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여기 악마가 있어 (2019) 2020년 웹툰



2019년에 ‘맷집왕’ 작가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해 2019년 12월을 기준으로 10화까지 연재된 기업 판타지 만화.

내용은 게임 회사 ‘넥스트젠 게임즈’의 홍보 마케팅 팀에서 일하던 ‘조승훈’이 자사의 게임 ‘고교전선’의 오픈 베타가 임박해 크런치 모드가 가동되고 있던 중, 갑자기 경영지원팀 인사 파트로 인사 발령을 받았는데, 거기서 만는 ‘박춘배’ 과장이 실은 악마였고. 악마보다 더 한 인간들이 판치는 현실 세계에서 무료한 나날을 보내다가 악마처럼 일하는 인간들의 회사에서 인간처럼 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입사했다는 걸 듣고서 신작 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이야기다.

트위터에서 인기리에 올라오다가 정식 연재된 일본 만화 ‘마왕이 블랙기업의 사장이 되는 만화’가 떠오르는데. 그쪽은 마왕이 현실로 차원이동한 다음 회사 사장이 되어 판타지 세계에서 했던 그대로 회사를 운영하는데 그게 오히려 직원 복지 좋고 참된 회사로서 거듭나는 개그물인 반면. 본작은 게임 회사의 열악한 환경을 보여주고 있어서 개그와 거리가 멀고 이야기가 생각 이상으로 어둡고 진지하다.

오히려 최규석 작가의 ‘송곳(2017)’ 스탠스에 더 가깝다.

본편 스토리는 ‘최고의 게임을 만들자!’라는 확실한 달성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 게임 회사의 개발 환경을 개선하자는 것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정작 게임 개발 묘사의 밀도는 떨어진다.

정확히 말하자면, 말은 최고의 게임을 만들자!인데 게임 개발하는 모습은 안 나오고. 게임 개발에 장애가 되는 열악한 환경과 직장 상사들의 만행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크런치 모드, 주 52시간, 포괄임금제, 구로의 등대(작중에선 여의도의 형광등으로 패러디) 등등. 게임 업계 관련 이슈 등을 다 모아 놓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게임 개발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오르려면 한참 먼 것 같다.

애초에 본작이 추구하는 최고의 게임이라는 건, 실제 전자오락으로서의 게임이 아니라. 게임 회사의 환경을 개선한다는 것 자체를 게임처럼 보고 있기 때문에 게임 개발에 대한 해석과 접근 방식이 일반적인 것과는 다르다.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 같은 게임 개발자의 관점에서 본 게 아니라. 인사 담당자의 관점에서 그런 것이다.

스토리 진행이 더딘 편이라 호흡이 좋지 못하다.

게임 회사의 어두운 일면을 다루고, 거기에 대해 일침을 날리긴 하는데 그게 끝이다. 일침을 날려서 과감하게 지르는 것에 비해 수습하는 게 안 나오고. 밑도 끝도 없이 계속 지르기만 한다.

이걸 게임에 비유하면, 질러서 퀘스트를 받으면 그걸 클리어 한 다음. 새로운 퀘스트를 받아야 되는데.. 이건 퀘스트를 받으면 클리어할 생각은 안 하고 계속 새로운 퀘스트를 받기만 해서 답답하다.

박춘배도 악마의 능력을 너무 제한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사건 해결에 기여를 잘 안 하고. 사건의 단초만 제공하고 있어서 주인공 조승훈과 콤비를 맺은 투 탑 주인공인지, 아니면 조승훈을 이끌어주는 구도자인지, 되게 애매한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여기 악마가 있어.’ 라는 제목이 중의적인 표현으로서 악마 과장 박춘배 말고, 회사 사람들이 악마보다 더 악마 같다. 라고 해석할 수도 있긴 한데, 악마라는 판타지적 설정을 활용하지 못한 느낌이다.

작화는 인물 쪽은 박춘배, 조승훈 등 두 주인공 이외에 다른 인물의 묘사 밀도가 낮다.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인간이란 컨셉 하에 직장 상사들이 인상을 쓰며 욕하거나 발끈하는 컷은 공들여 묘사하는데 그 이외의 부분은 좀 대충 넘어가는 느낌이다.

특히 다른 건 둘째치고 명색이 게임 회사, 게임 개발이 메인 태그인 작품이 게임 묘사가 너무 부실해서 뭔가 소재의 아이덴티티가 흔들린다. (10화에 나온 고교전선 묘사는 좀 너무했다)

그나마 괜찮은 건 등장인물의 시선에 따라 내용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컷 구성 정도다. 아직까지 웹툰 특유의 스크롤 뷰를 활용한 연출은 나오지 않았지만, 최소한 컷 구성적인 부분에서는 웹툰의 기본을 지켰다.

결론은 평작. 인간 같은 악마, 악마 같은 인간이란 테마 아래 현실 속 게임 회사의 문제를 고발하고 일침을 가하는 것 까지는 나쁘지 않았고, 게임 회사의 인사 담당자의 관점으로 접근해 게임 회사의 환경 개선 자체를 게임 개발로 보는 해석도 괜찮긴 한데.. 밑도 끝도 없이 사건만 계속 발생하고 해결은 안 돼서 스토리 진행이 너무 더디고, 사람으로 둔갑해 회사 다니는 악마란 게 설정만 거창할 뿐. 본편 스토리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서 판타지적인 요소가 있으나 마나하고. 배경이 게임 회사인데 정작 게임 묘사가 부실해서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겠는데 그걸 전달하고 묘사하는데 있어 디테일이 떨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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