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피드 (Cupid.2020) 2020년 전격 Z급 영화




2020년에 ‘스캇 제프리’ 감독이 만든 호러 영화.

내용은 견습 마녀이자 여고생인 ‘페이’가 ‘존스’ 선생을 연모하고 있었는데. 불량 학생 그룹의 리더인 ‘엘시’에게 그 사실을 들켜서 엘시 일행의 장난에 놀아나 존스 선생에게 대쉬하다가 창피를 당하자, 발렌타인 데이를 앞둔 어느날 흑마술로 ‘큐피드’를 소환해서 학교에서 아무도 사랑을 할 수 없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는데.. 큐피드가 그에 따라 처벌을 명목으로 사람들을 하나둘씩 죽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큐피드’는 본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성애의 신으로 활과 화살을 가지고 등에는 날개가 달린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나와, 화살로 쏴 맞춘 대상을 사랑에 빠지게 한다.

본작의 큐피드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에로스(큐피드)와 프시케 설화를 배드 엔딩으로 각색해 연인을 잃은 큐피드가 사랑을 증오하여,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화살로 쏴 죽이다가 흑화하여 아예 악마로 변해서 흑마술로 소환되어 사람들을 죽이는 것으로 나온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캐릭터 중에 큐피드를 호러 영화의 크리쳐로 각색하여 만든 건 꽤 흥미로운 발상이었다.

문제는 그게 전부라는 점이다.

큐피드 소재는 흥미롭긴 하나, 작중에서 단순히 흑마술로 소환되어 밑도 끝도 없이 사람들을 보이는 족족 죽이기만 하고. 대사 한 마디 없어서 인간형 캐릭터인 게 무색할 정도이며, 날개 비행을 하면서 화살을 쏘는 기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무대가 학교 안이라서 비행은 폼이고. 거의 대부분 걸어다니면서 사람들을 죽여대서 별로 개성이 없다.

사람을 죽일 때 죽이더라도 어떤 룰에 따라 생사가 갈라지고, 그 룰이 엄격하게 적용됐다면 스릴이 있을 텐데. 그런 거 전혀 없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사람 해치다가 마지막에 시간 다 되니 뾰로롱 사라지는 걸로 퇴장해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애초에 본편 자체가 제목만 큐피드지, 본편 스토리는 큐피드 위주로 진행되는 게 아니고. ‘페이’가 큐피드를 소환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데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학교를 배경으로 삼았고, 불량 학생들의 괴롭힘이 사건의 발단 역할을 했기 때문에 학원물 느낌이 강하다.

근데 보통, 그 줄거리대로라면 큐피드를 소환한 페이가 여주인공으로서 스토리를 주도해 나가야 하는데.. 실제로 작중에서는 사건에 일방적으로 휘말리기만 할 뿐. 본인이 직접 나서서 뭘 하지도 못하고, 할 능력도 없어서 방관자에 가까운 위치인데. 그렇다고 페이의 짝사랑 상대인 존스 선생이 남자 주인공으로서 활약을 하는 것도 아니라서 주인공 포지션인 캐릭터가 딱히 없어서 되게 애매하다.

그냥 단순히 큐피드로 인해 벌어진 오컬틱 재난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인간들로만 묘사되고 있을 뿐이다. 사실 등장 캐릭터 중 4/5가 상황 파악하기도 다 죽는 전개라서 구조적으로 스토리 진행이 제대로 될래야 될 수가 없다.

큐피드의 크리쳐적인 디자인은 그리스 시대 복장에 해골 같은 얼굴과 창백한 피부, 날개가 전부라서 되게 좀 무성의하다. 특수 분장보다는 CG를 입혀서 제작비를 줄인 티가 너무 많이 난다.

거기다 앞서 말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난다는 게 안 좋은 뜻이라서, 사람 해칠 때만 잠깐잠깐 나올 뿐이라 스토리 전체적으로 보면 출연 분량이 너무 짧아서 큐피드란 이름을 제목으로 쓰기 민망한 수준이다.

오히려 큐피드보다 배경의 색감이 더 눈에 띈다. 정확히는 큐피드 등장 이후 학교에서 학살이 벌어질 때. 구간 별로 한 가지 색의 조명만 비춰서 시선을 끈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녹색의 단색 조명만 켠다던지, 발렌타인 데이 준비 중인 교내는 분홍색 조명만 켜는 부분인데. 이 배경의 단색 조명 연출은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서스페리아(1977)를 떠올리게 했다.

결론은 비추천. 그리스 로마 신화의 큐피드(에로스)를 소재로 삼아 호러 영화의 크리쳐로 재구성한 발상 자체는 신선하긴 한데, 본편 스토리 내에서 그걸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큐피드 자체의 출연 분량도 생각보다 적은 편이라 볼거리가 부족하며, 캐릭터 운용이 나쁘고 스토리 구성이 허술해서 재미가 없고 작품 자체의 완성도도 떨어지는 졸작이다.


덧글

  • 시몬벨 2020/03/05 21:01 # 삭제 답글

    기껏 큐피드라는 소재를 가지고 만든게 결과물은 가고일아처군요. 차라리 그리스 신화처럼 애정화살과 증오화살로 감정을 조종해서 살인을 유도하는 묘사같은게 나왔으면 괜찮았을텐데.
  • 잠뿌리 2020/03/11 11:03 #

    화살을 종류별로 사용해서 심리전을 벌였으면 그나마 좀 큐피드 설정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작중에선 그냥 사냥용 활 마냥 쏴 죽이는 것만 나와서 별로였습니다.
  • 살벌한 눈의여왕 2020/03/06 06:14 # 답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ㄱㄱㅋㅋㄲㅋㄲㄱ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424534
3069
9722677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