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운명의 길 2 - 벨피기어스 나이트 (1999) 2020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1999년에 ‘드래곤 플라이’에서 개발, ‘위자드 소프트’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발매한 롤플레잉 게임. ‘운명의 길(1996)’, ‘카르마(1997)’에 이은 드래곤 플라이의 세 번째 작품이다.

내용은 평화롭던 ‘카넨스’ 마을이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10여년 전 모함에 빠져 가족을 잃고 죽임을 당했다가 ‘쥬얼러스’에 의해 부활한 ‘케르베오스’가 비고라 떼를 폭주시켜 댐을 공격해 카넨스 마을 전체가 수몰되고. ‘그레이’ 촌장의 아들 ‘카론’만이 강물에 휩쓸려 ‘베넬리아’라는 작은 마을까지 떠내려갔다가 그곳에서 ‘레아’를 만나고 그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게임 타이틀 화면에 나오는 제목은 ‘벨피기어스 나이트’로 부제로 따로 적혀 있지는 않지만, 개발사인 ‘드래곤 플라이’의 데뷔작인 ‘운명의 길’의 속편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박스 패키지에 적힌 풀 타이틀이 ‘운명의 길 2 – 벨피기어스 나이트’다.

이 작품은 장르가 RPG인데도 불구하고 파티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지 않아서 동료의 개념이 없다. 남녀 주인공의 개념만 있어서 남자 주인공 ‘카론’, 히로인 ‘레아’. 단 두 명만 조정할 수 있다.

게임 이동은 포인트 앤 클릭 방식인데 미니맵 기능을 전혀 지원하지 않아서 현재 위치를 파악하기 어렵다. 화면 시점 이동 자체도 키보드를 지원하지 않아서 마우스로만 해야 한다.

포인트로 클릭하면 자동 이동하는데 이동 속도 조정이 불가능하고, 달리기 지능도 지원하지 않아서 게임 플레이 속도 자체가 느릿느릿하다.

이동을 제외한 행동은 아이콘을 클릭해서 하는 것인데. 손 아이콘(맨손 공격), 검/도끼/철퇴(카론의 무기 공격), 지팡이/창/활(레아의 무기 공격), 십자가(마법), 방패(방어), 검 I/II(스킬) 등의 행동 아이콘이고. 팔 벌린 사람 아이콘은 캐릭터 스테이스/장비/인벤토리창. 둥근 원 아이콘은 프라우져창. 이니셜 K는 카론 선택. 이니셜 R은 레아 선택, 이니셜 K or R을 두 번 클릭하면 전투 폼으로 변신할 수 있다.

마을 밖으로 나가면 월드맵에서 3D 맵에서 이동 지점을 클릭하면 곧바로 이동할 수 있다.

필드맵은 처음 진입하면 배틀맵이 되는데. 단순히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AP가 떨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AP가 다시 회복된다.

전투 모드 때는 처음에 워포그가 깔려 있어서 이동과 함께 워포그(안개)가 지워지지만.. 안개가 지워지면 그대로 지형이 밝아지는 게 아니고. 플레이어 캐릭터를 중심으로 사방의 4칸까지만 안개가 지워져서 화면의 일부분만 밝게 보인다.

화면 끝에 마우스 커서를 가져다 댔을 때 시점 이동이 가능하면 커서가 화살표로 변해서 해당 방향으로 커서를 밀면 시점 이동이 가능하나, 플레이어 중심의 4칸 밝기에 해당하지 않는, 안개 지역은 클릭해도 이동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반드시 지형이 밝혀진 부분만 이동이 가능하다.

이동할 때 마우스를 두 번 연속 클릭하면 달리기를 할 수 있지만.. 포인트로 방향을 지정해 이동을 시켜도, 이동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나 벽, 막다른 길 같은 게 있으면 화면에 그게 보일 때만 자동 이동이 가능하고, 안 보이는 장소에서는 이동을 못해서 수동 조작을 해줘야 한다.

이동 중에 방향을 전환할 때는, 이동과 함께 자연스럽게 정면 방향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이동하다가 제자리에 멈춰 선 상태에서 몸이 한 바퀴 빙그르 돌면서 방향 전환을 해서 이동하는 것이고. 이 짓을 달리다가 하기도 하니 달리기 기능 지원의 의미가 없다.

본작의 개발사인 드래곤 플라이의 데뷔작인 ‘카르마’에서 RPG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무슨 바이오 하자드(레지던트 이블) 같은 조작성을 가졌던 걸 3D 게임이랍시고 재사용한 것 같다.

본작은 ‘진화된 3D 게임’ 어쩌고 홍보를 했는데 실제론 캐릭터 디자인만 3D 랜더링이고, 배경은 2D다. 풀 3D로 나오는 건 게임 중간중간에 삽입된 3D 동영상밖에 없다.

전투 때도 미니맵은 지원하지 않아서 필드 어디에 적이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없고, 워포그 때문에 적의 존재 자체가 숨겨져 있는 걸 일일이 찾아다녀야 해서 전투가 굉장히 늘어진다.

전투 폼으로 변신/해제의 개념이 있어서, 캐릭터 이니셜 아이콘을 두 번 클릭하면 변신해서 싸우는 게 기본인데. 이게 자동으로 지원되는 게 아니라. 매 전투 때마다 수동으로 일일이 아이콘을 눌러야 하기 때문에 되게 번거롭다.

전투가 끝나고 비전투 상태에서 다음 필드로 넘어갔을 때, 필드 입구에서 적이 배치되어 있으면 플레이어가 변신을 하기도 전에 공격당하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라 짜증난다.

화면에 보이는 정도가 아니라, 화면에 안 보이는 곳까지 다 포함해서 필드에 배치된 모든 적을 해치우면 워포그가 싹 걷히면서 화면 전체가 밝아지지만.. 다른 필드로 이동했을 때 또 워포그가 깔리면서 전투가 연속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게임 플레이 템포가 엿가락처럼 늘어진다.

필드의 자유 이동을 위해선 전투를 반드시 클리어해야 하지만, 그게 어떤 보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장비/아이템은 오로지 전투 때 적을 해치울 때만 드랍해서 돈의 개념이 아예 없는데. 그 때문에 마을은 존재하는데 상점 같은 건 일절 나오지 않는다.

대화 가능한 NPC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그 적은 NPC의 대화는 아무 의미도 없어서 스킵하고 지나가도 될 정도라서, 결국 비전투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을 돌아다닐 때가 많아서 필드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다.

스토리상 중요한 이벤트는 어차피 별도의 조작을 하지 않아도 캐릭터 대화 도중에 과거 회상이나 장면 전환 등을 통해 강제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결국 이동과 전투 말고는 할 게 없다.

캐릭터 능력치는 LV(레벨), AP(액션 포인트), EXP GAP(경험치)의 3가지 밖에 없고. 화면상에 표시되지는 않지만 공격력, 방어력도 따로 있다.

만랩이 20레벨 밖에 안 돼서 레벨업으로 올라가는 능력치가 극히 낮기 때문에 레벨 노가다를 할 건덕지가 없다.

스테이터스창과 인벤토리, 장비창의 3가지가 동시에 표시되어 있고. 장비 슬롯은 검, 방패, 갑옷, 아이템의 4개가 있다.

‘프라우져’라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데. 이건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 7’에 나온 ‘마테리아’ 시스템을 모방한 것으로, 게임 플레이 도중에 얻는 마석 같은 걸 공격/방어/마법 등의 액션 슬롯창에 장착해서 해당 마석에 깃든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근데 이게, 스킬, 마법 같은 것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기본 공격까지 그에 해당해서 아무 보조 효과도 없는 일반 공격조차도 마석을 장비해야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무기를 장비하고 있어도. 해당 무기의 공격 기술이 담긴 마석이 없으면 기본 공격 자체를 할 수 없다.

쉽게 말하자면 ‘검’을 장비했는데. 공격을 하려면 ‘검술’이란 스킬이 담긴 마석을 장비해야 한다는 거다. 해당 마석이 없으면 검을 장비해도 공격이 불가능하다.

프라우져 슬롯은 카테고리별로 10개씩 있는데. 무기는 슬롯에 마석을 채워넣는 대로 공격 횟수가 증가한다. 맨손 공격이 무기 공격보다 공격력이 낮긴 하지만, 아무리 무기 공격력이 더 높다고 해도 마석이 하나뿐이면 공격 1번 하고 끝이라서, 맨손 공격 마석이 6개 있으면 6연타를 기본으로 치기 때문에 그쪽이 더 낫다.

마법은 무기와 다르게 슬롯이 10개여도 한번에 하나씩 채워서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전투 때 매번 프라우져창을 열고, 마법을 선택해 슬롯에 채운 뒤 사용하고. 다른 거 사용하려면 또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해서 게임 인터페이스가 진짜 거지 같다.

무기와 프라우져는 캐릭터 전용이 따로 있어서, 자기 전용이 아닌 무기와 프라우져는 입수할 수 없다. 바닥에 아이템이 드랍되도 카론용은 카론이, 레아용은 레아가 직접 입수해야 한다.

카론과 레아는 화면 하단의 좌우 끝에 커맨드창을 나누어 갖고 있는데. 카론 쪽은 이니셜 K. 레아는 이니셜 R로 선택할 수 있고, 필드에서의 이동은 카론을 선택해 이동하면 레아가 자동으로 따라오지만 전투 모드에서는 각각 따로 움직여야 한다.

캐릭터를 클릭하는 게 아니라 이니셜 아이콘을 클릭해야되는 게 되게 번거롭다. 키보드 단축키를 지원해서 숫자키 1, 2번을 누르면 카론/레아 선택 및 전투 온/오프를 할 수 있지만, 이렇게 번갈아 선택하는 도중에도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돼서 커맨드 선택이 늦으면 바로 자기 턴이 스킵되어 적 턴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전투 때 적을 발견하면 적과 플레이어가 턴을 주고 받는 방식으로 행동을 하는데. AP는 단순히 이동 및 공격/스킬/마법 사용 포인트로서만 작용해서 민첩성/속도의 개념이 없어서 행동 우선 순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레벨이 높아도 저레벨 적을 상대로 우선 순위를 챙길 수 없다는 말이다.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남자 주인공 카론은 뭔가 생각 이상으로 비중이 낮고. 히로인 레아 쪽은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비중이 높아서 균형이 맞지 않는다.

남녀 주인공으로서의 러브 라인 같은 경우도, 두 사람이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이인데. 레아가 운명의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 카론이 뜬금없이 프로포즈를 하면서 그게 한참 후의 엔딩까지 이어져서, 전후과정을 생략하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급하게 로맨스를 완성시켜서 하나도 와닿지 않는다.

게임 시작 후 첫 번째 마을에서 벗어나 다다음 지역으로 넘어갔을 때 이벤트가 생기니, 전투 빼고 순수하게 스토리 진행만 놓고 보면 게임 시작 30분도 채 안 돼서 프로포즈하는 거다.

스토리 자체도 오리지날리티가 없다. 기억 잃은 히로인이 실은 대단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고, 주인공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는 게 핵심적인 내용인 것이 타이토의 RPG 게임 ‘에스트폴리스 전기(1993)’가 연상되는 내용인데. 거기서 히로인이 기억을 잃기 전에 주인공을 만난 적이란 설정 등을 추가해서 각색했다.

문제는 에스트폴리스 전기처럼 남녀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애절한 게 아니고, 게임 시작한지 30분도 채 안 돼서 히로인이 기억 잃어버리는 이벤트가 발생하고. 남자 주인공이 개뜬금없이 사랑 고백하면서 프로포즈해서 엔딩 때 떡밥을 회수하는 것이라, 급조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감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남자 주인공의 프로포즈와 히로인의 기억을 되찾는 키 역할을 하니 왜 나온 건지는 알겠는데. 남녀 주인공이 서로 간에 애정을 쌓는 과정을 다 생략해서 몰입할 수 없는 것이다.

스토리 전체 분량 중에 약 절반 이상 카론으로 플레이하고, 레아는 동료로 합류하긴 하지만 스토리 중반부까지 공격 기능을 전혀 지원하지 않아서 게임 플레이가 답답한 구석이 있다.

장애물 피하기 레이스의 3D 미니 게임이 뗏목 타기, 소환수 타기, 비공정 타기 등으로 게임 플레이 중간중간에 나오긴 하는데. 이게 진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수준으로 들어간 데다가, 미니 게임 클리어의 보상은 없는데. 클리어 못하면 게임오버 당하는 패널티가 있어서 이게 과연 RPG게임인지 아닌지 의문마저 들게 한다.

파이널 판타지이 시리즈에서 초코보 타기, 비공정 타기 등이 구간 클리어 못하면 게임 오버 당하는 미니 게임으로 들어갔다고 생각해 봐라. 끔직하다.

본작에서 그나마 눈길을 끄는 건 순정만화계의 전설인 ‘황미나’ 작가가 캐릭터 일러스트를 맡았다는 점 정도다. 순정만화 작가가 RPG 게임 일러스트를 맡은 게 언뜻 보면 생소하게 보일 수도 있을 텐데, 소프트 맥스의 ‘창세기전’이 바람의 나라로 유명한 ‘김진’ 작가, ‘레이디안’이 선녀강림으로 잘 알려진 ‘유현’ 작가가 캐릭터 일러스트를 맡았던 걸 생각해 보면 생소한 일이 아니다. (레이디안은 정확히, 유현 작가가 8용신전설, 천랑열전으로 잘 알려진 박성우 작가와 함께 게스트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참여했었다)

거기다 김진 작가의 바람의 나라가 1996년에 만화 원작 온라인 게임으로 나온 것처럼, 황미나의 작가의 ‘레드문’도 1999년에 만화 원작 온라인 게임으로 나왔기 때문에 오히려 90년대 게임에 순정만화 작가 참여도가 높았다.

근데 황미나 작가가 캐릭터 일러스트를 맡았다는 것만 눈에 띌 뿐이지. 정작 게임 본편은 캐릭터 디자인이 3D 랜더링이고. 2D 일러스트는 전신이 나오지 않고 얼굴과 목까지만 나오는 관계로 전혀 부각되지 못했다.

허접한 3D 동영상 넣을 시간에 황미나 작가 그림체 그대로 2D 애니메이션이나 컷씬이라도 넣었다면 훨씬 나았을 텐데. 모처럼 유명 만화가를 캐릭터 일러스트레이터로 기용해 놓고 왜 중용하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

게임 패키지에 주요 인물들 전신 풀샷으로 그려져 있는 것도, 겉만 보면 그럴싸해 보이는데. 실제 게임에서는 그 인물 중에 절반이 첫 등장한 지 얼마 얼마 안 돼서 비명횡사하는 캐릭터들이라서 일러스트가 있는 의미가 없을 정도다.

결론은 비추천. 돈, 장비/아이템의 매매, 상점, 동료, 파티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남녀 주인공 단 둘만 육성하고 조정할 수 있으며, 서브 퀘스트나 이벤트도 없고 대화 가능한 NPC 자체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데다가, 스토리가 독창적인 것도 아니고. 게임 인터페이스는 전반적으로 불편하고, 뜬금없이 미니 게임을 집어넣어서 RPG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조차 되어 있지 않은 졸작이다.


덧글

  • 시몬벨 2020/01/09 09:46 # 삭제 답글

    황미나 선생이 디자인한 캐릭터라니 패키지커버가 한번 보고싶네요.
  • 잠뿌리 2020/01/09 10:23 #

    https://oldpcgames.tistory.com/2509 <- 여기에 패키지 커버 앞뒤 사진이 나와 있는데. 패키지 커버 앞면이 게임 내 개별 일러스트 가진 캐릭터들 모음집이었습니다.
  • 블랙하트 2020/01/09 15:38 # 답글

    https://blog.naver.com/deadlyrave/221242266935

    판타시 스타 1편 한글판(환타지 스타) 커버 그림도 황미나 님이 새로 그린 그림이었죠.
  • 잠뿌리 2020/01/16 16:19 #

    국내판 환타지 스타 커버 아트 황미나 작가가 그린 건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
  • 무명병사 2020/01/09 16:48 # 답글

    당시 모 잡지에서 인터뷰도 하고 그랬었는데... 씁쓸하네요.
  • 잠뿌리 2020/01/16 16:20 #

    게임 퀼리티가 기대 이하라서 인터뷰 보고 기대한 사람은 실망감이 더 클 것 같습니다.
  • 먹통XKim 2020/01/11 15:57 # 답글

    PC파워진 평가에서도 점수 혹독하게 주고 나쁜 평을 내렸었죠
  • 잠뿌리 2020/01/16 16:20 #

    안 좋은 점수 받고 나쁜 평을 들을 만한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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