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천국을 찾아서 (The Pilgrim's Progress.2019) 2019년 개봉 영화




1678년에 영국 작가 ‘존 버니언’이 쓴 기독교 관련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2019년에 ‘로버트 페르난데스’ 감독이 만든 3D 애니메이션. 원작 천로역정의 1부인 ‘크리스천의 순례’를 애니화한 것이다.

내용은 멸망의 도시에서 삶의 의미가 없이 일만 하며 살던 노동자 ‘크리스천 필그림’이 어느날 도시를 탈출한 ‘믿음’이 남기고 간 한 권의 책을 입수하고. 그 책을 통해 ‘천국도시’가 존재하며, 멸망의 도시가 불바다로 변할 것이란 사실을 알고서 도시를 떠나 바깥 세상으로 나와 천국도시를 찾는 모험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본작은 기본적인 내용과 등장인물은 원작과 같지만,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이고. 또 원작이 17세기 종교 소설인데 본작은 21세기에 나왔기 때문에 각색된 부분이 적지 않게 있다.

원작에서는 크리스천의 여정을 함께 하는 동료인 ‘소망’이 백인, 크리스천을 속이는 ‘아첨’이 흑인으로 나왔는데. 본작에서는 인종이 바뀌어 소망 쪽이 흑인. 아첨이 백인이고. 또 원작에서 해석자가 남자로 나왔는데 본작에서는 여자로 나온다.

그리고 장르적으로 볼 때 기독교 애니메이션인데. 판타지 어드벤처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다지고 있어서, 크리스천이 세상잘난에게 속아서 찾아간 율법 언덕의 석상이 살아움직이면서 호통을 치고 위협을 가해오거나, 그 뒤에 좁은 문에 도착했을 때 문지기가 크리스천을 쫓아 온 날개 달린 마귀들을 육척봉으로 때려잡는 액션씬이 새로 추가됐다.

근데 사실 본작이 크리스천의 여정을 다루고 있는데 이게 근본적으로 모험이 아니라, 기독교 신앙 간증에 가까운 여행이기 때문에. 아무리 판타지적인 요소를 부각시켜도 크리스천이 무슨 용사나 모험가처럼 대활약을 하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천이 여행을 하다가 잘못을 저지르고 고생을 한 후, 누군가의 도움을 얻어 위기를 헤쳐 나온 뒤 잘못을 깨닫는 단순한 패턴이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된다.

좋게 보면 잘못을 저지르면 무조건 다그치고 훈계하는 게 아니라, 왜 그게 잘못인지 알려줘서 깨닫게 해주는 모범적인 전개라서 신앙심을 고취할 수 있지만. 반대로 안 좋게 보면 소위 말하는 사이다 한 모금 주지 않고 고구마만 먹이는 답답한 전개가 이어져서 좀 피곤한 경향이 있다.

이야기 구성과 극 전개가 평면적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기독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에, 작품 내 세계관이나 테마가 기독교인의 믿음이라서, 비종교인이나 현대인한테는 어필하기 힘든 구석이 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같은 광포한 교리를 내세우는 것은 아니지만, 본편 내용이 ‘현세의 삶이란 짐을 지고 사는 것이고, 순례 여행을 통해 인간의 육신을 벗고 천국으로 떠나자!’로 귀결되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도 작품 자체가 그렇게 늘어지거나, 지루한 편은 아니다.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연속으로 이어져서 극 전개가 비록 단순하지만 극의 긴장감은 쭉 이어진다.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고 성취를 이룰 때마다 적절한 타이밍에 성가를 집어넣고. 성자나 성령들이 나타나 어드바이스를 해주는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내 연출에 꽤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신앙 간증적인 내용을 떠나서 연출 자체는 의외로 괜찮은 부분이 몇 군데 있다. 크리스천이 멸망의 도시에서부터 지고 온 짐을 산 위로 올라가서 벗어 던지는 씬과 하이라이트 씬 때 수직으로 솟구친 바다 기둥에 뛰어드는 씬, 황금으로 이루어진 천국도시에서 믿음과 소망과 재회하는 씬 등등을 손에 꼽을 만하다.

단, 몇몇 연출은 괜찮긴 한데. 애니메이션으로서의 기본 작풍의 퀼리티가 전체적으로 좀 낮은 편이라서 사전 정보 없이 보면 2019년에 나온 작품이란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아니,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딱 2000년대 초반에나 나왔을 법한 3D 게임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술력이 부족한 게 티가 많이 난다.

결론은 평작. 17세기 유명 기독교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작품으로서 21세기라는 현재 시대와 전 연령 대상인 것에 맞춰 각색이 들어갔는데. 그렇다고 해도 기독교 색채가 너무 강해서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일반인에게는 어필하기 좀 힘들고, 기술력의 부재로 애니메이션으로서의 비주얼이 너무 떨어져 볼거리가 부족하지만.. 기독교 관련 작품의 관점에서 보면 원작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적절하게 풀어내고, 비주얼과 별개로 일부 연출적인 부분에서 괜찮은 게 있어서 볼거리가 부족할 거지, 볼 게 아주 없는 것은 또 아니라서 최소한 평타는 치는 작품이다.


덧글

  • 2020/01/18 23:5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0/01/19 00:0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블랙하트 2020/01/19 10:04 # 답글

    천로역정 원작이 종교적인 부분을 빼고 봐도 굉장한 장면들이 많아서 볼거리는 꽤 있는 편이죠.
  • 잠뿌리 2020/01/19 17:28 #

    애니메이션판은 비주얼이 중요해서 그래픽이 받쳐주지 못하니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디즈니, 픽사, 드림웍스 수준의 비주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특히 드림웍스에서 과거에 성경 출애굽기 모세 이야기인 이집트 왕자 만들었던 걸 생각하면 천로역정도 충분히 나올법 한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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