이 됐다.

공포 소설의 가해자/피해자 체험이란 것도 게임 본편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 그렇지 발상은 괜찮은 편인데 지금 시대의 VR 게임으로 나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본작은 꽤 이름이 알려진 스탭이 참여했다.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버로스(William S. Burroughs)‘가 작중 에드윈 삼촌 목소리 더빙과 나레이션을 맡았고, 사이버리아(1994), GTA: 바이스 시티(2002), 메탈기어 솔리드 V: 팬텀 페인(2015)의 오디오를 담당했던 ’토마스 돌비(Thomas Dolby)‘가 음악을 만들었다.


덧글

  • 로그온티어 2020/03/16 14:21 # 답글

    저는, 스토리 이해를 따르는 텔링보다 순간의 감정 연출을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고독과 죄의식과 광기에 대한 표현은 앨런 포의 느낌을 잘 담았다고 생각해요. 몇 장면들에 매료되서, 기억에 남을 정도로 깊게 빨려 드는 경험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컨트롤이나 이동 방향성이 조악하다는 것은 확실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인상주의의 완성도는 단순히 비주얼이 좋아서라고 던져버리기엔 좀 비약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슬쩍 들어요.

    확실히 인터렉티브한 면에서 직관성은 떨어지지만, 제작자들이 "어떤 느낌을 주어야 겠다"라는 비전은 분명했던 것 같았거든요. 이 게임 속 장면들의 인상에 매료되어 컬트팬이 된 유저들이 많으니까요. 허나, 그래도 게임플레이는 비직관적이죠.

    더 넓게 보자면, 이것은 인상주의적 게임개발 방향의 문제점이기도 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인상과 연출에 신경쓰다보니 플레이를 신경쓰지 않는거요. 그리고 이것은, 90년대 어드벤쳐 게임들이자, 거기서 영향받은 현대의 인디게임 몇몇의 문제가 되었기도 합니다.

    허나, 그래도 [다크아이]처럼 게임플레이와는 별개로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게임도 있는 겁니다. 저도 게임이면 게임플레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지만, 이런 작품에서 받는 영감과 영감을 받아 다른 작품을 만드는 그 팔로워들의 파워들을 생각해보면 "아, 이런 게임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이런 작품들은 게임이라기 보단, 인터렉티브 멀리미디어에 가깝지만요.

    아무튼, 이 게임은 잘 다듬었다면, 컬트작으로 남는 게 아니라 진짜 시대를 넘어서는 작품이 나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분위기 말이죠. 생각해보면 [새니터리움]과 [배드모조]도 세기말에 나온 우중충한 작품인데, 이 시절의 작품들을 보다보면, 그 시절에는 뭔가 이런 우울하거나 음침한 감성이 컨텐츠계에 슬쩍 영향력을 내고 있던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 잠뿌리 2020/03/16 19:44 #

    이 게임이 나올 당시 리뷰 점수가 낮지는 않은데 세상에 알려지지 못하고 묻힌 게 게임 플레이가 미흡해서 그렇죠. 게임 플레이적인 부분을 좀 신경써서 만들었다면 그냥 컬트적인 작품인 것만이 아니라 컬트 명작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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