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괴담 (1998) 한국 공포 영화




1998년에 ‘강구연’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 공포 드라마. 한국 영화 중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아동용 공포물이다.

내용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 귀신 이야기다.

본작은 1998년에 박기형 감독이 만든 ‘여고괴담’의 흥행을 해서 그 인기에 편승해 나온 작품으로, 여고괴담이 여자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것에 비해 본작은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면 여고괴담이 유행해서 나왔다고는 해도 초등학교 배경의 공포물이라고 참신하게 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여고괴담의 인기에 숟가락 얹기로 나온 건 맞는데 작품 자체는 일본의 인기 공포 프렌차이즈인 ‘학교의 괴담(学校の怪談)’ 시리즈를 모방한 것이다.

정확히는, 학교의 괴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실사 영화 시리즈로 1995년부터 1999년까지 4탄까지 나온 ‘학교의 괴담(学校の怪談)’ 시리즈를 모방한 것이다. 비디오 커버 디자인조차도 자체 제작한 게 아니라 학교의 괴담 커버 디자인을 무단으로 복제해서 일본어를 한국어로 바꿨다.

다만, 학교의 괴담이 학교에 출몰하는 귀신, 유령, 요괴가 메인인 것에 비해 본작은 요괴는 존재는커녕 개념조차 안 나오고 귀신만 나온다.

본편 내용은 별것 없는데 배경 음악은 쓸데없이 거창한 경우가 많고, 제목은 ‘학교괴담’인데 학교가 배경이 아닌 이야기도 있다.

예를 들어 비디오 1탄의 두 번째 에피소드인 ‘할머니 귀신’이 그런 케이스다. 학교와 전혀 상관없는. 새집으로 이사 온 모자가 그 집의 지박령으로 출몰하는 전 주인 할머니 귀신에게 시달리는 내용이라서 대체 어디가 학교 괴담이란 건지 알 수가 없다.

비디오 1탄의 세 번째 에피소드인 ‘저주 받은 화장실’도 저주의 내용이란 게 계모한테 시달리다가 학교 화장실에서 비관 자살한 아이의 원혼이 자기가 죽은 날에 출몰하여 다른 아이들을 죽이는 이야기인데. 그 저주의 타깃이 된 주인공은 병 든 어머니한테 게임기 사달라고 조르고, 어머니의 약값을 오락실에서 탕진하는 불효자식인 데다가, 뜬금없이 한밤중에 학교에 갔다가 화장실 귀신한테 살해당하고. 화장실 귀신은 화장실 귀신대로 교실로 돌아와 앉아서 눈물을 흘리고. 화장실 귀신이 코트 입은 중년 남성폼과 어린 아이폼 두 개가 따로 있고. 뭔가 스토리에 개연성도 없고 내용도 엉망진창이다. (집에서 계모한테 시달리다가 학교에 가서 죽어서 귀신이 되어 자기 제삿날 다른 아이들을 죽인다는 설정 자체가 대체 뭔지..)

비디오 1탄의 네 번째 에피소드인 ‘그림 속의 빨간 눈물’은 우연히 이름모를 소녀의 초상화를 주웠는데. 초상화가 피눈물을 흘리고 귀신을 목격하는 경험을 하다가, 초상화 귀신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몸을 빌려주어 한을 갚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이야기인데. 여기서 학교는 단순히 미술실에서 그림 그리던 아이라는 것 밖에 연관된 것이 없어서 끝까지 애매하다.

그나마 유일하게 학교 배경 및 학교 소재를 활용한 건 첫 번째 에피소드인 ‘목 없는 아이’다. 학교에서 왕따 당하다가 죽은 소녀의 원혼으로, 자신처럼 왕따 당하는 아이를 보면 왕따 가해자들을 혼내준다는 이야기다.

CG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기에 나와서 목없는 유령 묘사가 되게 허접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야기 자체적으로는 본편에 수록된 에피소드 중에 가장 학교괴담에 걸맞았다.

다만, 목없는 아이 유령 자체는 오리지날은 아닌 것 같은데. 일본 학교 괴담에서 한 밤 중에 농구공을 퉁퉁 튀기며 체육관에 나타나는 부원 유령 이야기에서 따온 것 같다. 농구공인 줄 알았는데 실은 자기 머리통을 튕기는 유령이란 내용이었다.

그래서 본편에 목 없는 유령 첫 등장 때 아무런 암시도, 복선도 없이 개뜬금 없이 배구공을 튕기며 나타난다. (심지어 귀신 과거 회상에서도 배구 이야기는 없었는데!)

그래도 화장실 귀신은 나름대로 오리지날로 넣었다.

학교의 괴담 시리즈를 모방한 걸 생각하면 ‘화장실의 하나코상’ 괴담의 한국 버전이라도 나올 줄 알았는데. 실제로 나온 건 인상 험악한 아저씨가 나타나 아무 대사도 없이 아이들 목을 한 손으로 움켜쥐어 목졸라 죽이는 귀신이라서 나름 호러블하다.

할머니 귀신 에피소드는 학교와 무관해서 그렇지, 소복 차림에 산발하고 나타나 피눈물을 흘리며 내 집에서 나가라며 위협하는 게 아이들 눈에는 무섭게 보일만하다.

화장실 귀신, 할머니 귀신 등등. 인간형 귀신의 묘사는 기본적으로 한국 공포물 특유의 파란 조명을 비추면서 하는데. 이게 당시 TV에 방영하던 SBS ‘토요 미스테리 극장’, MBC ‘TV 이야기 속으로’의 감성이라서 나쁘지는 않았다.

주요 배우들은 당시 실제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추정되는데. 본인 목소리로 더빙을 한 게 아니라 성우를 기용해서 더빙을 했다. 문제는 배우는 아이인데 목소리는 어른이라서 이질감이 엄청 크다는 점이다. 그나마 시리즈가 거듭 되면서 비디오 3탄에 가서는 아이들 목소리를 그대로 넣었다.

근데 비디오 3탄까지 가서는 이전 시리즈 같은 옴니버스가 아니라 풀 타임 아동 영화로 바뀌었고. 배경도 학교가 아니라 초등학생들이 산으로 극기훈련 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돼서 학교괴담이란 소재와는 더욱 거리가 멀어졌다.

이 작품은 본편보다 엔딩 스텝롤이 인상적인데. 엔딩 스텝롤이 올라가면서 작품 촬영 현장을 여과없이 그대로 보여줘서 그렇다.

결론은 미묘. ‘여고괴담’의 인기에 편승해 나왔는데 정작 일본의 ‘학교의 괴담’ 영화 시리즈를 모방한 작품으로 귀신 묘사는 SBS ‘토요 미스테리 극장’ 같은 느낌이라서 뭔가 좀 이것저것 짜깁기한 아류작 느낌이 강하게 들고, 제목만 학교괴담이지 본편 스토리가 학교와 연관성이 적거나, 아예 학교 배경이 아닌 것도 다수 있어서 학교라는 소재 활용도 제대로 하지 못해서 되게 어중간한 작품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산 아동용 공포물이 드물어서 장르적인 유니크함은 있는 작품이다.

심형래의 영구 시리즈에서 파생된 영구 공포물(영구와 드라큘라, 영구와 홍콩 할매 귀신)이나 개그맨 신동엽의 흑역사인 ‘학교전설(1999)’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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