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한 페이지(狂つた一頁.1926) 2020년 영화 (미정리)




1926년에 ‘기누가사 데이노스케’ 감독이 만든 일본 영화. 일본 최초의 아방가르드 영화를 표방하고 있다.

내용은 선원이었던 늙은 남자가 자신의 학대로 인해 미친 아내를 돌보기 위해 아내가 입원한 정신병원에 관리인으로 취직했는데. 어느날 남자의 딸이 연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아버지를 찾아왔다가, 어머니가 미친 사람이란 걸 연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1950년에 필름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프린트와 네가 필름이 소실되어 현존하지 않는 작품이 됐었는데, 그로부터 21년 후인 1971년에 기누가사 데이노스케 감독의 집 창고에 있던 뒤주에서 우연히 네거 필름이 발견되어 1975년 미국의 ‘뉴라인 시네마’를 통해 배급되어 공개됐다.

본래 1926년에 상영한 원작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 무성 영화로 변사가 라이브로 나레이션을 넣고 반주가가 음악을 연주했었는데. 71년에 기누가사 데이노스케 감독 본인이 직접 편집해 소리를 넣은 ‘뉴 사운드 버전’이 나오게 됐다.

플래시백, 다중노출, 키아로스쿠로(명암법), 페이드, 사각앵글과 왜곡 효과 등등. 지금 현재는 일반화됐지만 그 당시에는 참신했던 촬영 기법을 사용해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미친 한 페이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인간의 광기를 주제로 삼고. 그 광기를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서 전위예술로 승화했다.

일본 영화의 영화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다만, 전위예술적인 작품인 만큼 내용 이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소리가 추가 됐다고 해도 효과음과 배경 음악 정도만 나오고. 보이스 더빙과 자막도 없어서 안 그래도 어려운 내용이 더 어렵게 다가온다.

일단, 어떻게든 본편 스토리를 해석해서 요약하자면.. 정신병원에 갇힌 미친 아내를 돌보기 위해 관리인으로 취직한 늙은 남자가 주인공인데. 남자를 찾아온 결혼을 앞둔 딸도 사실 남자의 환영 속 존재라 결국 늙은 남자 역시 미쳤다는 결론이 나오면서, 늙은 남자가 정신병원 환자들에게 가면을 씌워주고 본인 역시 가면을 쓰면서 끝나는 이야기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미쳤다는 결말로 귀결되고, 그 과정에서 표현된 광기가 보는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근데 영화 자체가 마냥 예술 영화인 것은 또 아니고. 장르적으로 보면 호러 영화로 분류할 만 하다.

정신병원이 그냥 병원이 아니라 쇠창살 감옥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이라 말이 좋아 병원이지 실제로는 거의 교도소에 가까운 느낌이고. 감방 안에 갇힌 죄수들이 미친 듯이 웃는 장면들이나 늙은 남자의 아내의 광기 어린 연기, 감방 안에서 검은 곳을 입고 춤을 추는 이상한 여자의 존재 등등. 호러 영화 같은 장면이 많다.

결론은 미묘. 이제는 거의 1세기 전에 나온 영화로서 당시 기준으로 참신한 촬영 기법을 선보이고 새로운 시도를 해 아방가르드 영화를 표방할 만하지만.. 전위예술에 가까운 느낌이라 스토리가 난해한데, 개봉 당시 변사가 나레이션으로 정보를 전달했던 것에 비해 현재 전해지는 편집본은 보이스가 들어가지 않고 자막도 없어서 작품 태생적인 문제로 완벽한 복원이 이루어지지 못해 내용 이해가 어렵기 때문에 지금 현 세대의 관객이 볼 때는 고전 명작이라고 박수치기 전에 ‘내가 지금 뭘 본 거지?’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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