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98] 패러렐 월드: 벨리알 이야기 (2000) 2019년 가정용 컴퓨터 586 게임




2000년에 ‘토막’ 시리즈로 잘 알려진 ‘SE9ED(씨드나인)’에서 개발, ‘㈜코아기술’에서 윈도우 98용으로 발매한 롤플레잉 게임. 씨드나인은 당시 코아기술 산하의 기술 개발부로 출발했고 본작은 1998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00년 6월에 출시한 자사의 업계 데뷔작이다.

내용은 ‘라문 고등학교’에 다니는 20살 학생인 ‘루인’에게는 과거의 기억이 없어서 학교를 떠나 3명의 동료들을 만나 기억을 찾는 여행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에 20살 고등학생이란 걸 보고 ‘어?’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사람이 적지 않게 있을 텐데. 게임 매뉴얼에 적힌 주인공 ‘루인’의 나이는 20살이고 신분이 고등학생 맞다. 프로필에 적힌 키가 무려 192cm의 거한이기도 하다.

본작의 부제인 ‘벨리알’은 유대교의 전승에 나오는 타락 천사 출신의 악마로 밀튼의 ‘실낙원’에서는 가장 사악하고 음란하며 폭력적이면서 가장 아름답고 간악한 지혜에 능하다는 묘사가 나왔고, 솔로몬 왕에게 봉인 당한 72 기둥의 마신 중 하나로 왕 앞에서 춤을 추고 지옥의 외교 사절로서 신임장을 건네주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부제에 악마 이름이 들어간 만큼, 게임 자체적으로 음산한 느낌을 주려고 했고 대표 인터뷰 기사를 보면 세기말적 분위기를 내려고 했다고 한다.

게임 소개글과 박스 패키지 커버 일러스트 등을 보면 아틀라스의 ‘여신전생’이 떠오르는데, 게임 자체의 그래픽과 유저 인터페이스(UI)는 블랙 아일 스튜디오의 ‘폴아옷 1(1997)’ 느낌이 나고 스토리는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1999)’ 풍이다.

게임 주요 선택 메뉴는 화면 중앙 하단의 3가지 카테고리가 있는데. INV는 인벤토리로 아이템 확인. SYS는 시스템으로 파일 메뉴(세이브 및 로드), 스타트 메뉴(게임 타이틀 화면으로 돌아가기), 페어웰(게임 종료)를 고를 수 있으며, SP는 스펠의 줄임말로 스펠 유저에 한정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항목이다.

보통, 일반적인 게임의 게임 종료 항목은 EXIT로 표기되는데 본작은 작별 or 이별이란 뜻이 담긴 FARE WELL을 쓰고 있어서 뭔가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게임 패키지나 매뉴얼에 적힌 게임 소개 글과 프롤로그를 보면 게임 본편과 아무런 상관이 없이, 뭔가 중2병스러운 대사를 읊고 있어서 좀 손발이 오그라드는 경향이 있다.

게임 본편의 UI는 앞서 말한 ‘폴아웃’을 따라가고 있어서 서양식 RPG 스타일이다. 당시 한국 RPG 게임이 거의 대부분 일본식 RPG였기 때문에 이런 서양식 RPG풍의 게임은 극히 보기 드물었다.

마우스로 캐릭터의 이동 좌표를 찍어 이동하는데 그때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르면 뛰어갈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이동 속도가 너무 느려서 달리기를 지원해도 느린 건 마찬가지다. 존나게 느렸던 게 그냥 느린 수준으로 바뀔 뿐이다.

거기다 게임 화면 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장소가 생각 이상으로 좁아서 달리기를 자유롭게 할 만큼의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

수동으로 화면 스크롤을 넘겨서 이동 좌표를 찍으면 자동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무조건 이동과 함께 스크롤이 넘어가서 이동 속도가 느린 것 이전에 이동 자체가 한번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뚝뚝 끊기는 느낌이라서 게임 플레이가 굉장히 답답하다.

가뜩이나 이동 시스템이 거지같은데 맵 기능도 지원하지 않아서 길 찾기가 어렵고. 스토리 진행 도중 NPC가 길 안내를 하는 이벤트가 종종 나오는데. 이때 NPC는 플레이어를 기다려주지 않고 지들끼리 앞서 나가는 경우가 많아서 좀 황당하다.

화면 우측 하단에 표시된 4개의 슬롯은 주인공 ‘루인’과 동료 셋으로 이루어진 메인 파티 멤버 슬롯이다.

본편 게임 스토리가 당시에는 철학적인 내용이라는 감상평이 자주 올라왔는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되게 애매하다.

캐릭터 대사들이 좀 유치한 성향이 강해서 그렇다.

NPC와 대화를 나눌 때 보통의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게임사용 키를 알려주는 튜토리얼 성격의 대사를 해서 되게 작위적이다. 이게 한 두 번 그러는 게 아니라 잊을 만 하면 계속 나온다.

개발진들이 개그 욕심이 있어서 그런지 개그 대사도 종종 나오는데. 이게 상황에 맞지 않게 뜬금없이 툭 튀어나와서 기가 찬다.

예를 들어 예배당 입구를 지키는 교단의 사제한테 말을 걸면 뜬금없이 랩을 해서 분위기를 확 깬다.

근데 철학적이라는 말이 아예 근거없이 나온 것까지는 아니고. 대화 도중에 나오는 선택지 내용의 일부분이 철학적인 것으로 비출 만한 게 몇 개 있긴 하다.

NPC가 질문을 해서 정답을 맞추면 아이템을 주겠다고 하면서 하는 말이 ‘죽음이 삶보다 더 고귀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이런 거라서 그렇다.

그래서 UI는 폴아웃인데 게임 내용은 플레인 스케이프: 토먼트 느낌이 나는 거다.

일부 대화에서 선택지가 뜨긴 하는데 뭘 고르던 간에 다시 대화를 하면 방금 전의 선택지가 또 뜬다. 그래서 선택지를 고르는 게 스토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대화창은 좌측에 뜨고, 우측에는 대화하는 상대의 그림이 뜨는데. 선택지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선택지 내용을 끝까지 보여주는 게 아니라 중간에 딱 잘라 먹는다. 선택지의 텍스트 사이에 간격을 두지 않고 위 아래로 딱 붙여서 표기해서 그런 것이다.

캐릭터 대사 내용은 분명 한글로 뜨는데도 불구하고, 게임 내 주요 텍스트 설명은 영어라는 점이고. 대화 속 캐릭터 이름은 한글로 꼬박꼬박 불러주는데 대화창에는 영어 이름이 적혀 있어서 표기의 일관성이 없다.

본편 시나리오는 관련 게임 리뷰 기사에서 존 밀튼의 ‘실낙원’에 모티브를 얻은 말이 나와서 실제로 그런 줄 아는 사람이 많을 텐데. 직접 해보니 단순히 ‘벨리알’이 등장하니까 실낙원을 연결 지은 것 같다.

실제 게임 스토리는 기억 잃은 주인공이 기억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라서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를 언급한 것이다. (토먼트는 주인공 ‘이름없는 자’가 모든 기억을 잃고 시체 안치소에서 깨어나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기억과 과거를 찾기 위해 플레인스케이프의 세계를 여행하는 게임이다)

다만, 토먼트에서는 주인공이 기억을 잃은 사실을 끝없이 상기시켜주며 여행을 하는 동안 겪는 고뇌에 초점을 맞춰서 진짜 철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반면. 본작에서는 주인공이 기억을 잃었다는 건 게임 매뉴얼에 나온 캐릭터 소개에만 적혀 있을 뿐. 실제 게임 본편에서는 그걸 상기시켜주지 않고, 특별히 고뇌하는 것도 없다.

주인공 스타일 자체가 고등학교 일진 느낌인데 정확히는, 자기 세력을 거느리지 않고 혼자 다니는 외로운 늑대풍이다. 3D로 제작된 오프닝 영상 속에서도 학교를 배경으로 다수의 양아치를 상대로 맨손 격투를 벌이는 내용이 나올 정도다. (본편 게임은 폴아웃+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인데 오프닝은 철권..)

전투는 폴아웃과 마찬가지로 실시간으로 벌어져서 타겟을 클릭해 공격하는 것인데. 특수 기술은 키보드 알파벳키 Z, X, C 중 하나를 골라서 누르고 타겟을 지정해야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공격 명중률이 기본적으로 낮아서 한참을 공격해야 겨우 적을 쓰러트릴 수 있다는 것이고, 방어/회피 수단이 전혀 없어서 적의 공격을 일방적으로 맞을 수밖에 없다.

맞으면 경직되는 효과가 있어서, 맞는 걸 감수하고 공격을 주고받는 것도 일 대 일 상황에서나 가능하지, 다수를 상대로 하면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얻어맞고 경직되느라 바빠서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 게임 시작 후 첫 전투에서 이름도 없는 학교 양아치 자코들한테 둘러 싸여 몰매 맞고 게임오버 당했을 때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게임 장르가 RPG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캐릭터의 능력치가 단순히 생명력과 마력 게이지 밖에 없다는 거다. 파티 멤버 슬롯에서 생명력은 빨간색 게이지. 마력은 녹색 게이지로 표시된다.

힘, 지능, 건강, 매력, 행운 같은 RPG 게임의 일반적인 스테이터스 수치가 일절 없는 건 물론이고, 레벨과 돈의 개념 자체가 없어서 능력치를 키워 강화하는 요소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회복/부활 효과의 소비형 아이템은 있는데. 앞서 말한 돈의 개념이 없어서 아이템을 상점에 가서 돈 주고 구입하는 게 아니라 NPC와 대화를 해서 얻어야 하고. 이것도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문제를 내서 맞추면 주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 내용이 황당한 게 많아서 아이템 하나 제대로 입수하기 어렵다.

제일 황당한 질문이 질문의 내용이 없고 무작정 ‘정답이 1번인 것 같아, 2번인 것 같아?’ 이렇게 물어보는 것이었는데 사소한 이벤트라고 해도 시나리오를 너무 대충 쓴 게 아닌가 싶었을 정도다.

마력은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차오르지만, 생명력은 반대로 자동 회복되지 않는다. 생명력 회복 수단은 아이템 밖에 없는데 앞서 말했듯 아이템 입수 환경이 열악해서 게임 난이도가 급상승했다.

스토리 진행상 필수적으로 나오는 전투를 제외한 일반 전투는 엔카운터가 위치 고정되어 있어서 특정한 장소에서만 계속 발생한다. 해당 장소에서 적이 출현했을 때 적을 전멸시켜야 다음 장소로 넘어갈 수 있는데. 다음 장소로 넘어갔다가 이전 장소로 다시 되돌아오면 몬스터가 전부 리젠되어 있어 또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근데 앞서 말했듯 레벨, 경험치, 아이템 드랍 같은 것도 일절 없어서 전투의 보상이 존재하지 않으니. 전투는 하면 할수록 손해다.

전투의 유일한 의의는 전투 상황 때만 마법 게이지가 자동 회복된다는 거다. 비전투 때는 무슨 이유인지 마법 게이지가 자동 회복되지 않는다.

결론은 비추천. 세기말적 분위기에 다크 판타지 느낌이 팍팍 나는 건 박스 패키지 커버와 캐릭터 설정에 그치고. 실제 본편 게임은 폴아웃과 플레인스케이프: 토먼트를 섞은 느낌이라 독창성이 떨어지고, 장르와 게임 조작감이 분명 RPG 게임인데 레벨, 경험치, 스테이터스 수치의 개념이 전혀 없어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없고, 본편 스토리는 발매 당시 철학적인 내용이다 심오한 내용이다 이랬는데 실제 대화 스크립트는 다소 유치하고 작위적이라서 겉으로 보면 되게 컬트한 게임 같은데 속을 파헤쳐 보면 쿠소 게임이다.


덧글

  • 블랙하트 2019/10/31 11:07 # 답글

    이런 게임이 나오기도 했었나? 싶은 분들이 많을텐데 그나마 피시 플레이어 잡지 부록으로 나온적 있어서 그걸로 알게된 분들이 많을듯 합니다. (저도 그중 한명)
  • 잠뿌리 2019/11/01 10:28 #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게임이 잡지 부록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잡지 부록의 유일한 순기능이었던 것 같습니다.
  • 개구리멍멍 2019/11/19 16:29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지나가다가 들러봅니다.

    해당 게임 지금을 구할수 있는곳이 없겠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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