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그놈은 흑염룡 (2019) 2020년 웹툰



2019년에 ‘혜진양’ 작가가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해 2019년 12월을 기준으로 11화까지 연재된 러브 코미디 만화.

내용은 2004년에 수험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 ‘백수정’이 ‘산딸기’라는 닉네임으로 ‘조선환상곡’이라는 온라인 게임을 즐겨했는데, 게임을 하면서 만난 고레벨 유저 ‘흑염룡’과 친하게 지내면서 좋아하는 마음까지 생겼고, 흑염룡 역시 수험을 앞두었다는 사실을 듣고서 서로 수험이 끝난 뒤 게임 길드 정모 때 만나기로 했다가, 동갑인 줄 알았던 흑염룡이 실은 중학교 3학년으로 고등학교 수험을 본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본작은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만난 게임 유저를 오프라인에서 만났는데. 온라인 게임 때의 이미지와 오프라인에서의 이미지가 달라서 괴리감을 느끼면서 시작되는 러브 코미디물로 ‘키네코 시바이’의 라이트 노벨 ‘온라인 게임의 신부는 여자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한 거야?(2013)’, ‘정글은 언제나 하레와 구우’로 잘 알려진 ‘킨다이치 렌주로’의 만화 ‘어뎃밤은 즐거우셨나요?(2013)’ 같은 스타일이다.

이 소재 자체는 관련 작품이 기존에 나와서 그리 신선한 편은 아니지만, 본편 스토리 내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낮기 때문에 앞서 나온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다.

여주인공 ‘백수정’은 온라인 게임에 푹 빠져 있었지만 작중에 벌어진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게임을 접은 상태고, 가끔 게임을 할 때의 과거 기억만 떠올리는 수준으로만 나오기 때문에 게임 네타는 거의 안 나온다.

온라인 게임은 본편 스토리의 시작을 위한 준비물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본편 스토리상 게임 길드 정모는 도입부에 가깝고, 본편 자체는 정모한 날로부터 4년 후인 2008년을 배경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본작의 타이틀이자 남자 주인공의 이름인 ‘흑염룡’의 유래는 일본 라이트 노벨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의 주인공 ‘토가시 유타’의 흑역사 발언으로, 학창 시절 왼팔에 붕대를 맨 게 팔에 깃든 흑염룡이 날뛰어서 그런 것이라는 대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타쿠식 중2병을 상징하는 대사라고 할 수 있다.

본작의 핵심적인 내용은 사실 온라인 게임에서의 이미지 갭과 게임 유저로서의 인연보다는, 여주인공이 자기보다 나이 3살 어린 중2병 중딩한테 고백 받은 과거의 흑역사와 4년 후에 자기네 하숙집 옥탑방에 세들어 사는 훈남에게 호감을 느끼면서 현실의 흑역사를 만들어가며, 과거와 현실의 흑역사가 교차하면서 벌어지는 것이다.

과거의 흑염룡과 현실의 흑염룡이 동일인물이란 사실을 독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대놓고 떡밥을 던지는데. 극중 여주인공 백수정만 그 사실을 모른 채. 과거의 일에 대한 죄책감과 현실에서 느끼는 호감 사이를 오가며, 자신의 마음과 상대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북치고장구치고 혼자 다하면서 대환장쇼를 벌이는데 이게 진짜 오묘한 재미가 있다.

‘독자인 우리는 아는데. 주인공인 재네는 몰라!’에서 찾아오는 잔재미도 쏠쏠하고. 본편에서 백수정이 현실 흑역사를 만들어가면서 겪는 부끄러움이 과하지 않고 공감과 웃음으로 넘어가기 딱 좋을 정도로 밸런스가 잘 잡혀 있어서 ‘공감성수치’가 순수하게 재미의 영역에 이르렀다.

‘공감성수치’는 심리학 용어로 타인이 창피를 당하거나, 웃음거리. 혹은 비난, 질책을 받아 수치를 당하는 걸 볼 때 본인이 그 상황에 처한 것처럼 동요하고 수치심을 느끼는 것으로. 실제 상황이 아닌 TV 프로그램, 드라마, 만화 같은 걸 보고도 그런 걸 느낄 수 있어서 채널을 돌리는 것을 일컫는데. 본작은 그걸 ‘뭔가 보는 내가 부끄럽고 살짝 불편한데, 몰입이 잘 되고 재밌네!’의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달달한 맛으로 보는 러브 코미디가 아니라, 부끄러운 맛으로 보는 러브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수치 러브 코미디라고 해야 할까나)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온라인 게임 소재가 이야기의 시작을 위한 준비물로만 사용돼서 본편에서는 게임 네타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것과 200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란 작가의 말이 나온 것 치고는, 폴더폰, 금영/태영 노래방 말고는 딱히 그 시대상을 반영할 만한 배경과 소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작화는 좀 간결한 편이라서 작화 밀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은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디테일이 있는 편이다.

배경도 꼼꼼하게 다 그려 넣고, 인물 구도도 다양하며, 컷 배치도 좋아서 가독성이 높다. 웹툰으로서의 기본에 튼실한 것으로 기성 작가의 연륜이 느껴진다.

본작을 그린 ‘혜진양’ 작가는 ‘미호이야기(2010)’, ‘한줌물망초(2012)’, ‘녹두전(2014)’을 그린 네이버 웹툰 9년차 베테랑 작가다.

결론은 추천작. 온라인 게임 유저가 오프라인에서 만났는데 이미지의 갭이 큰 상황에서 시작되는 러브 코미디란 시작은 식상할 수 있지만, 남녀 주인공의 눈치 싸움을 애정 전선의 밀고 당기기로 치환한 뒤, 흑역사 태그를 메인 소재로 삼아서 과거와 현실의 흑역사 적립이 교차하면서 벌어지는 상황들이 오묘한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덧글

  • 아스떼 2019/12/03 16:25 # 답글

    요새 네이버에서 가장 재밌게 보고 있는 웹툰입니다. 밀고 당기고 하는 전개가 아주 흥미진진하더라구요. 온라인 게임 부분이 좀 더 나왔으면 하는 아쉬운 맘도 있습니다.
  • 잠뿌리 2019/12/03 21:06 #

    온라인 게임 소재를 좀 더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긴 했습니다. 모처럼의 게임 소재인데 게임 네타 활용이 없어서 아쉬웠지요.
  • 명탐정 호성 2019/12/03 20:24 # 답글

    추천합니다
  • 잠뿌리 2019/12/03 21:06 #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 시몬벨 2019/12/07 23:24 # 삭제 답글

    데뷔작인 미호이야기가 너무나 암울한 배드엔딩이라서(웹툰 자체도 온통 빨간 배경에 보기만해도 눈이 피로해지는 그림체였음) 이 작가 만화는 그 뒤로 하나도 안 봤습니다. 최신작은 암울하진 않나 보네요.
  • 잠뿌리 2019/12/08 12:52 #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러브 코미디라 해피 엔딩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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