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 2 [용패지미] (Viy 2 [龙牌之谜].2019) 2020년 전격 Z급 영화




2017년에 러시아, 중국 합작으로 ‘올레그 스텝첸코’ 감독이 만든 판타지 영화. 2014년에 같은 감독이 만든 ‘비이(국내명: 사탄의 사자 망자의 저주)’의 후속작이다. 오리지날 타이틀은 Viy 2(비이 2). 북미판 제목은 ‘Journey to China: The Mystery of Iron Mask’, 중국판 제목은 ‘龙牌之谜(용패지미’)다.

내용은 ‘용왕’이 ‘용패’ 안에 법력을 봉인하고 그것을 ‘백마법사’와 그의 딸 ‘청란’ 공주에게 맡겼는데. 사악한 ‘무녀’가 백마법사와 청란을 이국인 영국의 감옥에 가두고 마법의 힘으로 마을 사람들을 수탈하면서 폭정을 펼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에서 비이 사건을 해결한 영국의 지도 제작자 ‘조나단 그린’이 러시아의 왕인 ‘피터 대제’에게 극동 지도를 만들라는 어명을 받고 중국 여행길에 올랐다가 우연히 청란 공주를 구해주어 동행을 하게 되고. 영국에 있던 조나단의 아내인 ‘더들리’가 조나단으로부터 얻은 정보에 따라 철가면을 쓰고 감옥에 유폐된 진짜 ‘피터’ 대제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둘이 함께 조나단을 찾아 중국으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오리지날 제목이 ‘비이 2’지만, 비이의 등장 인물 중 일부인 조나단과 더들리 부인이 나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다.

비이가 러시아의 민담을 기원으로 한 고골리의 단편 소설을 베이스로 해서 재구성한 서양 판타지 영화였던 반면. 본작은 용의 전설을 기원으로 한 중국 판타지 영화가 됐다.

러닝 타임이 총 2시간이나 되는데 그중에 약 50여분 동안 조나단과 더들리 부인이 각자 주인공 파트를 나눠 갖고 영국, 러시아를 떠나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작중 인물의 절반 이상은 유럽 사람이지만. 정작 영화 자체는 유럽 영화가 아니라 중국 영화인 것이다.

뜬금없는 박쥐 요괴 마스코트 캐릭터가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전반부의 유럽 탈출 씬에서는 아무런 판타지도 가미되지 않았다. 그냥 나라를 떠나서 중국으로 여행하는 모험물로 그려지는데 정말 쓸데없이 분량만 길다.

그렇다고 조나단과 더들리 부인이 남녀 주인공으로서 투 탑 주인공 체재를 이루는 것도 아니다. 유럽에서 벗어나 중국에 도착한 시점에서 두 캐릭터의 역할과 비중이 대폭 축소되고. 중국이 메인 배경이 되면서 조나단의 여행 파트너인 청란이 조나단 곁을 떠나서 원 탑 주인공으로 우뚝 선다.

심지어 더들리 파트 때 그녀와 동행한 여행 파트너인 ‘피터’는 프랑스의 전설이자, 삼총사의 작가 ‘알렉상드로 뒤마’의 소설로도 유명한 ‘철가면(아이언 마스크)’ 캐릭터인데. 이쪽도 감옥 탈출 및 바다 항해까지는 ‘캐러비안의 해적’ 짝퉁 찍으면서 주역처럼 묘사되더니 중국에 도착한 이후에는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한 채 존재감이 사라진다.

중국에 도착하기 전 쯤에 철가면도 벗는 씬이 나와서 철가면 캐릭터로서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한다.

작품 전반부 약 50여분 동안 등장 인물들이 그렇게 중국에 가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그렸으면서, 막상 중국에 도착한 이후에는 서양인은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엑스트라로 만들고 중국인 중심으로 스토리를 진행하는 걸 보면 러시아, 중국 합작이란 게 말이 좋지. 실제로는 중국 영화 그 자체다.

본편 스토리는 결국 주인공 일행이 사악한 무녀와 맞서 싸우고 그 과정에서 용왕의 봉인을 풀어 싹 쓸어버리는 초전개로 압축시킬 수 있다.

조나단, 더들리, 피터 등 서양인이 하는 일이 후반부의 난전 때 전력 보태기 밖에 없어서, 서양인 이야기를 전부 빼버려도 스토리를 진행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다.

애초에 서양인들 탈출하고 항해하는 전반부의 이야기랑, 중국인들이 마법이고 나발이고 권법으로 싸우고 용왕 소환해서 싸우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근본적으로 매치가 되지 않는다. 진짜 억지로 끼워 맞춰서, 어거지로 분량을 늘린 티가 팍팍 난다.

사실 본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비이의 후속작이란 사실이 아니라, 출현 배우 중에 ‘성룡’과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있다는 점이다.

2004년에 나왔던 영화 ‘80일간의 세계 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로부터 약 15년이 지난 2019년에 두 배우가 동반 출현했다.

작중 성룡은 감옥에 갇힌 ‘백마법사’ 배역을 맡았고,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그 감옥의 간수장인 ‘제임스 후크’ 배역을 맡았다. 이름이 제임스 후크라서 피터팬의 그 갈고리 손 달린 해적 선장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실제로는 그냥 이름만 같은 캐릭터로 죄수들과 맨손 격투를 즐기는 호한이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볼만한 부분은 전반부의 감옥 탈출 씬인데. 정확히는, 그 탈출씬 중에서도 성룡과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같이 나오는 씬이다.

성룡 VS 아놀드슈왈제네거의 대결 씬도 나온다.

다만, 두 분 다 영감님이라서 액션 연기가 시원치 않아서 액션보다는 코믹에 중점을 둬서 액션 연출의 밀도는 대단히 떨어지지만.. 영감님들이 무슨 덤앤더머처럼 티격태격하면서 케미를 이루는 건 소소한 재미를 줬다.

문제는 그것도 분량이 적다는 점이다.

그게 무려 성룡,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출현하지만 두 사람의 출현 분량은 다 합쳐도 30분이 채 안 된다. 초반부 감옥 씬에서 잠깐 나오고, 에필로그 때 나오는 게 전부다.

성룡은 감옥에서 탈출하지 못해 계속 갇혀 있는 신세라서 어떻게 더 활약할 건덕지가 없고. 아놀드 슈왈제네거도 일단은 악역 간수장 역이라서 감옥 씬이 끝난 이후에는 배경 인물조차 되지 못한다.

홍보에 쓰이는 성룡 등장 씬은, 작중에 봉인된 용왕이 나올 때쯤 성룡이 백마법사로서 거기에 반응해 리액션을 하는 장면인데. 이게 엄밀히 말하자면 혼자 탈출하지 못해 감옥에 갇힌 성룡이 그 이후로 수십 분 동안 코빼기도 비추지 않다가, 용왕 나오니까 깜짝 출현하는 수준이라서 완전 낚시 떡밥인 거다.

그래서 성룡이 나오고,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성룡 영화나 아놀드 슈왈제네거 영화로 분류하기 민망할 정도다.

영화 본편 존나 개허접하게 만들어 놓고 유명인을 출현시켜서 어떻게 좀 그 덕을 보려는 게 중국 영화의 고질적인 문제인데 본작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았다.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과 ‘스티븐 시걸’을 등장시켜 맞대결하는 장면 달랑 몇 분 밖에 안 넣은 ‘세일즈맨의 전설(2017)’이 생각난다.

액션 씬은 파워 밸런스가 좋지 않아서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무녀의 부하들이 번개 쏘고, 강철 몸에 괴력을 발휘하고, 음파 병기를 쓰는 마법 갑주를 입고 나와서 민간인 학살을 하는 수준으로 힘을 과시하는데. 후반부의 집단 전투 때는 아무런 특수 능력도 없는 민간인들에게 머릿수에 밀려 싹 전멸당하고. 무녀는 마법사 컨셉인데 마법으로 싸우는 게 아니라 카케무사 만들어서 혼란을 주고 암기를 사용해 근접 전투를 하는 암살자처럼 싸워서, CG로 떡칠한 용왕을 소환해 주변 정리를 했어도.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공주와 무녀의 권법 대결로 이어져서 판타지 액션이라고 하기도 되게 애매하다.

결론은 비추천. 제목은 비이 2지만 비이 1의 주인공이 나오는 걸 빼면 비이와 아무런 연관성도 없고, 캐릭터 시점을 분리하고 이야기를 너무 늘어놓아 스토리가 중구난방인데, 유럽을 떠나 중국에 도착한 시점에서 서양인 캐릭터는 죄다 붕 떠 버리고 중국인 여주인공을 과도하게 밀어주면서 판타지 액션물로 변모하여 이전까지 전개한 내용을 폐기해 결과적으로 내용을 억지로 끼워 넣고 어거지로 분량을 늘려서 전체적인 스토리의 완성도가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다가, 성룡,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15년 만에 동반 출현했는데도 불구하고 두 배우를 단역으로 써서 유명 배우 이름 값도 못하게 만든 졸작이다.

전작 영화인 비이 1탄의 팬, 성룡, 아놀드 슈왈제네거 등의 영화 배우들 팬들을 완전히 기만하는 수준이라서, 이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몹쓸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본작에서 더들리의 아버지인 ‘더들리’ 경 배역을 맡은 배우인 ‘찰스 댄스’는 ‘라스트 액션 히어로(1993)’에서 작중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숙적인 ‘베네딕트’ 배역으로 나왔었다.

덧붙여 본작에서 러시아에 체류 중인 영국 대사 배역을 맡은 게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런너’에서 ‘로이 배티’ 배역으로 유명한 ‘룻거 하우어’인데. 작중에 무슨 대사는커녕 이름 한 번 언급되지 않고 배경 인물로 짧게 등장해서 냉대를 받았다. 안타까운 사실은 룻거 하우어가 2019년에 별세해서 본작이 유작 중 하나라는 점이다.


덧글

  • 시몬벨 2020/02/05 23:28 # 삭제 답글

    80년대에 우리나라에서도 moon sun brightness가 돈을 엄청 쳐들여 만든 전설의 망작 오! 인천이 나왔죠. 왠지 리뷰를 보니까 그 영화 생각이 나네요.
  • 잠뿌리 2020/02/05 23:49 #

    오 인천도 보고 리뷰를 썼었는데. 이 작품은 그보다 더합니다. 전작은 멀쩡한 러시아 판타지 영화인데 후속작을 이상하게 만들어서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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