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네모 (Little Nemo.1989) 2020년 애니메이션




1905년에 연재된 ‘윈저 멕케이’ 원작의 신문 만화를, 1989년에 미국, 일본 합작으로 ‘도쿄 무비 신사’에서 ‘하타 마사미’, ‘윌리엄 T. 허츠’ 감독이 만든 극장용 애니메이션. 일본 원제는 ‘ニモ(네모)’, 영제는 ‘Little Nemo: Adventures in Slumberland(리틀 네모: 어드벤쳐스 인 슬럼버랜드). 한국에서는 ’리틀 네모‘란 제목으로 출시됐다.

내용은 미국 뉴욕시에 사는 어린 소년 ‘네모’가 침대를 타고 하늘을 날다가 기차에 쫓기는 악몽을 꾸었다가 깨어난 뒤 마을에 서커스 퍼레이드가 와서 들떴지만, 아버지가 일이 바빠서 가지 못하고, 한밤중에 몽유병 흉내를 내면서 파이를 먹으려다가 들켜서 어머니한테 혼이 나 풀이 죽은 차에, 하늘 위에 떠 있는 ‘잠의 나라’에 초대되어 ‘모르페우스’ 왕의 후계자가 되었는데. 왕이 되기 위한 수업을 받던 중 불량 꼴초 ‘플립’의 꼬임에 넘어가 봉인되어 있던 문을 열었다가 악몽의 왕을 부활시켜 잠의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미국 신문 만화 원작이지만 제작사인 도쿄 무비 신사(약칭: TMS)가 일본 회사이고. 애니메이션 제작 주요 스텝이 일본인이라서 사실상 일본 애니메이션에 가깝다. 본작의 제작자이자 TMS의 사장인 ‘후지오카 유타카’가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 시장 활동에 한계를 느끼고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사운을 걸고 제작한 것이다.

미국쪽 참여 스텝이 프랑스의 작가 ‘장 지로드’가 스토리 원안, SF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가 스토리 초안, 나홀로 집에 등의 가족 영화로 유명한 ‘크리스 콜럼버스’가 메인 각본을 맡고, 60~70년대 때 다수의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셔먼 브라더스’가 OST를 담당, 스타워즈 시리즈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게리 커츠’를 기용하는 등등. 호화로운 진용을 자랑했다. (1978년에 프로젝트 시작 때 후지오카 유타카가 조지 루카스한테 접근해 본작의 프로듀서 의뢰를 했지만 시나리오 원안을 본 루카스가 사절하고 게리 커츠를 소개해줬다고 한다)

일본쪽 스텝도 스튜디오 지브리의 아버지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작 협력에 참여한 걸 비롯해서 당대 걸출한 애니메이터가 다수 참여해 미국 스텝 못지 않게 화려했지만, 미국쪽 프로듀서인 게리 커츠의 입김이 너무 거세 일본쪽 스텝의 제안과 아이디어가 전부 기각 당해 이에 반발한 일본쪽 스텝들이 반발하여 그만두면서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고, 파일럿 필름만 3개가 만들어졌다가 4번째에 가서야 겨우 완성됐다. (게리 커츠는 1987년에 계약 해지됐고, 파일럿 필름 중 하나는 ‘데자키 오사무’가 참여해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본론으로 들어가 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비주얼은 괜찮은데 스토리랑 캐릭터가 완전 꽝이다.

일단, 원작이 신문 만화라서 내용이 1화 단위로 뚝뚝 끊어지기 때문에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적합하지 않아서 캐릭터 디자인과 이름을 제외하면 원작과 접점이 거의 없는 오리지날 스토리인데. 그 스토리가 두서가 없고 개연성이 떨어져 만듦새가 영 좋지 않다.

네모가 잠의 나라에 초대되어 왕의 후계자가 되는 것도 아무런 부연 설명 없이 벌어지는 일인데. 이게 또 잠의 나라에서 놀거 다 놀면서 왕의 후계자 수업은 수업대로 받다가 대뜸 악마의 봉인을 풀어서 사단을 일으키는 초전개로 이어져서 요즘 용어로 치면 완전 의식의 흐름 수준이다.

각본을 시간을 들여 충분히 생각하고 짜임새 있게 쓴 게 아니라, 즉석에서 생각나는대로 마구 휘갈겨 즉흥적으로 쓴 티가 많이 난다.

거기다 전반적인 캐릭터 운용이 나빠서 부실한 스토리를 커버하지 못했다.

‘천재 교수’, ‘카밀 공주’ 등의 조력자는 후반부에 네모의 모험에 동참하지만 별로 하는 일 없이 따라다니다가 악몽의 왕에게 붙잡혀 인질이 되고.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플립’도 문자 그대로 원인만 제공할 뿐. 그 뒤에는 은근슬쩍 레귤러 멤버가 되기만 했지 약방의 감초 역할도.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역할도 못하고 존재감이 사라진다.

오히려 레귤러 멤버가 아닌 착한 고블린인 ‘붐’ 형제들이 앞서 언급한 레귤러 멤버 3명을 다 합친 것보다 더 큰 활약을 한다.

레귤러 멤버 중에 유일하게 밥값을 하는 캐릭터는 네모의 애완 날다람쥐 ‘이카루스’ 밖에 없다. 비행사 모자를 쓴 날다람쥐로 본작의 귀여움을 담당하는 마스코트 캐릭터이면서, 네모의 사이드 킥 포지션으로 크고 작은 활약을 해서 하드캐리한다.

악몽의 왕은 거대한 검은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어서 디자인은 라스트 보스답게 위압적인데. 정작 그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는 건 극 후반부의 일이고. 나와서 하는 짓이 인질 가지고 협박하다가 네모한테 마법의 지휘봉 주문 한 방 맞고 쓰러져서 말이 좋아 라스트 보스지. 그 실상은 야라레 메카 수준이다. 악몽의 왕보다 차라리 악몽의 왕의 부하인 ‘하늘을 나는 가오리’가 더 임팩트가 있어 보일 정도다.

다만, 스토리와 캐릭터가 완전 꽝이라고 해도 상대적으로 비주얼적은 괜찮은 구석이 있기 때문에 졸작까지는 아니다.

일단, 미국 주도하에 만들어진 작품이라서 작품 내 원화를 디즈니 스튜디오 출신의 애니메이터가 그려서 그런지 작화와 움직임, 작품 분위기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서 작품 중간중간에 들어간 삽입곡도 딱 그런 스타일인데, 하늘, 바다, 땅을 비행으로 오가며 펼쳐지는 배경, 스케일, 연출은 또 일본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서 오묘한 느낌을 준다.

하늘에 떠 있는 잠의 나라 성, 풍선과 열기구를 타고 날아올라 환영해주는 잠의 나라 백성들, 아기숫양 네 마리가 이끄는 마차, 나무다리가 길게 늘어나 네발짐승처럼 달리는 침대, 하늘을 나는 비행 침대 등등. 인상적인 장면이 꽤 많다.

대소동의 원인을 제공한 플립이 처형당할 뻔 할 때, 처형 방식이 알 모양의 구속구 안에 집어넣어 대포에 집어넣어 포탄으로 쏘려고 했던 것도 기억에 남고. 비록 막판에 가서는 붙잡힌 인질 역 밖에 못한 카밀 공주지만 모험을 떠나기 전에 플립한테 죽빵을 날리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 드센 기질의 히로인상이 어딘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작품의 여자 캐릭터들이 연상된다.

본작의 흥행 성적은 꽤 곡절이 있다.

1978년에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작품 완성 및 개봉을 한 게 1989년이라서 제작 기간이 무려 11년이나 됐고 그동안 투자된 제작 비용이 약 55억엔. 우리나라 돈으로 623억이나 되는데.. 일본 개봉 당시 흥행 수입은 달랑 9억엔 밖에 안 되고 배급 수익은 그 절반인 4억엔에 그쳐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기록적인 실패작이 되어 TMS가 도산 위기에 빠져 사장인 후지오카 유타카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을 정도다.

일본 극장 개봉으로부터 3년 후인 1992년에 미국에서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200만개 이상 팔리는 히트를 치고. 그 해 베스트셀러 아동 타이틀이 되기도 했지만, 그 흥행 수익이 TMS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서 결국 TMS는 1993년에 도산했다가, 1993년에 ‘세가’ 계열사의 주식회사 ‘교쿠이치’에 흡수 합병되어 ‘교쿠이치 도쿄 무비’가 되었고, 2000년에 ‘TMS 엔터테인먼트’로 상호 변경했다.

여기에는 또 웃지 못할 사연이 하나 있는데. 1989년 일본 극장 개봉 당시 같은 시기에 개봉한 라이벌이 ‘마녀 배달부 키키’였다. 리틀 네모 제작 당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TMS에 근무했고 리틀 네모 제작에 참여한 게 인생 최악의 경험이었다고 토로한 걸 생각해 보면 여러 가지 의미로 악연에 종지부를 찍은 느낌이다.

결론은 평작. 미국 신문 만화 원작이지만 일본에서 제작해 미국 애니메이션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성이 섞여 있어 오묘한 느낌을 주고, 판타지 장르로서 비주얼은 괜찮은데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캐릭터 전반의 운용이 나빠서 볼거리는 조금 있는데 재미는 전혀 없는 작품이다.

작품 자체는 평타는 치는데 11년의 제작 기간에 55억엔이란 막대한 제작 비용을 생각해 보면 시간과 돈값을 하지 못한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에서 잠의 나라 공주인 ‘카밀’의 이름은 본래 시나리오 초안에서는 ‘나우시카’였고, 당시 TMS에 근무하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퇴사 후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를 만들면서 그 이름을 사용했다고 한다.

TMS 근무 당시 미야자키 하야오가 레이 브레드버리의 시놉시스 초안을 읽고 경영진에게 따지면서 새로 제안한 시놉시스 원안이 거절당했었는데. 그 원안이 ‘천공의 성 라퓨타(1986)’로 만들어졌다.

덧붙여 본작은 1990년에 ‘CAPCOM’에서 패미콤용과 아케이드용(오락실용) 게임이 출시된 바 있다. 이해가 좀 안 되는 건 원작에서 대소동을 일우킨 주범이면서 사건 해결에 전혀 기여를 하지 못한 플립이 오락실용 게임판에서는 2P 캐릭터로 등장한다는 거다. (차라리 카밀 공주가 2P 캐릭터라면 모를까 왜 플립을..)


덧글

  • 機動殲滅艦 2020/03/11 23:09 # 답글

    아, 이거 90년대 어린 시절에 봤었습니다. 비디오는 아니고 어떤 극장에서 봤던 것 같은데... 리틀 네모라는 이름이었군요...
  • 잠뿌리 2020/03/12 15:54 #

    한국에서는 리틀 네모란 제목으로 출시됐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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