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5] 세가지 보석 (1999) 2020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9년에 ‘민 커뮤니케이션’에서 윈도우 95용으로 만든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내용은 하늘과 사람과 땅을 상징하는 세가지 보석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세상을 결속시켰는데, 인간들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보석들의 균형이 깨져서 세상이 혼란에 빠지자 신이 보석들을 각각 다른 세계로 날려 버려서 그 세계의 여신 셋에게 보석을 맡겼는데. 먼 옛날 세가지 보석이 도난 당했을 때 그것을 찾아 온 ‘쇼레이어’의 후손이자 현대에 살던 16살 소년 ‘홍길동(디폴트 네임)’이 선택받은 자가 되어 여신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고 보석을 되찾기 위해 이세계로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신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보여준다는 게 여신과 연애를 하라는 게 아니고. 각 세계의 히로인과 연애를 해서 연인이 되는 것이다.

좌측 상단에 표시된 주요 아이콘은 모래 시계(현재 날짜), 금화(소지금), 하트(건강), 컴퓨터(세이브/로드/볼륨 조절), 선물 상자(선물), 게이트(게임 종료) 등이 있다.

언뜻 보면 연애 게임 같지만, 실제로는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에 가까워서 스케줄을 정해 능력치를 상승시키고 돈을 벌어 선물을 사야 한다.

육성 메뉴는 맵에 표시된 여러 장소를 마우스 커서를 가져다 대서 방문. 또는 일을 선택해 스케줄에 추가해 일주일치를 꽉 채운 후 실행하는 방식이다.

육성 가능한 능력치는 감성, 이성, 지성, 매력, 성실, 용기, 긍지 등의 7가지가 있다.

어떤 장소를 방문하거나 일을 하면 금전(소지금)/건강이 하락하고, 예언자의 집에서만 ‘휴식’을 선택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으며, 7가지 능력치는 일을 함으로써 올라가고 내려간다.

방문은 보통, 특정 캐릭터를 만나서 해당 캐릭터의 스토리를 진행할 때 쓰이는 커맨드라서 캐릭터가 나오지 않는 장소는 방문해도 아무 일도 없이 그냥 지나가 버린다.

여기서 특정 캐릭터가 바로 공략 대상이 되는 여자 캐릭터다.

첫 만남 때 마법 주문서 퍼즐 조각 맞추기나 종 스크롤 방향으로 달리면서 돼지를 잡는 미니 게임 등이 나오는데. 단발적인 이벤트로만 한 번씩 나오고 그 이후에는 전혀 나오지 않아서 왜 굳이 미니 게임이 들어간 건지 알 수가 없다.

여자 캐릭터를 만날 때 선택지가 뜰 때는 정말 단순하게 대화를 한다/안 한다. 이 수준이라서 대화 내용 자체의 선택 사항은 거의 없는 데다가, 대화를 해도 호감도가 하락하는 경우가 있어서 완전 선택지의 외통수가 따로 없다.

선택지 자체가 아예 안 뜰 때도 많고. 호감도 상승과 하락이 들쭉날쭉해서 이게 버그가 생긴 건지, 아니면 게임 자체를 대충 만든 건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면 7월달 첫째주 스케줄에 시청 방문을 꽉 채워 놓았다고 가정하면, 7월 7일날 시청에서 만난 이슈가 아무 선택지도 안 떴는데 만난 것 자체만으로 호감도가 하락했는데.. 7월 8일날 시청에서 만난 이슈는 반대로 아무 선택지도 없었는데 호감도가 상승해서. 단 하루 사이에 히로인의 반응이 우디르급 태세 전환을 하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선택지가 있고 잘못된 걸 골라서 호감도가 내려갔으면 납득이 가는데.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안녕하세요 인사했는데 7일날은 바빠 죽겠는데 뭔 인사냐 이러면허 호감도 내려가고. 8일날은 안녕하세요 날씨 참 좋죠? 이러면서 호감도 올라가고. 이틀에 걸쳐 호감도 +1, +1 올랐는데 3일째에 호감도 -2 돼서 일주일치 호감도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된 걸 보고 있노라면 진짜 돌겠다.

호감도가 저렇게 랜덤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니 능력치는 왜 존재하는 건지도 모르겠고 말이다. 보통, 일반적인 미연시라면 능력치가 호감도를 올리기 위한 선결 조건이 되어야 할 텐데 본작은 능력치와 육성 요소가 존재하면서도 그런 게 없다.

호감도를 온전히 올리려면 선물이 필요한데 선물 가게에 가서 돈을 주고 사야 된다. 선물 종류는 목걸이, 향수, 반지, 리본, 꽃장식, 머리핀이 있다.

히로인별 맞춤형 선물이란 개념은 없고. 그냥 단순히 머리핀 < 꽃장식 < 리본 < 반지 < 향수 < 목걸이 순서로 가격 차이만 있다. (목걸이가 가장 비싼 선물이다)

근데 히로인과 만났을 때 앞서 말한 것처럼 선택지가 뜨는 경우가 드물어서. 힘들게 일해서 선물을 사 놓아도 선물을 줄 기회 자체를 안 준다.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냐고!)

랜덤으로 예언자가 어디를 방문하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조언을 해주는데 그게 생각보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게 스케줄상 어느 날짜에 정확히 해당 장소에 방문해야 될지 알 수 없어서 그렇다. 거기다 사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라는 말은 공략 대상과 만날 수 있다는 것만 뜻할 뿐이라서. 앞서 말한 선택지 외통수에 의해 만나도 호감도가 하락하는 일이 생긴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게임 시나리오 자체가 부실해서 읽을거리가 없다.

게임 인터페이스적인 부분에서 불편한 점은 일을 해서 들어오는 돈은 쥐꼬리만큼 적은데. 방문하랴, 선물을 사랴, 점괘를 보랴 돈 나갈 곳은 너무 많아서 버는 돈과 쓰는 돈 사이의 밸런스가 붕괴됐다는 점이다.

일을 한번 할 때 돈이 4~5 골드 밖에 안 들어오는데. 어떤 장소든 방문만 해도 기본적으로 2골드씩 소비되고. 선물 사는 거야 가격에 맞는 걸 직접 고를 수 있는 반면. 점괘는 무려 50골드로 사용료가 고정되어 있다.

게임 시스템적으로 히로인들의 현재 호감도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 기능을 지원하지 않고. 50골드 내고 점괘를 봐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수입에 비해 지출이 터무니 없이 커서 뭔가 좀 미친 것 같다.

그 이외에 스케줄의 날짜 개념이 한달 30일이 아니라 한달 20일인 것도 좀 이해가 안 간다. 배경이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 세계라서 무슨 고유한 설정이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지만 어째서 한달이란 시간을 줄여 놓은 건지 모르겠다.

비주얼적인 부분에서는, 게임 내 캐릭터는 만화풍의 2D 일러스트인데 배경은 3D라서 영 적응이 되지 않고. 애니메이션 쪽도 부실해서 영상의 의미가 없어진다.

애니메이션 컷으로 나왔어야 할 장면들이 풀 애니메이션은커녕 부분 애니메이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정지된 컷을 좌우로 움직이거나, 추가 장면을 넣는 걸로 대체되어 있어서 그렇다.

오프닝 때 나오는 스케이트 보드 타는 주인공 같은 경우. 정지된 컷을 좌우로 움직여 스케이드 보드 타고 가는 걸 표현한 것 같은 게 그런 케이스에 속한다.

차라리 그냥 움직이는 연출을 하지 말고 정지된 컷만 나오는 게 나았을 정도다.

음성을 지원하는 게임인데 캐릭터 더빙을 비전문 성우가 맡아서 더빙 퀼리티가 전반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밖에 스케줄을 실행할 때 SD화된 주인공 캐릭터의 리액션을 보여주는 거나, 히로인을 공략할 때 대화와 선물 공세의 양자택일인 것, 판타지 세계에서의 미연시라는 장르라는 것도 후지쯔의 ‘에베루즈(1996)’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에베루즈 열화판 같은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결론은 평작. 발매 당시 한국 게임 중에선 보기 드문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지만, 뭔가 후지쯔의 에베루즈 느낌이 나서 아류작 느낌이 다분하고. 안 넣은 것만 못한 애니메이션 연출과 어색한 더빙, 부실한 시나리오, 불편한 게임 인터페이스 등등. 전반적인 게임의 완성도가 떨어져서 90년대 말 한국 게임 한정의 장르적 유니크함 빼고는 남는 게 없는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발매 당시 통신판매를 적극적으로 했다.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 같은 게 아니라 은행 계좌에 입금 후 전화, 팩스, 이메일로 입금자 정보를 받아 제품을 배송하는 것으로 99년 당시 발매한 한국 게임 중에서 드문 경우였다.

덧붙여 게임 패키지 일러스트와 게임 내 일러스트가 엄연히 다른 작품이다.

추가로 본작은 게임 소개에 보면 전문 만화가의 원화 제작이라고 써있는데. 게임 내 크레딧을 보면 원화 제작 스텝에 ‘공수진’이란 이름이 적혀 있는데. 아무리 검색해 봐도 관련 정보가 없어서 어떤 만화를 그린 작가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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