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S] 하프 (1993) 2020년 PC통신시절 공개 게임




1993년에 ‘스튜디오 아둑시니’에서 MS-DOS용으로 만든 어드벤처 게임. 아둑시니 앞에 스튜디오가 붙어 있지만, 게임 자체는 ‘박영우’ 개발자의 1인 제작 게임이다.

허큘리스 전용 게임이라서 다른 그래픽 카드에서는 실행할 수 없다. 타이틀 하프는 여주인공의 이름이자, 본편 스토리의 코어 역할을 하는 세계 최강의 마법 ‘겸손’이 깃든 마법의 악기 ‘하프’를 지칭하는 중의적 표현이다.

내용은 나비족의 마법 견습 요정 ‘하프’가 나방족의 늙은 나그네를 돕기 위해 마법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마을 촌장에게 꾸지람을 듣고 급기야 마을에서 추방당하기까지 했는데, 그 직후 말벌족이 마을을 습격해와 마을 주민들이 죄다 잡혀가는 바람에 추방된 몸인데도 불구하고 그들을 구하러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게임 조작 키는 키보드 숫자 방향키 7, 9, 1, 3 or 특수키 Home, Pgup, End, Pgdn이 각각 ↖↗↙↘에 대응하고, 텍스트를 넘길 때는 ENTER키나 SPACE BAR를 누르면 된다. (이동의 개념이 상하좌우가 아니라, 매뉴얼에 아예 좌상/우상/좌하/우하로 되어 있다)

주의할 점은 숫자 방향키로 이동을 하려면 Numlock키를 눌러서 비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거다. Numlock키가 활성화되어 있으면 숫자 방향키를 사용할 수 없다.

보통, 키보드에서 Numlock키를 활성화시켜서 숫자 방향키로 숫자를 입력하는 게 일반적인 키보드 사용법이라서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다.

ESC키를 누르면 책갈피 찾기(로드), 책갈피 꽂기(세이브), 책 다시 읽기(게임 재시작), 책 덮기(게임 종료)를 할 수 있다.

게임 화면이 책갈피로 되어 있어서 오른쪽 페이지에 텍스트가 뜨고, 왼쪽 페이지에 이벤트 컷과 게임 화면이 뜨는데. 게임 화면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 보통은 전체 화면으로 표시되어야 할 게 일부분만 표시되어 있어 있다.

마을에 있는 건물은 기본적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특정한 한 종류의 건물은 접촉하면 NPC와의 대화가 뜬다.

접촉했을 때 텍스트가 뜨는 장소, 인물을 찾는 게 게임 플레이의 기본이다.

다만, 그렇다고 게임 진행이 무작정 대화로만 진행되는 게 아니고. 어디로 가서 뭘 해야 할지에 대한 일종의 퀘스트가 주어지기 때문에 게임으로서의 아이덴티티도 명확하다.

여주인공 ‘하프’는 혼란에 빠진 세계를 구한다는 예언에 나오는 선택 받은 요정이란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뭔가 대단한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고 스펙만 보면 평범 그 자체인데, 착한 마음을 기반으로 하여 지혜를 발휘해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며 종극에 이르러 자기 희생으로 사건 해결의 키 역할을 하기 때문에 실로 주인공다운 활약을 펼친다.

게임 내 세계관도 꽤 디테일하게 잘 짜여져 있다.

말벌족은 군사 대국으로 공격적이고, 나방족은 말벌족에 조공을 바치며 노예처럼 살다가 독립 운동을 꿈꾸며, 나비족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오만하다. 그렇게 3개 요정 종족들이 각각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종족과 대립하고 갈등을 빚는데. 그게 단순히 설정으로만 나오는 게 아니고 본편 게임 플레이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

작중에 던진 떡밥도 전부 회수했고, 스토리에 기승전결도 갖추었으며, 겸손과 사랑의 미덕이 세상을 구하는 결말도 나름대로 감동적이고 여운이 남아서 정말 깔끔하게 잘 끝냈다.

간간이 개그가 나오는데 제 4의 벽을 넘는 메타 개그들이고. 과하지 않아서 딱 좋다. 개발자인 아둑시니가 NPC로 직접 출현하는 이스터 에그적인 이벤트도 있다.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어려운 점은 길찾기 정도다.

전반부 때는 필드에 있는 길 표시 타일을 따라 이동하면 되는데. 후반부로 가면 길 표시 타일이 없는 구간에서 길찾기가 조금 어려워진다.

도서관 신전 내에 있는 미로, 단검 감옥, 탄광촌, 말하는 막대의 모습을 한 마법 생물이 숨겨진 건물 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다만, 길찾기가 어렵다고 해도. 전체 필드가 넓은 건 아니라서 조금만 헤매도 금방 찾을 수 있어서 게임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건 아니다.

그밖에 극 후반부의 하이라이트씬이라고 할 수 있는 하프 저격씬은 게임 내에서 유일하게 애니메이션 이펙트가 들어가 있어서 인상적이다.

1인 제작에 가까운 이 게임의 스텝롤에서 유일하게 다른 사람 이름이 올라간 게 특별도움(애니메이션)이다.

결론은 추천작. 한 권의 책을 펼쳐 스토리와 비주얼을 모두 담은 게임 디자인이 신선하게 다가오고,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엔딩도 깔끔하게 잘 끝내서 내용도 충실하며, 어드벤처 게임이란 장르적 아이덴티티를 지키는 한편. 게임 난이도도 플레이하기 딱 적당해 한국 아마추어 개발 공개 게임 중에 손에 꼽을 만한 명작이다.

90년대 초에 1인 제작 게임으로 이만큼 만들 수 있었다는 건 한국 게임사에 기록으로 남길 만한 일이라고 본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이후 하프 VGA 버전이라고 해서, 버전업판이 나왔는데. 특이하게 대만에서 투자/배급을 맡아서 정식 게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90년대 한국에서 대만 게임 한글화 유통으로 잘 알려진 지관(유)[지관과기=소프트 월드]에서 참여했다.


덧글

  • 블랙하트 2020/01/28 10:14 # 답글

    VGA 버전에서는 몬스터나 아둑시니와 전투를 하게 되는 부분이 추가되었는데 이게 투자/배급사인 지관의 강요로 억지로 넣은거라 게임오버 될일 없는 명목상의 싸움만 대충 하게되죠. (장르적 아이덴티티를 어기게 되는거라 원작자는 전투를 넣지 않으려고 했음)
  • 잠뿌리 2020/01/28 10:17 #

    이 작품이 테마가 사랑과 겸손의 미덕이 세상을 구하는 거라 싸움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데 전투씬을 넣은 건 안 좋은 일이였지요.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레벨/능력치의 개념이 없어서 전투씬도 정말 별 게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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