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유령 (学校の幽霊.1995) 2020년 애니메이션




1995년에 ‘실업지일본사(実業之日本社)’에서 발행한 운세 전문 잡지 ‘My Birthday’에서 독자의 공포 체험담을 모은 단행본 ‘나의 학교의 유령(わたしの学校の幽霊)’과 ‘음악실에 령이 있다(音楽室に霊がいる)’를 원작으로 삼아, ‘토에이 비디오’에서 옴니버스 방식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

내용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10대 학생 독자들의 공포 체험담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한 이야기다.

본래는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총 7편짜리 VHS(비디오)용으로 출시되었는데, 이후 2009년에 3권짜리 DVD로 재출시됐다.

이 작품은 10대 독자의 체험담을 접수 받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것으로.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등 10대 학생 전반이 대상이라서 이야기가 풍부하다.

실제 본편 자체는 애니메이션만 들어간 게 아니라 실사 영상도 들어가 있다.

애니메이션과 실사 합성이 아니라, 각각의 파트가 따로 나오는 것으로 단편 애니메이션+단편 드라마 구성이라고 보면 된다.

애니메이션 쪽은 옴니버스 단편 모음으로 여러 명의 감독, 작화, 디자이너가 참여해서 작풍이 다양하다. 근데 어떤 건 작화 퀼리티가 높고, 어떤 건 작붕이 생길 정도로 엉망이라서 작화 수준의 평균치가 일정하지 않다.

게다가 DVD판 표지는 순정만화 느낌이 강한 것에 비해 실제 애니메이션 본편에서는 그런 그림체는 거의 나오지 않아서 사전 정보 없이 보면 표지보고 낚인 것으로 오인할 수도 있을 정도다.

애초에 90년대 애니메이션을 00년 이후에 재발매하면서 표지만 새로 그린 것이라서 표지와 본편 내용 사이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만, 작화 퀼리티의 편차치가 많이 난다고 해도 기본적인 내용과 연출 자체는 괴담물에 충실해서 생각보다 볼만한 편이다.

독자 체험담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라서 논픽션의 현실감과 픽션의 공포감을 적당히 챙기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토요 미스테리 극장 학교편 같은 느낌이다.

그 학교도 어느 한 학교에 국한되어 있는 게 아니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이야기 볼륨이 풍부하다.

이야기의 스타일이 안타까운 사연을 다룬 드라마와 오싹한 체험에 포커스를 맞춘 공포물로 양분되어 있는데. 생각 이상으로 공포 연출에 힘이 실려 있어서 괴담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지켰다.

특히 손에 꼽을 만한 게 학교 건물 옥상을 기어 올라가는 소녀와 철봉 괴담이다. 둘 다 실제 일본의 학교 괴담을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학교 괴담을 소재로 한 만화들에 종종 보이는 소재들이다.

그 두 가지 에피소드만큼은 어린 애들이 보라고 만든 것 같지 않은데. 철봉 괴담은 공포물에 내성이 약한 아이들이 보면 트라우마를 심어줄지도 모른다.

전자는 운동장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왠 여학생이 옥상이 어디냐고 물어보길래 어딘지 가르쳐줬더니, 갑자기 학교 건물 벽을 타고 옥상까지 올라가다 뒤를 홱 돌아보니 귀신의 얼굴이 보였다는 이야기고. 후자는 긴 머리 소녀가 철봉을 하다가 머리카락이 철봉에 얽혀서 머리가 몽땅 뽑힌 채로 추락했는데 알고 보니 사람이 아니라 귀신이었다는 이야기다.

실사 파트 쪽은 아무래도 CG 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90년대 중반 작품인 데다가, 영화나 TV 드라마가 아니라 비디오에 수록된 짤막한 영상들이 들어간 수준이라서 특수효과가 현재 관점에서 보면 되게 유치하다.

체험담의 주인공으로서 실제 학생들을 인터뷰한 장면들까지는 현실감이 있어서 좋은데, 그 학생들의 사연을 재현 드라마로 만들어 넣은 게 너무 퀼리티가 낮아서 공포 이미지가 깨진다.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괴담신이대 같은 괴담 소재 옴니버스 드라마 같은 걸 생각하면 안 된다. 그 작품들과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실사 파트가 옥의 티라고 할 만큼 작품 전체의 공포도랄 깎아 먹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메인 메뉴고 실사 영상이 사이드 메뉴라고는 해도, 실사 영상 넣을 시간에 애니메이션을 한편이라도 더 넣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한국에서는 원작의 비디오판이 ‘학교유령’이란 제목으로 출시됐는데. 달랑 3편으로 끝이라서 담겨진 내용이 원작의 절반에 못 미치고, 원작에 수록된 것 중에서도 비교적 소프트한 것 위주로 실었으며, 하드한 내용은 모자이크를 넣었다.

작중 인물이 무서운 것을 보고 비명을 지르는데, 한국 비디오판에서는 그 무서운 것 자체를 모자이크로 가려서 대체 작중 인물이 뭘 보고 비명을 지르는 건지 모를 상황이 연출됐다.

결론은 추천작. 실사 파트는 CG가 발달하지 않아서 특수효과와 연출이 너무 구려서 안 넣은 것만 못한 수준이고, 애니메이션 파트는 작화 수준의 편차치가 너무 커서 작품 전체적으로 보면 완성도가 그렇게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10대 독자들의 공포 체험담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시도는 좋았고, 공포스러운 연출에 힘을 내서 괴담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지켜서 80~90년대에 나온 픽션 괴담물과는 또 다른 맛이 있어서 볼만한 작품이다.

여담이지만 이 작품은 실제 독자들의 체험담을 접수 받아 영상화한 것이라서, 작품을 완성하기 전에 액막이를 했다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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