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아마게돈: 혼돈 속으로(1995) 2020년 가정용 컴퓨터 486 게임




1988년에 ‘이현세’ 작가가 그린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삼아, 1996년에 극장용 애니메이션 출시에 맞춰, 같은 해인 1996년에 ‘미리내 소프트웨어’에서 개발, ‘팬텍’에서 MS-DOS용으로 발매한 3D 슈팅 게임. (게임 타이틀 화면에서의 개발 년도는 1995년으로 표기되었는데 게임 출시는 1996년이다)

내용은 ‘엘카’ 함대의 일원이 되어 외계인 군단 ‘이드’에게 빼앗긴 여러 행성을 탈환하는 이야기다.

게임 패키지 커버 일러스트에 이현세 원작 아마게돈이라고 분명히 적혀 있지만, 게임 내 스토리에 관한 텍스트는 전혀 안 나오고. 3D 폴리곤으로 만든 오프닝이 있긴 한 데 우주선이 미사일 쏘는 장면만 나올 뿐. 원작의 캐릭터는 고사하고. 그 어떤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아서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애니메이션 원작 게임인 줄도 모를 정도다.

본작은 미리내 소프트웨어에서 자체 개발했다는 ‘리얼스페이스 3D’ 엔진을 탑재했다고 하는데. 이 엔진의 완성도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아니, 엔진 완성도 이전에 게임 방식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많다.

일단 우주를 배경으로 한 1인칭 3D 폴리곤 슈팅 게임으로 오리진의 ‘윙커맨더’, 루카스 아츠의 ‘스타워즈 엑스윙/타이 파이터’ 느낌이 나긴 하는데.. 정작 게임 본편에서는 조종관이 일절 나오지 않고 우주 배경에 조준경 하나만 달랑 나오고 끝이다.

마우스 하나로 조준경을 움직이고, 조준경이 화면 끝까지 가면 해당 방향으로 시점이 조금씩 움직여서 시점 이동과 조준경 이동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에 진짜 불편하다.

헌데,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우스에 의한 시점 이동이 좌, 우 방향까지는 멀쩡한데. 상하 방향이 거꾸로 되어 있어서 마우스 커서를 아래로 내리면 시점이 상승하고, 위로 올리면 하강해서 뭔가 기본 조작 체계가 정신줄을 놓고 있다.

타겟으로 나오는 적기의 속도가 그렇게 빠른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조준경을 움직여 타겟을 맞추려고 하면 시점 이동도 동시에 이루어지니 적기를 쫓기 어려운 구석이 있는 데다가, 건/레이져 등의 메인 무기 잔탄 떨어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잔탄이 다 떨어지면 아무 것도 못 한다.

마우스 이외에 키보드 사용 키 중에 F1키(도움말)은 일시정지 없이 게임 플레이 도중에 화면에 떠서 불편하고, 알파벳 C키(윙맨 커맨드)는 타겟과 미션 클리어 목표를 텍스트로 알려주는 것 말고 다른 기능이 없으며, 알파벳 T키(타겟 디텍트)는 문자 그대로 적 타겟을 찾아서 표시해주지만.. 조준경/시점 이동의 동일화와 상하 반전된 마우스 조작이 안 좋은 의미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켜 눈에 빤히 보이는 타겟도 맞추기 어렵다.

진짜 다른 걸 다 떠나서 이 미친 듯한 마우스 시점 이동 조작성이 이 작품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다.

게임 컨트롤러로 스탠다드 조이스틱을 지원하는 걸 보면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걸 상정하고 만든 게 아니라. 조이스틱 조종을 전제로 두고 만든 게 아닌가 싶다.

이 스탠다드 조이스틱은 오락실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조이스틱 스타일이 아니라, 비행기 조종간을 본떠서 만든 것으로 80~90년대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용으로 주로 쓰인 PC용 조이스틱이라서 이걸 사용한다고 치면 시점 이동 조작이 왜 그렇게 거지 같았는지 이해는 간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PC용 조이스틱이 귀해서 대다수의 PC 유저는 구경도 못하는 수준이었는데. 게임의 기본 조작을 조이스틱 베이스로 만든 건 이해가 전혀 안 간다.

그 이외에 SPACE BAR(건/레이져 무기 변경), ENTER키(미사일) 변경 등이 있는데. 정작 우주선 변경 키가 없다.

이게 한 대의 우주선을 조종하는 개념이 아니라, 여러 대의 우주선을 가지고 있으면 한꺼번에 출격해서 자동 전투를 하는 것이라서, 플레이어가 모르는 사이에 전투를 하다가 어디서 뚜드려 맞고 망가지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

근데 우주선이 에너지가 다 떨어져 완전히 망가져도 파기할 수 없고 수리해서 써야 되는 관계로 새로운 우주선을 구입할 수 없다.

우주선 9정을 소유하면 그걸 게임 끝까지 가지고 가야 되는 거다.

전략, 액션, 3차원 시뮬레이션의 멀티 플렉스가 어쩌고 게임특징으로 써있는데. 실제로는 그런 말을 쓰기 민망할 정도로 부실하다.

시뮬레이션 모드에서는 8개의 행성을 선택해서 명령(1시간 휴식/임무 돌입/게임 종료), 생산(우주선, 무기 제작 및 전투기 수리)를 하고, 기능수치(선택한 행성의 제작 능력/공격력/방어력), 지도보기를 선택할 수 있다.

우주선, 무기 제작 및 수리에는 FUND로 표기되는 돈이 들고. 전투기를 새로 구입할 때마다 SHIP 수치가 상승하는데 이건 슈팅 게임의 잔기 개념이다.

제작 능력을 올리면 레벨이 상승해서 제작 가능한 전투기 종류가 늘어난다.

우주선 종류는 ‘헬리오스 < 인큐버스 < 크로우 < 허큘리스 < 듈라한 < 타이콘데로가’ 순서로 5종류가 끝이고. 최대 9정까지 소유할 수 있다.

무기는 레일 건, 페이즈 레이져, 페이즈 캐논, 신크로 건, 신크로 레이져, 타치온 등의 건/레이져와 스파로우, 이린트, 궁그닐, 타치온 건, 아스호두라 등의 미사일이 있다. (타치온 건은 이름을 보면 분명 건 종류여야 할텐데 정작 게임 내에선 미사일로 분류된다)

건/레이져는 하나씩 장착해 사용하고. 미사일은 수량 제한이 없어서 여러 개를 구입해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펀드(돈)을 벌려면 휴식 커맨드를 선택해 게임 내 시간으로 1시간을 소비해 돈을 찔끔찔끔 벌 수 밖에 없는데, 이 수입에 비해 지출이 너무 커서 게임 밸런스가 엉망진창이다. (DATE로 표기된 수치가 날짜 개념으로 휴식할 때마다 1시간 단위로 시간이 흘러간다)

게다가 돈 벌려고 휴식만 계속 취하다 보면 역으로 적군의 공격을 받아서 강제로 미션에 돌입하니, 게임의 구조상 돈을 아낌없이 써야 하는데, 돈을 벌기 어렵게 만들어 놨으니 총체적 난국이다.

행성을 고르는 것도 미션을 수행해 해당 행성을 탈환한 다음에나 가능한 일이고. 사실 돈을 투자해 행성의 공격력/방어력을 올리는 거 말고는 달리 할 게 없어서 전략적인 플레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도보기는 상하좌우 시점 이동과 줌인/줌아웃 등의 확대 축소 기능을 지원하는데 어차피 화면에는 상하 방향으로 늘어선 행성밖에 안 보이기 때문에 시점을 움직이는 것의 의미가 없다.

지도보기에서의 시점 이동은 키보드 방향키로 조작하는 게 가능해서. 마우스 커서로 일일이 커맨드창 눌러서 시점 이동하는 건 번거로울 뿐이다.

결론은 비추천. 국내 게임사가 자체 개발한 엔진을 탑재해 3D 슈팅 게임을 만든 것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의미에서 좋게 볼만 하지만.. 애니메이션 원작 게임이란 게 무색할 정도로 원작 구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게임 조작감이 매우 안 좋고 게임 인터페이스가 불편해 제대로 된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이며, 우주선의 조종관이나 기지 같은 배경과 캐릭터가 전혀 없어서 게임의 디테일이 너무 떨어져 이게 진짜 정식 게임이 맞나 의문이 들 정도로 게임 전반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마지막 코멘트를 드래곤 투카 3D(1997) 리뷰를 쓸 때도 한 것 같은데. 진짜 미리내 소프트웨어의 3D 슈팅 게임은 어딘가 좀 나사가 많이 빠져 있다.

여담이지만 본작의 기본 전투기인 ‘헬리오스’는 디자인이 스타워즈의 ‘엑스윙’을 모방했다. 3D 동영상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게 헬리온인데 뭔가 디자인에 성의가 없다.


덧글

  • 냥이 2020/03/02 15:06 # 답글

    제 생일때 저거 패키지 하나 사서 했었는데 어느 순간 다 사라졌더군요.
  • 잠뿌리 2020/03/02 16:45 #

    옛날 게임들이 사놓고 시간 지나면 어느새 사라져 있다가 우연히 다시 발견되는 일이 많죠.
  • 뇌빠는사람 2020/03/02 16:07 # 답글

    마우스 쓰는 고전 비행시뮬(슈팅?)은 기본적으로 y축 인버트 상태입니다. 저도 그 때부터 겜을 시작한 덕에 지금도 1, 3인칭은 무조건 인버트 마우스 옵션을 켜야 하죠. 가끔 국산 겜이 그걸 지원 안 하는 경우가 있어서 참...
  • 잠뿌리 2020/03/02 16:46 #

    국산 게임 중에 플라이트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슈팅 게임이 드물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3D 슈팅보다는 2D 슈팅 게임이 많이 출시됐었죠.
  • 시몬벨 2020/03/03 21:12 # 삭제 답글

    시뮬레이션게임은 욕을 먹긴 했지만 그래도 기본은 갖춰져있는 게임이었던것 같은데 슈팅은 아니었나 봅니다
  • 잠뿌리 2020/03/04 16:51 #

    조종관, 기지, 파일럿을 비롯한 캐릭터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고 우주 배경에 조준경만 보여서 게임 자체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시뮬레이션이나 슈팅도 다 꽝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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