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3년에 대만의 게임 회사 ‘SOFT WORLD=智冠科技(지관과기)’에서 중국 무협 작가 ‘김용’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MS-DOS용으로 만든 액션 RPG 게임. 원제는 ‘소오강호(笑傲江湖)’. 한국에서 정식 한글화되어 출시됐는데 제목이 ‘동방불패’로 바뀌었다.
내용은 화산파의 장문인 ‘악불군’의 수제자 ‘영호충’이 스승의 명을 받아 강호 인사 ‘유정풍’의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가 사건 사고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조영웅전(1993)’과 함께 소프트월드표 김용 무협 소설 원작 게임의 초창기 작품이다. 사조영웅전은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의 어드벤처 게임이었는데 본작은 액션 RPG 게임이다.
게임 사용 키는 숫자 방향키 7, 9, 1, 3으로 북서/북동/남서/남동의 대각선 4방향 이동, F1키(대화 및 조사), F2키(인벤토리), F8키(아이템 버리기), F10키(옵션), ESC키(스테이터스창), SPACE BAR(공격), 숫자 방향키 0(점프)다.
쿼터뷰 시점으로 일반적인 상하좌우 이동이 아니라 대각선 방향의 상하좌우 이동을 지원한다.
전투는 인카운터 없이 리얼 타임으로 진행된다. 필드 이동 중에 적을 만나면 공격을 주고받는 것인데. 아예 공격 키와 점프 키가 따로 있어서 전투 방식이 RPG 게임이 아니라 액션 게임에 가깝다. 그 때문에 게임 장르가 순수 RPG가 아니라 액션 RPG인 것이다.
적을 해치우면 시체가 필드 위에 남고. 시체를 F1키로 조사하면 소비형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단, 경험치, 레벨, 돈, 장비의 개념이 전혀 없어서 전투 노가다를 할 이유가 딱히 없다.
어차피 전투를 해도 얻을 수 있는 건 적의 아이템 드랍에 의한 소비형 아이템 정도인데. 고작 그거 하나 얻자고 싸우는 건 효율이 떨어진다.
게임 특성상 이벤트 발생 구간까지만 이동하면 자동 진행되고. 시작 위치 자체가 이벤트 종료 후 매번 바뀐다.
던전에 해당하는 구간이 있어서 데미지 트랩을 피해 다니며 적과 싸워야 할 때도 있긴 한데, 퍼즐적인 요소는 전혀 없고. 필드가 됐던, 던전이 됐던 간에 이벤트 발생 구간까지 이동하면 장땡이라서 게임 플레이가 매우 단조롭고, 롤플레잉 요소가 너무 부족하다.
스테이터스 수치는 체력, 내력. 단 두 가지밖에 없다. 내력은 마법/스킬에 대체되는 무술의 소비 포인트다.
레벨, 장비의 개념은 없지만 무술(스킬)의 개념은 있어서, 게임 플레이 도중에 여러 가지 무술을 배워서 그걸 선택해 활성화시킴으로써 스킬처럼 사용할 수 있다.
무술 사용은 단축키로 디폴트 값이 지정되어 있는데 키보드 숫자 방향키를 사용한다.
기본 무술은 근거리 칼질인데, 스킬은 원거리, 돌진기, 광역기 등등이고. 원거리 공격을 하는 적도 자주 나와서 뭔가 전투의 플레이 감각이 슈팅 게임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근데 무술은 내력을 소비해기 때문에 난사할 수 없고 내력 회복 방법은 아이템을 사용하는 것뿐이라서 좀 갑갑하다.
게임 진행 도중에 데모 영상이 나오는데. 풀 애니메이션은 아니고 부분 애니메이션이고. 짧은 내용이지만 성우 더빙도 되어 있다. 한글판의 경우, 한국 성우를 기용해 한국어로 대사를 하는데 전문 성우가 아니라 비전문 성우라서 되게 어색하다.
움직이는 씬이 적기는 해도 연출 자체는 제법 괜찮은 편이라서 비주얼만 보면 간지나는데. 성우 목소리 들으면 분위기가 짜게 식어 버린다.
본편 스토리는 엄밀히 말하자면 ‘소오강호’라서 최종 보스가 ‘악불군’이고. 작중에서 동방불패와 직접 만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악불군을 쓰러트린 후 임 교주의 제안을 받아 동방불패를 공격한다. 라는 내용으로 끝난다.
게임 원제 자체도 ‘소오강호’인데 한국에 발매되면서 제목이 ‘동방불패’로 바뀐 것이다. 그건 한국에서 정소동 감독의 영화 ‘동방불패(1992)’가 히트를 쳤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영화의 유명세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제목을 바꾼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론은 평작. 액션 RPG 게임인데 캐릭터 육성 요소가 거의 없고 이벤트 구간까지만 이동하면 자동 진행되는 게 반복돼서 게임 플레이가 너무 단조로우며, 롤플레잉 요소가 부족해서 게임의 재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게임 중간중간에 나오는 데모 영상 씬이 성우 더빙은 어색하지만 연출 자체는 괜찮은 편이라 비주얼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김용 무협 소설 원작 게임 중에 초기작이란 점에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덧붙여 이 작품 이외에 본작을 만든 소프트월드(지관과기)에서 나온 김용 무협 소설 원작 게임들로는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녹정기’ 등이 있다.
덧글
https://zhuanlan.zhihu.com/p/24182460
그나저나 패키지 표지 그림은 소오강호, 동방불패 영화 출연 배우들 얼굴이 대놓고 들어가 있어서 한국 출시할때 유통사에서 자체적으로 넣은건줄 알았는데 원래 대만판 표지도 마찬가지네요. 게임 등장인물들 포트레이트는 소오강호 영화에서 가져온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