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호빗 (The Hobbit.1977) 2020년 애니메이션




1937년에 ‘J.R.R. 톨킨’이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1977년에 미국, 일본 합작으로 ‘아서 랭킨 주니어’, ‘줄스 배스’ 감독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1977년 11월에 미국 NBC 방송국에서 방영했었다.

내용은 호빗족의 ‘빌보 배긴스’가 회색의 마법사 ‘간달프’의 방문을 받고 드워프족 두린 일족의 왕 ‘소린’과 그를 따르는 12명의 난쟁이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일본, 미국 합작이라서 감독, 프로듀서, 작가, 음악, 프로덕션 디자이너, 음향 효과는 미국인 스텝이고, 애니메이션 감독, 슈퍼바이저, 배경 디자이너 등은 일본인 스텝이다.

미국의 랭킨/배스 프로덕션과 일본의 ‘톱 크래프트’의 합작인데. 랭킨/배스 프로덕션은 판타지 애니메이션 ‘라스트 유니콘(1982)’으로 알려져 있고, 톱 크래프트는 토에이 애니메이션의 프로듀서 출신인 ‘토루 하라’가 설립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1984)’의 제작사로 유명한 곳이다.

호빗은 2012년에 피터 잭슨 감독이 만든 실사 영화로도 3부작으로 나올 정도로 이야기가 꽤 긴데. 본작은 약 70여분 밖에 안 되는 짧은 분량 안에 스토리 전체가 끝나서 원작 내용을 많이 축약했다.

가장 많이 축약한 부분은 호빗의 후반부인 스마우그의 최후와 다섯 군대의 전투 씬인데. 스마우그는 작중에서 꽤 존재감 있게 등장한 것에 비해 최후에는 빛의 속도로 광탈하고. 다섯 군대의 전투씬은 제작비가 부족한 건지, 아니면 제작 기술의 한계인지 몰라도 집단 전투씬을 수십 개의 검은 점이 부딪치며 먼지를 일으키는 것으로 짧게 묘사하고 끝내 버렸다.

다섯 군대의 전투 씬을 거의 스킵하는 수준으로 넘어가니 소린의 최후도 비장미가 좀 약하다. 싸우는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고, 부상을 입고 죽는 모습만 나와서 그렇다.

그래도 트롤 세 마리, 엘론드의 회의장, 고블린 소굴 탈출기, 독수리 군단의 조력, 절대반지 입수와 골룸과의 만남, 어둠 숲의 거미와 엘프, 호수 마을 인간, 드래곤 스마우그 등등. 주요 캐릭터, 이벤트 중에 나올 만한 건 다 나왔다.

원작에는 나오는데 애니메이션에는 아예 못 나오고 잘린 캐릭터도 꽤 있긴 하지만, 본편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정리를 한 것이라서 보는데 지장은 없다.

비주얼적인 부분은 수채화풍의 배경이 미려하고. 동화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건 참 좋은데.. 70년대 애니메이션이라서 제작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서 그런 건지 좀 어색한 부분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이 무슨 대사를 하면 항상 정면의 카메라를 바라보는 듯한 시점으로 말을 하고. 다른 인물과 대화를 하는 것도 상대를 쳐다보면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정면을 보며 말을 해서 되게 어색하다.

이게 사실 애니메이션보다는 동화책의 삽화를 보는 느낌이다. 정확히는, 동화책의 삽화를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느낌이다. 그 때문에 정지된 컷으로 보면 괜찮은데 움직이는 영상으로 보면 낯선 것이다.

이 작품이 현대 관점에서 보면 흥미로운 건 사실, 판타지 종족에 대한 디자인이다.

보통, 키가 작지만 강인한 전사로 묘사되는 드워프가 본작에서는 완전 주름 자글자글한 문자 그대로의 난쟁이 영감님으로 나와서 갑옷 입고 칼을 장비한 채 싸우는 게 영 어색하고. 심지어 참나무 방패 소린은 전사 이미지랑 거리가 먼 학자 이미지다. 뭔가 반지의 제왕이 아니라 디즈니의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에 나올 법한 느낌이다.

팔다리가 마르고 배가 볼록 나오고 머리카락이 얼마 없는 아귀처럼 그려지는 ‘골룸’도 본작에서는 어두운 회색 빛깔의 피부를 가진 개구리 인간처럼 그려진다.

엘프, 드워프는 오히려 현대의 판타지 엘프, 고블린의 이미지와 전혀 다르게 디자인되어 있다.

판타지에서 엘프의 이미지는 일본의 판타지 작가 ‘미즈노 료’의 ‘로도스도 전기’에서 금발벽안에 뾰족귀를 가진 미인으로 묘사되어 후대에 영향을 끼쳤는데. 본작의 엘프는 금발 머리에 뾰족 귀까찌는 후대의 엘프 이미지와 같지만.. 어두운 녹색 피부에 어린아이 같은 체형을 가진 요정으로 나오며 역시 미형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 엘프 자체가 톨킨이 새로 만든 판타지 종족은 아니고. 그 기원이 중세 전설에 나오는 요정이라서, 본작의 엘프는 전설에 나오는 요정 이지미에 맞춰서 디자인한 게 아닐까 싶다.

고블린은 일반적으로 대머리에 코가 길고 뾰족 귀를 가진 아이 체형의 데미 휴먼으로 그려지는 현대의 이미지와 다르게, 본작에서는 드워프 수준의 체형에 좌우로 넓게 펼쳐진 물소의 뿔과 멧돼지의 날카로운 어금니, 두꺼비를 닮은 넓적한 얼굴과 하관 산양의 뿔에 곰 같은 코를 가졌으며, 목과 얼굴이 두껍고 넓은 건 두꺼비 인간 같은 느낌을 준다.

비슷한 이미지가 워너 브라더스의 ‘루니툰’의 ‘태즈 메이니아 데블’의 털 없는 버전인데. 후대의 판타지 종족 디자인으로 치면 D&D의 ‘버그베어’도 생각난다.

작중에 나오는 유일한 드래곤인 ‘스마우그’ 같은 경우는, 날개와 몸통까지는 일반적인 판타지의 드래곤과 같지만 머리 디자인이 파충류가 아니라 포유류. 정확히는, 박쥐의 귀와 고양이과 식육목의 얼굴(퓨마나 표범 같은)로 그려져서 현대인이 인식하고 있는 드래곤의 이미지와 전혀 다르다.

입에서 불을 뿜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 까지는 드래곤의 특성인데. 안광이 무슨 후레쉬처럼 번쩍 켜져서 절대반지를 끼고 투명화 된 빌보를 찾아다니는 씬이 기억에 남는다.

결론은 평작. 호빗 원작을 70여분짜리 애니메이션 한편으로 축약하면서도 어지간한 건 다 나오긴 했는데, 스마우그의 최후와 다섯 군대의 전투 같은 하이라이트씬도 너무 축약을 해서 볼거리가 좀 부족하고. 70년대 작품이라 제작 노하우가 없어서 그런지 애니메이션으로서 뭔가 좀 어색한 부분이 있어서 지금 현재 관점에서 보면 만듦새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수채화풍의 미려한 배경과 동화 느낌 물씬 풍기는 분위기가 판타지물로서의 깊은 맛이 있고, 제작진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판타지 종족에 대한 디자인이 후대의 이미지와 다른 게 감상 포인트가 되어 한 번쯤 볼만한 작품이다.


덧글

  • 블랙하트 2020/02/11 11:25 # 답글

    이후에 같은 제작진이 '왕의 귀환' 애니메이션을 후속작 격으로 만들었죠. (초기 제목은 'Frodo, The Hobbit II '이었다고 합니다.) 호빗이나 골룸등의 캐릭터 디자인이 호빗 애니메이션에서와 비슷하게 계승되어 나옵니다.
  • 잠뿌리 2020/02/12 10:52 #

    반지의 제왕 애니메이션은 랄프 벅시 감독이 만든 게 있는데 본편 내용이 딱 두개의 탑까지만 다루고 있어서, 벅시 감독은 왕의 귀환까지 만들려고 했지만 배급사랑 마찰이 생겨서 불발되고 호빗 제작진이 왕의 귀환을 만들었다는 걸 들은 적이 있네요.
  • 먹통XKim 2020/02/12 19:23 # 답글

    그래서 1,2편 애니랑 3편 그림체가 확 다릅니다...
  • 잠뿌리 2020/02/13 14:54 #

    호빗, 반지의 제왕까지는 봤는데 나중에 왕의 귀환도 한번 봐야겠네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


통계 위젯 (화이트)

315418
3685
9727273

메모장

잠뿌리의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