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의 사다리 (Jacob's Ladder.2019) 2019년 개봉 영화




1990년에 ‘에이드리언 라인’ 감독이 만든 영화를, 2019년에 ‘데이빗 M. 로젠탈’ 감독이 리메이크한 영화.

내용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외상전문 군의관으로 군무하던 ‘제이콥’이 어느날 치명상을 입고 실려 온 병사를 수술하다가 그가 자신의 친형 ‘아이작’이란 걸 알고서 충격에 빠져 손을 떼고 말았는데, 군대 전역 후 병원에서 외상전문의로 근무하던 중. 형과 작전을 함께 했다는 ‘폴’의 정보를 듣고 지하철역 안에 숨겨진 장소에서 죽은 줄 알았던 형이 노숙자로 지내고 있는 걸 데리고 왔다가 환각에 시달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야곱의 사다리의 리메이크판이지만, 정작 본편 내용은 야곱의 사다리와 일치하는 게 거의 없다. 지하철 씬, 자동차 위협 씬, 각 얼음 쏟아부은 욕조 씬 등등. 씬의 일부분만 재현했다.

일단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백인인데 본작에서는 흑인으로 바뀌었고. 원작에서 주인공이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는데 본작에서는 아들이 아니라 형이 죽은 걸로 나오고. 그 죽은 줄 알았던 형이 살아 돌아오면서 생기는 사건, 사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작은 환각제로 생화학 실험을 당한다는 미국국방부의 음모론을 펼치며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기괴한 체험을 하는데. 그게 곧 임사 체험으로서 저승에 대한 암시로 공포를 안겨주면서도, 가족, 연인, 자식을 그리워하는 주인공의 눈물 나는 연기로 감성에 호소해 호러와 드라마를 충족시켜주면서 컬트적인 매력을 안겨 주었는데. 본작에서는 그걸 축소하거나, 배제했다.

정확히,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묘사를 대폭 축소하고 단순히 제이콥이 수상한 사람한테 쫓기고 좀비나 악마 같은 형상의 존재와 마주치면서 불안감을 안겨주면서 제이콥의 지내 온 일상이 진실이 아닌 거짓이라는 반전과 함께 그 원인을 대놓고 환각제라고 하고 있다.

원작에서 약물 사용에 대한 음모론을 본작에서는 너무 비중 있게 다뤄서 사건의 진상 자체가 다 약물 때문이라고 나오고. 주인공이 약물의 부작용으로 정신이 피폐해져 가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어서 이야기 자체가 원작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고 반전 메시지를 주는 게 아니라, 약물 남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게 핵심적인 내용이 된 것이다.

공포 포인트도 무서운 환상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 약물 부작용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고생하는 주인공이 불쌍하기는 한데 그 상황이 공포물로서 무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사별한 아들 설정이 삭제됐고, 죽은 줄 알았던 형이 살아 돌아왔다는 설정 때문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대한 묘사 밀도가 대단히 낮아서 원작이 가지고 있던 감정에 대한 호소력이 없다.

그렇다고 제이콥, 아이작 형제의 갈등과 대립이 핵심적인 내용이냐고 하면 또 그것도 아닌 게, 두 형제 관련 설정은 뒤바뀐 처지라는 중요 반전을 위한 장치로만 적용되어 있을 뿐이라서 그렇다.

본편 내용의 대부분은 제이콥이 혼자 돌아다니다가 이상한 일을 겪고. 또 겪고. 다시 겪다가 처참한 현실을 깨닫고 사건의 흑막과 동귀어진하면서 끝나기 때문에 형제 간의 갈등은 반전이 밝혀질 때 정도 밖에 안 나온다.

제목인 야곱의 사다리의 해석조차 원작과 다른데. 원작에서는 야곱의 사다리가 구약성서 창세기 28장에서 야곱이 꿈에서 본 사다리라고 해서, 성서적으로 해석하면 사다리 위가 하늘에 닿아 있어 하나님이 서 계셨고 천사들이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천상과 지상을 왕래하는 것이라. 현실과 내세의 연결점으로서 주인공 야곱이 작중에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서 겪는 일의 중의적 표현이자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리메이크판인 본작에서는 그냥 약물 이름이 '사다리'이고. 주인공 이름이 '제이콥(야곱)'이라서 야곱이 약을 해서 야곱의 사다리라는 제목을 쓴 것이다. 애초에 주인공 형 아이작의 어원이 이삭이라서, 성경의 이삭과 야곱 형제를 모티브로 삼은 걸 생각해 보면 본작은 제목 자체가 야곱의 사다리에 어울리지 않는다.

결론은 비추천. 리메이크 영화로서의 재해석이 지나쳐 원작 자체를 배제하고, 원작의 이름과 설정만 가져다가 완전 새로 만든 작품으로, 원작이 가진 공포와 드라마를 전부 내다 버리고, 약물 중독자가 겪는 스릴러로 바꾸어 원작을 파괴한 졸작이다.

어디 가서 야곱의 사다리 리메이크판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이렇게까지 원작을 존중하지 않고 멋대로 만들어 훼손시킬 거였다면, 왜 굳이 원작을 가져다 리메이크한 건지 모르겠다. 그냥 원작과 상관없는 오리지날 영화를 만들던가 하지.


덧글

  • 각시수련 2020/01/24 05:48 # 답글

    야곱이 약을 해서 야곱의 사다리ㅋ
  • 잠뿌리 2020/01/26 19:34 #

    리메이크판에서 약 이름을 사다리로 지은 건 정말 최악의 센스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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