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못말리는 탈옥범 (1996) 2020년 가정용 컴퓨터 386 게임





1996년에 낚시 게임 낚시광 시리즈로 잘 알려진 ‘타프 시스템’에서 개발, ‘멀티 시티’에서 MS-DOS용으로 발매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내용은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나라인 ‘맘대로 공화국’은 사소한 경범죄도 중벌로 다스려 사람들을 죄다 가두고 전 세계 흉악범이 다 모여 있는 ‘물샐틈 교도소’로 유명한 곳인데, 그곳으로 출장을 간 26살 태권도 사범 ‘나원참’이 평소 버릇대로 길거리에 침을 뱉었다가 경관들에게 붙잡혀 두들겨 맞고 감옥에 갇혀 18년형을 구형 받았는데. 나원참씨 딴에는 침이 바닥에 떨어진 게 아니라 자신의 구두에 떨어진 것이라 억울한 마음에 탈옥을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게임 사용 키는 어드벤처 모드와 대전 모드가 각각 따로 나뉘어져 있다.

어드벤처 모드는 화살표 방향키 ←, →(좌우 이동), ↓(앉기 or 내려가기), ↑(점프 or 붙잡고 올라가기), ↓↓(옆드리기), ↑(앉기 or 엎드려 있을)(일어서기), ↑+CLRLT키(홀드)(철근 붙잡기), 철근 붙잡은 상태+←, →(철근 붙잡은 채로 다리 반동), 철근 붙잡은 채로 다리 반동+↑(철근 반동 점프), ↓+CTRL키(연타)(흙파기), ←, →+ALT키(홀드)(뛰기), ↑+ALT키(멀리뛰기).

대전 모드는 ←, →(좌우 이동), ↓(앉기), ↑(점프), CTRL키(킥), ALT키(펀치), ↑←+CTRL키(돌려차기), SPACE BAR+ALT키+→(재채기), SPACE BAR(연타)(침뱉기), ↑+CTRL키(공중차기), →←+CTRL키(무릎치기), ←↓+CTRL키(잡아던지기), ↓→+CTRL키(슬라이딩)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어드벤처 파트의 게임 스타일은 브로드번드의 ‘페르시아의 왕자(1989)’풍인데. 실제 게임 자체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액션 자체는 다양한데 조작성이 나쁘고 판정이 엄격해서 게임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달리기/멀리뛰기가 꼭 ALT키를 꾹 누른 상태의 홀드를 유지한 채로 시도해야 하는데, 달리기의 속도와 멀리뛰기의 점프 폭이 좁아서 페르시아의 왕자 플레이 감각으로 게임을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죽는다.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죽는 게 일상다반사인데. 아예 게임 자체의 설계를 안 죽고 한 번에 끝까지 가는 게 아니라. 게임 진행에 요구되는 동작과 타이밍을 맞출 때까지 계속 죽어 나가면서 플레이하는 걸 전제로 두고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제한된 시간 내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물약 먹고 칼싸움하면서, 죽을 때 죽더라도 최단 루트를 파악해 길을 외워 재도전하면서 억척스럽게 살아남아 게임을 클리어해야 하는 페르시아의 왕자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화면 바깥쪽에서부터 다가오는 서치라이트 같은 경우도 조명에 닿으면 총격을 당해 죽으니 땅에 바짝 엎드려 피해야 되는데. 조명의 범위가 너무 넓은 데다가, 바짝 엎드리는 게 서기 < 쪼그려 앉기 < 바딱 엎드리기의 3단계를 거쳐야 하는 관계로 반응 속도가 느려서 조준경이 다가오는 걸 눈으로 보고도 피하지 못해 죽는다.

어드벤처 모드로 진행하다가 간수급 적 캐릭터를 만나면 대전 모드로 바뀐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았는데. 어드벤처 모드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높아서 대전 모드가 있는지도 몰랐던 게이머가 수두룩했었다.

요즘 게임으로 치면 죽어가면서 플레이하는 하드고어 난이도의 인디 게임 느낌에 가까운데. 하드고어 난이도 컨셉 게임들은 그래도 죽으면 죽은 자리에서 바로 시작할 수 있게 하는 반면. 본작은 잔기를 잃으면 해당 구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잔기를 모두 잃으면 아예 게임 오버 처리돼서 게임 자체를 처음부터 해야 한다.

중간 세이브 기능과 이어서 하기(컨티뉴) 같은 게 전혀 없다.

그밖에 자잘하게 불편한 조작은 붙잡고 올라가기가 페르시아의 왕자처럼 난간 끝을 붙잡는 개념이 아니라. 파이프 중간을 잡고 올라가야 하는 것이고. 붙잡고 올라가기는 있는데 붙잡고 내려가기는 없어서 착지 거리 재고 뛰어 내리는 게 난이도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됐으며, 포복 전진이나 또는 파이프 잡고 기어갈 때 앞으로 이동은 되지만 뒤로 이동이 안 돼서 꼭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서서 정면 방향을 바꿔줘야 하는 것도 되게 번거로웠다.

게임 내 유일한 아이템은 밥공기인데. 밥공기를 10개 이상 입수하면 잔기가 1개 늘어난다. 근데 죽지 않는 한도 내에서 높은 곳에서 점프해 내려올 때마다 밥공기가 1개씩 소비되기 때문에, 밥공기를 온전히 채워 잔기를 늘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 시작하기 전에 감옥 벽 쥐구멍으로 표시되는 난이도 상, 중, 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게 사실 대전 모드의 난이도만 바뀌는 수준이고. 게임 내 맵 디자인과 타이밍 판정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난이도 변경의 의미가 없다.

근데 그렇다고 대전 모드를 재미있게 잘 만들었냐고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보통, 대전 액션 게임은 3판 2선승제인데 본작은 그냥 한번만 이기면 장땡인 데다가, 대전 모드 역시 조작성이 나쁜 건 마찬가지다.

일단, 제자리 점프는 있는데 대각선 점프가 없고. 가드 기능이 전혀 없는 상황에 적이 쓰는 기본기, 커맨드 입력 기술은 죄다 다운 효과가 있어서 어떤 공격이든 한 대만 맞으면 바닥에 픽픽 쓰러지는 반면. 나원참의 모든 공격은 다운 효과가 없어서 밸런스가 개판이다.

앉아서 공격도 가능하긴 한데 앉는 속도 자체가 느릿느릿해서 일반적인 대전 액션 게임의 프레임이 아니다.

점프 킥, 슬라이딩 등. 기본기로 지원해야 할 것들을 커맨드 입력 기술로 지원하는데 입력이 원활하지 않아서 기술 자체가 잘 안 나가는 데다가, 기술이 나간다고 해도 공격 판정이 죄다 안 좋아서 기술이 왜 있나 싶을 정도다.

특히 SPACE BAR 연타로 발동하는 침뱉기 기술은 특이한 기술이긴 한데 공격 판정은 둘째치고 데미지가 도트 단위로 찔끔찔끔 닳아서 대체 이게 뭔 짓거리인지 알 수가 없다. (침뱉은 죄로 감옥에 갇힌 주인공이 간수랑 싸울 때 침뱉기를 하는 것부터가 좀..)

커맨드 입력 기술 중에 슬라이딩을 사용해서 적의 뒤로 돌아간 순간 펀치 키를 누르면 똥침을 해서 높은 데미지를 입힐 수 있다고는 하는데..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지만 그런 상황을 만드는 것 자체가 존나게 어려워서 쓰잘데기 없다.

대전에서 승리하면 무슨 스토리상의 텍스트나 캐릭터 대사 한 마디 없이 바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고. 쓰러트린 대전 상대가 타이틀 화면의 슬롯을 채워서, 그걸 고르면 언제든 대전 모드를 즐길 수 있긴 하나 앞서 말했듯 어드벤처 모드의 고난이도로 인해 대전 슬롯 하나 채워 넣는 것도 벅차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건 사실 어드벤처 모드와 대전 모드를 각각 따로 도입했다는 것 보다는, 게임 본편이 한편의 영화라서 스크린 아래 관객석이 보이는 것과 오프닝 때 게임 본편 시작 전에 본작의 개발사인 타프 시스템의 또 다른 게임인 ‘낚시광’ 광고가 영화 광고처럼 나온다는 점이다.

사실 오프닝 때부터 영화관 화면이 나와서 극중극이란 게 대단한 반전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게임으로선 보기 드문 연출이라서 나름대로 신선한 구석은 있었다.

결론은 평작. 어드벤처 모드와 대전 모드가 각각 따로 들어 있어서 어드벤처 게임, 대전 액션 게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컨셉 자체는 당시 기준으로 볼 때 괜찮았고, 액션도 꽤 다양한 편이지만.. 게임의 조각감이 나쁘고, 어드벤처 모드의 판정이 너무 엄격해서 게임 난이도가 불합리한 수준으로 높아서 모처럼 좋은 아이디어를 잘 살리지 못하고 고난이도를 집착하는 한국 게임의 고질병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다.

뭔가 게임이 미화돼서 스토리와 액션이 코믹하고 게임성이 좋은 고전 명작이다 뭐다하는데. 실제로는 침 뱉다가 감옥에 갇혀서 탈옥을 시도한다는 줄거리는 있는데 본편 스토리는 아예 존재하지 않아서 게임 내 캐릭터 대사 한 줄 나오지 않고. 거지 같은 게임 조작성과 지랄맞은 난이도가 발목을 잡아서 게임성을 논하기 민망한 수준이라, 평작인 것도 아이디어와 구성 덕분에 가까스로 턱걸이 수준인 게임이다. (애초에 이유 불문하고 무작정 탈옥하는 게임에서 무슨 좋은 스토리가 나온다는 건지)

여담이지만 본작은 발매하기 전에 한국 게임 잡지 ‘게임 매거진’ 1995년 6월호에서 ‘함께 만들기 /못말리는 탈옥범 디자인 및 홍보’란에 게임 기획이 실려서 흥미를 끌었는데. 1년 후 1996년에 발매한 뒤에는 게임 등급 위원회가 본작의 제목에 탈옥범이 들어간 게 정서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19금(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내렸었다.

덧붙여 본편 게임 시작 전에 감옥에 갇힌 나원참이 뒷짐 지고 서 있을 때. 방향키 상을 누르면 천장을 보고 방향키 아래를 누르면 바닥을 보는데. 이때 SPACE BAR를 누르면 게임이 시작해서 천장 루트, 지하 루트 2개가 있지만.. 천장 루트는 위쪽에 사다리가 있지만 뭘 잡고 올라갈 방법이 아예 없어서 게임 진행이 불가능하다. 왜 넣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덧글

  • 먹통XKim 2020/03/02 19:39 # 답글

    무척 공감입니다.

    비슷한 느낌이 홍길동전 2;;;
  • 잠뿌리 2020/03/03 19:07 #

    홍길동전 2도 게임 난이도가 너무 어려운 게 문제였죠. 고난이도에 집착하는 게 한국 게임의 고질병 같습니다.
  • 블랙하트 2020/03/03 14:47 # 답글

    최종 보스인 교도소장은 진행에 따라 두가지 모습중 하나와 싸우게 되는데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와 베가(M.바이슨) 장군 복장이죠.
  • 잠뿌리 2020/03/03 19:08 #

    사실 이 게임에서 '못말리는'의 제목 말고 패러디 요소라고 할 부분이 그 교도소장 복장 정도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시몬벨 2020/03/03 21:17 # 삭제 답글

    탈옥범이라는 설정답게 주인공이 흉악한 범죄자형 얼굴이라서 인상깊었습니다. 국산액션게임중에선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네요.
  • 잠뿌리 2020/03/04 16:52 #

    게임 패키지나 메뉴얼에서는 얼굴 표정이 순박한데 정작 게임 내에선 뭔가 인상이 사납게 변했었죠. 캐릭터 설정이 평소 때는 멀쩡하지만 화나면 헐크가 된다 어쩐다 라고 써 있었는데. 그걸 반영한 게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 kirinn 2020/07/31 22:54 # 삭제 답글

    벽 뚫는 치트가 있었던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
  • 잠뿌리 2020/08/01 11:56 #

    벽 뚫는 치트키가 있었으면 게임 진행이 더 수월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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